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철도노조의 아주 절박한 사회공공성 투쟁/이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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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철도노조의 아주 절박한 사회공공성 투쟁/이영수

구도희 7,161 2013.12.10 11:53

 

-  이영수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fallsky77@naver.com)

12월 9일 부로 철도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불법파업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183명의 노조 집행부를 고소, 고발하고 파업 참여자 4,356명을 직위해제했다. 주류 언론과 방송들 또한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이유보다는 국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행동이라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불합리한 제도이지만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유지하면서 필공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불법파업이라고 매도하고 파업 하루 만에 초강경 대응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파업 전부터 박근혜 정부의 성격답게 초강경 대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철도노조가 10일로 예정된 코레일 이사회의 수서발 KTX 자회사 출자 의결에 맞춰 파업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수서발 KTX 설립이 한국철도에 재앙이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공개된 코레일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6년에 수서발 KTX 자회사가 운영을 시작하면 코레일의 매출액은 지금보다 5,120억 원 감소하고, 순 손실만 1,078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기존에는 수서발 KTX 자회사가 설립되면 운행노선의 80%가 겹치는 코레일은 KTX 이용객이 급감하여 고속철도 부문에서 연간 4천억 원 정도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었다. 실제 코레일이 입게 되는 피해액은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되면 코레일의 고속철도 중심으로 통합된 철도 네트워크는 곧바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 현재 코레일은 고속철도 부문에서 4,686억 원의 흑자(2011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그 밖의 일반열차와 화물열차는 4~5천억 원 정도의 큰 손실을 내고 있으며 광역철도 또한 최근에 적자로 돌아섰다. PSO(공익서비스 의무)에 대한 정부지원이 부족하고 요금수준도 낮은 상황에서 코레일은 고속철도의 운송수입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일반철도와 화물열차 등에 교차보조하면서 통합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서발 KTX 자회사로 인해서 코레일의 고속철도 매출이 급감하면 고속선 이외의 노선에 교차보조를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적자노선을 폐선하든지 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교통복지는 심각하게 훼손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한국철도의 통합된 네트워크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면서 정책을 추진이라도 하는 듯, 수서발 KTX 자회사의 설립 이후에 장기적으로 일반철도와 화물철도의 공공적 운영을 포기하고 시장에 떠넘길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국철도가 이렇게 붕괴될 수 있음에도 국토부는 주식만 민간자본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민영화가 아니므로 주식의 양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공공자금만 투자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또한 상법이 보장한 주식의 자유로운 양도원칙을 전면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어서 큰 효과가 없는 조치였다.(대법원 2000.9.26 선고 99다48429 판결) 정관에 매각금지 조항을 아무리 명시해도 기본적으로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제3자에 대한 주식양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영화가 달리 민영화인가!! 소유권 이전뿐만 아니라 정부가 공공적 운영을 포기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행위도 넓은 의미에서 민영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한국철도가 공공성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재편되는 민영화의 서막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국토부의 계획에 의하면 수서발 KTX 자회사는 핵심업무만 직접 수행하고 차량정비와 시설유지 보수 등의 업무는 외주화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레일이 통합운영하면 수서발 KTX의 초기 투자비용이 천억 원에 불과하지만 수서발 KTX 자회사를 분할 설립하면 3천억 원 이상이 소요되므로 최대한 인건비를 효율화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노동조건의 악화는 물론 철도안전 또한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수서발 KTX 자회사 분할은 철도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민영화로 가는 서막이므로 철도노조의 파업은 국민들을 대변하는 절박한 목소리인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한국철도의 미래와 국민들의 교통복지를 사수하려는 아주 절박한 사회공공성 투쟁인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절박한 외침을 귀담아 듣지 않고 불통과 독단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박근혜 정부는 한국철도를 살리려는 국민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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