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

노동사회

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

편집국 0 2,756 2013.05.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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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청동 철거민들이 벽에 써놓은 절규.  - 출처 : 오마이뉴스 ]

지난 3월12일 남반구 사회운동단체와 노동조합을 주축으로 하여 외채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빌리사우스(Jubilee South)의 인도 첸나이 회의에서 ‘물과 에너지의 사유화’와 관련하여 3박4일 마라톤회의가 열렸다. 이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출신용기관(ECAs) 등 국제금융기관들 그리고 엔론, 텍사코, 수에즈, 벡텔 등 초국적 에너지·물기업 등이 부채 상환 내지 탕감 조건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가난한 나라들의 물·전력 사유화에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는지 각국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했고, 중장기적인 대책과 실천사업을 논의했다. 

그리고 올해 6월20일부터 24일 사이에는 이러한 지난 인도회의의 결과를 이어 받아 ‘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국제노동조합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라는 주장을 기치로 주빌리사우스, 공공연맹, 공무원노조 공동주체로 개최되었으며 8개국 2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지구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공공서비스 사유화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그 대안을 논의했다. 특히 민중의 기본적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할 물과 에너지가 사유화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면서 이에 대한 지구적 저항을 조직하고 직접 대안을 만들어야 함을 공유했다.

ksum_02.jpg물과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 곳곳의 투쟁들

모든 민중은 깨끗한 물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 물과 에너지는 공기와 함께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따라서 능력과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영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시장논리가 아닌 공공성과 형평성의 원리에 따라 향유되어야 하고 인권의 문제로 규정됨이 마땅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 내에서는 이러한 기본권이 ‘자유무역’이라는 기만 속에서 상품으로 둔갑하여 이윤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민중과 생명체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이기에, 장사를 하게 되면 그 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민중의 기본권이 국제적 금융기구들과 초국적 에너지·물기업에 의해 이윤놀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초국적기업과 국제금융기구들은 아시아지역 상당부분을 강타하고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조차도 악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이란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재건’이라는 명목 하에 기간산업의 사유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마실 물과 생존에 필수적인 전력을 이용하여 민중의 목줄을 죄고 이윤을 짜내는 국제금융기구들과 초국적기업의 행태는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또한 그에 대한 저항 역시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엔론이 주도한 전력 사유화의 결과로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민들은 사상 최악의 광역 정전사태를 경험해야 했다. 이에 따라 민중들의 저항에 의해 전력회사에 대한 재국유화가 추진되고 있고 사유화에 대한 책임으로 결국 주지사가 교체되었다. 또한 볼리비아에서는 상수도 사유화에 따라 3배가 넘게 요금이 인상됐다. 볼리비아 민중들은 이에 강력하게 저항했으며 최근에는 에너지의 재국유화를 요구하는 민중들의 봉기에 대통령이 쫓겨나기도 했다. 

또한 초국적 물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가 장악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상수도사업 사유화 이후 수도요금이 150% 상승했다. 잉글랜드에서도 106%나 요금이 인상되었으며 심지어 성공사례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수에즈가 상수도 관리를 넘겨받은 후 7천6백여명 종사자 중 4천여명이 명예퇴직 등을 통해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3개월에서 6개월 단위의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

그리고 인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벡텔, 수에즈, 비벤디와 같은 초국적 물기업의 이윤놀음으로 인해 노동자와 민중들이 절대적인 물 부족으로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필리핀에서는 사유화 5년만에 요금이 무려 400%나 인상되었다. 지금도 태국에서는 발전노동자들과 상수도관련 노동자들이 정부의 사유화정책에 반대하며 광범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2002년 철도·가스·발전노조의 동맹파업을 통해 기간산업 사유화를 중단시킬 수 있었으며, 사유화 반대가 국민의 87%가 넘는 지지를 받기도 했던 한국에서도 상수도 사업 부문에서 서서히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과 마산에 이어 전주에서 민간위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노동운동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사유화 반대를 위한 기본원칙

금번 ‘물·에너지 사유화 반대 국제 노동조합 대회’에서는 물과 에너지의 사유화가 지구적인 문제임을 인식했다. 보다 친환경적이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 공공서비스가 보편적 인권으로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 민중이 함께 투쟁해야만 한다. 기본권으로서의 물과 에너지를 초국적 자본과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실천 투쟁의 원칙들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공공재이자 필수재인 물과 에너지에 대한 민중의 기본권을 확장하는 공공성 강화투쟁이 되어야한다. 최근 WTO에서는 교역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물과 전력을 서비스협정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가 물과 전력이 상품이 아니라 필수재이자 공공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기본권으로서 당연한 권리임을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일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세계적인 자본 흐름에 맞서 사유화 저지투쟁 뿐만 아니라 시장개방 저지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투쟁 과정에서 물·에너지 분야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에 기반한 환경단체, 사회단체, 지역주민이 함께 결합해야 한다. 물과 에너지를 둘러싼 문제는 해당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수급자인 지역 주민과도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유화 저지투쟁과정에서 조직된 노동자와 함께 지역주민을 조직해야 하며, 지역의 사회운동이 함께 대응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사유화 저지투쟁이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투쟁이 되도록 조직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연대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는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적 경제블록화와 WTO를 통한 단일시장 재편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른 대응 또한 개별국가의 영역을 넘어서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미 정부의 주권마저도 좌지우지하는 WTO와 국제금융기구에 맞서기 위해서, 개별국가의 기업별노조 투쟁으로는 분명히 한계에 달했다. 국내외적인 연대전선 구축을 통해 좀더 큰 투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 첫 걸음이 12월14일, 홍콩에서 예정되어 있는 WTO 서비스협정 저지투쟁이 될 것이다. 세계의 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연대하여 물과 에너지의 사유화, 시장개방화에 맞서 민중의 기본권이자 인권을 지켜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