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만이 헌정수호의 길이다
이 명 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대한민국은 역사적 전환점에 놓여있다. 윤석렬 대통령의 얼토당토 않은 비상계엄 조치 이후 계속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우리에게 역사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세력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깎아내렸지만, 역사의 진실은 결국 바로잡혔다.
마찬가지로, 현재 보수·우익 세력은 왜곡된 과거 이야기를 되살리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역사는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며, 누가 기록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역사가 정해진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탄핵으로 벌을 받지 못하고 그가 대통령직에 돌아온다면,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반대 세력을 근거 없이 ‘반국가세력’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이러한 거짓이 미래의 진실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는 대한민국을 ‘선거 민주주의’ 국가로 격하시키며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로 분류했다. 이는 공정한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헌법기관을 훼손하려 한 내란 시도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이에 야 5당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무력화 시도를 국제사회에 알리기도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우익 세력은 뭉치고 진보 세력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다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고 있고 광장에는 시민, 노동자와 진보 세력이 모여들고 있다. 탄핵은 단순한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생존이 걸린 싸움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며 헌정 파괴와 노동자 억압 정권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세력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이들은 헌법기관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으며, 집권당의 비호 아래 극우 파시즘 현상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정치학자 신진욱 교수는 파시즘은 공동체의 '적'에 대한 공포와 증오 확산, 애국적 열정 결집, 폭력 행사, 보수 기득권층의 묵인, 그리고 테러 독재 체제 수립의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 안정적인 정당 정치 운영, 강력한 시민사회 연대, 그리고 민주주의, 인권, 평화,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탄핵 이후의 과제 역시 중요하다. 대통령 파면만으로는 내란 세력의 잔재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따라서 헌정 수호와 사회 대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새로운 정치적 이정표를 세워야 하며, 노동계, 시민사회, 진보 세력, 그리고 제도권 정당 간의 폭넓은 연대가 꼭 필요하다. 정치학자 안병진은 “민주헌정주의 연합정치”를 제안하며, 여러 정당이 함께하는 정치를 위한 결선투표제 도입, 시민 참여형 개헌, 그리고 시민 중심의 사회대개혁위원회 구성을 강조한다.
그는 다양한 민주헌정주의 세력이 참여하는 ‘국민경선 플랫폼’ 구축을 통해 연합 정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연합 정치는 세 가지 정치 협약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시민·청년 주도 사회대개혁위원회 설치, 결선투표제와 시민 주도 개헌 추진, 그리고 대선 후 연합정치 운영 및 지방선거 연합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다. 혹자는 아직 섣부른 논의일수 있다고 하고, 제도권 안과 밖 그리고 다수와 소수라는 경계를 타고 미래 정치에 대해 다른 구상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상계엄이라는 헌법 파괴 행위로 탄핵 심판을 받는 윤 대통령의 석방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는 점 그래서 항상 반민주세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 노동운동이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듯이 지금 다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헌정 질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보전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내란 세력 청산, 윤석열 대통령 파면, 그리고 사회 대개혁을 향한 노동운동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3월호. *이 글은 금속노조연구원 칼럼으로 2025년 3월 21일 실린 글입니다.
탄핵, 비상계엄, 헌정수호, 이명규, 노동사회 2025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