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단체인 참여연대가 탄생한 지 10년이 되었다. 1994년 9월, 2백여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단체가 지금은 1만3천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한국 시민운동단체의 대표 주자로 발전했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은 참여연대는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미래의 시민운동의 방향을 담은 『참여와 연대로 연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펴냈다.
‘시민’의 발견
1980년의 민주화 이행기를 거친 한국의 사회운동은 90년대에 들어 ‘시민’을 발견했고, 90년대에 시민운동의 황금기를 보냈다. ‘시민사회’란 개념이 낯설었던 시절이 별로 멀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덧 ‘시민사회’는 민주주의의 리트머스로 자라잡고 있는 듯하다. 1994년 출범한 참여연대는 경실련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굳건히 자리잡는 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90년대 초반, 소련의 몰락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같은 세계사적 변환의 과정은 한국의 사회운동 세력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나의 기억으로도 당시 이념적 혼란 속에서 운동의 새로운 방향 설정이란 과제가 급박한 요구였던 시절이었다. 이념의 혼돈 속에서 한국의 운동 세력은 새로운 실험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시민’, ‘환경’, ‘여성’을 비롯한 새로운 주체와 영역에서의 실천이 활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의 광범한 출현은 이른바 ‘위로부터의 보수적 민주화’의 한계를 시민사회의 힘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개혁세력들이 집결한 것(윤상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아래로부터의 민주화야말로 시민운동의 참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는 권력감시운동, 경제민주화운동,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활동, 평화운동의 영역 속에서 많은 성과를 낳았다.
물론 참여연대의 활동이 항상 밖으로부터 칭찬만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나 같은 말이지만 대 언론활동에 너무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는 지적이었다.
21세기 시민운동의 과제는
2004년 총선을 기점으로 시민운동단체의 활동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회보 『노동사회』에서도 지난 총선 이후 시민운동단체의 고민에 대한 글을 실은 적이 있다. 한국의 정치와 정당의 지체현상으로 인해 이제껏 시민운동이 대체정당 혹은 준 정당적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적 시민운동’이었다면, 2004년 총선을 기점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서 시민운동의 전환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얘기다.(조희연)
참여연대의 미래가 ‘기반운동단체’로서 전문적 분석과 대안의 제시를 통해 시민의 기대와 신뢰를 얻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참된 민주주의’를 구현(홍성태)하기 위해 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시민운동적 실천의 전문적 심화와 시민운동적 실천을 문화와 생활세계의 영역, 나아가 글로벌 차원까지 확장하는 것(조희연)이라고 책은 설파한다.
전문적 감시운동으로의 심화, 정책역량의 강화, 서구의 신사회운동적 성격의 강화의 필요성, 일국내의 민주주의 확장을 넘어서는 글로벌 민주주의로의 확대 등이 구체적 과제로 제시된다. 21세기를 맞는 한국의 시민운동은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참여연대의 프로젝트처럼 무언가 새로운 변화라는 도전에 맞서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도 2005년이면 10주년이다. 참여연대의 10년 평가와 10년 계획이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시민운동단체가 제시하는 내용과 조직발전에 관심이 가는 것 또한 노동운동단체들도 비슷한 처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홍성태 엮고, 아르케 펴냄.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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