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보건의료노조에게 2013년은 진주의료원 투쟁에서 시작하여 진주의료원 투쟁으로 해가 저물었다. 아직도 진주의료원 재개원투쟁은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3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장기적인 ‘공공병원 지키기’ 투쟁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착한 적자’라는 사회적 공감대도 만들어냈고, 박근혜 정권 초반 민영화 공세를 어느 정도 뒤로 늦추는 역할도 했다. 국정조사를 성사시켰고, 공공의료 강화정책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산별노조의 힘과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이 결합되면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한계도 있었지만, 보건의료노조에게 진주의료원투쟁은 2014년을 돌파해나가는 데 있어서 큰 자산이자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정세는 만만치 않다. 우리는 “두 개의 폭탄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폭탄은 12월 11일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이고, 다른 하나의 폭탄은 12월 13일 발표된 투자활성화대책이다.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은 겉으로는 부채 해결과 방만경영 개선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금을 억제하고 단체협약을 개악하며, 최종적으로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금동결, 임금삭감, 임금피크제 도입, 성과급제·연봉제 도입, 단체협약에 대한 전면조사와 개악, 인력감축, 시간제 일자리 강제 할당, 비용 절감 등의 공세가 공공기관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함께 2014년 노동정세를 관통할 것이다.
여기에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세가 맞물려 진행될 것이다.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되는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삭제하거나, 상여금을 변동상여금으로 바꾸거나, 교섭없이 임금을 마음대로 통제하기 위해 성과급제·연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시간외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시간근로제·탄력근로제·유연근로제와 같이 근무형태를 바꾸려 할 것이고, 심지어는 고임금을 받는 고연차 노동자를 명예퇴직·조기퇴직시키는 구조조정을 강행할 가능성도 높다. 정년 55세 이상 모든 노동자에게는 업종에 관계없이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이 투자활성화대책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같은 자동 구조조정제도도 함께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14년 앞에는 임금체계 개편과 단체협약 전면 개악, 노조 무력화라는 엄청난 폭탄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폭탄인 투자활성화대책은 그야말로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를 위한 종합대책이다. 보건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투자활성화대책의 주요 내용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부대사업 범위 확대, 인수합병 허용, 대형 법인약국 허용 등이다. 이는 원격의료 허용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를 완전 영리화·상업화·민영화로 몰아가는 정책으로서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영리 자회사 설립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94%가 민간 의료기관이지만, 외부자본 투자와 이익 배당이 허용되지 않는 비영리법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의료기관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열어주기 때문에 재벌회사, 민영보험회사, 투기자본과 같이 영리를 추구하는 거대자본이 의료기관을 장악하여 돈벌이를 추구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병원 소유를 민간병원으로 바꾸는 것도 아니고,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자회사를 통해 외부자본 투입과 이익 배당이 허용되기 시작하면 영리병원 도입과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붕괴, 미국식 의료제도 도입은 시간문제가 될 뿐이다. 그야말로 의료대재앙의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이 2가지 폭탄 앞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전면투쟁 아니고는 돌파할 길이 없다는 판단 아래, 2014년 3가지 투쟁과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총파업·총력투쟁 기조를 세웠다.
3가지 투쟁과제는 ▲부정선거, 공약파기, 민영화 강행, 민주주의 파괴에 맞선 반박근혜 투쟁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 ▲임금과 단체협약,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한 투쟁 등이다.
이 3가지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보건의료노조는 모든 일상사업과 행사들을 과감히 생략하거나 이 3가지 투쟁 과제 속에 편입·복무시키는 한편, 준비기를 따로 정하지 않고 1년 내내 투쟁하는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1월 3일 전국 지부장회의에서 전 조직을 투쟁본부체계로 전환하고, 산별노조 현장과 중앙이 일사불란한 투쟁을 시작한다.
2014년 보건의료노조 투쟁의 특징은 전 조직이 함께 하는 산별투쟁이고, 연중무휴투쟁이라는 점이다. 공공기관 구조조정, 통상임금 범위 확정, 임금체계 개편, 단체협약 개악,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 등 어느 하나도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해결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전 조직이 함께 하는 산별투쟁으로 돌파한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방침이다. 10년 전인 2004년 주5일제 쟁취와 산별교섭 쟁취를 위해 전개했던 14일 간의 산별총파업같은 산별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노조는 매년 6월~7월에 시작하던 산별교섭을 대폭 앞당겨 3월부터 조기 산별교섭을 추진하고 산별총파업투쟁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연중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2월 25일 박근혜대통령 취임 1주년과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계획 발표 1주년, 3월말 공공기관노조 총궐기대회, 4월 7일 보건의 날, 4월~5월 1차 총력투쟁, 5월 1일 노동절, 6월 4일 지방선거, 6월~7월 2차 총력투쟁, 10월~11월 3차 총력투쟁, 11월 말 7기 지도부 선거, 12월 19일 박근혜정권 당선 2주년 등의 계기와 맞물려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산별 총력투쟁을 전개한다. 각각의 계기와 시점에 민주노총의 총력투쟁과 공공기관노조들의 총력투쟁, 각계각층 민중들의 촛불투쟁에 복무하면서도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산별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한다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의 방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조합원과 광범한 국민들과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노사가 신의성실로 체결한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임금체계를 뒤흔드는데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과 위기감은 상당하다.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도 광범하게 형성되어 있다. 진주의료원 투쟁으로 형성된 보건의료노조의 위상과 신뢰도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상급단체를 뛰어넘어 모든 공공기관노조들과의 연대,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약단체들과의 연대를 비롯해 각계각층과의 광범한 연대를 형성하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범국민적 민영화저지투쟁을 만드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권이 보기 좋게 내걸었다가 보란 듯이 내팽개치고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투쟁이다. 2014년은 갑오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