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연브리프 제4호_2018-04_국내노동동향] 가사노동의 가치와 가사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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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연브리프 제4호_2018-04_국내노동동향] 가사노동의 가치와 가사노동자

정애경 5,377 2018.10.15 01:28

글쓴이 : 이은영(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1. 가사노동자 권리보호의 개념과 법적 보호의 필요성

최근 통계청이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여 재미있는 통계치를 내놓았다. 통상적으로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나 세탁, 식사 준비나 아이 돌보기와 같은 일은 별도로 급여가 지급되지는 않는, 이른바 ‘무급 가사노동’이다. 통계청이 이러한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따져봤더니 2014년 기준으로 1시간당 10,569원에 달하며, 한 해 361조 원으로 GDP 대비 24.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15세 이상 한국인은 하루 평균 135분의 가사노동을 하며, 4인 가구에서 혼자 전담할 경우 연봉 2,8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통계청은 제시하였다. 통계에서 사용된 기준년도인 2014년의 최저임금은 5210원이었다. 최저임금의 2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어,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노동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을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1999년에는 전체 가사노동의 80%를 여성이 했는데, 2014년엔 75.5%로 소폭 낮아졌고, 반대로 남성은 20%에서 24.5%로 조금 높아졌다. UN은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를 별도로 집계하는 걸 권고하고 있다. 통계청도 “무급 가사노동의 적절한 인정과 평가를 통해 성장과 복지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가사노동에 대한 통계치 공개의 의미를 밝혔다.

이렇듯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다각도로 조망되고 정부부처에서 이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여 통계치를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나,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제고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더욱 일천한 수준이다.

그러나 의외로 가사노동자는 생각보다 오랜 직업적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사노동자 혹은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는 가정 내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 대한 역사는 1966년 서울 YWCA가 직종개발을 통해 가정부라는 직업훈련을 시작한 시점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벌써 50여 년 이상의 직업훈련의 역사를 가진 직업군이 된 것이다. 이후 파출부,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는 가사노동자 직군은 지난 50여 년간 급속도로 성장하여 2012년 2월 현재 공식적으로 전국 약 119,397명의 가사도우미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저출산·고령사회로 접어들어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갈수록 확대되는 오늘날에는 가사를 포함한 가정 내 돌봄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져 산업자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 가사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주요 국가의 대응과 활동

가사서비스 분야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처우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오랫동안 가정 내 노동을 제공하고 개인과 개인의 거래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년 이상 가사도우미로 활동했던 분이라 하더라도 노동자로서의 아무런 사회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4대 보험은 물론 연차나 퇴직수당 등 숙련근로자로서의 혜택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가사노동 3단체(한국YWCA연합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를 중심으로 가사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오고 있다. 매년 6월 16일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캠페인을 통해 가사노동의 가치와 가사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정책수립을 꾸준히 촉구해왔다.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의 공식화를 위해 국가직무표준인 NCS개발을 추진하여 2016년 가사지원서비스에 대한 NCS개발이 완료되고 학습모듈도 개발되어 체계적이고 표준적인 교육훈련의 체계를 마련하여 서비스표준화와 서비스품질의 제고가 가능하게 되었다.

외국에서도 일찍부터 가사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정책이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다. 가사노동의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우, 월평균 3시간, 10시간의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라도 작업 중에 발생하는 산재 등으로부터 보호받고 연차나 휴가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벨기에의 경우는 가사노동을 포함한 가정 내 노동이 전국 GDP의 10%를 넘어서고 있으며 자국내 4번째로 큰 산업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벨기에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4대 보험 등의 각종 사회보험료를 대부분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데, 가정 내 노동을 사회화함으로써 정부는 취약계층이나 이민자와 같은 취업소외계층이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복지 비용의 절감을 달성할 수 있으며, 가사노동 사회화와 공식화를 통해 기관이 납부하는 법인세나 부가세 등의 새로운 세수확보에도 도움을 받고 있어서 정부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를 상회하는 이익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가정에 고용되어 직접 임금을 받는 유모, 가정부, 기타 돌봄노동자 등 미국의 돌봄노동시장 규모는 American Community Survey(이하 ACS)의 조사에 의하면 2010년 72만 명으로 추산되고 현재는 약 1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실제적인 가정 돌봄노동자의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ACS의 숫자에는 파견업체를 통한 노동자와 사설 청소업체를 통한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ACS의 조사에 따르면 유모와 돌봄노동자, 가사돌보미의 95%는 여성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돌봄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돌봄 노동자 권리법안’이 메사추세츠, 일리노이, 오레곤,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하와이 등 6개 주에서 채택되었다.

 

3. 가사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한국의 법적 규제 도입 현황과 방안

이러한 세계적인 가사노동시장 확대와 가사노동자 보호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2017.12)된 상황으로 국회 통과 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하여 가사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 및 사회보장권 확대를 촉구하였다. OECD 국가 중 다수 국가들이 이 협약에 가입하여 가사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 및 사회보장권 확대를 위해 법・제도적 정비를 하고 있고 대표적인 국가로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핀란드, 스위스, 호주, 덴마크, 캐나다 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회는 2012년 9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차원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동의안 제출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여 정부의 협약비준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 후 국회에는 ‘가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김춘진의원 대표발의, 2013.5.20.)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인영의원 대표발의, 2016.2.4.)이 발의되었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으며 지난 정부에서는 가사서비스 공식화를 위해 2015년에 ‘(가칭)가사서비스 이용 및 가사종사자 고용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가사서비스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법률 제정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가사서비스 공식화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고용노동부는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2017.6.20)한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처 국회에 제출(2017.12.28.)한 상태이다. 국회에 제출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은 “가사근로자를 고용하여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인증 및 운영에 관한 사항과 그 소속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가사서비스와 관련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노동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될 경우 4대 보험을 비롯한 연차, 휴게시간, 퇴직금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인 법인에 소속된 근로자인 가사노동자는 사회적으로도 소속이 있는 직업인으로서 경력관리와 숙련도를 관리할 수 있어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세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추가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가사노동자가 어엿하고 떳떳한 직업군으로 자리잡아 우리사회의 경제적 일꾼으로 대접받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가사노동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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