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야 되는 곳은 나옵니다”

노동사회

“나와야 되는 곳은 나옵니다”

admin 0 3,598 2013.05.12 05:02
 

syim_01_2.jpg‘독자와함께’ 인터뷰를 위해서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 장소는 대개 그들의 일터나 혹은 일터 근처였다. 헌데 표미정 회원의 주소를 보니 일산이다. ‘으아, 언제 일산까지 가나’ 했는데 다행히도 마침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민문화제’ 참여를 위해 우리 연구소에서 가까운 광화문으로 온다고 했다. 우선 멀리까지 안가도 되겠네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거리에서 ‘독자와 함께’ 만난다는 것에 기분이 설레기도 하였다.

토요일 오후의 광화문 거리. 정신 없이 인파에 밀려다니는 그곳에서 표미정 회원과 나는 쉽게 서로를 알아보았다. 집회에 자주 나오시냐는 인사에, “나와야 되는 곳은 나옵니다”라고 간결하게 한마디로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별 당연시하는 아이들 모습에 마음이 아파

표미정 회원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전교조서울지부 사립중서부지회 은평지구장’이라는 다소 긴 직함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요즘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고교등급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저는 고교등급제는 현대판 연좌제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러한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예요. 현재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 경우도 고교등급제 적용의 피해자거든요. 그런데 그러려니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표미정 회원은 현재 여당이 내놓은 ‘4대 개혁법안’ 중 하나인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이어갔다. 중고교의 70%정도가 사립학교이며 설립자가 교장을 맞고 있거나 가족들에 의해 세습 경영을 하고 있는 곳이 다반사라며, 사립학교의 전횡에 대해 견제를 할 세력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문제라고 하였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이번 입법안에 보면 시정계고기간이란 것이 있습니다. 재산 횡령과 같은 문제가 감사에서 지적이 되어있을 때 15일 이내에 이것을 해결하면 무죄가 된다는 것이죠. 물론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도둑질 한 것을 15일 이내에 돌려놓으면 무죄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비리재단 복귀시한을 5년 연장하고 친인척인사비율도 1/5로 하였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게다가 문제는 야당과 협의과정을 통하면서 현재 법안 자체도 더 후퇴할 것이 뻔하다는 거죠”

시야를 넓혀주는 『노동사회』

표미정 회원은 비록 전교조 조합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사회를 위해 조금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후원이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우리연구소도 그렇게 후원하고 있는 단체 중에 하나라며, 『노동사회』 9월호와 『이탈리아 노동운동의 이해』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였다.

“『노동사회』의 경우는 운동을 개별화되지 않고 서로 연관시켜 사고할 수 있게 해주고, 운동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계속 읽다보면 제 자신에게 고민거리도 던져주고 아이들에게 말할 거리도 생기고 해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표미정 선생님은 “학교에서 뼈를 묻을 거”란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회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대해 늘 고맙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고 함께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는 거리를 걸었다. 헌데 여기저기서 표미정 회원을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나와야 되는 곳은 나옵니다”는 말은 과연 빈말이 아니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