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장시간 노동 해소 접근, 근로시간 특례업종 논의부터/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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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장시간 노동 해소 접근, 근로시간 특례업종 논의부터/김종진

구도희 8,490 2013.11.22 04:46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chaplin@catholic.ac.kr)

장시간 노동이란 화두
다시 노동시간 단축이 화제다. 그간 학계와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여가, 자기개발 등의 삶의 질 문제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정부도 장시간 근로의 개선이 삶의 질 개선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기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이해당사자 중 한 축인 경영계의 반대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노사정 3자가 합의한 주5일제 도입 이후에도 실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2010년 6월 노사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근로시간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그리고 최근 박근혜 정부의 ‘고용율 70% 달성’의 방법으로 제시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장시간 근로 단축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장시간 노동 해소의 해법 중 하나인 근로시간 특례 업종 축소 논의는 사라지고 없다.
 
노동시간 단축 실마리, 근로시간 특례업종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현행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도 있지만,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특별한 공익적 필요성 또는 현저한 업무상 특성으로 인해 다른 예외 규정을 통해서는 해결이 어려워 장시간 근로 한도를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최후적 수단으로 연장근로나 유연근무 및 적용배제 등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즉,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노동시간 규제의 중대한 예외로서 노동자 보호 측면에서 최소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특례제도는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제도가 신설된 당시부터 현재까지 12개 업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에 따르면 특례업종 사업장은 노사 서면합의로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및 휴게시간 변경이 가능하다. 이에 특례업종 사업장의 경우 장시간 노동은 물론, 휴게시간이나 점심시간도 매우 짧다. 예를 들면 유통 판매직(49시간, 점심시간 37.7분)이나 병원 간호사(48시간, 점심시간 22.9분) 모두 장시간 근로를 함에도 불구하고 법정 휴게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간호사의 3분의 2 가량(67.8%)은 점심시간이 채 25분도 되지 않는다.
 
물론 특례업종 적용 대상은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 해석되는데, 정부 자료에 의하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노동자의 38%인 약 400만 명에 달한다. 그래서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를 운영하여(2011.8~2012.1, 9차례) 근로시간특례제도 개선을 위한 공익위원 의견까지 발표했다. 
 
사회적 합의와 규제 필요성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 사라진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라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특례업종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연장근로 상한 자체가 설정돼 있지 않아 장시간 노동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현행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 업종으로 재분류하여 금융, 유통, 교육, 병원, 사회복지 등 16개 업종만 제외하면 특례 적용 노동자 수는 현재의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한다. 그러면 특례업종 축소라는 정부 정책의 방향 설정과 의지에 따라 약 260만명의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가장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직장에 머문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제도와 기제들을 해소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점심시간조차 배려하지 않는 직장, 직원들에게 쉬는 날까지 연락해 일터에 나오라고 하는 직장, 한 달에 한 번 가족과 함께 보내는 휴일조차 빼앗아 가면서 영업하는 직장이 과연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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