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행기 중국의 노동운동 현황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시진핑 집권 초기(2013-2018)는 경제 성장 둔화와 전통 산업의 쇠퇴, 서비스 산업의 급속한 성장, 유연하거나 불안정한 노동력의 사용 증가라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중국 노동운동에 있어서 질적・양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이를테면, 중국 노동운동의 전통적인 중심지인 광둥성 공장에서 벗어나, 전국 광범위한 산업에 걸친 광범위한 대응으로 축이 옮겨졌다. 대부분의 경우, 이 시기 집단행동은 전통적인 산업과 새로운 산업 불문하고 고용주들의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준수하지 못해서 촉발됐다.
[그림] 지역별 중국 노동자 집회・시위 발생 현황 (2013-2017)
출처: 중국노동회보(CLB( 홈페이지(https://maps.clb.org.hk, 접속일: 2022.02.23.)
이 글에서는 중국 노동운동의 변화 양상을 명확히 짚어보기 위해 산업 변화와 파업의 지리적 분포와 부문별 분포2)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노동자의 주요 요구 사항, 시위 유형과 참가자 수, 지방정부와 경찰의 대응을 살펴본다.
□ 산업 변화와 집단행동의 양상 변화
2010년대 초, 제조업은 중국 노동운동의 중심지였다. 공장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사회보험을 요구하는 조직화에 나섰고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이전하며 고용계약 해지에 따른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조업이 통합・정리되고 서비스 분야 등 제조업 외 분야에서의 시위가 증가하며 공장 기반 시위 비율은 감소했다.
서비스 유통 산업에서의 파업은 가게, 술집, 레스토랑, 호텔, 헬스장, IT 기업, 은행과 금융회사, 의료 회사, 유치원, 그리고 다른 사교육 시설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로 확산됐다.3) 공공부문 교사는 저임금, 연금, 상여금 지급, 임금 체불 등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 시위에 나섰다. 다수의 서비스업 종사자는 비공식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됐고, 임금 지급이나 퇴직금 분쟁이 벌어지면 실제 고용주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환경미화원은 전체 서비스업 시위의 8%를 차지했다. 중국 전역의 환경미화원들은 낮은 임금, 열악한 복리후생,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위험한 작업 환경에 직면했다. 그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집단 행동이었다.
이 시기 승차호출 앱이 발전하며 전통적인 택시 시장이 쇠퇴하며 운송업도 위태로운 직종이 됐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의 경쟁 심화로 인해 운전사의 고용안정이 위협받았고, 고용안정성이 거의 없는 배달원과 음식배달 노동자들은 도시경제의 필수적인 부분이 됐다. 2013년 운수 분야 시위(188건 중 105건, 55.9%)는 비싼 차량 대여료와 무면허 택시와의 경쟁에 대한 전통적인 택시기사들의 항의가 주를 이뤘다.4)
□ 집회・시위의 지리적 분포와 주된 특징
2013년 CLB 파업 지도에 기록된 전체 노동자 시위 중 1/3 이상이 광둥성 남부에서 발생했고, 대부분의 사건은 주강 삼각주 공업지구에 집중됐다. 하지만 2017년 광둥성에서 발생한 시위 수는 전체의 12%에 미치지 못했다. 이 극적인 하락은 주강 삼각주 제조 시설의 폐쇄와 공장시설 중국 전역으로의 분산, 그리고 제조업의 쇠퇴와 서비스산업의 발전이라는 변화의 결과다. 2013년-2015년 광둥성에서의 노동쟁의 대부분은 이 지역의 제조업 쇠퇴와 직결되는데,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고령 노동자들은 사회보장 혜탹과 주택 기금 분담금을 완납해야 하거나 임금체불에 대비해야 함을 깨달았다. 어떤 경우는 공장이 폐쇄되기 전 사용자가 지불해야 할 돈을 지불해서 시위를 피했으나, 어떤 경우에는 경영진이 시간을 끌거나 노골적으로 지급을 거부하며 장기간에 걸친 극심한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7년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 남아있는(혹은 살아남은) 공장은 경영이 안정적인 경향이 있다.
2017년 저장성, 산둥성, 허베이성, 산시성, 안후이성, 쓰촨성 등 내륙 지방 제조업 중심지에서는 모두 상당한 수의 노동쟁의가 있었다. 이 시기 많은 내륙 지방들은 급격한 도시화와 사회 기반 시설 건설 및 부동산 개발 붐을 경험했다. 이는 새로운 제조 시설과 서비스의 창출로 이어졌다. 지방 정부들은 풍부한 노동력 공급과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약속하며 신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렸는데, 이것은 사실상 노동법의 느슨한 시행을 의미했다. 게다가 과잉 투자와 사업 실패는 해고와 임금체불로 이어졌다. 내륙 지역의 분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단기간에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2015년 6월 허난성 장난감 공장 노동자 2,000명이 임금 체불 문제로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간혹 규모가 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확산되며 노동자 분쟁이 가시화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노동자의 요구
2010년대 초 포산의 난하이 혼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및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연이은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은 세계 경제위기 동안 급격히 상승한 생활비와 장기간 임금 침체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었다. 중국의 경우, 제조업의 임금은 10년 중 처음 몇 년 동안 상당히 증가했다(한편 서비스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며 임금 인상률 역시 평평해졌고, 임금체불 문제가 더욱 표면화됐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맨 좌측 막대기)은 꾸준히 감소했다. 한편 체불임금 지급 요구는 2013년 25%의 비율을 점하고 있었으나 2017년 82%로 급증했다.
[그림] 중국 노동자 시위 주요요구 사항 (2013-2017)
임금 체불은 수십 년 동안 중국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건설 노동자들은 수많은 하청업체들에 의해 프로젝트 개발업자 및 금융업자와 분리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일을 완료해야 급여를 받는다. 매년 설을 앞두고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명절에 맞춰 급여를 받기 위해 필사적인 시위를 벌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임금체불 문제는 공장이 갑자기 문을 닫고 사장이 사라지는 등 제조업계 노동자들을 끈질기게 기다려왔다. 그리고 고의적인 임금 체불 관행(?)은 다른 산업, 특히 서비스산업과 신생 기업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2017년 CLB 파업지도에 기록된 임금체불 건수 1,033건 중 절반 이하(507건, 49.1%)가 건설업, 223건(21.6%)이 서비스・유통업, 212건(20.5%)이 제조업이었다.
중국에서 신산업의 성장은 노동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택배기사, 음식배달, 통신판매 등 서비스업 일자리 중 상당수는 불안정하고, 급여가 적고, 복리후생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으며, 실질적인 노동시간이 길다. 중국 정부, 특히 리커창 총리는 스타트업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있다. 하지만 창업한 지 1년여 만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이 많고, 망하거나 자금난에 빠지면 종업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한다.
□ 노동자 조직화와 참여 추이
2013년~2017년 5년 간 파업지도에서 보이는 뚜렷한 경향 중 하나는 시위 규모의 감소였다. 2013년 시위 중 거의 10%가 1,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시위였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7.2%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후 3년 동안 대규모 시위의 비율은 가파르게 감소해 2017년에는 1,000명 이상 노동자 참여 시위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2018년의 경우 원고를 작성한 시점 7건이다. 하지만 CLB는 시위 규모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시위 규모의 하락은 대규모 공장과 같은 전통적인 시위의 원천이 쇠퇴하고 있고, 또한, 더 이상 공동의 대의명분을 중심으로 집결할 수 있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결집할 장소가 제공되지 않는 데서 일정부분 설명된다. 중국 당국의 ‘사회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시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중국 당국은 2016년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헤이룽장성 광산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시위에 이어 사업장 폐쇄나 긴축 기간 중 공공부문 해고노동자들의 임금이 보상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나섰다.
전통적인 대규모 시위는 크게 감소했으나,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조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월마트의 수만 명의 수동자들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려는 회사의 기업의 시도에 대응해 온라인 단체에 가입했다. 이 온라인 단체를 통해 전국 월마트 노동자 사이의 연대감이 조성됐고, 경영진의 북리후생 잠식 시도에 저항할 수 있는 정보와 전략을 공유했다. 다른 서비스 산업의 노동자들 또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소규모 시위를 조직했다. 2016년 6월에 있었던 뉴트로지나 영업부 직원들의 베이징・광저우・상하이 사무실 밖 합동 시위가 사례 중 하나다.
□ 정부와 경찰의 대응
중국 내 대부분의 집단 노동쟁의는 단시간 내에 끝나 정부의 개입없이 해결되거나 소멸된다. 지방정부가 노동쟁의에 얼마나 자주 관여하는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한 행동은 SNS 게시물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관리들의 주된 관심사는 가능한 빨리 분쟁을 억제하고 해결해 생산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해결책은 노동자들의 근본적인 불만을 거의 다루지 않으며, 노동자들의 집단 행동을 야기시킨 노사관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쟁이 있는 기업에 노조 지부의 경우, 간부는 때로 수동적인 방관자가 되거나 경영진의 편에 서기도 한다. 2014년 한 달여에 걸친 퇴직금 분쟁에서 직원들을 이끌었던 후난성 Changde시의 Huang Xingguo 월마트 매장 노조 위원장이 거의 유일한 예외였다. 상하이와 선전 시 노동조합은 2년 동안 식품 배달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월마트 직원의 일방적 유연근로제 시행에 반대하는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해왔다.
경찰의 경우, 공공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거나 사업주가 경찰 지원을 특별히 요청하지 않는 한 통상적으로 노동쟁이에 관여하지 않는다. 파업지도 데이터에 따르면, 경찰은 2013년~2017년 5년 간 기록된 사건의 약 1/4 정도 개입했다. 다만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2015년에는 경찰의 개입이 급증했다. 광둥성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의 노동운동이 격렬하게 발생했던 시기와 맞물렸고, 베이징의 경우 시민사회 전반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예상되는 것처럼, 경찰은 대규모의 시위에 관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예를 들어, 1,000명 이상 노동자들이 참여한 시위 중 경찰이 개입한 시위는 50%고, 이중 20%는 체포했다.
경찰 개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노동운동가를 체포하거나 구금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경찰의 주된 관심사는 시위를 최대한 억제하고, 공공질서나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는 것이다. 체포가 되면 단순히 파업 때문이 아니라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기 위해 군중을 모으는 것’과 같은 범죄와 관련이 되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중국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노동자는 며칠만 구금되지만, 2016년 징역 21개월을 선고받은 베테랑 활동가 Meng Han은 등 유명 노동운동가에게는 더 긴 형기가 선고되는 경우가 있다.
□ 소결
2013년-2018년 중국 노동자들은 시진핑 체제 하에서 새로운 경제 및 정치 현실에 적응하고 대응하며 급속한 전환기를 맞았다.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에서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노동조합의 부재, 그리고 평화적이고 건설적으로 집단 노동쟁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나 관행의 부재는 결국 노동자로 하여금 파업과 다른 형태의 집단행동에 의지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비록 이 기간 동안 집단 노동자 시위 건수에 대한 확정적인 데이터도 가지고 있지 않으나, 근 규모의 공장 중심 시위가 2015년 경 최고조에 달했으나 훨씬 광범위한 산업과 다양한 지역에 대한 소규모 시위가 정기적・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자신 있게 결론내릴 수 있다.
이러한 끈질긴 시위는 당국이 “중국의 평범한 직장 여성과 남성의 삶 개선”이라는 시진핑의 공약을 이행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고용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는데, 이미 노동법 집행에 허술하기로 악명 높은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노동권을 적절히 보호하리란 것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 2018년~2021년까지 중국노동회보에 기록된 집단행위는 총 4,985건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2,135건, 42.8%) 비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운송 및 물류(966건, 19.4%) > 서비스(908건, 18.2%) > 제조(607건 12.2%) > 교육(212건, 4.3%) 등 순이다. 체불임금 요구는 이 중 81.6%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