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열심히 한 덕분에 하게 된 노동운동

노동사회

숙제 열심히 한 덕분에 하게 된 노동운동

admin 0 3,273 2013.05.12 07:13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주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과 어떻게 해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묻게 된다. ‘독자와함께'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도 당연히 현재의 자리에 있기까지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게 된다.

syim_01_5.jpg노동운동으로부터 ‘웰빙바람’ 불 수 있었으면

그런데, 그다지 ‘성실하지 않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 그러리라 생각해왔던 나로서는 유정엽 회원이 한국노총에 들어가게 된 얘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유정엽 회원이 노동에 관심을 처음 갖게 된 것은 “숙제를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한다.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수강하게 된 노동관계법 수업에서 노동관련 신문기사를 조사하는 숙제가 주어졌는데, 그 숙제를 하면서 재미를 느낀 것이 작은 계기가 되어 대학원에 가서도 노동법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노총에 들어간 것이 1997년이라고 하니 햇수로 벌써 8년이다. 그가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책과 운동의 조화를 이루는 문제라고 했다. 정책이라는 것이 책상에 앉아서만이 아니라 조직 활동과 조화를 이룰 때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 만들어지는데, 본인에게는 그러한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정엽 회원은 외부 회의나 토론회에 자주 참가하고, 또 활동가들과의 만나서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곤 한다고 했다.

“이런 말하면 ‘개량’이라고들 하지만, 노동운동은 제도개선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우리는 대강 몸으로 때우는 경향이 있는데, 소음이나 먼지 등 작업환경 검사를 해서 노동자들이 쾌적하게 노동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거든요. 작업환경이 좋지 않으면 누가 가서 일을 하겠어요.”

요즘의 관심사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한다. 유정엽 회원은 노총 산재안전본부에서도 일을 맡고 있다. 광고마다 유기농이니 뭐니 하며 ‘웰빙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마당에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먼지 덜 먹고, 시끄러운 소리 덜 들으려면 발버둥을 쳐야한다고 생각하니 좀 씁쓸해졌다.

“『노동사회』 정도는 봐야지!”

유정엽 회원이 『노동사회』를 만난 것은 대학원 다닐 때부터였다고 한다. 정말 오랜 독자다. 어떻게 해서 회원에 가입하게 됐냐고 물으니, 당시 『노동사회』 편집실장의 강권 때문이란다. 한국노총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만난 당시 편집실장이 한국노총에서 정책일을 하려면 이 정도는 봐야한다며 으름장(?)을 놨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노총 자료실에 『노동사회』가 들어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회원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면 소탈하게 웃었다. 

그는 앞으로 『노동사회』가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월간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유정엽 회원 자신도 노동계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계속 할 생각이라는 말도 조용히 덧붙였다.

유정엽 회원을 만난 날은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던, 장마 막바지였다. 그 내리치는 빗줄기 속에서도 의연한 나무들처럼, 『노동사회』와 유정엽 회원 모두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