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성공적인 노조 조직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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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성공적인 노조 조직화로 가는 길

이주환 207 02.06 17:20

작성자: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1. 들어가며


2017년 촛불시민혁명과 뒤이은 정권교체를 통해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정치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노동운동은 이러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조직 확대를 추진했고 가시적으로 성과를 거뒀다. 고용노동부의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90만 명대에서 주춤하던 한국의 노조 조합원 수는 2018년 말 기준 약 233만 명으로 40만 명가량 늘어났다. 노조 조직률은 2016년 말 기준 10.3%에서 2018년 말 기준 11.8%로 1.5%포인트가 증가했다. 국제적으로 희귀한 경우다. 21세기 들어 노조 조직률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예컨대, 2010년대 들어 현재까지 2년 이상 조직률 증가를 경험한 OECD 소속 국가는 칠레, 아이슬랜드, 우리나라뿐이다. 어째서였을까? 한국에서 노동운동이 우호적인 정치적 기회구조에 대응하여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성장 추세가 가능했을까?

식견이 부족해서일 수 있지만, 내가 알기로 한국의 노동 연구자들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 한편으로 이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는 학문적 호기심 충족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수조사인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표본조사 결과나 노조 내부자료에 따르면 조합원 수가 2019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추세 반전은 학술적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현상이다. 동시에 노동운동이 복지국가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전략적 대응이 모색되어야 하는 현상이다. 요컨대, 우리에게는 공공복리의 지속적 증진을 위해서, 혹은 노동운동의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해서, 노조 조직화의 발전과 쇠퇴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 글은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노동 연구자와 활동가의 탐구를 촉구하기 위해 작성됐다. 

이 글은 지난 몇 년간 조직화 사례에 관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적 맥락에서 노조 조직화가 진행되는 일반적인 과정을 재구성하여 제시한다. 먼저, 노조 조직화를 개인, 집단, 조직, 제도, 사회 층위를 오가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포착하여 개념화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조직 노동현장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고 집단적 노사관계가 수립되는 과정을, 6개의 단계와 절차로 구분하여 서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조 조직화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주체 측면의 고려사항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다. 요컨대, 이 글은 ‘노조 조직화 성공의 메커니즘’을 화두로 던진다. 시론적 성격의 이 글이 논의를 촉진해, 정치적 기회구조가 폐쇄돼가는 현재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2. 노조 조직화란 무엇인가


노동조합 조직화(union organizing)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한 노동현장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단결하여, 자신들의 노동조건 개선 및 전체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유기적인 조직인 노동조합을 결성 및 발전시키고 지속해서 운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많은 사람이 노조 조직화 과정을 ‘미조직 노동자 개인의 노조 가입’이나 ‘상급노조의 신규 단위조직 건설’ 등으로 단순화하여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미조직 노동자의 욕구 충족’이나 ‘상급노조의 더 많은 자원 동원’이 있으면 노조 조직화가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인의 가입 행동이나 상급노조의 자원 동원은 ‘노조 조직화’라는 복합적인 현상을 구성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부분이 충족된다고 전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례연구에 기초하면, 조직화란 개인, 집단, 조직, 제도, 사회 등 다양한 층위에서 전개되는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복합적 현상이다. 노조 조직화를 구성하는 다층적 행동들을 분석적 수준에서 순차적으로 구별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노동현장에서 분산된 ‘개인’들의 행동이 시작된다. 노동현장에 적용되는 노동조건 수준이나 노동과정 규칙에 불만이 있는 개인 중 일부의 내면에서, 어떠한 사건 발생이나 정보 전달 등을 계기로, 변화 추구 동기 혹은 인과적 힘이 형성된다. 즉, 누군가 안정적으로 흐르던 판을 흔든다. 그 개인은 이른바 조직화의 ‘초동주체’가 된다. 다음으로, 노동현장의 문제 상황을 규명하고 해결을 추구하는 ‘집단’들의 행동이 뒤를 잇는다. 초동주체들은 주변 노동자들을 설득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동료집단’을 만들고자 시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단을 통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은 노동현장의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중 일부는 노조 건설을 대안으로 선택한다.

이에 따라, 노동현장의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비공식적 집단 중 일부가 공식적 절차를 걸쳐 노조라는 ‘조직’으로 전환한다. 새롭게 건설된 노조는 노동현장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관습과 질서의 변화를 정식으로 요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이 요구에 대한 찬반을 중심으로 노동현장의 권력관계 재편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노조는 사용자가 요구를 수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제도와 시민사회 층위에서 행동한다. 먼저, 설립신고 등을 통해 국가로부터 합법성을 부여받고, ‘노동법제도’의 강행력에 기초하여 사용자가 노사협상에 성실히 임하도록 요구한다. 다음으로, 공론화를 통해 노조 요구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인정받고, ‘시민사회’의 여론에 기초하여 사용자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압박한다. 상급노조는 특히 이 과정에서 개입한다. 이러한 노조 행동이 의도한 바를 이루면 노동현장에 새로운 규범과 관계가 만들어진다. 노사합의를 통해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이의 준수와 발전을 두고 노사단체가 지속해서 상호작용한다. 요컨대, 집단적 노사관계가 노동현장의 관습과 질서가 된다.

이상의 논의에 기초하면 다음과 같은 정의를 제시할 수 있다. 이를테면 노조 조직화란, △노동현장의 변화를 바라는 노동자 ‘개인’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집단’을 이루어 △상급노조 활동가 등의 지원 속에 공식적 절차에 따라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갖춘 ‘조직’을 설립하고 △노동과 자본의 권력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법‘제도’와 도덕 원칙에 기초한 시민‘사회’ 여론의 압력 등을 활용하여 노동현장의 권력관계 재구조화를 시도하며 △그러한 재구조화 과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조직의 확대 및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이다. 



3. 노조 조직화의 여섯 단계


앞에서 살펴본 규정에 기초하여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노동조합 조직화의 일반적 과정을 다음과 같이 6단계로 도식화하여 재구성할 수 있었다. 한편, 여기서 제시하는 조직화의 단계는 개념적으로 구분된 것이며, 각 단계는 현실에서 중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일부의 경우에는 순서가 바뀌거나 건너뛸 수도 있다(특히 ‘5) 비관행적 투쟁’ 단계). 


1) 노동현장 문제 상황 식별 및 초동주체의 형성 


특정한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조직화 시도는 일반적으로 그 현장에서 오랫동안 불만을 누적시켜 온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억압적인 인사관리 등을 즉각적인 해결이 필요한 문제로서 제기하며 시작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불만 사항은 조직화의 일반적 ‘배경’이며, 이 배경을 바탕으로 행동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분노 혹은 희망의 감정을 활성화하는 특정한 ‘계기’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겨우 버텨왔는데 더는 참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급작스럽게 심화되는 상황(예: 인력 구조조정, 절대적 혹은 상대적 임금삭감, 억압적 규칙 강화나 문제 관리자의 승진 등)이나, 문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를 형성하는 상황(예: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 인상 등 정부의 친노동정책 추진, 인수합병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인한 기업 리더십의 변화, 주변 유사 노동현장에서의 조직화 성공 소식 등)이 그 계기가 된다. 한편, 분노와 희망을 자극하는 계기가 생기더라도 먼저 행위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일부다. 먼저 행동에 나서는 노동자, 즉 ‘초동주체’는 일반적으로 노동현장의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남들보다 불만이 더 크게 느껴왔고, 이전부터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2) 조직화 운동 리더십 형성 및 자원 동원 체계 수립


초동주체들은 일반적으로 집단화를 시도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사회적 자본(주변 사람들과 인간관계, 비대면 연결관계, 신뢰와 평판 등)에 기초하여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규합하여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집단을 형성한다. 이러한 집단이 내부 의사소통을 통해 노조 결성이 문제해결의 방법이라는 데 뜻을 모으면, 이들은 부족한 정보와 지식을 빌리기 위해 조직화에 전문성을 가진 상급노조 등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이후 현장 노동자 집단의 대표인 초동주체와 상급노조에서 파견된 조직활동가를 중심으로 비공식적 지도·집행부, 즉 리더십이 구성된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향후 전개될 조직화 운동에 필요한 자원(자금, 사람, 시설과 장비, 전문적 지식 등)을 동원하기 위한 상호작용이 추진된다. 한편, 조직화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창의적인 전략적 역량과 다원적인 출처로부터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조직구조 수립이 중요하다. 리더십의 전략적 역량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초동주체와 조직활동가 사이 두터운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 노동자 및 외부 연대세력과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동현장 내외부의 상황을 맥락적으로 고려하는 창의적인 전략과 전술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이럴 때 다원적인 출처로부터 필요한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조직구조가 수립될 수 있다. 


3) 전략적 기반 구축: 합법화, 정당화, 세력화, 네트워크화

 

조직화 운동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요구를 수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동법제도에 기초한 관행적 투쟁’과 ‘노동법제도 이외의 법제도와 공공여론을 활용하는 비관행적 투쟁’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전략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조직화 운동 세력의 기반은 합법성 획득, 정당성 강화, 노동현장 내 세력화, 시민사회 네트워크화 등을 통해 구축된다. 이를테면 관계기관과 사용자에게 노조 설립신고 혹은 설립통보를 하여 ‘합법성’을 획득하여야만 노동법제도에 기초한 관행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활동을 사회적으로 정당화하는 담론을 제기할 수 있을 때만이, 관행적 투쟁 방식과 함께 비관행적 투쟁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조직민주주의에 기초한 선거를 통해 대표성 있는 리더십을 형성하여 현장 노동자를 최대한 많이 가입시키고 외부의 다양한 세력들과 연결망을 형성했을 때, 사용자들이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더 큰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4) 관행적 투쟁: 노동법제도의 규정과 절차에 기초한 노사교섭투쟁


조직화 운동 세력은 전략적 기반을 구축한 후에 일반적으로 노동법제도의 강압에 기초하여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노동법제도가 규정하는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의 절차에 따라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시하고, 사용자가 이를 수용하도록 (타당성과 정당성을 내세워) 설득하고 (작업중단이나 여론화 등이 끼칠 수 있는 손해를 내세워) 압박한다. 일반적으로 노동법제도상의 절차에 기초한 관행적 투쟁 단계에서는 조직의 합법성과 노동현장의 장악 정도(세력화) 등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리고 노조 요구의 공공적 측면이나(정당화) 시민사회와 연결관계 활성화(네트워크화) 등은 상대적으로 부차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노조의 요구는 최소한 현장 노동자들이 기꺼이 조직화 운동에 참여하도록 동기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설득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같은 상급노조에 속한 단위조직이나 주변 지역에 있는 단위조직과 상호작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5) 비관행적 투쟁: 노동법제도 이외의 법제도와 공공여론 등을 활용한 사회적 투쟁 


조직화 운동 세력이 관행적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했음에도 사용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거나 압박하지 못한 경우 비관행적 투쟁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혹은 관행적 투쟁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비관행적 투쟁 방식을 동반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관행적 투쟁이란 사용자 측이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압력에 맞닥뜨리도록 하는 창의적인 전술을 활용하는 것을 지칭한다. 한편, 비관행적 투쟁 방식은 관행적 투쟁 방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 일반적으로 비관행적 투쟁에는 노동법제도 이외에 기업에 적용되는 법제도의 강제력, 그리고 사회여론의 압력 등이 활용된다. 이를테면 산업안전보건, 환경기준, 세무회계, 소비자보호 등과 관련해 부과되는 법제도 준수 의무를 기업 측이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압박하는 방법이 있다. 혹은 기업 측의 행동이 법제도를 위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회정의 인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예컨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문자로 해고한다” 등), 이를 강조하는 프레임을 구성하여 시민사회가 감시를 강화하거나 상품 소비를 거부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6) 집단적 노사관계 중층화 및 조직민주주의 발전


관행적 투쟁과 비관행적 투쟁을 통해 사용자가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요구를 수용하여 노사가 합의에 이르게 되면, 노동조건 및 인사관리에 적용되는 새로운 지배적 규범으로서 임금·단체협약이 효력을 갖게 된다. 또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 집단적인 대화 채널(임금단체교섭)이 형성된다. 한편, 노조는 최초의 노사협약을 만들어낸 경험을 기초로, 협상 채널을 중층화하여 노동현장 규범의 여러 측면에 대한 개입을 시도한다. 이를테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사협의회, 사회적 책임활동, 노동이사제도 등 다양한 노동자 경영참여 채널을 형성하여, 노동현장 규범에 노동자 측의 요구가 포괄적으로 반영되도록 재구성해 나간다. 이렇듯 노동자 측이 주도하여 집단적 노사관계를 중층화하기 위해서는 강한 노조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조직민주주의와 일상활동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4. 나가며: 실천을 위한 제언


이 글에서는 노동조합 조직화를 다양한 층위에서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현상으로 규정하고, 노조 조직화가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6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봤다. 이상의 내용이 상급노조 계획과 활동가 실천 등 주체 측면에 주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조 조직화의 맹아를 발견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노동현장 특수적 지식’과 ‘집단 의사소통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노동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만에 관한 심층적 이해, 그리고 개인 내면에서 행동 동기를 발생시키는 구체적 계기에 대한 예측 등을 가능케 하는 지식을 상급노조가 확보했을 때,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추진되는 조직화 시도를 더욱 능동적으로 발견하고 포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조직활동가가 비공식 집단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문제 진단이나 대안 처방, 의사결정 등에 관한 풍부한 지식에 기초하여 행동할 때, 조직화 운동 세력의 지도․집행역량이 강화되도록 하는 데 보다 많이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식적 조직의 의사소통과 비공식적 집단의 의사소통은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 기초한다면, 노조 조직화 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급노조 수준에서 ‘노동현장에 대한 조사통계사업’, ‘조직활동가 의사소통 기술 훈련’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할 수 있다.

둘째, 조직화의 전략적 기반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층위에서 관례적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조직활동가는 이러한 관례들에 숙달해야 하고 초동주체가 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facilitator)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직화 운동 세력이 전략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설립신고를 해야 하고, 선거를 거쳐 대표를 선출해야 하며, 현장 노동자를 설득해 가입시켜야 하고, 외부의 세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각각의 행동 과정은 특수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된다. 조직활동가는 이에 능통해야 하고, 그 과정에 초동주체의 참여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조직화 운동이 초동주체와 상급노조 활동가의 신뢰 및 협력을 통해 다양한 권력자원에 기초한 기반을 구축할 때, 더욱 창의적인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한다면, 조직활동가에게는 절차적 지식 학습뿐만 아니라 조력자로서 자질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상급노조는 조직활동가가 초동주체를 지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보조자료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한국 상황에서 노조 건설 과정은 노사갈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요컨대, 노조 조직화는 곧 투쟁 과정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조직화 운동 과정에서는 노동법제도에 기초한 관행적 투쟁, 그리고 그 외 법제도나 공공여론에 기초한 비관행적 투쟁 등이 다양하게 전개된다. 조직화 운동의 리더십은 이러한 투쟁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권력자원에 기초한 전략적 기반 구축, 그리고 조직활동가와 초동주체의 신뢰와 협력에 기초한 리더십 형성 등이 필수적이다. 또한, 조직활동가의 숙련과 전문적 역량이 중요하다. 조직활동가는 투쟁 상황의 다양한 맥락에 관한 지식을 체화하고 있어야 하고, 투쟁에 필요한 전술적 도구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리더십의 일원인 초동주체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상급노조는 이와 관련된 숙련과 활동 역량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조직 내에서 일상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과정을 거쳐서 노사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조직화가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노조 조직화의 완결을 나타내는 지표는 '최초의 임금․단체협약 체결'이 아니라, 노동현장에 집단적 노사관계가 안착하고 이를 관리하는 조직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요컨대, 노사가 노동현장의 문제해결 방법으로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더라도, 거기서 멈추지 말고 이를 발판으로 다양한 노동자 경영참여제도를 도입하여 노사관계를 중층화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활동을 통해 조직민주주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현장 출신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활동가의 역할은 최소화된다. 따라서 상급노조는 단위노조가 지속해서 일상활동과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매뉴얼 등을 지속해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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