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연브리프 제3호_2018-03_국제노동동향] 오스트리아 노사관계 방문기 -사회적 대화와 노동회의소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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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연브리프 제3호_2018-03_국제노동동향] 오스트리아 노사관계 방문기 -사회적 대화와 노동회의소를 중심으로-

글쓴이: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1. 들어가며

 

오스트리아는 유럽 중부의 인구 850만 명의 작은 국가이다. 모차르트,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 도나우 강 등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있지만 안정된 노사관계와 복지국가체제로 유명하다. 최근 개헌 논의시 이원집정부제 정치체제 국가로 회자되었으나, 오스트리아는 대통령을 소환할 수 있는 강력한 직접 민주주의 제도 및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노사관계를 보면 ‘사회적 동반협력제도’라는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어 있고 강력한 산별노조와 함께 모든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노동회의소라는 독특한 제도를 갖고 있다. 이 글은 오스트리아 노사관계의 핵심 축인 노사 중앙조직과 함께 사회적 대화와 노동회의소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2. 오스트리아는 어떤 나라인가?

 

오스트리아는 알프스 산맥의 멋진 자연 풍경과 안정된 사회안전망, 유연하고 활기찬 사회적 시장경제로 알려져 있다. 1,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며 전쟁의 최대 당사자이지만 전후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고 중유럽의 강국으로 도약했다. 전후 막대한 피해와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에 의한 10년간 분할통치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49년부터 시작된 마샬 플랜에 힘입어 국가 재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여 번영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1950년부터는 철강, 화학 등 중화학공업과 식품, 섬유, 제지를 중심으로 한 경공업을 육성시키며 5∼6%대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유럽 복지국가들이 그랬듯이 1960∼70년대를 거치며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복지국가 황금기를 보냈다. 1980년대 들어 오일쇼크 등 세계적 경기침체를 맞이하여 2∼3%대로 성장이 둔화되긴 했으나 1995년 유럽연합 가입 등 글로벌 시대의 적극적인 대처로 안정세를 보인다

오스트리아는 의회공화제이며, 국가의 수반은 연방대통령이고 임기는 6년이다. 입법기관인 국회는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9개의 주로 이루어진 연방국가 체제이며, 연방수상이 연방정부의 수반이 된다. 연방수도인 비엔나는 독자적인 자치권을 가진 주로 인정받고 있으며, 9개의 각 주는 주정부에 의해서 운영되며, 주지사가 각 주정부를 대표한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정당은 6개를 꼽을 수 있는데, 두 개의 집권당인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SPÖ)과 오스트리아 국민당(ÖVP)을 비롯하여, 오스트리아 자유당(FPÖ), 오스트리아 녹색당(Die Grünen), 새로운 오스트리아(NEOs), 신생 정당인 Liste Pilz 존재한다. 2017년 10월 15일 총선 결과는 국민당의 승리, 자유당의 약진 및 사회당의 제1당 지위 상실이었다. 이 결과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국민당-자유당의 연립정부가 구성되었다. 

 

국민당-자유당 연립 정부가 2022년까지 추진할 주요 정책들은 <표 2>와 같다. 정부 구성으로 극우 자유당이 12년 만에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하여 정치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상당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극우 정당의 약진은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극우 정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나라는 서유럽 국가들 가운데 오스트리아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주요 공약은 이민자에 대한 사회보장 축소, 최저생계비 지원 억제, 공공부문 예산 축소 및 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 노사관계의 특징과 구조

 

오스트리아 노사관계의 두 축은 사용자단체인 상공회의소와 경총과 노동조합 정상조직인 노동조합총연맹이다. 먼저 상공회의소(WKÖ, Economic Chamber of Austria)는 모든 기업이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하며, 사회적 동반협력제도의 사용자측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며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용자 단체이다. 오스트리아 경총(VÖI, Federation of Austrian Industry)은 1862년에 설립되었으며, 의무 가입이 아닌 자율 가입이며, 주요 가입 대상 기업들은 대기업들이다. 정부 및 EU의 경제성장, 고용창출, 재정정책 등에 대한 자문이 주요 역할이다.

다음으로 오스트리아노동조합총연맹(ÖGB)은 유일 노총이다. 법적으로 누구든 노총을 만들 수 있지만, 별도 노총에 대한 지지가 없어 ÖGB외의 노총은 설립되지 않았다. ÖGB는 1945년에 16개 산별노조로 출발하였으나, 조직간 통합과정을 거쳐 현재는 7개 산별노조로 구성되어 있다. 2017년 현재 조합원 수는 120만 명으로 노조조직률은 27.8%이다. 산별교섭이 일반화되어 있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95% 수준이다. ÖGB은 사회민주당과 긴밀한 연계를 갖고 있으며, 노조 수입의 약 1%를 정치활동비로 사용한다. ÖGB의 슬로건은 “사회 정의에 헌신한다(Committed to social justice)”이다.

산하 노조의 명칭과 조합원 수는 <표 3>과 같다. 민간사무직노조(28만명), 중앙정부노조(24만명), 제조업노조(23만명), 지방정부노조(15만명), 교통서비스노조(14만명) 등이 대형 노조이며, 이밖에 건설목공노조와 우편통신노조가 있다

ÖGB는 집중화된 조직구조를 갖고 있다. 규약에 따르면 총연맹은 노조 재정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조합비는 각 노조에 의해 수거되어 총연맹에 집중되고 16%만이 개별 노조에 배당된다. 또한 총연맹이 상근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서 개별 노조의 상근 직원을 임명한다.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개별 노조들이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있지만 협상과정은 개별 노조 지도부와 총연맹 간부들 간의 비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조정된다.

한편 오스트리아에는 독일과 유사한 ‘종업원평의회(Work Council)’가 존재한다. 한 회사에 5명 이상의 노동자가 있을 때 종업원평의회를 두도록 노동법에 규정되어 있다. 개별 기업 사업장 단위의 교섭권은 종업원평의회가 갖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 단위에서 활동하는 산별노조의 현장위원 제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단체교섭의 중심은 산별노조이며, 1년에 500여개의 단체협약이 진행되는데 교섭은 산별노조에서 하고 총연맹 위원장은 이 결과에 대한 승인만 한다. 기업별 보충협약의 경우 노동자평의회의 협상 조건이 기본 조약보다 좋을 경우 인정된다.

 

 

4. 사회적 대화 - 「사회적 동반협력제도」

 

오스트리아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파트너십이 잘 발달되어 있는 국가이다. 국가적 의제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노사정간 만남이 이루어지며 오스트리아의 사회적 주체들은 사회통합, 강한 경제 등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해 오고 있다. 이 결과 2차 대전 이후 파업이 가장 적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 본질상 대결할 수밖에 없는 노사 간의 충돌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하여 높은 신뢰관계로 승화시켜 온 것이다. 오스트리아인들은 이런 노사문화를 ‘사랑없는 결혼(Heirats ohne Liebe)’이라고 표현한다(어기구, 2009).

오스트리아 사회협약의 역사는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맞이하여 극심한 경제 침체와 노사갈등을 겪으며 싹트기 시작하였다. 노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상공회의소(1917년), 상공회의소와 동등한 지위를 갖고 노동자의 이익을 법적으로 대표하기 위한 노동회의소가 설립되었다. 불만위원회(Complaint Commision)를 만들어 정부, 경제계, 노동계가 참여하여 노사문제와 임금문제를 논의하는 최초의 노사정 3자 정책협의를 시도하게 된다. 이 불만위원회에서는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강제로 조정하고 임금수준을 법적으로 정하는 역할을 했다.

오스트리아의 사회적 파트너십의 사상적 연원은 멀리 1891년 교황 레오 13세의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 노동헌장)까지 소급된다. 교황은 이 회칙을 통해 계급투쟁의 대안으로 계급간의 협력을 촉구했다.

오스트리아 노사정 협의체의 실체는 ‘평등회의’ 혹은 ‘동등위원회’라고 해석되는 패리티 위원회(Parity Commission)이다. 이는 1947년 오스트리아 경제회의소(WKÖ), 농업회의소 총재회의(LWK), 연방노동회의소(BAK), 오스트리아 노동총연맹(ÖGB) 등 4개 주요 단체가 경제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시초이며, 1951년 경제위원회 특별법에 의해, 연방정부, 중앙은행 및 상기 4단체가 경제위원회를 구성, 임금, 물가 등 경제문제를 협의한 것이 현 위원회의 모체가 되었다(박석돈, 1997; 안병영, 2003). 1957년 임금 및 물가에 관한 노사정 위원회가 정식기구로 출범하였다. 이는 법에 근거한 것은 아니며 상공회의소 회장 및 노동조합총연맹 회장 간의 합의로 발족한 것이다. ‘패리티위원회’라는 명칭은 각 이익집단들이 다 같은 조건으로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반협력제도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동반자들의 ‘전원 합의제’ 즉,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타협을 통해 공동의 관심사를 찾아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다. 이 합의모델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자본과 노동의 비중을 동일시하는 이념이며, 이 동등성의 원리는 보충성의 원리 및 연대성의 원리와 더불어 현실 사회의 모든 질서체계뿐 아니라 사회적 동반협력제도의 체계를 유지시키는 기반이 되고 있다(김현우, 2007).

이상에서 보듯 오스트리아의 사회적 파트너십 체제는 노사 양측과 정부 간의 공조체제가 비교적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별도의 협약을 거치지 않고 제도적 틀을 형성했다. 따라서 노사정 간의 상호작용에서도 자발성이 중시되며, 비공식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또한 오스트리아 사회적 파트너십의 주요한 본질 중 하나는 이에 참여하고 있는 중요한 이익집단들의 눈앞의 단기적·집단적 이해관계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 공동목표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공조한다는 점이다(안병영, 2013).

5. 노동회의소

 

오스트리아는 노동자의 이익대변을 위한 법적기구로 노동조합 외에 노동회의소라는 기구가 별도로 존재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두 기구는 그 역할이 중첩된 부분도 있지만 노동자들의 이해대변 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왔고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가. 역사

 

노동회의소(Arbeitskammer, 이하 AK)의 설립은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으며 극심한 경제침체와 노사갈등 시기에 경영자 조직인 상공회의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상공회의소와 동등한 지위를 갖고 노동자의 이익을 법적으로 대표하기 위한 조직으로 탄생한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해체되는 위기를 맞았으나 전쟁 후 다시 제 기능을 회복했고 1747년 사회파트너들과 정부 간에 첫 번째로 “물가와 임금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1973년에는 사업장 공동결정제를 도입시켰고, 1975년에는 주당 40시간 노동을 이끌어 냈다. 1979년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의한 동등처우법을 쟁취하였다. 1986년에는 오늘날까지 이어 온 연간 최소 5주간 휴가를 얻어냈다.

 

나. 역할 및 법적 기반

 

AK는 연방노동회의소가 수도인 빈(Wien)에 있고 그 밖에 9개 주마다 노동회의소가 설치돼 있다. AK의 의무와 임무는 노동회의소법(AKG)에 규정되어 있다.

모든 노동자의 AK 가입은 법적 의무조항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가입하고 탈퇴할 수 없다. 모든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AK에 가입하도록 되어있어 가입은 노동시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ÖGB 조합원이 120만 명인데 비하여 노동회의소 가입 회원은 그 3배인 350만 명에 달한다. 노동회의소의 가입대상은 다음과 같다. 먼저 ①모든 노동자는 당연 가입자에 해당한다. ②실업보험가입 의무가 있는 실업자(20주 이상 회의소 회원이었던 자로 취업 중이었다가, 1년 또는 그 이상 실업급여 수급자), ③공·사 기금의 노동자, ④공무원이 아닌 공공부문 노동자, ⑤노동회의소 의장·이사, ⑥농림업부문 노동자, ⑦ 재택노동자 등이 포함된다. 반면, 공무원, 교육자 및 교육기관 법인근로자, 지역법인 농림업고용노동자, 기업의 임원, 의사·변호사·변리사·회계사 등 전문직, 보건소 등 병원제약 관련의 전문 인력, 종교단체 사제, 농업회의소 가입대상인 농림업 생산직 및 사무직 근로자 등은 제외된다(이호근, 2017).

AK의 회비는 한 달에 약 7유로를 납부한다. 세전 금액의 0.5%이다. 월 소득 기준 425.70유로부터 회비를 납부한다. 월 소득 4,980유로 이상의 경우는 14.44유로의 회비를 낸다. 이것은 상한선으로, 그 이상 버는 사람들도 동일한 회비를 낸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회원의 4분의 1 정도가 회비를 내지 않는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AK와 ÖGB는 각각 자기 조직의 회원들에 대한 유용한 정보제공 및 상담 그리고 교육과 훈련 등 그 역할이 중첩된 부분도 있지만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노동조합과 AK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임금협상이다. 노동조합은 주로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 및 단체협상 그리고 파업을 하지만, AK의 주요 역할은 회원에 대한 권리보호와 법률자문 그리고 다양한 교육훈련의 제공이다. AK가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면 “노동법과 사회법 분야에 대한 상담, ÖGB와 함께 노동법, 사회법에 대한 법률변호, 출판, 연구, 소식지 발간, 평생교육 등 교육과 훈련, 정부와 경제계 및 언론에 대한 노동자 입장대변, ÖGB와 함께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에서의 노동자 입장대변” 등이다.

다. 조직 및 구성

 

AK도 오스트리아 연방구조에 조응하여 9개 지역에 각 지역 AK를 설립하도록 되어있다. 그 중 수도인 빈에 있는 빈 AK가 9개 지역의 AK를 아우르는 연방노동회의소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주의 AK는 회원 총회를 개최하여 평등, 직접, 비밀 선거를 통해 5년 임기의 노동자 의회를 선출한다. 모든 AK회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며 AK 내 가장 중요한 정치 그룹은 사회민주당 소속의 노동조합이다. AK의 회장은 총회에서 선출되며, AK의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진다. 현재 AK에는 약 2,600명이 종사하고 있고, 그 중 연방 AK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빈 AK에 약 6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마. AK와 사회적 대화

 

AK는 사회동반자의 핵심 멤버이다. AK는 회원들에게 법적 보호 등의 직접 서비스이외에도 오스트리아 사회동반자관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ÖGB과 함께 경제계와 정부 그리고 다른 이익대변단체에 대항하여 오스트리아의 노동자를 대변하고 있다. 사회동반자들과 함께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지원하고 노동법, 사회법 그리고 물가정책과 소비자보호 관련분야의 법을 제·개정할 시에 중요한 정치적 행위를 한다. 오스트리아는 노사 혹은 노사정이 사회협약을 맺게 되면 이는 곧 국가정책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사회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관행으로 확립되어 있다. 사회적 합의 과정에 참여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는 자기 스스로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6. 한국 노사관계의 함의

 

오스트리아 노사관계는 노사 간 강한 신뢰,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 및 미래 전략 논의, 노동회의소를 통한 미조직노동자의 이해대변 추구라는 점이 특징이다. 단일 노총에 기반한 강력한 정치활동은 복지국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스트리아 노사관계의 함의와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조직노동자의 이해대변기구 및 서비스기구로서의 노동회의소의 역할이다. 오스트리아의 노동회의소는 법정단체로서 모든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단체이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또는 가입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에서도 노동회의소 설립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10.2%의 낮은 조직률, 기업별노조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AK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192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AK가 법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었던 기반과 한국의 현실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조운동이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은 국제노동기준에 턱 없이 부족한 노동기본권 보장과 함께 노동조합의 사회적 인정이다. 이러한 노동의 세력화가 가능할 때 미조직노동자의 이해대변 정책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회적 대화의 제도화와 안정화이다. 오스트리아의 안정된 노사관계는 ‘사회적 동반협력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2차 대전 직후 사회안정, 사회보장, 실업구제 및 국가경쟁력 등의 사회적 목표 달성 및 경제사회 단체들의 결속을 도모하는 국가제도로 정착하였다. 그런데 동 제도는 법적 근거가 아닌 사회적 파트너들이 자발적인 협치로 운영한다. 대화 주체는 오스트리아연방노조(ÖGB), 노동회의소(BAK), 상공회의소(WKÖ), 농업회의소(LKÖ)이다. 특기할 사항은 ‘사회적 동반협력제도’는 합의(전원합의제)와 상호양보의 정신이 바탕이다.

문재인정부이후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 그리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공감하나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의 명칭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변경하여 과거의 불신 및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으나 대화 주체들은 아직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지난 20년 동안 이루어진 사회적 대화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빠른 합의보다는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조의 사회임금 요구이다. 최근 우리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둘러싸고 큰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저임금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직접임금의 인상만큼이나 간접임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오스트리아의 주택 정책은 많은 시사점을 제기한다.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의 임대주택(’16년 기준) 비율은 무려 62%이고, 공공임대 비율은 전체의 45%이다. 이는 OECD 평균인 8%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며, 서울은 약 7%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임대주택이더라도 세입자의 권리가 철저히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원하면 자식에게 계속 물려서 사용하게도 할 수 있다. 저임금노동자들의 기본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근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사회의 안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노동운동은 하루바삐 사업장 울타리를 뛰어넘어 정치와 사회를 바꾸는 사회개혁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참고 문헌]

김강식·어기구, 2012, 「노동회의소(AK) 조직과 운영실태–독일, 오스트리아 사례를 중심으로」, 한독경상학회 연구용역보고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김현우, 2007, 「오스트리아의 사회협약 체제」, 『주요 외국의 사회적 대화 및 사회협약체제 비교연구(II)』 , 연구용역보고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박석돈, 1997, 「오스트리아 사회적 동반협력제도의 조직 및 운영」, 한국복지행정학회, 「복지행정논총」 제7집, pp.131-149.

안병영, 2013,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 문학과지성사.

이광석, 2001, 「오스트리아 노동운동 방문기」, 노동사회 통권 50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호근, 2017, 「외국의 노동회의소 제도와 경험으로 본 시사점」, 『외국의 사례로 본 한국형 노동회의소의 필요성과 도입방향』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국제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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