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냐구요? 전 낙천적인 사람이예요.”

노동사회

“힘드냐구요? 전 낙천적인 사람이예요.”

admin 0 3,564 2013.05.12 06:55

syim_01%20%282%29.jpg이번 호 ‘독자와함께’를 위해 한국자활후견기관노동조합 사무국장인 송현정 회원을 만났다. 처음 인터뷰 섭외를 할 때 너무 많이 난처해 하길래, 만나자마자 그 이유를 물었다.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란다. 사실 ‘자활후견기관’이란 게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긴 하다. 

자활후견기관은 2000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활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비를 그냥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종의 공공부조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현재 자활후견기관에서 일하는 실무자들도 지역운동과 빈민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운동도 하고 월급도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직률이 높아 평균 근속월수가 대충 18개월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급자들 자존감 되찾아주는 자활활동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의 쑥스러워 하는 모습은 어디 갔나 싶게, 인터뷰를 하는 송현정 회원의 모습에서는 노조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정작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는 아꼈다. 자연인 송현정보다 자활노조 사무국장 송현정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서일까? 

“어떻게 하다 자활노조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지금까지 인생을 사람 중심으로 살아왔어요.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지금 이곳에 있게 됐네요.” 거듭된 나의 질문에 송현정 사무국장이 어색해하며 들려준 말이다. 글로 옮겼을 때 어쩌면 공허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이 대답이 그 자리에서 듣는 내게는 정말 자연스럽게 들렸다. 

송현정 회원은 수급자들과의 만남과 연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기존 사회체제로부터 소외된 수급자들은 자활활동을 통해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되찾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를 돕고 인간적으로 대접하면서 연대의식과 자신감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함께 느끼는 기쁨이 자활 활동가들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했다. 

좌충우돌할 때 도움이 된 노동사회

송현정 회원에게 과연 『노동사회』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물어봤다. “『노동사회』는 잘 읽고 계시나요?”
“처음 노조를 만들고 이것저것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데 벅차하다가, 아는 사람을 통해 연구소를 알게 되었어요. 무턱대고 찾아갔죠. 그런데 친절하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연구소와의 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다가 회원에 가입했습니다. 

처음 『노동사회』를 받았을 때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재미있게 읽고, 왜 그전엔 이런 책을 모르고 있었을까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예전 『노동사회』 뭉텅이가 월별로 가지런히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거예요. 하하하, 그 책들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어쨌건 덕분에 집에 있는 예전 책들도 다 읽게 됐죠. 

지금도 『노동사회』가 나오면 꼼꼼히 다 읽어요. 그런데 연재기획기사가 없는 게 아쉬워요. 어떤 한 사안을 잡아서 심층 취재해서 연재하면 더 흥미 있는 읽을거리가 될 텐데요. 참,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달의 시’도 좋아합니다.”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참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송현정 회원이 순한 표정으로 “전 낙천적인 사람이예요.”한다. 어쩌면 공허한 것 같은 이 말 한마디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