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고맙게 보고 있습니다”

노동사회

“항상 고맙게 보고 있습니다”

admin 0 3,020 2013.05.12 05:04

 


jhlee_01%20%281%29.jpg“환경미화원 뽑는데 취업지원자들이 대규모로 몰려…” 하는 기사가 작년 연말 제법 여러 번 반복됐다. 물론 이 기사들이 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근자의 청년실업의 심각함이었다. 그러나 이렇듯 사람이 몰리는데는 환경미화원이 비슷한 직종과 비교할 때 고용안정이나 임금수준에서 제법 ‘괜찮은 일자리’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공부문이라고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민간위탁이라는 거센 외풍과 맞선 노동조합의 활발한 활동과 투쟁이 없었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기사가 나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000년 결성되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경기도노조는 그러한 투쟁의 중심에 있다. 경기도노조는 경기도 지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노조다. 주로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원, 공원관리, 도로보수원, 준설원(하수도관리), 수도누수 수리원, 청사관리 등 평균 나이 오십대의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경기도노조의 힘!

“우선 워낙에 우리들이 괄시를 받았거든요. 아들 같은 나이의 공무원이라도 관리과에 있으면 그저 굽실거리고 살았는데, 노조활동을 하면서 이런 부분이 없어졌어요. 당당해지고 대등한 관계로서 대할 수 있게 된 거죠. 또, 단체협약을 통해 확보한 임금이나 기타 혜택들 때문도 있지요. 여태까지 누리지 못했던 휴일, 예를 들어 환경미화원은 설날이라도 일을 해야 했어요. 우리도 조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단협을 통해 확보해 나갔던 것이 노조에 대한 신뢰를 쌓은 거지요. 

특히, 같은 지자체에 소속되어 비슷한 일을 하지만 도로보수, 청사관리, 하수도정리 등을 하는 상용직들은 환경미화원보다 훨씬 나쁜 대우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우리 노조가 그분들을 조직하면서 투쟁을 통해 이년간 연봉을 거의 천여만원, 환경미화원과 비슷한 정도까지 올려놨어요. 그리고 비록 적은 지역에서였지만 우리 투쟁 소문이 퍼지니까, 경기도 다른 지자체에서도 우리 노조가 들어올까 겁을 냈는지 효과가 쫙 퍼졌죠. 차별이 많이 시정됐습니다.” 2004년 1월, 새로 취임한 홍희덕 위원장은 차분한 말투로 경기도노조의 성장비결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노조의 힘’은 단지 힘찬 투쟁과 단협을 통해 확보한 이익을 통해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 노조가 조합원 교육에 쏟는 열의는 대단하다. 단체협약을 통해 월1회 2시간 조합원 교육, 연4회 2박3일 간부 숙박교육, 연2회 조합원 숙박교육을 확보했다. 그리고 의정부, 김포, 오산 등 넓게도 퍼져있는 조합원들을 버스를 대절해서라도 한 곳에 모아 교육을 실시한다. 

정치적 각성이 민주노동당 지지로

이러한 열성적인 교육의 효과는 사용자인 지자체들을 상대로 한 투쟁 경험, 그리고 그동안 가까이서 지켜보기만 해야했던 공무원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과 겹쳐지면서 정치적 각성으로 이어졌다. 경기도노조는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에 5명의 후보를 냈다. 후보를 내는 것도 조합원들의 뒷받침이 없으면 힘든 것이겠지만, 경기도노조의 후보가 기록한 20% 이상의 득표율은 정말 쉽게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2004년 2월 조합원의 2/3 가량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과 당후보를 모두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60%가 넘었다. 기존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은 3%도 되지 않았다. 

“밖에서는, ‘아 경기도노동조합 잘 한다' 하지만 내부를 보면 아직도 허술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조직은 망가지려고 하면 일순간이거든요. 지역노동조합의 좋은 취지를 잘 살려서 확장해가면서도 내부를 잘 다지는 게 지금으로서는 제일 우선이죠. 그리고 올해 주5일제를 어떻게 교섭과 투쟁을 잘해서 마무리짓느냐 하는 부분들…, 항상 머리가 복잡하고 고민스럽습니다. 노동운동이라는 게 꾸준히 과정으로 밟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걸 많이 느낍니다.”

홍희덕 위원장의 시종일관 차분한 말투 속에는 두터운 책임감이 묻어있었다. 경기도 노조는 우리 회보를 10권이나 본다. 그걸 본조에서 받아서 간부들이 먼저 읽고 ‘공부’한 다음 지부나 지회로 보낸다고 했다. “좋은 책 항상 고맙게 보고 있습니다.”하는 마지막 인사에 그의 책임감이 잠시나마 전염되는 것 같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