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신문고, 업종수준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의 성과와 시사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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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신문고, 업종수준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의 성과와 시사점-이종수

윤효원 110 04.01 11:17


영화인신문고, 업종수준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의 성과와 시사점


이 종 수

노무법인화평(공인노무사, 경영학박사) 

(사)영화인신문고 이사. bellife@naver.com


이 글은 영화산업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로 명실상부하게 자리잡고 있는 <(사)영화인신문고>가 어떻게 성장했고,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 



<비둘기둥지>와 <4부(제작·연출·촬영·조명) 조수 연대회의>


<영화인신문고>는 2001년 인터넷카페 <비둘기둥지>가 개설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영화스태프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었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실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지만 근로감독기관이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감독이나 신고사건을 통한 해결이 어려웠다. 


소위 오분류된 특수형태노동자인 영화스태프들은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카페 <비둘기둥지>로 모여들었다.  <비둘기둥지>는 2001년 4월 “피해사례 게시판”을 설치하고, 다양한 피해와 부조리에 대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 6월 <4부(제작·연출·촬영·조명) 조수 연대회의>를 거쳐, 2004년 6월 23일 <한국조수연대회의>에서 현재의 <영화인신문고>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기존 “피해사례 게시판”의 각종 피해 접수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2009년 <영화인신문고>를 영화산업 노사정 3자(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가 공동운영하기로 하였고, 현재까지 노사정 공동 운영방식이 관철되고 있다. 노사정 3자 공동운영방식의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는 국내외에서 쉽게 사례를 찾기 어려우며,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도 아니다. 


만약 노동법의 사각지대와 조직화가 어려운 취약노동자들이 속한 업종에서 <영화인신문고>와 유사한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가 운영된다면 산업현장의 고충해결과 근로환경 개선, 산업의 지속적 성장·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제3차 영화산업 노사정 이행협약> 


<영화인신문고>의 위상이 더 높아진 것은 2014년 <제3차 영화산업 노사정 이행협약>이 작성된 후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노사정이행협약에서는 △훈련인센티브제도(훈련을 받은 스태프에게 훈련수당을 지급), 4대보험 가입 확대, 표준근로계약서 적용, 영화산업 노사 단체협약 준수, 표준임금가이드라인 공시, 영화근로자 임금 별도관리제(에스크로) 등에 합의하였고, 특히 <영화인신문고>에서 임금체불로 확인한 경우 협약 당사자들(대기업 포함)은 제작사 및 관련자에 대한 투자, 배급, 상영을 금지하기로 합의하였다. 제3차 노사정이행협약의 주요내용은 2015년 영화비디오법 제3조의2 내지 제3조의10에 반영되었다. 


<영화인신문고> 위상 및 권한에 관한 사항이 영화비디오법에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현행 영화비디오법 제3조의9(임금체불 등에 관한 제재)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업자가 영화 제작기간 동안 영화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거나 제3조의4(근로조건의 명시)를 위반한 경우 또는 제3조의5(표준계약서의 사용) 제1항의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 제23조(기금의 설치)에 따른 영화발전기금 지원 등 영화ㆍ비디오물산업에 관한 재정지원으로 수행되는 사업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때 ‘임금을 체불한 자(분쟁중인 자)’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영화인신문고>에 있고 그 근거는 제3차 노사정이행협약이 된다. 



<영화인신문고>의 권한


영화스태프와 종사자들이 제작사 등을 상대로 ‘임금체불’을 신고하면, <영화인신문고> 사무국이 사실 조사를 진행하고, 노사정이 추천한 중재위원회가 사실인정을 할 경우 화해를 권고하게 된다. 그러나 사용자측이 조사에 불응하거나, 화해권고에 불응하면 <영화인신문고>가 해당 제작사 등을 ‘분쟁중인 업체와 자(임금을 체불한 자)’로 지정하고, 관련 협약당사자들에게 공지한다. 


해당 공문을 수령한 협약당사자 특히 상영사측은 해당 제작사가 제작한 영화의 상영을 거부하게 되며,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공기관은 해당 제작사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게 된다. 제작사가 임금체불로 제작한 영화를 극장에 상영하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제작사는 임금 지불 등 근로환경 개선에 스스로 노력하게 되면서, 영화산업의 공정한 제작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2025년부터 <영화인신문고>는 저작권파트 중재위원회를 운영한다. 기획단계의 작가와 감독 등 창작자들이 제작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저작권 분쟁이 2020년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3년 「영화창작자(감독·작가) 창작환경 실태조사」의 시나리오작가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본인 동의 없이 제작자가 단독으로 리메이크 판권 판매 등의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함’ 7.4%, ‘제작사가 약속한 인센티브를 미지급하거나 인센티브의 지급 기일을 지키지 않음’ 5.4%, ‘작품의 크레디트에 부당하게 빠짐’ 8.9% 등 부당한 대우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앞으로 저작권파트 중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화창작자들의 권리보호와 창작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영화인신문고>의 구성과 활동 


<영화인신문고>는 노사정 공동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이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사무국을 운영한다. 사무국에는 4인이 근무한다. 다만, 인건비 예산의 부족으로 사무국장은 주당 2.5일, 접수팀장 주당 3일, 조사팀장과 법률팀장은 주당 2.2일의 급여를 받으며, 실제로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상근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사무국외에 중재위원회에 노사정 추천 7인의 위원과 자문위원회에 변호사·노무사·의사 등의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분쟁 조정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운영위원회와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다. 


통계가 작성된 2004년부터 2024년까지 <영화인신문고>가 접수한 임금체불 총액은 191억원 가량이고, 연평균 9억원 상당의 임금체불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2023년은 연간 13억원, 2024년은 연간 17억원으로 체불총액이 증가하였다. 임금체불 신고사건 수는 지난 21년간 총 1,328건이고 연평균 63건이고 2023년은 연간 164건, 2024년 109건이다.  



<영화인신문고>의 성과


<영화인신문고>는 위와 같은 가시적 성과외에도 임금체불을 하면 안된다는 산업환경 조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러 부당행위 경험을 묻는 질문에 임금체불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31.4%로 매우 높았으나, 「2024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2.9%로 나타나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영화인신문고>에 접수되는 사건 유형이 과거 임금체불 중심에서 저작권 분쟁, 산재보상, 부당해고, 인권, 계약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임금체불과 임금체불 외 기타 사건을 구분하여 살펴보면, 임금체불 사건이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우상향 그래프를 보이는 가운데, 저작권 분쟁 등 기타 신고사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화인신문고>가 저작권파트 중재위원회 운영을 개시한 것도 이와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림1]  영화인신문고의 연도별 사건처리 현황 (단위: 건) 


 


<영화인신문고>의 시사점


첫째, 업종수준 노사정 3자가 공동 운영하는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 모델이 다른 업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서 급여를 체불당하고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는 수많은 특고,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사업이 바로 <영화인신문고>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영화산업과 인접한 방송·영상 제작업과 OTT시리즈 등 제작산업으로 영화인신문고모델이 확장되어야 한다. 영화산업은 지난 20년간 노사정이 협력하여 영화인신문고 등을 통한 제도를 마련하여 자발적으로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만약 방송·영상·OTT 제작산업의 제작환경이 영화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영화제작사는 방송영상 제작사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영화·방송·영상·OTT의 제작업은 그 경계가 흐려진 상태이고, 특히 방송드라마 제작사와 영화제작사는 OTT제작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영화제작사들은 근로표준계약서 작성, 4대보험 가입, 최저임금준수, 주52시간 근로시간 준수, 법정 연장수당 지급, 임금체불에 대한 제재 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다른 제작사들이 이러한 법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면 그 경쟁은 불공정한 것이고, 지키는 쪽이 불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영화산업이 만들어 온 공정한 제작환경이 방송·영상·OTT 제작산업에 동일하게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근로자참여법은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노사협의회 및 고충처리제도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고충처리 문제를 외면하고, 업종수준에서 개별노동분쟁 또는 고충처리에 관한 아무런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30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보호, 근로자 아닌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 업종수준에서 노사정 사회적대화기구로서 개별노동분쟁해결기구의 설치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국회와 정부가 입법과 재정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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