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일반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징계(해고)는 징계위원회 회부 및 심의, 징계의 결정과 통지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 인사·감사부서의 조직 및 인력이 충분한 경우에 징계위원회 회부 전 징계조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징계조사에서 작성되는 문답서, 진술서, 녹취록 등은 징계위원회의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되지만, 이에 관한 노동법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금까지 징계절차에서 사용자의 징계권 남용을 규제하는 수단은 주로 ‘징계위원회 운영의 적정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있으며, 징계조사과정에서의 인사권 규제에 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징계조사는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징계조사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어떤 직원이 금품을 횡령했다거나 업무처리절차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감사부서나 인사부서의 조사절차가 시작되면, 1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조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물적 증거는 없는 상황에서 해당 직원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에, 징계조사 기간이 길어지거나 징계조사와 함께 대기발령, 보직해임, 근무장소 이동, 인트라넷 차단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져오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Weingarten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회사 내부 조사절차에서 징계가 우려될 경우 근로자(조합원)가 노동조합 대표자의 참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비록 징계조사 과정에 노조대표자의 발언권이 일부 제한되기는 하지만, 조합원 단독으로 조사를 받는 경우와 비교하면, 권리침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을 경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사기간을 단축하고 징계조사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자의 징계조사권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 근거나 법적 성질은 무엇인지 분석하는 한편,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부당한 징계조사로 인해 권리가 침해된 사례를 살펴본다. 이를 근거로 근로자 보호의 관점에서 사용자의 징계조사권을 일정하게 제한할 것을 제안하며, 첫째, 사용자의 징계조사권 행사를 위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규정을 마련할 것, 둘째, 징계조사가 대기발령 등 심리적 압박을 가져오는 인사조치와 결부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 셋째, 징계조사의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게 선택되도록 할 것을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미국 Weingarten권리와 유사하게 징계조사에서 ‘근로자가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근로기준법에 법제화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Weingarten권리가 법제화되지 않고 사업장 규정에만 따를 경우 근로자가 징계조사를 거부하거나 조사과정에서 권리를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정부의 선제적인 징계조사에 관한 실태조사, 징계조사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주장하며, 마지막으로 기업 내부적으로 각종 차별 및 괴롭힘과 관련된 사용자의 조사의무가 법제화 된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조사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조사절차 및 Weingarten권리를 내부 규정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