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단결활동과 사용자의 지시권

노동사회

노동조합의 단결활동과 사용자의 지시권

admin 0 5,032 2013.05.12 07:32

Ⅰ. 문제의 소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는 대부분 기업별 노조로 이루어져 있고, 노동조합의 단결활동은 기업의 업무와 명확하게 분리하여 전개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기업별 노조 하에서는 노동조합의 단결활동이 대부분 기업시설 내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업무시간 중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단결활동이 사용자의 ‘노무지휘권’, ‘업무명령권’, ‘시설관리권’ 등으로 대표되는 사용자의 지시권과 충돌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노동자는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보면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하는 지위에 있지만 노동조합 측면에서 보면 그 개별노동자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서 단결활동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 제81조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유형별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사용자의 지시권을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단결활동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형성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지시권이 시민법적인 소유권과 계약자유의 원칙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반면에, 노동자의 단결활동 권리는 사용자의 현실적인 힘의 우위에 대항하기 위해 실정법과 단체협약으로 명문화하여 보장하는 것이다. 대체로 헌법과 노조법이 추상적·일반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단결활동의 권리 내용은 사용자의 지시권과 대립을 전제로 형성된 노사관행의 범위 내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자주성은 오늘날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자주적인 조합활동이란 원칙적으로 업무시간 외에 기업시설 밖에서 행하면서 사용자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한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배제하는 단결활동인 쟁의행위도 질서 있는 집단행동에 그치고 사용자의 기업시설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만 정당화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의 단결활동과 쟁의행위의 준비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은 업무시간 중에 기업시설 내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노동조합의 ‘단결활동’과 전형적인 지시 거부인 ‘쟁의행위’가 사용자 지시권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노동조합의 활동으로서 행하는 사용자의 지시권에 대한 거부의 법적 정당성 문제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Ⅱ. 노동자의 단결권과 사용자의 지시권

노동자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통해 사용자의 지시권 남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노동자가 개인으로서 지위에서 행하는 활동 또는 그와 유사한 활동에 해당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조합의 단결의사에 기초한 조합활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단결활동으로 인정되므로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된다.

통상 노동자는 사용자 지시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에 노동자가 이를 개인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에 반해,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용이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사용자 측에서 조합원인 노동자와 대립하기 위해 지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지시권과 노동자의 단결활동은 상호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고, 결국 사용자의 지시권은 노동자의 단결활동에 관한 헌법 제33조의 ‘단결권 보장’에 따라 특별한 제약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을 근거로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행위에 관해서 민사면책(제3조)과 형사면책(제4조)을 인정하고 있고, 그와 같은 정당한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침해적인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서 유형화하여 금지하고 있다(제81조). 노동자의 행위 중에 단결활동의 성격을 가진 행위, 즉 조합활동에 대해서는 이를 특별한 권리로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지시권에 관해서는 개별적인 노사의 합의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명확하게 법적 근거가 존재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의 지시권은 권리남용의 관점에서는 부당노동행위로서 금지되는데, 이는 단결활동과 관계에서 사용자의 권리남용에 대해서 유형화한 것으로 본다. 현행 노조법 제81조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분류되는 불이익취급, 교섭거부, 지배개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사용자에 의한 단결권 침해의 종류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만을 예시하여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중에서 특히 불이익취급이나 지배개입에 해당하는가 사용자의 지시권과 관련해서 문제가 된다.

먼저 ‘불이익취급’은 사용자 지시의 거부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행위 와중에 행사되었음에도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기타 업무상 지시위반을 이유로 징계처분 등을 행하여 불이익하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지배개입’에 해당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결성 또는 노동조합의 운영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자가 지시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Ⅲ. 노동자 쟁의권과 사용자 지시권

노동자의 단결활동인 쟁의행위는 헌법상 노동자의 권리로서 인정되고 있다. 이는 사용자 지시권과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사용자의 지시권에 대한 집단적 거부에 해당하고 사용자의 노무지휘나 사업장질서에 전면적으로 대립하는 쟁의행위가 헌법상 권리로서 인정된다는 것은, 사용자의 지시권이 근로계약 이외에 외부적인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도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쟁의행위는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근로관계가 정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쟁의행위의 종료 후에 원래의 근로계약관계는 부활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근로계약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명령은 언제나 유효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기간 중에는 그 지휘명령의 효력이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 지시권과 관련하여 쟁의권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것은, 쟁의행위에 대해 징계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은 대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면제이고, 민사면책은 주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책임 면제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쟁의행위에 대한 징계책임을 면제에는 개별적 노동관계에 있어서 사용자의 지시 거부에 따른 노동자 개인의 책임이 배제되는 것도 포함된다.

한편, 쟁의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징계처분하는 것은 노조법 제81조의 불이익취급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즉 노동자가 단결활동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이탈한 경우, 그 이탈은 개별적·자의적인 이탈과 구별되는 단결권 행사로서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와 같이 노동자의 단결활동 중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의 지시권이 크게 제한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의 기반이 약하고 쟁의행위참가자가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손해배상의 청구보다는 쟁의행위참가자에 대한 징계처분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지시권에 대해 큰 제한을 가하는 것이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Ⅳ. 노동조합의 단결활동으로서 사용자 지시권 거부

사용자의 지시권에 대한 거부는 대체로 개별적인 거부와 집단적인 거부로 구분된다. 또한 노동자의 개별적 거부와 달리 노동조합의 집단적 거부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경우(쟁의행위)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뉘게 된다. 다음에서는 사용자 지시권 거부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각각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구체적인 노무제공에 관한 사용자 지시권의 거부

사용자의 지시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 문제가 되는 사용자 지시의 유형에는 ‘노동의 종류와 범위’에 관한 것으로서 배치전환, 전직, 출장, 사내교육참가 등이 있고, ‘근로시간’과 관련된 것으로서 잔업근무, 휴일출근, 조기출근 등이 있다. 여기서는 이와 같은 부문에서 사용자의 지시에 대한 거부가 조합활동의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1) 노동의 종류와 범위에 관한 사용자 지시권의 거부
근로관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노동의 종류와 범위는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고 노동자는 그에 합당한 노동을 제공한다. 이러한 노동의 종류와 범위는 근로계약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한다. 사용자는 노동자의 노무제공에 관한 지휘명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그러한 지시를 거부하는 경우, 근로계약의 위반과 직장규율의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지시의 거부가 집단적으로 이뤄져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집단적 의사에 의한 거부, 즉 쟁의행위에 해당된다.

사용자 지시권의 법적 근거는 근로계약에서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러한 사용자의 지시가 근로계약의 내용의 구체화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물론 사용자의 지시권이 근로계약 등에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의 단결활동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부당한 사용자 지시의 경우 권리남용으로서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노조법 제81조 소정의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 문제되는 것은 첫째로 사용자 지시권이 단결활동의 중심적 멤버를 대상으로 행사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노동조합의 대표나 집행부 등 핵심간부에 대한 배치전환을 들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조합의 간부가 없는 것은 단결활동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적어도 사전에 그러한 사실을 노동조합에 통고하여 협의할 의무가 있고, 그러한 의사를 묻지 않고 행한 배치전환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는 조합원인 경우에도 조합의 방침에 따라 사용자의 지시를 거부한다면 당연히 그 거부도 ‘정당한 조합활동’으로서의 행사라고 본다.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하여 반조합적인 사내교육참가를 명령하고 노동조합이 조합원에 대해 참가를 거부하도록 호소하는 경우와 배치전환을 명령받은 조합원이 노동조합과 함께  집단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시권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용자는 노동조합과 근로조건에 관하여 교섭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사용자의 지시권을 강행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노사대등의 원칙을 정하고 있는 점(제3조), 노조법이 단체교섭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두고 있는 점, 즉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고, 교섭을 거치지 않은 사용자의 지시권은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성실한 교섭의무에 위반하게 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연하다.

그러나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노동의 종류와 범위는 근로계약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라 하더라도 노동자를 대신해서 그 변경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원칙적으로 노동자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의 개입은 그러한 노동자의 진정한 의사를 가능한 한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2) 근로시간에 관한 사용자 지시권의 거부
앞에서 살펴본 노동의 종류와 범위라는 측면에서는 노동자 개인의 의사가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데 반해, 근로시간이라는 측면에 관해서는 노동조합이 일정한 범위에서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 노동의 종류와 범위라는 측면은 노동자 개인의 구체적 사정과 의사에 직접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단체협약 등 집단적 근거에 기초하여 규율하는 것이 곤란한데 반해, 일반적으로 근로시간은 사업장과 그 하위단위의 집단적 규제와 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체협약 등에 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노동자 개인의 사정에 관계없이 작업시간을 정할 수 있고 권리남용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경우에 노동자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노동자가 책임을 묻지 않고 사용자의 노무지휘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쟁의행위로서 명확한 집단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한하게 된다.
그러나 종래의 관행을 변경하는 경우와 근로기준법 등의 최저기준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자의 예로서는 시업시간과 휴게시간을 종전보다도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혹은 기계에 배치된 인원을 삭감하는 경우가 있다. 또 후자의 예로서는 잔업명령과 휴일출근명령이 있다. 이 후자의 경우에는 업무명령의 법적 근거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 노동자의 의사와 사정을 배려하는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결국 잔업명령에 관해서, 근로기준법상 최저기준인 1일 8시간 이상의 노동을 노동자에 의무지울 수 있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근거뿐만 아니라, 개별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조합원에 대해서 잔업거부를 하달했을 때, 이미 개별노동자가 합의를 기초로 잔업업무를 하고 있는 경우는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쟁의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와 달리 개별노동자가 잔업에 관하여 합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용자의 업무와 관련하여 그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쟁의행위가 아니라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하게 된다.

2. 노동자의 성실종사의무와 관련된 사용자 지시권의 거부

사용자의 지시권과 조합활동이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례로서 업무시간 중의 조합활동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체로 노동조합이 기업을 기초로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기업의 직원으로서 역할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활동이 사업장 즉 기업시설 내에서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서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고, 쟁의행위의 준비단계에서는 거의 업무시간 중에 단결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원의 활동은 일반적인 활동으로서 조직활동, 단결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리본부착과 같은 단결활동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업무시간 중의 조합활동에 관해서는 그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경우에 일괄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ⅰ) 쟁의행위 ⅱ) 조합활동 ⅲ) 노동자의 개별적 행위의 3가지 유형 중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 활동이 단결의사에 기초한 집단적인 행동이라면 조합활동으로서 평가를 받고, 사용자의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쟁의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업무시간 중의 조합활동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명확히 인정되고 있는 경우, 조합활동 중인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작업을 명령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 또한 업무시간 중의 조합활동에 관하여 계속적으로 묵인해 온 관행이 있는 경우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은 권리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즉 종래의 관행에 반하는 지휘명령이 노동자의 단결활동을 침해할 경우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업무시간 중의 조합활동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에 그 한도에서는 정당한 집단적 행동이고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업무에 특별히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에게 업무 중 리본을 부착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경우, 이와 같은 명령은 업무상의 필요에 기초하지 않은 사용자의 권리남용적인 명령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더욱이 불이익취급과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크다고 볼 것이다.

그런데, 업무시간 중에 노동자는 업무에 성실히 종사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시간 중에 조합활동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판례와 학설의 태도이다. 노동자는 근로계약에 따라서 근로시간 중에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여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업무시간 중 노동제공이외의 조합활동은 성실종사의무에 위반하여 ‘근로계약에 따른 채무내용’에 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실종사의무에 관해서는 근로계약상 당연한 의무로만 보지 말고, 좀더 엄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근로계약에 기초한 노동의무는 확실히 사용자의 노무지휘 하에서의 노무제공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그 제공은 전면적으로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 행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제공의 양태에 따라 노동자의 자유로운 재량에 의한 노동도 인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택시운전사, 보험모집인, 세일즈맨 등과 같은 성과급의 비중이 높은 임금형태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이 단지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노동자에게 노동의 제공에 관하여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자는 근로시간에 따라 구속되기보다 임금형태에 기초한 별도의 요인에 의해 구속된다. 그러나 성과급 외에 고정급의 보장이 있는 경우 노동자는 소정의 근로시간에 업무에서 이탈하는 경우에는 그에 상당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된 이탈은 노동자의 권리행사라는 적극적 측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통상의 조합활동이라면 사용자는 노동자의 재량으로서 인정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노동의 제공에 관하여 일정한 범위에서는 노동자에게 자유로운 재량이 인정되고 있다. 때문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지 않는 한, 업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 결국 사용자는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여 구속할 수는 없는 것이고, 업무상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합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지휘명령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노동자의 단결권 침해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Ⅴ. 결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자의 단결활동의 보장은 사용자의 지시권과 대립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자의 단결권, 쟁의권과 같은 헌법상의 권리는 그 법적 근거를 근로계약에 두고 있는 사용자의 지시권으로 인해 침해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계약상 사용자의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단결활동이나 쟁의행위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자가 지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서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의 개별적인 사용자 지시권의 거부는 노동조합의 단결활동과 관련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행한 사용자 지시권의 거부는 사용자의 부당한 지시이거나 노동자의 타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