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운동사 1∼6권

노동사회

한국노동운동사 1∼6권

admin 0 4,267 2013.05.1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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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운동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87년 노동자대투쟁을 떠올릴 것이다. 국가의 노동배제적이고 억압적인 성격으로 인해 노동(조합)운동이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게된 것이 불과 20년 안팎의 일이다. 국민의 시야에 드러난 세월은 짧을지언정, 노동(조합)운동의 실제 나이가 짧은 것은 아니다. 노동계급이 없는 자본주의란 자본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봉건사회를 지나 노동계급이 형성되던 시기부터 노동(조합)운동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감히 역사적 필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운동사는 미래의 원천

이번에 소개하는 『한국노동운동사』1∼6권은 조선후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역작이라 할 만하다.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한 저작들이 80년대 이후의 노동운동에 집중된 나머지 노동계급의 형성과 성장을 초기부터 일관되게 서술한 책이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가뭄 뒤의 단비처럼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 몇 권 나온 것 가지고 왜이리 호들갑이냐고 핀잔을 할 수도 있다. 현재의 노동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들어 '옛 이야기'보다 앞이나 제대로 보라고 꾸중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결코 미래를 피해보고자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애써 변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노동운동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현실적 접근으로 연구된 노동운동사 연구는 노동운동의 바른 방향이나 실천 활동의 지침을 제시하여 노동운동을 바로 세우는 지혜의 원천"이라는 책 속의 문구처럼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아이디어를 찾아 독서삼매에 빠져 보자.

120년의 한국 노동운동

공업화와 함께 시작된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는 1876년 개항을 출발점으로 삼는 한국 근대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노동운동사』제1권은 개항부터 3·1운동까지 '근대적 노동운동'의 모습을 갖추지 않았지만, 막 형성되기 시작한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어난 자연발생적인 노동자 운동을 다루고 있다. 자연발생적 노동자운동이 노동조합운동의 형태로 바뀌기 시작한 1920년부터 1945년까지를 다룬 제2권은 식민지적 착취에 대항하는 반봉건적 민주화 운동, 반침략에 저항하는 민족주의 운동의 모습을 띤 노동운동의 역사를 다룬다. 광복과 함께 노동조합운동도 공산주의계열의 전평(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와 대한노총(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으로 나누어졌다. 하지만 미군정 하에서 전평은 탄압을 받고, 불법화 되었으며 대한노총은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유지되었다(제4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를 다루는 제4권은 이념대립에서 승리한 대한노총이 노동대중의 유일한 대변자가 되어 맞이한 노동운동의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60년대 후 경제개발기의 노동운동은 격심한 노동문제 발생과 공권력 개입으로 분열과 혼탁의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노동운동은 미약했고, 비인간적 기업경영은 노동운동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숨통이 막힌 노동문제가 결국 전태일의 분신을 계기로 비합법적인 극한 투쟁으로 폭발했다. 이를 계기로 과거와 다른 새로운 노조운동이 싹트기 시작한다(제5권). 경제개발기 억눌렸던 노동자들의 요구가 폭발하고, 시민들의 저항이 정점에 달했다. 그리고 87년의 민주화 투쟁과 노동자 대투쟁은 정부의 민주화선언으로 나타났다. 이 단계를 경과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조직과 투쟁, 운동노선, 정치세력화의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고양을 이뤄낸다(제6권).

120년의 노동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노동운동이 지금은 어떠한가. 노조조직률은 10%대에서 옴짝달싹 하지 않고 있고, 산별노조체제로의 길은 더디기만하다. 외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임금을 비롯해 노동조건의 격차가 하늘과 땅이다.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정부와 사용자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도 그리 효과가 없어 보인다. 노동운동이 직면한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120년 노동운동의 역사가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를 해법의 열쇠를 찾기 위해서라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지식마당 펴냄)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