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노동사회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admin 0 8,922 2013.05.12 04:37

1. 문제제기

최근 청년 실업이 확대되고 전체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한국사회가 ‘고용 없는 성장’의 시기로 돌입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공식적 지표가 보여주는 청년실업률은 체감실업률을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실업의 증가추세를 보여줄 수는 있다. 2003년 12월 현재 15세~29세의 청년실업자는 43만여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52%에 달한다. 청년실업률은 1년 만에 6.6%에서 8.6%로 늘어났으나, 1/4분기에 신규 졸업자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옴에 따라 11% 이상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에 고용의 질 제고라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는 듯 했지만, 청년실업이 확대되면서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실업자 축소를 위한 단기 일자리 창출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작년보다 8만여개의 일자리를 더 창출하며, 인턴지원금을 인상하고, 예산의 절반을 연초에 사용함으로써 경기회복에 일조하겠다고 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사회협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수량적 유연성 확대와 임금억제 논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질이든 저질이든 간에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절대명제 앞에서 양질의 일자리 논리는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공식적 지표로는 청년 열 명 중 한 사람이 실업자이지만, 체감실업률에 서는 이십대 태반이 백수인 상태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있는 자들의 공자님 말씀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청년실업의 원인과 구조는 청년실업이 단기적인 일자리 대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만약 더 이상 경제성장이 고용확대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 정책과는 별도로 일자리 창출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청년 실업의 원인과 구조를 살펴보고, 일자리 창출정책이 노동시장의 구조재편을 고려한 양질의 일자리 대책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청년 실업의 노동공급측 원인

청년층 노동력의 공급측 특징을 살펴보면 고학력 청년 실업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의 청년 실업은 대학진학률이 급속하게 확대됨에 따라 90년대 후반의 대학진입자들이 대거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1995년에 고등학교 진학률이 99%에 이르자,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대학진학률도 급속하게 높아졌다. 1990년도 대학진학률은 고등학교 졸업자의 33%였으나, 1995년에는 51.4%로 증가했고, 2002년에는 74%로 급격하게 늘었다. 2002년 현재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다수(87%)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며, 실업계고등학교 졸업자도 50%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상태이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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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현재의 대졸 청년실업은 1998년을 전후하여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이 졸업 이후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청년 실업의 풀(pool)은 4~5년 이후에도 더욱 확대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2002년 현재 74%의 대학 진학자들이 2007년을 전후하여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고, 앞으로도 대학진학률이 더 높아질 것임을 예상한다면, 2010년까지 청년층의 실업 풀(pool)은 어떤 대책에도 불구하고 감소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년층의 고학력화 현상은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교진학률이나 대학진학률의 성 차이는 이미 1985년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대학졸업 이후의 취업률에서도 성별 차이는 사라졌다. 전문대졸자의 성별 취업률 차이는 이미 1990년에, 대학졸업자의 성별 취업률 차이도 2000년을 넘어서면서 사라져 버렸다([표2] 참조). 대학진학률이나 졸업 직후 취업률에 있어서 만큼은 성별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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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고학력화에 따라 청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전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2년 현재 49%이지만, 20~24세, 25세~2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62.4%, 59.4%에 이른다. 이는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이 온존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특징이다. 취업한 이후에는 어떻게 되든 간에 대학진학이나 대학졸업 이후 취업서는 성별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청년층의 고학력화, 여성 노동력의 증가 현상은 향후 한국 노동력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고학력 노동력이 현재와 미래의 노동수요에 적합한가 아닌가의 문제는 교육제도와 산업인력의 결합과 관련된 문제이지, 청년노동력 개인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들의 인적 자본이 현재 노동력 수요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동력이 이미 청년 노동력의 특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제도의 역할은 이들의 주어진 능력과 욕구를 기업의 노동력 수요와 결합시키는 데 있다. 그렇지 않다면 청년 실업의 문제는 해결 불능이며, 곧이어 전체 노동력의 실업과 빈곤의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3. 청년 실업의 노동수요측 원인

한국사회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민간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사무관리직으로 대표된다. 학력간, 직종간 임금격차가 큰 상태에서 이러한 부문의 일자리 경쟁은 이전부터 치열했으며, 80년대 후반부터 사무관리직의 인력과잉 현상은 생산직의 인력부족 현상과 함께 고질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사무관리직의 인력과잉은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강제적으로 해소되었다. 구조조정이 일상적으로 발생하자 공공부문과 민간대기업의 고용능력은 경제위기 이후 대폭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기업의 절대적인 고용 인력이 감소하였고, 정규직의 채용관행도 신규졸업자의 채용에서 경력자의 채용으로 변화했다. 

1997년에서 2002년까지 30대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관의 인력은 157만여명에서 125만여명으로 감소하였고, 신규채용의 절대수도 감소하였다. 특징적인 것은 신규채용의 성격이 경력자 중심의 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이다. 신규채용자 중의 경력자 채용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에 41%에서 82%로 늘어나고 있다([표3] 참조). 청년층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의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일자리의 진입경쟁도 청년 구직자들에게 불리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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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성을 포함한 고학력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는 여전히 양질의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들은 대기업, 사회공공서비스업, 전문기술직으로 집중된다.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장래성과 발전가능성의 결여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망의 부재나 임금수준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2002년 현재 청년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받고 있는 실제 임금수준은 121만원 수준이지만, 청년 구직자들이 취업해서 받기를 원하는 의중임금은 132만원 수준이며,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희망자의 의중임금 수준은 151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2002년 청년패널조사 원자료, 한국고용정보원). 의중임금과 실제임금 수준의 차이가 클수록 실업은 구조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단기적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의 창출은 중장기적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 단기적 일자리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함으로써 청년실업을 축소하려면 최소한 둘 중 하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로 진입을 보장하거나, 그 일자리가 의중임금 이상 상대적 고임금수준의 기회비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년 인턴십이나 청년 공공근로정책의 실패는 이러한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4. 노동시장의 구조와 청년 실업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점도 청년 실업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와 비정규직 기피현상은 노동시장의 기업규모별 분절이나 고용형태별 분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는 왜 청년 구직자들이 경쟁이 적고 취업이 용이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가를 보여준다.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는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2002년 현재 5~9인의 소기업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5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은 1.85배에 달한다([표4] 참조). 전년 대비 임금상승률도 기업규모가 클수록 높아지는데, 30인 미만 기업의 임금상승률이 한자리수임에 비해서 5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상승률은 17.5%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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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 역시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와 관련되어 있다. 2002년 현재 상용고용의 총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임시고의 임금은 54%에 불과하며, 일용고의 임금은 42%에 불과하다(200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노동시장에 정규직으로 진입하는가, 비정규직으로 진입하는가에 따라 임금수준과 미래의 전망이 달라진다. 고임금계층은 주로 상용고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저임금 계층은 임시고와 일용고에 집중되어 있다.1) 전체 노동자의 24%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은 상용고의 5%에 불과한 반면 임시고의 33%, 일용고의 55%에 달한다([표5] 참조). 이와 같이 저임금 노동자들은 중소 영세기업과 비정규직에게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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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 취업하더라도 이직을 고려하게 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실업을 선택하거나 구직준비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퇴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비정규직 취업 → 잦은 이직 → 실업 혹은 비경제활동인구로의 퇴장 → 또 다른 저임금 취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표6]은 이와 같은 현상을 보여준다. 2001년의 청년 임금 노동자들이 2002년에 적지 않게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하고 있는데, 특히 저임금계층일수록 그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2001년 청년 저임금 계층의 26%가 다음해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는 중간임금계층이나 고임금계층이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비율(중간임금계층 12.3%, 고임금계층 7.4%)에 비해 높다. 저임금 취업자일수록 임금수준에 실망하여 노동시장에서 퇴장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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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태에서 비정규직 일자리, 혹은 저임금 일자리의 창출은 ‘실업 → 불안정 취업 → 저임금에 대한 불만 → 노동시장 퇴장’이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뿐, 청년 실업을 축소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재의 청년고용 문제는 경제침체로 인한 일자리 부족이 1990년대부터 지속되어 온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결합하여 발생한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은 단기적 일자리의 수량적 창출이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 저임금 고용의 해소, 기업규모간 임금격차의 축소를 고려한 노동시장 구조의 재편이라는 중장기적인 전망에 기초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5. 청년 고용대책의 범위와 노동시장 정책과제

고학력 실업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고, 일자리 창출의 속도는 경기침체를 벗어나더라도 구직자의 수량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구조조정이 상시화된 상태에서 민간기업이 스스로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한국의 노동시장은 청년층의 고실업과 함께 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있다. 청년 실업자 40만명은 빙산의 일각일 뿐, 청년 비정규직, 무급가족 종사자를 포함한 237만명의 청년 불안정취업자와 실업자 및 비통학?비경제활동인구로 구성된 182만여명의 예비 실업자가 존재하고 있다. 청년 실업 대책은 43만여명의 실업자 축소가 아니라, 420만여명을 대상으로 세워져야 한다. 이는 청년 고용정책이자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노동시장의 질적 제고정책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청년층 중에서도 현재 구직중인 실업자나 비정규직과 같은 특정 취약계층에게 정책수단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청년층은 다른 연령계층과는 달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 저임금계층에서 상위 임금계층으로의 이동확률이 높은 집단이다. 청년 비정규직에게 정책수단을 집중한다면, 실업과 불안정 취업, 노동시장 퇴장을 반복하는 계층을 축소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청년실업의 풀(pool)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 비정규직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고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나 공공부문의 고용 증대와 같은 방안들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청년 비정규직의 양질의 일자리 전환에 목표를 두고 기존의 인턴십, 공공근로, 노동시장 정보망, 직업훈련과 취업알선망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청년층을 축소하는 한편, 청년 가용인력이 과도적으로 비정규직 취업을 통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고용정책의 기조와 정책의 실효성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적지 않은 외국의 제도를 받아들였고 막대한 실업예산을 투입했으며 그 만큼의 수혜자도 있었다. 그런데도 성과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용정책의 기조는 실업률의 수량적 축소에 있었을 뿐, 노동시장의 질적 제고에 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제도는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상호 연계를 통한 상승효과를 갖지 못했다. 직업훈련을 통한 취업성공,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의 진입을 확대하려면 고용정책의 기조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정책 수행과정의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하여 제도의 물샐 틈을 막아내야 한다. 

만약 한국사회가 ‘고용 없는 성장’에 접어들었다면, 이는 고용정책이 경제성장 정책과 별도로 추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가 호전되더라도 일자리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면, 고용정책은 기조와 내용 모두 대전환을 맞아야 한다. 임금억제, 무분규선언, 복지 축소 등은 경제성장이 고용을 수반한다는 맥락에서 가능한 협력논리이다. 이제는 그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 고용안정, 노동시장 및 복지정책이 성장정책과는 별개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후주 ]
1) EU 저임금고용 연구 네트워크(LoWER)의 분류에 따라, 저임금 계층은 중위임금의 2/3 미만, 고임금 계층은 중위임금의 3/2 이상, 양자의 사이에 있는 임금계층을 중간임금계층으로 구분함.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