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코로나19 극복 국민합의문」을 만들어낸 산별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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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코로나19 극복 국민합의문」을 만들어낸 산별총파업

나영명 89 09.13 09:00

[연구소의 창] 코로나19 극복 국민합의문을 만들어낸 산별총파업

 

작성자: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



9월 2일 새벽 2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로써 코로나19 4차 대유행 한가운데서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던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돌입 5시간을 앞두고 그야말로 ‘극적으로’ 철회됐고 대신 보건의료노조 23년 역사상 첫 노정교섭 합의문이 탄생했다. 합의문 제목은 <코로나19 극복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복지부 합의문>. 명칭대로 노정교섭 합의문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 의료공공성 강화 등 크게 4대 영역 23개 과제를 담았다.


먼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과제로는 ▲2024년까지 감염병전문병원 4개소를 설립하고 3개소 추가 확대 ▲10월까지 코로나19 대응 인력 배치기준 마련하여 시행 ▲2022년 1월부터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에게 생명안전수당 지급 제도화 등이 합의문에 담겼다. 


이로써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부터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추진돼 왔으나 부지 확보와 예산 확보 문제에 막혀 6년째 흐지부지되어온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 속도가 붙게 되었고, 주먹구구식 감염병 대응체계를 벗어나 제대로 된 대응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의료인력 ‘갈아 넣기’식 대처와 임시파견인력 위주의 땜질식 인력운영을 극복하고 ‘위드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지속가능한 K-방역체계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허울뿐인 계획과 약속에 그쳤던 공공병원 확충·강화에도 추진력이 더해졌다. 노정합의문은 ▲2025년까지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 지정하여 운영 ▲공공병원 우선 신설지역 6곳과 이전신축지역, 증축지역 명시 ▲공공병원 설립의 걸림돌이 되어온 예비타당성조사 개선과 면제 추진 ▲만성적자에 시달려온 공공병원의 필수 운영경비와 공익적 적자 지원 ▲공공의료 중추기관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과 기능 강화 ▲국립의대 설립과 의사인력 확충 등을 담았다. 이로써 감염병 대처와 함께 모든 국민에게 필수의료서비스를 차별없이 제공할 수 있는 공공의료체계를 튼튼하게 확립될 수 있는 소중한 전기가 마련됐다.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인력 실태조사와 적정인력 연구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2022년 내에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ratios) 기준으로 제도를 개편하여 2023년 시행 ▲2026년까지 300병상 이상 급성기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교육전담간호사제도를 민의료기관까지 확대 ▲의사·약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불법의료 근절하고 2023년부터 직종간 업무범위 규정하여 적용 ▲2022년 3월부터 예측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 시범사업 시행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을 제한하기 위한 평가·인증·지원제도 개선 등 획기적인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 


이 합의로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는 극심한 인력부족과 신규간호사의 45%가 1년 안에 사직하는 의료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게 됐다. 특히 직종별 적정인랙 기준 마련, 직종별 업무 구분 제도화, 예측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 등 보건의료인력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핵심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역사적 분기점이 마련됐다. 


이 밖에도 합의문에는 ▲재활·요양기관 운영 개선 ▲정신의료서비스 질 강화 ▲혈액원 초장시간 근무 개선과 혈액수급 안정화 등 의료공공성 강화 과제와 함께 법제도 개선과 예산 확충을 위한 당정협의를 추진하고 국무총리실의 부처 간 역할 조정 등 합의문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사항도 포함됐다.  


이렇게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간 노정교섭이 성사되고, 노정합의가 도출될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공공의료 확충하고 보건의료인력 확충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준비한 보건의료노조의 산별총파업투쟁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사회적 지지여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희생·헌신하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소진·탈진하고 휴직·사직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회적 공감과 설득력을 얻었다. 10%도 되지 않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90%를 담당하는 현실에서 국민들은 말로만의 공공의료 확충이 아닌 실질적인 공공의료 확충 요구에 박수를 보내고 지지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비난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응원과 격려가 줄을 이었다.  


이는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 등 명분 있는 2대 의제를 코로나19 의료재난 극복과제로 전면적으로 제기하면서 산별총파업을 내걸고 노정교섭을 성사시키는 한편, 현장실태조사 보도, 의료현장 증언대회, 코로나19 의료현장 체험수기 공모전, 의료현장 영상 제작 등을 통한 사회여론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정부와 국회·정당을 움직이기 위한 활동과 투쟁, 124개 지부 동시 쟁의조정신청과 파업 찬반투표 등 산별총파업투쟁을 착실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노정합의문을 ‘코로나19와 감염병을 극복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국민합의문’이라 부른다. 남은 과제는 합의 이행이다. 당장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실행 협의가 9월 8일부터 시작됐다. 법률을 개정하고 예산을 확정하는 정기국회가 노정합의 이행의 첫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산별총파업투쟁을 준비해온 것 이상으로 노정합의 이행을 위해 모든 조직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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