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2024-05] 금속노조와 금융노조 산별교섭: 일상의 반복? 또 한 번의 변화?

이슈페이퍼

[이슈페이퍼 2024-05] 금속노조와 금융노조 산별교섭: 일상의 반복? 또 한 번의 변화?


 

[이슈페이퍼 2024-05] 

금속노조와 금융노조 산별교섭: 일상의 반복? 또 한 번의 변화?



작성자: 유병홍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한국 노사관계에서 금속산업과 금융산업의 교섭은 다른 산업, 업종, 부문과 달리 산별교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금속노조와 금융노조의 산별교섭 경과를 살펴보면서 주요한 특징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금속노조와 금융노조의 산별교섭을 살펴보는 이유는 두 노조가 각각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선도적이고 중요한 산별 전환 역할을 했고 이후 교섭 체계 구축에서도 같은 역할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금속노조의 임단협 방침, 요구안, 교섭체계, 타결방침은 중앙집중적인 산별노조로서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의 산별교섭 체계를 갖춘 경우는 한국 노사관계에서 드문 경우이다. 


○ 금융노조는 산별전환과 동시에 2000년부터 본조에서 일괄하는 산별교섭을 진행하여 매년 임금인상과 단체협약을 개정해왔고 2010년 사용자단체 설립 이후에는 중앙노사위원회를 격년으로 실시하고 임금인상 교섭은 매년, 단체협약 교섭은 격년으로 진행하고 있어 교섭 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 산별노조 전환, 산별교섭 체계 구축에서 두 노조가 이루어낸 진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두 번의 큰 진전이라고 할 만하다. 위와 같은 긍정적인 선례와 달리 최근 진행되고 있는 두 노조의 산별교섭, 조금 넓게는 산별 노사관계가 ‘정체되어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게 하고 있다. 첫째, 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 구호와 목표로 내세웠던 비정규직 조직화, 중소영세기업 종사노동자 조직화 목표는 이후 현실적인 성과가 미흡하다. 둘째, 산별교섭 요구를 놓고 볼 때 금속노조 경우 예를 들면 자동차산업 미래전환 대응 요구, 금융노조 경우 기후위기 대응 등 기업별 노조 수준을 넘어서서 산업 수준에서 요구해야 할 내용들은 넘친다. 그러나 산별노조 요구가 임금·노동조건 요구로 제한되고 있다. 셋째, 교섭 진행 과정을 놓고 볼 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두 노조의 산별교섭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되고 의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최근 나타나고 있는 두 노조의 노사관계가 바람직한 의미의 안정적인 노사관계인지, 산별노조의 현실 안주에 따른 일상의 반복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냉정하고 집중적인 평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주로 교섭을 살펴보고 있는 여기에서 첫째 문제까지 시야를 넓히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산별교섭 요구와 의제를 현재 상태보다 더 폭넓게 살펴보고, 중요한 의제라면 전면에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의례화된 교섭 일정을 조정하거나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매년 노동계에서 내세우는 노정교섭 요구는 얼마나 실현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총파업 일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의례적이라면 제외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특별한 의제가 있어서 꼭 필요하다면 그만큼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산별노조 전환과 산별교섭 체계 구축에서 긍정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는 두 노조가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산별수준 교섭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전면화하고, 의례화된 교섭 일정을 조정하거나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