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출범

노동사회

공무원노조 출범

admin 0 2,989 2013.05.12 05:35

역사 발전의 힘은 정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세력들에 의해 변화 발전되어 왔음을 우리는 과거 일제 독립투쟁, 민주화 투쟁 등을 통해 알고 있다. 민주화 항쟁이전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 통제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왜곡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비민주적인 국가운영의 중심에 공무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무원이 관료제의 병폐였던 시절

이 시기에 공무원들은 통제적 국가의 하부 기능을 담당하는 기능인으로 위치 지워졌을 뿐 '시민'도 아니었고 '국민'도 아니었다.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구조 속에서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각종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은 모든 것을 박탈당할 것을 각오하는 일생일대의 결단이 되어야 했으며, 전근대적인 연고나 지연, 학연 등이 합리성이나 상식에 기초한 조직운영을 저해하여 결국 비능률과 무책임, 무소신을 되풀이하는 관료제의 병폐로 자리잡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현재 과거의 권위주의적 사회운영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민주적 운영방식을 구축해야 할 시점에 있다. 민주개혁의 핵심적인 과제가 국가민주화를 통한 통제사회를 해체하여 실질적인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공무원노조 출범의 의의는 민주개혁을 위한 충만된 내적 에너지의 발현이며,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자율적인 질서유지 체계와 공무원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집단적인 행동의 자유 보장을 통해 국가민주화의 과제를 담지 해 나가는 주체로서 의미가 크다.

공무원노조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진다. 우선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해 주체로서의 성격이다. 이것은 노동조합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할 기본 기능이다. 다음으로 국가민주화를 담당해야 할 공공적 조직으로서의 성격이다. 공무원의 업무 특성상 사회 소외층,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성을 확보하는 행정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그 자체가 진보적인 것이며 공공선을 추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공직사회 개혁은 공무원노조가 앞장서서

공무원노조가 강조하는 것은 물론 후자의 경우이다. 국가민주화를 행정운영원리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무원노조가 표방하는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국가 발전의 기초적인 에너지를 담당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제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공무원노조의 불법화 또는 결사·단체행동의 부정은 공무원노조의 역할에 대해 기초부터 부정하는 것이며, 아래로부터,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어리석음이며 반역사적·반동적 태도이다.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것이 곧 사회를 개혁하는 토대이며, 부정부패 척결은 아래로부터 관료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에서 국가투명성 지수를 현재 40위권에서 20위권으로 향상시키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고, 또 부정부패추방위원회는 명칭이 부정적이어서 이를 국가청렴위원회로 개정한다고 한다. 순위만 바꾸고, 이름만 고치면 문제의 근원이 사라진단 말인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문화·제도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있는가?

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적·국민적인 개혁 정책임을 공무원노조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공무원이 개혁의 대상이 아닌 진정 개혁의 주체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몸에 스며든 병균을 도려내겠다는 의지로 부정부패 척결을 공무원노조의 기치로 내걸고 투쟁하고 있지 않는가? 투명성 지수에서도 행정 분야는 꾸준히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올해 추석을 맞이하여 공무원노조에서 추석 부정부패 밀착감시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두고 권한이 없으니 중단하고 그 일은 감사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공무원 스스로 부정부패를 뿌리뽑자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부정하고 나서는 정부는 도대체 자정의지가 있는가? 내부비리 고발제도는 뭐 하러 제정했는가? 정말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활동 가로막는 특별법

이렇듯 공무원노조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통제하는 수단으로 정부는 지난 8월23일 공무원노동조합법(특별법)을 입법예고 했다. 쟁점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인정한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노동2권을 보장했다고 언론에 홍보했다. 이것은 국민 사기극이다. 단체교섭 내용 중에서 정책에 관한 사항, 인사권 등 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은 교섭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더 나아가 단체교섭 후에 협약체결을 하더라도 법령, 예산, 조례 등과 관련된 것은 효력이 부인되는 등 사실상 단체교섭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놓은 규정이다. 따라서 교섭권은 현실에서 부정될 것이 자명하다. 전교조 사례는 우리의 교훈이다.

두 번째로 단체행동권의 부인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해서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하고 보다 많은 이해관계의 성취를 위해 강한 단결이 필요하다. 교섭사항이 지켜지지 않거나 교섭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한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1995년 5월18일과 2001년 5월9일 유엔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는 교원 및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이 법과 실제에서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외국의 사례 운운하면서 단체행동권이 부정되는 나라의 예만 들고 있으나 1980년대 유럽은 모든 공무원에게 노동기본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어 정부의 주장은 궁색할 뿐이다.

세 번째로 전임자 무급규정, 행위 위반자 처벌기준 강화(일반노동조합의 5배), 교섭창구 단일화, 정부교섭대표의 임의규정 적용 등을 분석해 보면, 현재의 법외노조 보다 권리보장이 부족한 내용으로 오히려 조직운영이 위축될 소지가 많다. 인간으로서 기본권이 박탈되고 나아가 생존권 사수를 위한 노조 역할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는 수구적이고 반동적인 입법안이다.

특별법 강행은 사회적 혼란 불러와

공무원노조는 정부와 형식을 불문하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 공무원노조 법안을 제정하면서 엄연히 14만 조합원을 둔 조직체에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방적으로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정부입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공무원노조를 불허한다는 정부입장이 관철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럴 경우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자의 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더 나아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대화의 여지를 닫아 둔 채 일방적으로 공무원노조의 특별법 수용만을 바란다면 이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에 대해서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공무원노조는 2004년 하반기에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현장설명회를 갖는 등 조합원이 떨쳐 일어나 민주노조를 사수하는데 온갖 지혜를 총동원할 것이다. 투쟁기금 100억 모금운동, 현장순회설명회, 총력투쟁 목표일체화 교양·집회, 공동행동전술, 여론홍보, 연대단체 지지기자회견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실천적인 투쟁을 통해서 우리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