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18년도 “정부(고용노동부)”의 재원으로 “전기·에너지·자원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노광표 외(2018) ‘노사파트너십 인적자원개발 모델 구축 방안’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
작성자: 우상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인적자원개발은 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인적자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또한 인적자원개발은 기업 일방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추진되어야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내 교육훈련에 대한 사용자 주도성이 강하고, 사용자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는 경향이 있다. 노조의 경우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과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나 여전히 숙련 지향성이 낮고 교육훈련 투자와 개발에 대한 적극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노조는 사용자 주도의 인적자원개발을 탈피하여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집단적 목소리(collective voice)를 내야 한다. 왜냐하면 노동의 인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인적자원개발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어 조합원들의 교육훈련 기회가 점차 감소하는 산업이나 업종이라면 인적자원개발에 대해 노조의 책임과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의 목적은 전선업 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에 대한 실태조사와 기업사례를 통해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노조의 적극적 참여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노사파트너십에 기반한 인적자원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노사의 역할을 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전선업에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인적자원개발 방안을 제시하였다. 현재 전선업은 종사자 평균 연령이 40대 중·후반으로 고령화되었고 고숙련자들의 퇴직으로 생산성 및 품질 하락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어서 기업 구성원들에 대한 인적자원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태조사는 전선업 노조들이 가입되어 있는 금속노련을 통해 이루어졌고 총 168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실태조사 결과 조합원들 중 74.6%가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러나 조합원의 개인 교육훈련 방법은 ‘업무현장에서의 상호작용(의사소통, 타인관찰)을 통해’라고 응답한 비율이 63.6%로 높았다. 설문 대상자 중 30%는 입사 시 OJT 등 신입 교육훈련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투입 후 기술 습득방식은 51.2%가 ‘현장에서 선배 사원의 도움’을 통해 OJT 형식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교육훈련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의 내부 및 외부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없어서(24.0%)’가 높았고, 노동조합이 교육훈련 설계 및 실행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도 34.2%로 나왔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교육훈련이 ‘생산성 향상’과 ‘노사관계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인식하여 노조가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함을 보여주었다.
인적자원개발 기업사례의 경우 A기업은 다국적 기업에 인수・합병(M&A) 된 이후 노사가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추진하였다. M&A 이후 생산직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과 불량품 감소 극복수단으로 노조는 현장직에 대한 교육훈련 필요성을 사측에 건의했고 외국계 경영진이 이를 수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노사가 TF를 구성하여 1년여 기간에 걸쳐 ‘생산장인 및 생산명인’이라는 인적자원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2019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4차에 걸친 심사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차 심사는 반장과 기장 → 2차 심사는 관리팀장 → 3차 심사는 임원 → 4차 심사는 인증심사위원회가 맡는다. 비록 CEO가 생산장인 및 생산명인에 대해 최종적으로 승인하지만 실질적인 생산장인 및 명인 결정은 인증심사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진다. 위원회는 HR 담당자, 임원, 조합소속 생산팀장, 노조위원장이 참여하고 있고, 특히 노조위원장은 생산장인 및 명인 후보자들이 현장에서 숙련도, 리더십 등의 요소 등에 대해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위원회에 전달함으로써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조정한다. 생산장인 및 생산명인으로 선정된 직원은 기술전수(Know-how)를 위한 기계별 매뉴얼을 작성하여 현장사원에게 교육하고 신입사원 및 기술이 필요한 노동자를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도 생산장인의 경우 자신의 노하우를 신입사원 및 현장직 노동자들에게 전수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숙련이 향상되도록 공헌한다.
실태조사와 A기업 사례를 통해 노사의 역할을 몇 가지 제시할 수 있다. 먼저 노동조합은 첫째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 제언(voice), 둘째 인적자원개발에 참여 시 기업의 경영가치와 생존전략에 기초한 전략적 관점 견지, 셋째 숙련향상을 지향하는 노조 문화 구축, 마지막으로 노동자의 학습에 대한 열의가 있어야 한다. 사용자의 경우 첫째 기업 내 교육훈련 활성화를 위한 학습 조직문화 및 환경 형성, 둘째 노조 및 현장 노동자의 의견 반영, 셋째 경영진의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 지원, 마지막으로 인적자원개발시스템(e-HRD) 구축과 활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선업의 노사파트너십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은 첫째 공동훈련시설 설치, 둘째 대기업의 중소업체에 대한 인적자원개발 프로그램(소프트웨어)과 시설(하드웨어) 지원, 마지막으로 정부의 인적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산업별 단체 및 산업별 노조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