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강좌] 지방공기업법 개정을 통한 노동이사제 발전 방향 - 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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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강좌] 지방공기업법 개정을 통한 노동이사제 발전 방향 - 한성욱

() 281 11.26 13:06

지방공기업법 개정을 통한 노동이사제 발전 방향


한성욱 서울주택도시공사 노동이사



연구소는 2024년 사업으로 노동운동의 이론과 쟁점을 공부하는 ‘정책강좌’를 개설키로 결의하고, 그 일환으로 ‘노동이사제 정책강좌’를 6월 18일부터 7월 23일까지 진행했다. 서울시 공기업 노동이사들을 중심으로 8명이 참가하여 노동이사제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e노동사회>는 수강생들이 정책강좌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바를 ‘졸업논문’ 형식으로 소개한다. - 편집자


 

독일 자민당 총리였던 볼프강 미슈니크는 50여년 전에 우리는 정치시민으로서는 ‘주권자’이지만 경제시민으로서는 ‘노예’라는 말을 하였다. 지금 우리 기업과 사회는 어떠한가? 우리는 경제시민으로서 ‘주권자’인가? 대한민국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경제의 민주화’를 천명하였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그런 와중에 2016년부터 ‘노동이사제도’가 서울시를 시작으로 국가기관에 확산되었다.


서울시와 국가의 공공기관 거버넌스는 시민(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시장(또는 대통령)이 모든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를 임명하는 구조이다. 조합원으로부터 선출된 노조위원장이 있지만,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을 담당하는 역할일 뿐이며, 경영참여는 제한적이다. 독과점과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공공기관에서 내부조직원의 경영참여는 철저히 차단된 채 ‘독점경영’이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전직원의 참여로 선출된 노동이사는 헌법에 근거한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고, 그 자체로 독점경영을 넘어서는 헌법에 근거한 경제민주화의 시작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공기업법 개정을 통한 노동이사제도의 강화는 헌법정신의 실현 그 자체이므로 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지방공기업법 개정 방향과 쟁점에 대하여 크게 다섯 가지의 주제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노동이사 대상기관 및 인원


첫째, 노동이사 대상기관 및 인원에 대한 부분이다. 소수의 사용자가 다수의 노동자를 통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대한 많은 수의 노동이사가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노동이사제도의 운영에서 국가공공기관은 공기업·준정부기관만을 대상으로 한다. 327개 해당 국가기관 중 240개 공공기관이 노동이사제도에서 제외되어 있다. 


서울시 공공기관도 노동이사제도를 둘 수 있는 기관 규모를 300명 이상으로 조례가 ‘개악’되었다. 24개 해당 기관의 절반에 가까운 기관이 이 조건에 미달하여 노동이사제도가 일몰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 균형의 추를 바로잡는 첫걸음은 최대한 많은 노동이사를 배출하여 노동이사제도를 일반화하는 것이다. 


국가공공기관 종사자는 45만명이고, 지방공기업 종사자는 5만명이다. 이러한 지방공기업의 규모를 고려할 때, 노동이사 의무 대상기관의 기준은 최소 100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 노동이사 인원은 최소 1명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500명 이상 기관의 경우 노동이사 2명을 임명토록 해야 한다.


내가 노동이사가 되어 이사회와 다양한 경영회의에 참여해보니, 노동이사제도가 잘 되기 위해서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노동이사로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에는 노동이사가 2명이다. 덕분에 이사회 안에서 노동이사의 고립이 방지되고 노동이사간의 상호협업과 상호보완이 이뤄짐으로써 노동이사로 활동하기가 용이하였다. 


또한, 2명의 노동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대하여 역할을 분담하여 대처할 수 있었다. 모두(冒頭)발언을 통하며 이사회 분위기를 혁신함으로써 정책선도가로서 의제설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이사회의 시작과 흐름을 노동이사가 주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방공기업법을 개정하고 시행령과 지침을 만들 때, ‘노동이사의 다다익선’이라는 키워드가 고려되어야 한다.



노동이사의 임명방식


둘째, 노동이사의 임명방식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는 국가공공기관에서 하는 노동조합 추천방법과 지방공기업에서 하는 전직원 투표방식의 2가지 임명방식이 있다. 두 가지 방법은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노조 추천의 경우 조합으로부터 힘을 받을 수 있고, 노동이사에게 부재하는 조직과 인력과 예산의 지원을 노동조합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 전직원 투표방식의 경우 소수노조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의 노동이사 투표를 통해 더 많은 대표성과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두 방식은 모두 장점이 있어 혼용과 취사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돌아보면, 제도의 초기에는 집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노동조합 추천방식이 적합해 보인다. 제도가 뿌리내린 이후에는 헌법 가치인 ‘경제민주주의’를 폭넓게 실현할 수 있는 전직원 투표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이사제도의 가치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노동조합 탈퇴의무 조항의 문제 


셋째, 노동이사의 노동조합 탈퇴 의무조항이다. 이것은 서울시(지자체)와 국가공공기관 사이 불리한 조항들이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다. 2016년 서울시의 노동이사제도 출범 당시에 제도의 빠른 시행을 위해 일종의 타협책으로 생긴 노조 탈퇴 의무조항이 마치 진리인양 국가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그리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서 작은 규모의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외한다는 규정은 다시 서울시로 돌아와 300명 미만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도를 박탈하는 조례 개악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되면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바뀔때마다 또 어떤 불안정과 혼란상이 있을지 걱정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방공기업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악순환구조’를 ‘선순환구조’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에서 노조탈퇴 의무조항을 삭제하면 최선이다. 차선책으로는 노동이사 임기 중 조합원 자격을 정지하는 조항으로 변경하고, 이를 ‘공운법’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공운법에서 더 좋은 개선안을 만들어 이를 지방공기업법으로 선순환하는 순차적인 법제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노동이사 권한: 안건부의권, 임추위 참여권, 감사청구권


넷째, 노동이사 권한의 내용이다. 노동이사가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지만 현실은 ‘무늬만 이사’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지방공기업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최소한 비상임이사의 모든 권한을 회복하고, 한발 더 나아가 감독이사로서의 정당한 권한도 확보해야 한다.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안건은 제한적이다. 노동이사는 경영진의 기관목표 달성과 실적을 위한 정책을 넘어선 정책선도가로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해야 하는 책무를 행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이사에게 이사회 안건부의권을 부여해야 한다.


다음으로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공운법을 보면 내부직원의 경우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으로의 선임이 불가하지만, 비상임이사는 예외로 두고 있다. 이런 공운법의 사정을 볼 때, 지방공기업에서 비상임이사인 노동이사의 임추위 참여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현실적 문제를 떠나 가치적 측면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의 안건부의권과 임추위 참여 등의 권한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특히 중요하다. 정치지도자는 우리 손으로 뽑으면서 우리 일터와 삶터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노동이사가 배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소한 노동이사가 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하여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감시와 견제의 첫걸음일 것이다.  


또한 노동이사의 감독기능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사청구권이 필수적이다. 공운법에도 해당조항이 있는 바, 지방공기업법 노동이사의 권한에 감사청구권을 포함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공기업법 개정 이후 시행령과 지침 등을 세부적으로 다듬을 때 감독이사로서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작업을 끈질기게 시도해야 할 것이다.



독립성 증진을 위한 활동 여건의 보장


다섯째, 서울시 노동이사 조례 제12조는 ‘노동이사의 불이익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 문구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이는 조례 제3조의3 ‘기관장의 책무’와도 연결된다. 기관장이 노동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이런 조항은 조례를 넘어 지방공기업법에도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노동이사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간·공간의 독립, 예산·인사의 독립이 중요하다. 노동이사 활동시간 확대, 전용공간 마련, 회의비(활동 지원비)등 예산의 확보, 그리고 인사배치권한 및 최소한의 근무평정기준까지 보장하는 것이 독립성 실현의 최소조건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이사 임기 동안 직원으로서 직위를 정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노동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오늘은 이사회 안건을 A부장에게 ‘보고받는데’ 내일은 실무자로서 협조 결재를 위해 같은 A부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노동이사로서 관리자를 제대로 견제하기가 어려워진다. 독립성 보장을 기관장, 더 나아가 시장, 대통령의 책무로 상향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법령에 포함해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을 위한 기관장의 책무


아울러 기관장의 책무 중 ‘전문성의 보장’ 항목도 중요하다. 이사회에 참석하여 발언해야 하는 이사이기에, 교육지원 및 정보제공을 통해 노동이사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기본조건이다. 대내외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회사 안팎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기관에서 보장해야 한다.


노동이사의 역할과 업무를 병행하며 느끼는 점은 분명 우리 직원들이 선출해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임명을 받은 자리임에도, 노동이사 역할을 열심히 수행할수록 직원들과의 체감거리가 오히려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제 이사회 이외 다양한 노동이사 활동무대를 확장하고 의무를 추가하여, 직원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이와 연계하여 노동이사 직무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을 지방공기업법 개정 시 논의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적정한 조직과 인력과 예산을 가지는 상임이사로서 ‘노동이사’가 되는 것이 전문성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단, 현행법상 상충하는 부분을 고려하면 최소 준상임이사로 노동이사의 위치를 설정하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서울시조례의 좋은 조항은 법개정에 반영해야


서울시 조례는 노동이사 임기종료 후 부서배치까지도 고려하고, 근무평정에서 최소기준을 설정하고, 기타 조례지침상 규정하지 않은 사항 및 기관 여건상 필요한 사항은 노사협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장 및 기관장의 책무를 규정하고 특히 기관장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공기업법 개정시에도 이러한 서울시 조례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지방공기업법 개정의 원칙과 방향을 설정할 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노동이사의 황금삼각형 모델’을 구상해 보았다. 경제민주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노동자의 경영참여  측면에서 노동이사는 ‘감독이사’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노동이사는 기본적으로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이다. 이사회에서 역할을 다하여 기관의 경영과 사업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노동이사는 노동자들의 이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시작이 노동자이기에 마지막도 노동자의 이사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존재론적으로 직원과 임원 사이를 넘나드는 노동이사이어야 한다.


따라서 ‘독립성을 확보한 감독이사’,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 ‘투명성과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지닌 노동자이사’라는 세 가지 모델이 균형 있게 실현될 수 있도록 지방공기업법에서 기본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노동이사제도의 뼈대를 충실하게 세우는 방향에서 지방공기업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출처: <e노동사회> 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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