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근로자성 인정 사건의 쟁점과 의미
최혜인(법무법인 여는)
2019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야근과 잦은 외부 일정으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저녁 시간대 강의까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식사시간도 없이 부랴부랴 강의장에 도착해 2시간을 서서 강의를 하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식은땀이 났습니다. 집까지 갈 힘이 없던 찰라, 친구의 도움으로 ‘타다’를 처음 타게 됐습니다. 약속한 장소와 시간에 차량이 도착했고, 자동으로 문이 열렸습니다. 넓고 어둑한 내부가 일반 택시보다 편했습니다.
뒤로 살짝 젖혀진 의자에 눕듯이 앉았는데, 기사님은 행선지가 OOO이 맞냐고 물었습니다. 맞다고 대답하자 안전벨트를 하라고 했고, 벨트를 했으면 출발하겠다고 알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실내온도와 라디오 볼륨은 어떤지 물었습니다. 계속 대화를 해야 하는 건가 불편해지려 했지만,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실내온도는 적당했고 미니 가습기로 습도 조절까지 됐으며, 좌석에는 열선 시트가 설치돼 따뜻했습니다.
타다에 대한 기억
동네가 보일쯤, 기사님은 거의 도착했으니 소지품을 챙기라고 알렸고, 집 앞에 도착하자 실내등을 켜주셨습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인사했고, 자동문이 열렸습니다. 표준화된 듯한 기사님의 서비스 덕분에 컨디션이 한결 좋아져 타다와의 만남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 3월 국회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타다 서비스가 중단됐고, 더 이상 거리에서 타다 차량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순식간에 타다는 사라졌지만, 얼마 후 2020년 5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으로 다시 타다를 만나게 됐습니다. 타다 드라이버로 근무하다 인원 감축 통보를 받은 A씨의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이었습니다.
초심 판정을 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판정을 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인원 감축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것입니다. 그러자 타다 서비스를 운영한 주식회사 쏘카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했고, 1심에서 근로자성이 부정됐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됨과 동시에 A씨에 대한 인원 감축 통보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타다 사업 구조와 이 사건의 등장인물
타다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타다 사업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타다는 구(舊)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응하여 자동차를 대여하고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사업입니다. 기존에 주식회사 쏘카(A)가 소유하고 있던 11인승 카니발 차량을 승객(E)에게 대여하고 운전자(D)를 알선해 승객에게 운전 용역을 제공(C)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승객이 차량 대여, 운전자 알선, 요금 수납 등이 이루어집니다(B). 이 구조를 토대로 이 사건의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 주식회사 쏘카: 자동차대여사업을 영위하는 타다 운영 주체
B. VCNC: 주식회사 쏘카의 자회사로 플랫폼 개발 및 운영을 하며 주식회사 쏘카와 예약중개계약을 체결. 승객의 서비스이용대금에서 예약중개수수료를 제하고 주식회사 쏘카에 지급
C. 협력업체: 운전용역을 제공하는 업체로 주식회사 쏘카와 운전용역계약을 체결
D. 드라이버: 타다 차량을 운행하는 자로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
E. 임차인: 타다 차량을 임차한 자로 승객을 의미. 협력업체에게 운전용역을 제공받고 플랫폼을 통해 VCNC에 서비스이용대금을 지불
드라이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주식회사 쏘카와 VCNC는 드라이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드라이버를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고 △이들은 취업규칙 등을 적용받지 않으며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하였고 근무내용도 스스로 결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운전용역의 대가로 지급받는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 임금이 아니며 △전속성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①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있었음
운행 시간 도중 타다 서비스 이용자 외에 다른 승객을 유치하거나 다른 사람을 승차시킬 수 없는 등 타다 앱이 정한 틀을 벗어난 업무 수행은 불가능했습니다. 드라이버는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이용자가 배차되면 15초 이내 배차를 수락한 후 탑승지로 이동하여 타다 앱 로직에 의한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운전 업무를 했습니다. 각 서비스 단계에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멘트가 있었고, 그 외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드라이버 에티켓을 준수해야 했습니다. 타다 차량을 이용했을 때 느꼈던 표준화된 서비스는 VCNC에 의해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또한 VCNC는 타다 서비스를 균질화하고 표준화하기 위해 협력업체들에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매뉴얼, 근무규정을 제공했습니다. 협력업체는 이에 따라 드라이버를 교육했는데, 여기에는 타다 앱 사용 방법, 주행 전 체크리스트, 운행 중 특수 상황별 대처 방법, 복장 등 운전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숙지해야 할 내용뿐 아니라, 차량 외부 세차 상태, 백미러, 범퍼, 손잡이, 타이어, 전조등 확인 및 주유와 요소수 보충 등 차량 관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VCNC는 타다 앱과 협력업체에 제공한 각종규정을 통해 노무 제공 과정 전반에 걸쳐 드라이버의 업무 수행방식, 근태, 복장, 고객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입니다.
② 취업규칙 등의 적용
드라이버의 모든 운행 내역은 타다 앱을 통해 자동으로 기록·관리됐습니다. VCNC는 드라이버 레벨제를 시행하면서 근무실적을 평가해 드라이버에게 특별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했고, 매달 근태관리 리포트를 작성해 협력업체에 교육을 지시했습니다. 심지어 VCNC는 차고지에 불시에 방문해 드라이버의 복장 점검을 했고 복장가이드를 위반한 드라이버의 알선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VCNC가 협력업체에 제공한 교육자료와 표준가이드라인은 협력업체가 드라이버를 교육한 자료가 됐고, 근무규정이 됐습니다. 또한 VCNC가 직접 차고지에 방문해 드라이버에게 보수 교육과 성인지(性認知) 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드라이버가 준수해야 하는 취업규칙이 존재했고, VCNC가 운영한 드라이버 레벨제는 드라이버가 근무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사실상 유인으로 작동했습니다.
③ 근무시간과 장소의 결정
VCNC는 매주 협력업체에 차고지별 운행시간과 운행표가 적힌 배차표를 배부하고, 협력업체는 드라이버들에게 매주 목요일 자정까지 다음 주 희망 근무요일과 차고지, 근무시작 시간과 종료시간을 선택해 배차 신청을 받았습니다. 얼핏 드라이버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협력업체는 10시간(하루) 근무자를 1순위로 배치해 드라이버가 10시간의 근로를 제공하도록 유인했습니다.
드라이버가 차량을 배차 받으면 배차시간 동안 근로할 의무가 생깁니다. 만약 드라이버가 일정 회수를 초과해 배차 스케줄 변경을 요구하면 계약이 해지되는 등 제재가 따랐습니다. 운행시간 도중 배차 수락 여부도 드라이버가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무규정에 따르면 배차 미수락은 경고, 교육, 계약해지 사유였습니다. VCNC는 배차 미수락을 드라이버 레벨제 평가요소로 고려해 특별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데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즉 근무시간과 근무수락 여부에 있어 드라이버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라이버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④ 전속성
이 사건의 신청인인 드라이버는 드라이버로 일하면서 일정기간 겸업을 했습니다. 주식회사 쏘카는 이를 이유로 전속성이 없으니 근로자성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겸업이 가능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드라이버의 직전 주 근태와 근무 기간에 따라 배차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드라이버 레벨(level)제가 평가 요소로 고려되는 등 사실상 계속 근무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겸업은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⑤ 보수의 근로대상성, 독자성
무엇보다 드라이버는 운행 시간당 1만원을 받는 시급제로, 근무시간에 비례한 보수를 받았습니다. 차량과 내부 비품 모두 주식회사 쏘카 소유였고, 세차비와 주유비 등 모든 부대비용을 주식회사 쏘카가 부담했습니다. 드라이버는 제3자를 고용해 배차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고 타다 앱이 지정한 이용자 외에 다른 승객을 승차시킬 수 없는 등 추가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도 없었습니다.
복잡한 계약관계에서 사용자 찾기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누구일까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 사건의 피신청인은 주식회사 쏘카, VCNC, 협력업체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그중 주식회사 쏘카를 이 사건의 사용자로 인정했고,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식회사 쏘카는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더라도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사업자로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채용해 관리하는 등 근로관계 전반에 걸쳐 실질적 권한을 보유하고 행사했으므로 실질적인 사용자라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협력업체는 드라이버와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기는 하지만, 이는 주식회사 쏘카와 체결한 운전용역 계약에 따른 것이고, 독자적으로 드라이버의 임금, 근로시간, 업무내용 등을 정할 수 없었습니다. 협력업체의 주된 사업내용은 타다 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운전인력을 모집해 공급하고 보수를 전달하는 것 정도여서 법원은 독자적인 노무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VCNC 역시 주식회사 쏘카와의 예약중개계약에 따라 타다 앱과 연관된 타다 서비스 운영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일부 위탁 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VCNC는 주식회사 쏘카로부터 타다 서비스 이용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만 받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의 사용자를 주식회사 쏘카로 판단했습니다. 주식회사 쏘카는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 협력업체로부터 드라이버를 공급받아 VCNC를 통해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했던 것입니다.
타다 사건의 의미
이 사건에는 쟁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척(除斥)기간입니다. 재심 단계에서 당초 이 사건의 피신청인은 VCNC 였습니다. 사건이 진행되던 중 신청인은 협력업체를 피신청인으로 추가했다가 제외했고, 다시 주식회사 쏘카와 협력업체를 피신청인으로 추가했습니다. 여러 차례 당사자 변경을 통해 주식회사 쏘카, VCNC, 협력업체가 피신청인이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주식회사 쏘카는 제척기간을 도과한 후에 주식회사 쏘카가 피신청인으로 추가됐으므로 구제신청은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대의 고용형태는 점차 다변화되고 있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초 구제신청의 대상이 된 처분을 다투는 범위에서 피신청인 추가, 변경이 허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사건입니다. 타다 사건은 서비스 구조를 알아야 등장인물을 이해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누가 당사자인지 파악해야 하는 복잡한 사건입니다. 그동안 근로자성이 쟁점인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근로자성만 판단하면 됐지만, 이 사건과 같이 다수 당사자가 복잡한 계약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 누가 사용자인지 특정하는 것이 추가적인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을 이용해 2중, 3중 계약을 체결하고 맨 뒤로 숨어버린 진짜 사용자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을 매개로 업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랫폼을 이용한 통제가 단순히 알고리즘에 의한 업무 배정으로 치부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타다 사건에서 법원은 타다 앱을 통해 근로 내용을 결정하고, 앱을 통해 수집한 정보에 기반해 평가가 이루어지는 등 앱을 통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플랫폼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근로자를 관리해 온 방식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라 판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출처: <e노동사회> 202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