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강좌 졸업논문] MZ 교사 ‘김금수 노동운동론’을 만나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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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강좌 졸업논문] MZ 교사 ‘김금수 노동운동론’을 만나다 - 김지현

윤효원 888 08.13 11:11


 

MZ 교사 ‘김금수 노동운동론’을 만나다 

 - 나의 교사노조연맹 활동과 '김금수 노동운동론'


김지현 교사노조연맹 정책국장 



연구소는 2024년 신규 사업으로 노동운동의 이론과 역사와 쟁점을 공부하는 ‘정책강좌’를 개설키로 결의하고, 첫 활동으로 ‘김금수 노동운동론 정책강좌’를 4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진행했다. 10명 모집에 7명이 참여한 ‘김금수 노동운동론 정책강좌’는 수강생들의 열띤 호응 속에 노동운동에서 이념과 노선의 정립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끝났다. <e노동사회>는 수강생들이 정책강좌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바를 ‘졸업논문’ 형식으로 소개한다. - 편집자  




MZ 교사, 노동조합을 만나다  


나는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소위 말하는 MZ세대 교사다. 200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녔고, 2010년대 초중반에 대학교를 다녔다. 민주화운동이나 학생운동, 노동운동은 책으로 배웠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다. MB정권 시절에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고, 그 시기 인터넷 커뮤니티나 정치·사회면 댓글 창에는 전교조와 노조를 때려잡아야 할 악마 같은 존재로 치부하는 글들이 가득했다. 


신자유주의 분위기 속에서 엄청난 입시경쟁에 시달렸고, 사회적으로 육체노동자들을 가리키며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는 말을 많이들 했다. 부모님도 나에게 뒷바라지 다 해줄 테니 아르바이트 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셨다. 덕분에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여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사가 되었다.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이 살면서 교직에 입문했다. 


부푼 희망을 품고 시작한 교직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밀려드는 행정업무 때문에 수업 준비는커녕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때문에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교육청은 학교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사업을 일방적으로 시행했다. 관리자는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며 수많은 업무를 권위적으로 지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답답한 일이 너무나도 많았고, 나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2020년 인천교사노조에 가입했다. 화가 많고 답답함이 많아 조금 목소리를 크게 내다보니 인천교사노조와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에서 간부 활동을 하고 교사노조연맹에서 정책 일을 하게 되었다. 


노조 생활을 하면서 내가 노동운동을 한다는 자각은 없었고, 그저 현실에 닥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급급했다. 그렇게 노조가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 노조가 어떤 활동을 해야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기술적으로 많이 익히게 되었지만, 노동운동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과거에 나와 비슷하게 노조 활동을 하던 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고민을 했을까, 그런 노조 활동들의 사회정치적 배경과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궁금해졌다.



‘김금수 노동운동론’을 접하다


그렇게 교사노조 창립 시기부터 활동을 해 온 지 5년째 되던 올해 초,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김금수 선집: 노동운동론』을 교재로 ‘정책강좌’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하게 되었다. 정책강좌 첫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민주화운동이나 학생운동을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노동운동 이론에 대해서도 책으로만 접했어요. 그래서 더 당당하게 질문하고, 부족한 것은 배워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금수 노동운동론』을 공부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였다. 2023년 7월 18일, 서울 강남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신규 교사가 학교 한켠에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악성 민원과 업무 스트레스로 심각한 고통에 시달렸다는 정황들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전국의 교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많은 교사들이 악성 민원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는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동료 교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매우 컸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교사 집회를 개최하였고, 11차례에 걸쳐 집회가 열렸다. 수많은 교사들이 주말마다 땡볕 아래서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 “가르칠 수 있게 해 달라”고 목 놓아 외쳤다. 교사노조연맹을 포함한 여러 교원단체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법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러한 노력은 국회와 교육부를 움직였고, 결국 2023년 9월 21일, 교권4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다. 이렇게 단시간에 법이 개정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이초 사건과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교직 사회에 엄청난 전환점이 되었다. 



‘2023 교사 대투쟁’과 교사노동자 정치세력화  


이 과정을 교사들은 ‘2023 교사 대투쟁’이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깨달았다. 교사들이 정치기본권이 없어 교육정책에도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시민으로서도 노동자로서도 전혀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을. 뒤이어 2024년 4월 총선에서는 교사노조에서 함께 웃던 선배 선생님이 교직을 사직하고 제22대 국회에 초등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교사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다시는 만들지 않고, 우리나라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이유에서다. 


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에게는 2023 교사 집회가 간접적인 경험이 되었고,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집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매우 큰 연대 의식을 느꼈다. 교사노조 집행 간부로서 교육 현장의 요구가 법과 제도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선배 선생님께서 국회로 진출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자연발생적인 단체행동이 점점 규모가 커져 입법으로 이어지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짧은 시간에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다. 


『김금수 노동운동론』 1부 제목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까지’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2023 교사 대투쟁’의 과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23년 교사 대투쟁이 노동운동사의 일부라는 깨달음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교사노조에서 5년 동안 경험해 온 것들과 역사적 흐름이 겹쳐지는 순간의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교사 정치기본권’ 쟁취를 향해 


내가 존경하는 노조 선배이자 교사 선배가 2023 교사 대투쟁과 교사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과정을 겪으며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우리가 지금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것 같다“. 그 말을 하시는 선배 선생님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설렘과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어렴풋이 그렇구나 했었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우리는 교사들이 크게 연대하고 정치세력화를 이루어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교사 정치기본권 회복’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교사 정치기본권 회복은 교사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위해서도 큰 과제다.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교육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교육정책 수립과 교육 입법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드는 길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길이다. 하루빨리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회복되어 교사가 시민으로서 자유를 되찾고, 진정으로 교육과 사회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길 바란다. 



교사 처우의 악화와 교육활동 침해의 증가로 교사의 63.2%가 이직을 고민 


신자유주의적 사회 분위기에서 자란 내 또래 교사들은 시험점수 1점, 2점에 등급이 결정되던 시기에 교육을 받았고,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이다. 개인의 능력과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교직에 대해 큰 기대와 사명감을 품고 교직에 입문하였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으로 교사에 대한 인식과 교사의 처우는 어떠한가. 교권 추락, 교사 임금과 처우 문제, 청년 교사 퇴직률 증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 하락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에서 실시한 ‘2024년 스승의 날 기념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총 11,359명 응답)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3.2%(7,182명)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교사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4.5%(511명)에 불과하였다. ‘보수 만족도’에 대한 긍정 응답은 단 2%(231명)에 불과하였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2020년부터 실시한 ‘서울교원종단연구’의 3차년도 결과에 따르면, M세대(1980~1989년생) 교사 54.8%, Z세대(1990년생 이후) 교사 66.6%가 이직을 준비 중이거나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직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임금’으로, M세대 교사 응답자의 28.1%, Z세대 교사 응답자의 31.1%가 응답했다. 다음 요인으로는 “교육활동과 관련된 침해행위가 많다”가 뒤를 이었다. 이는 젊은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좌절감과 다른 직군과 비교할 때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년 교사가 그려갈 미래의 노동운동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젊은 교사들은 동료 신규 교사의 죽음을 자신의 일로 여기며 집회를 개최하였고, 적게는 5천 명에서 많게는 30만 명 이상 운집하였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지만, 자연발생적 집회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교사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성과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단체와 노조가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교사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교사노조에 가입하거나 활동가로서 합류하였다. 이 과정 또한 교사 노동운동의 한 역사라 할 수 있다. 책으로만 배웠던 노동운동을 피부로 느낀 것이다. 


‘김금수 노동운동론’을 통해 과거 노동운동의 흐름과 가치를 배우면서, 우리가 노동운동의 역사 안에 있으며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서이초 사건 이전부터 교사노조 간부로 활동해 온 나는 기존에 교사노조 안에 함께 있던 또래 교사노조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2023 교사 대투쟁’ 과정을 거치며 교사노조에 합류한 동료들과 동지가 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앞으로 우리 세대가 펼쳐나갈 미래의 교사 노동운동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기대된다.


출처: <e노동사회> 20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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