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스마트 워크는 스마트하지 않다:
'항상 연결된 삶'과 플랫폼화의 음영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코로나19와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플랫폼 자본주의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도입 이후 온라인 미디어 소비가 증가했으며, 필수 생산 활동과 비필수 생산 활동의 구별이 반복적으로 시도되었다. 원격 근무자와 현장(장소) 기반 일자리 사이 새로운 노동 분담이 등장했고, 이는 국가 법률에 따라 ‘필수’ 혹은 ‘비필수’로 분류됐다. 한편, ‘비필수’ 노동자 중 일터로 가야하는 노동자, 즉, 바텐더나 영세 자영업자, 미용사 등도 직장으로 가는 것이 금지되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혹은 허용된) 노동자는 일부에 불과하나, 그 파장은 전사회적이다. 디지털 기술은 일을 일상 생활의 중심으로 두는 경향을 부추길 수 있는데, Gregg는 노동의 장소와 시간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성향,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기대와 가능성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때 ‘존재 침윤(presence bleed)’2)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축으로는 기업에 의한 개인 정보의 광범위한 수집과 영리화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구글, 줌과 같은 기업의 경우 개인 정보를 마케팅 또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추적하는데, 이러한 디지털 추적은 ‘감시 자본주의’ 논리 하에 수집・저장되고 광고주와 같은 제3자와 공유된다.
재택근무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코로나19 대확산은 많은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재택근무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보여줬다. 유럽에서는 특히 이탈리아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전면적으로 맞이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가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받아 유럽에서 처음으로 국가적인 봉쇄(락다운)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재택근무 및 프리랜서 근무 등 모든 형태의 원격 근무자를 ‘스마트 노동자’라고 불렀다.
이 논문에서는 2020년 3월 9일 ~ 5월 3일 락다운 기간 동안 이탈리아의 원곡 근무자가 자신의 일과 일상 생활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락다운 기간 동안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플랫폼 역할에 방점을 두고 일과 일상생활이 얽히며 노동자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잠재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탐구한다. 이를 위해 이 논문에서는 락다운 기간동안 원격근무(재택근무)를 한 개인 2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3)
□ ‘항상 연결된’ 삶과 분열된 존재의 정상화
락다운 기간 동안 사무실과 집, 여가시간과 노동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문제는 ‘직장 생활’의 과잉이 심화됐으며 그 규모가 확산되었고,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다. 가정은 ‘직장・가족・개인 공간, 학교・보육・여가 공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공공공간’ 등 서로 다른 공간이 집 안에서 융합됐다. 이런 맥락에서 플랫폼은 관계가 제한되는 공간이자 자본의 논리가 사회생활의 각 영역으로 확장되는 수단으로 떠오른다.
원격 근무는 불가피하게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수반하는데, 이는 업무 관계가 재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수행해야 하는 새로운 유형의 작업이 있으며, 이로 인해 작업 부하가 발생한다.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중재되는 관계에 대한 관리가 대표적인 예다. 일은 더욱 유동적으로 변했고, 일하는 시간대 개념이 흐릿해지고, 지속적인 초과업무가 필요한 목표가 성립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어차피 알고 있고,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일을 내일까지 끝내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항상 꽤 격렬한 업무 리듬을 가지게 되죠” (P2, F, 제약회사 과학부장, 59세)
‘직장’과 ‘근무시간’의 경계가 부식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점심 식사 시간에서 핸드폰으로 생산성을 발휘할 것이다. 즉, 일상 생활의 모든 순간을 일에 대한 강박관념과 함께하게 될 수 있다. 이것들은 고정성과 느슨함이 서로 일정하고 긴장감 있게 상호작용하는 ‘분절된’ 경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처음에는 주방에서 일했는데 식탁 위에 컴퓨터가 놓여있었고, 그리고 이불 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P4, F, 회사원, 31세)
게다가, 생활을 위한 활동(숙제 돕기, 점심 먹기)은 디지털 알림(이메일 알림, 화상 통화)에 의해 지속적으로 중단된다. 화상회의 등 플랫폼을 통해 매개되는 작업관계는 공적-사적 공간이 아닌, 일상생활과 사회관계 및 엽무가 연결되어 중간 공간을 구성한다. 통제는 해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광범위하고 기한이 없는 통제가 연결되는 것이다.
“제 온라인 강의가 있으면 바쁘고, 없으면… 여전히 저는 큰아이 아침 온라인 강의가 있을 때 그 준비를 해요.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오후나 저녁에 시간 내서 일을 하고요.” (P9, F, 교사, 36세)
이러한 분절된 경험 부담은 어린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들이 ‘일-가정 갈등’을 겪음으로써 더 무겁게 다가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면접참여자들은 노동자들의 조직적 자율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얼마나, 언제 일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지만 일해야 하는 시간은 자녀들의 원격학습을 지원받아야 하는 필요성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여성 노동자는 여러 일을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추가 노동 부담은 주로 여성에게 있었으며 성별 간 책임의 불균일한 분담은 전염병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하지만 락다운과 원격 작업은 그러한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은 성중립적이지 않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삶의 영역을 한 곳에 통합되며, 소비자는 ‘비전통적인 시간’에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24시간 경제의 발전을 선호한다. 이 과정은 다시 배달 노동자와 같은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혹독한 교대근무를 견디도록 의무화한다. 이는 새로운 ‘이상’의 출현을 야기하는데, 바로 ‘영업시간은 천천히 경제 전반에 걸쳐 연장되며, 모든 것이 항상 열려있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기대감이다. Merchant가 지적한 바와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의 아마존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엔 노동 및 사회관계의 플랫폼화가 깊게 엮여 있다.
□ 기술적 해결책의 상대적 빈곤
원격 근무를 이미 경험해본 연구 참여자들, 즉, 기술 자원을 가진 사람들은 원격근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장거리 통신 필요성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겨져 왔다. 일부 유형 직무 종사자의 경우, 원격 작업 도입은 특정한 물리적 맥락에서 수행되는 업무와 관계에서, 매개=관계 공간에서의 상호 작용의 영역화로 전환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이들이 강조하는 ‘편안함’과 ‘해방’은 매개된 공간에서의 상대적인 건조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전에는, 나는 내 동료나 상사가 나와 몇 미터 떨어져 있고 30초면 서로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위해 훨씬 더 많은 모임을 조직하고, 서로 만나지 않은 채 업무를 조율하려고 노력해야 하죠. 왜냐하면 우리는 이 방에서 항상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해졌으니까요. (P12, F, 마케팅 매니저, 43세)
흥미로운 것은, 원격 근무가 시간과 공간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경우, 동시에 존재 하지 않는(각각 일하는) 방식으로 일할 때 만장일치 결정에 도다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온라인 회의가 필요하다.
“영상통화라고 해서 다 같은 영상통화가 아니잖아요. 나는 항상 일 때문에 영상통화를 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고 싶고, 솔직히 친구에게 전화하고 싶지 않아져요.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인간관계가 많이 느슨해졌어요.” (P3, F, 교육자, 36세)
디지털 플랫폼이 정서적 근접성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락다운 기간 동안 연구 참여자들은 직장 및 가족 관계 모두에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했다. 일부 연구 참여자들은 친척 및 친구와 관계를 맺기 위해 근무일이 지난 후 동일한 디지털 공간에 다시 접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다. 게다가, 일부 연구 참여자들은 이러한 유형의 의사소통은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관계의 빈곤을 수반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 기반 플랫폼과 디지털 불평등
락다운 기간 동안 일부 연구 참여자는 기술 인프라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앱과 플랫폼의 사회적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러한 측면은 (인터넷) 연결 문제나 배터리 부족 등 기술 인프라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났다. 실제로 기술 기반구조적 특성은 때로 불투명하고, 문제가 될 때까지 인지하기가 어렵다.
인터넷 연결이 약해서 제가 회사에 전화했는데, 과중한 업무 부담을 느끼고 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회사가 멈춘 것을 감안하면 한참 지나서야 우리집에 올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던 도구로 한 달, 두 달 넘게 [...] 붙잡고 있었는데, 그다지 도움 되지 않았어요. (P3, F, 교육자, 36세)
실제로 플랫폼은 몇 가지 기술적, 구체적인 기반이 있을 때만 작동한다. 따라서 플랫폼의 잠재적 용도는 기술 관련 회사의 기술적, 경제적 선택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공공 교육 분야와 관련된 몇 가지 문제들이 인터뷰 동안 강조되었다. 민간 부문 종사자와 공공 부문 종사자 간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은 기술 수준이 이미 발전한 경우가 많았으며, 노동자들은 이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원격으로 일하기 시작한 경우가 많다. 락다운 전에 이미 테스트된 작업 관행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공무원들, 특히 교사들은 훈련을 받지 않고 갑자기 적응해야만 했다. 그들은 작업 조직(즉, 특정 물리적 맥락에서 완전히 고정된) 측면이나 기술 장비 측면에서는 준비되지 않았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기술 회사의 영상 통화 앱과 같은 관계형 공간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경우는 제외됐다. 시장에 의한 사회성의 식민지화는 기술 회사들에게 새로운 수익원(광고 기획자에게 판매할 데이터의 구독 또는 '공개')을 생성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이러한 기술을 소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 간 사회 생활의 구조 분열을 증대시켰다. 기술 기반구조(광대역 인터넷 연결 등)가 갖춰진 공간에서 거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가 그것이다.
우선 관리상의 문제가 있어요. 제가 수업하는 동안 모든 가정에는, 그 순간에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가족이 최소 3명 이상이 있단 말이죠. 이로 인해서 인터넷 연결이 약해지거나 연결이 끊어지는 등의 오해가 생겨요. (P7, F, 고등학교 교사, 54세)
정보 격차는 인터넷 접속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수준의 디지털 사용능력에도 얽혀있다. 일부 연구 참여자들은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특히 공공부문에서 직원과 고용주 모두가 정보 격차를 원격 근무의 문제점으로 자목했다.
고용주들은 저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저는 인터넷과 몇몇 동료들의 도움 덕에 비로소 업무 방법을 찾았어요. [...] 처음엔 말도 안되고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P3, F, 교육자)
따라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과 원격 작업이 많은 개인에게 유일한 (잠재적) 작업 방식임을 확인하는 것은 한편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디지털 불평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을 수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플랫픔, 디지털 플랫폼, 원격근무, 디지털노동, 성 불평등, 일-가정 갈등, 사회적 거리두기, 락다운, 코로나19,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