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갈 청소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쌍둥이 사이에서도 세대차이가 존재한다는데, 학교를 졸업한 기억이 어느새 훌쩍 멀어진 내가 그걸 알고 있기는 힘들다. 마침 연구소 회원 중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일명 ‘하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최수정 회원이 있어서 이달의 ‘독자와함께’를 위해 만났다.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보통 저녁 10시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학교 끝나고 오는 아이들과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란다. 해서 토요일 오후 영등포로 향했다. 하자센터는 서울 시내 건물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운동장과 열린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너른 공간이 있어서 보기 시원하다고 했더니 앞으로 이곳을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태공원을 만들 예정이란다.
근사한 수풀과 휴식공간을 제공해줬던 우리 연구소 옆 선교원은 90년 역사를 지녔음에도 곧 철거될 예정이다. 그 자리에 삭막하게 높은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공원을 만든다니 많이 부러웠다.
다양함 속에서 성장하는 ‘하자’ 아이들
하자센터는 1999년 12월부터 출발해서 청소년들에게 음악, 영상, 미술 등에 대한 교육을 해 왔고, 2001년 9월부터는 낮 시간에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안학교에서는 디자인, 영상, 웹, 음악 등 세부 전공으로 들어가기 전 첫 학기에, ‘길찾기’라는 인문학, 철학, 등 기초 교양과 관련된 학습을 먼저 실시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곳 아이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근래에는 성미산 살리기 운동, 전쟁반대, 선거권 낮추기 운동 등에 동아리별로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센터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는 최수정 회원은 근속 년수로는 최고 고참이다. 일을 하면서 어떤 걸 느끼냐고 물으니 어색한 듯 웃는다. “센터를 만들 때, 이곳이 시립으로 운영되다 보니 시청 직원들과 만나는 일이 많았어요. 그때는 실은 행정처리를 위해 서류를 준비한다든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맞추는 것이 센터프로그램 기획보다 더 힘들었죠. 지금은 많이 익숙해지긴 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가장 보람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아이들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에요. 돌아보면 부쩍 커져있어요. 그런 걸 볼 땐 아이들이 참 대견스러워져요. 마치 제가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다양한 목적을 가진 청소년센터들이 많이 있어요. 쉼터의 역할을 하는 곳,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곳 등등이요. 여기 하자센터는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고, 일종의 대안적인 학습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대안학교는 아이들이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일반 학교에 비해 많이 자유스럽고 열려있어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안주하는 버릇이 들지 못하도록,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외부활동을 많이 내보내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꼬박꼬박 읽어보는 세계노동운동사
“저 아는 것 없어요”라고 잡아 때던 최수정 회원을 계속 추궁하자 오래된 회원답게 『노동사회』의 과거가 술술 나온다. 표지 변천사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없어진 노동영어, 만화이야기 등등. 그래도, 딱딱하단다.
“『노동사회』는 노조 간부들 대상인거죠? 아무래도 제가 읽기에는 사실 딱딱해요. 그렇다고 저 읽기 좋으라고 『작은책』처럼 부드럽게 해달라고 할 순 없잖아요. 『노동사회』같은 전문 서적도 있어야죠. 하지만 ‘세계노동운동사’는 꼬박꼬박 챙겨서 보고 있어요. 제일 재미있거든요.”
솔직히 처음에는 청소년센터라는 곳이 소위 ‘비행청소년’들만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센터에서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니 ‘탈학교청소년’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참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에는 주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제도 교육 내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공간이 없는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오히려 최수정 회원 세대보다 자신의 의사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고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학교 외부 활동에도 열심히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요즘 아이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지 않단다.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