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선언 이후 한국사회와 여성

노동사회

세계화 선언 이후 한국사회와 여성

편집국 0 4,293 2013.05.13 11:10

 

 

mkjang_01.jpg세 계화는 여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세계화 자체는 국가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전 지구화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세계화의 영향은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화는 전 지구상의 약자집단들에게 부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화를 추동하는 주도세력이 남성 자본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세 계화는 초국적 대자본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이러한 세계화를 이념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사상적, 제도적 무기로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이다. 복지국가의 과잉 개입이 시장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자본의 원활한 흐름을 막았기 때문에 발전이 정체되고 있으며, 따라서 개인과 시장, 시민사회의 자율성 확대가 정체된 생산력 향상 및 사회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정체된 사회를 도약시키는 활로로 환영받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세계화는 복지제도의 축소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 지원기능의 축소, 경쟁과 효율이 지배하는 시장과 시민사회의 형성, 민영화, 탈규제 조치,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낳았다. 이는 약자 집단들에는 국가 지원의 축소, 실업과 비정규직화의 증대, 빈곤의 심화와 무권력화를 의미한다. 국가 지원의 축소는 국가의 사회 지원 책임을 개별 국민이나 가정에 떠넘기는 현상을 유발하므로, 여성들의 가사노동이나 비공식노동의 부담을 증가시키며, 결국 여성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초국적 대자본의 부와 권력 집중은 남성 가부장제와의 결탁 속에서 심화, 확산된다. 이 과정 속에서 여성 대부분은 자본가계급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되며, 부자가 아닌 빈자가 되고, 성차별적 고용상황 속에 있는 취약 노동자로 존재하고, 각종 성적 착취와 폭력에 시달리는 성노동자, 성매매 피해자, 빈곤계층으로 전락한다.

여성의 고용악화, 빈곤심화 

실 제로 1994년 이후 세계화 물결은 한국 사회의 여성들에게 대체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화는 자본과 남성 가부장의 헤게모니하에서 이루어져왔으므로, 한국 사회에서 피지배층이나 약자집단에 속하는 여성들의 빈곤화와 무권력화 현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세계화가 한국 여성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첫째, 여성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성과 여성의 빈곤화 현상을 촉진했다.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초국적 대자본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여성의 일자리 찾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이미 고용되어 있는 여성들도 정규직의 위치에서 비정규직, 불완전 노동자의 지위로 끌어내렸고, 여성들의 영세사업장의 노동자, 가내노동자, 임시직, 파트타이머, 파견노동자화 등이 진전되었다(자세한 내용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2004년 발간한 『Beijing+10년 기념-한국의 여성정책 10년 평가 심포지움 자료집』 참조).

실제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이 진행되는 동안 국가 지원의 축소는 남성 생계부양자 논리와 결합하여 많은 여성들을 고용현장에서 퇴출시켰고, 여성우선 해고,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증대시켰다. 이로써 2002년 8월에는 여성의 임시일용직 비율이 70.7%로 증가했는데, 이는 남성의 임시 일용직 비율이 46.7%임과 비교할 때 여성이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큰 피해자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비정규직 여성들은 그간 기업에 인적 혹은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조합 결성을 통한 집단적 근로조건의 결정을 할 수 없고, 실직을 해도 실업수당도 받지 못했으며, 모성보호와 업무상 부상에 대한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방치되어 여성의 빈곤화를 촉진했다.

한편 가족규모의 변화, 이혼 증가 등의 현상과 더불어, 여성들의 불안정 고용의 위치는 여성의 빈곤화를 증가시켰다. 생활보호 및 국민기초보장 가구 수 및 가구원 수 추이에 관한 통계를 보면, 가구원 수별 여성수급율이 1991년 53.4%에서 1995년 56.7%로 계속 증가하여, 경제위기시인 1998년에는 58.5%까지 증가했고, 이후 58%선을 유지하고 있다. 여성수급가구 비율도 1991년 45.4%에서 1994년 50.7%로 수급가구의 절반을 넘기 시작하여, 경제위기시인 1998년 56.9%, 1999년 57.4%까지 상승하였다가 2002년에 55.5%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여성의 빈곤화는 여성에게 사회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부담을 강화하고 보육, 노인 및 병자 간병 등 가족복지 책임을 국가가 여성과 가족에게 떠맡기는 신자유주의적 전략과 더불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일반적으로 국가의 복지지원을 축소함으로써 국가의 가족책임을 여성과 개별 가족에게 떠맡기는데, 사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선진국만큼 강하게 나타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이미 국가가 복지국가 형태를 갖추고 있고 복지적 측면에서 국가의 과잉개입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데 반해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가의 복지지원 역할이 매우 미흡한 상황에서 국가기능의 축소라는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별로 유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여성운동의 행동주의와 페미니즘적 여성 주체들이 국가의 여성과 복지 지원역할을 강하게 요구하였고 그런 요구를 받아 국가기능을 확대시켜나가는 과정 속에 있었기 때문에, 서구만큼 신자유주의적 외풍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성산업의 확대

둘째, 세계화는 국제 성산업의 확대를 통해 여성의 피해자화를 진전시키고 부정적 성문화를 확산시키는 기능을 해왔다. 초국적 대자본은 국제 성매매와 인신매매, 성산업을 확대시켜 왔으며, 이러한 성산업의 재생산과 확장은 한국에서 여성차별적이고 여성폭력적인 문화를 유지, 재생산하는 데 기여해왔다. 이러한 성산업 시장은 남성 자본의 입맛에 맞게 형성되었으며, 국제 성산업은 성매매, 포르노그래피, 매춘관광, 우편/인터넷 신부 (mail/internet brides) 등을 통해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은 또한 결혼 중개업체와 인터넷 매체를 통한 국제 결혼 시장을 통해서도 형성되고 있는데, 세계화와 더불어 최근 국제 결혼안내소, 펜팔클럽, 비공식적 신부 모집 사업 등이 계속 번성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성산업의 확대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기능을 가속화함으로써, 성을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남성의 여성 성폭력과 성매매가 자연스럽고 사회에 기능적이라는 잘못된 논리를 유포시킨다. 이로써 각종 성적 착취나 성폭력, 인신매매에 둔감한 정서를 형성, 부정적 성문화를 더욱 번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재성 훼손, 남성 중심적 지배 문화의 당연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무시, 남성 지배적 성문화의 보편화, 여성 폭력과 여성 비하 문화 재생산 현상 등을 낳고 여성의 무권력화와 가부장적 자본의 헤게모니체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주 여성의 증가와 ‘아류 제국주의’

셋째, 세계화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 여성들을 증대시켰고, 이들은 한국 사회 최하층 여성집단을 형성하면서 가부장적 자본과 제국주의적 지배 및 착취의 폐해를 총체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한국인들에게 아류 제국주의적 속성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이 주민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하지 않는 영세하청업체 일이나 3D업종의 일을 담당하면서, 열악한 고용상황에 성적 착취까지 결합한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 여성노동자는 전체 이주노동자 중 37.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크게 생산직에서 노동하는 여성과 성 산업(유흥산업)에 유입된 여성, 식당이나 다방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으로 나누어진다. 생산직에는 동남아시아와 몽골에서 온 여성들이, 성산업에는 필리핀과 구 소련계 여성들이, 식당과 다방, 여관 등에는 중국동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남성 노동자와 임금차별은 물론이고, 성희롱, 강간 등 성폭력과 같은 이중 삼중의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다. 더욱이 생리휴가는 물론, 임신, 유산 후에도 사업주의 눈치를 보며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서, 여성권은 물론 모성권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이주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 여성들이 이전에 했던 최하급 노동자의 일을 하면서 최하급 노동층을 형성하고 있다.

성 매매를 목적으로 국내로 유입된 이주민 여성들은 7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들은 또한 각종 성폭력과 성적 착취, 인신매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국내로 유입된 국제적 인신매매의 피해자는 7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 여성들의 대부분이 구 소련 지역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및 필리핀, 중국, 베트남, 몽골, 남미국가 등으로부터 인신매매되고 있다. 특히, 구 소련 지역의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는 매우 급증하고 있어서, 경기도의 경우 1999년에 비해 2001년에 3.4배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여전히 수 만명의 한국 여성들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으로 인신매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결혼을 통해 한국에 유입되는 여성들도 급증하고 있는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에서 2003년까지 한국남성과 혼인한 외국인 여성의 수는 총 102,168명이다. 1990년 한해 한국 남성과 혼인 신고한 외국인 여성수가 619명이었던 것이, 2003년 한해만 19,214명의 외국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들어 국제결혼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적별 분포를 보면, 2003년도 한해 혼인 신고한 19,214명의 여성들 가운데 중국 국적자 70%, 일본 국적자는 6% 그리고 기타나라로 분류되는 필리핀, 태국, 러시아, 몽골 등의 국적자가 22%로 제3세계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주민 여성과 한국인 남성간의 불평등 결혼은 부국과 빈국, 남성과 여성간의 차이를 반영한다. 결혼 때부터 불평등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이주민 여성들은 성과 국가간 차별이 결합된 형태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시달리는데, 이들은 인신매매나 한국인 남편의 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인은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함으로써 타락한 문화를 재생산해왔고, 이 과정에서 피지배자의 처지와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지배자의 생각과 논리를 내면화하는 속류 제국주의 심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 여성들은 자신들을 이주민 여성들과 ‘구별짓기’하면서 우월의식을 가지고, 부국으로서의 지배자적 제국주의 속성을 내면화하고 있다. 한국인 여성들은 자신들이 가부장적 자본으로부터 지배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주민 여성들을 보면서 자기위안을 얻고 성불평등한 국가간 위계체제 형성에 영합하는 분열을 보이고 있다.  

세계화는 여성을 비롯한 약자집단들에게 이처럼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화가 부정적 영향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세계화란 국가간 경계를 넘어서 자신과 우리 집단내의 폐쇄성을 깨는 측면이 있고 이런 점에서 진보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쇄된 문을 열고 나갈 때, 그것은 아집과 국수주의를 버리고 경계 밖의 다른 세계와 삶을 배우고 그것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세계화는 다른 국가, 국민들의 삶의 모습을 배우고 국가간 연대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문화다양성과 성평등 확산에 기여하기도

이 런 점에서 보면 세계화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획일성을 약화시키고 다양성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한국민들은 좁은 영토에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구밀도가 높고 중앙집권적 체제 하에 살아왔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과 삶의 모습이 모두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달리 생각하거나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들은 배제되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다른 것’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소수자나 주변자들을 쉽게 소외시키며 배제하고 억압하며, 불이익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는 획일적인 사회문화를 양산하며 문화적 유연성을 떨어뜨려,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고 그것에 적응하는 내성을 약화시킨다.

이런 경우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은 ‘억압받는 소외된 자’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장애인, 독신, 이혼자, 미혼모, 이주민, 동성애자 등 ‘사회의 표준화된 사람들’과 다른 상황 속에 있거나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이는 나라들에 비해 훨씬 클 것이다. 이런 경우 이들 소수자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피해받은 느낌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이동해갈 것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를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사회로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획일적이고 문화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사회는 국가간 경계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러나 세계화는 이러한 획일성을 약화시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해왔으며, 우리 사회의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적 내성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세계화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사회의 국민들은 소수자들의 존재와 그들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화는 우리 사회에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성평등한 가족문화와 성문화의 유입을 용이하게 해, 우리 사회의 유교 가부장제 문화를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한국 사회는 오랜 동안 남성 가부장제의 헤게모니를 강화, 재생산하는 유교 가부장제 문화 속에 있어왔다. 이런 문화 속에서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차별적인 가족문화와 성문화가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었고, 성평등 문화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세계화를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양성평등 문화는 성차별적인 가족 및 성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교 가부장제가 보편적인 것은 아니며, 성평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한국의 성차별적 유교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성평등한 문화를 심고 확산하는 데 크나큰 자극이 되고 있다.

전지구적 반가부장제 연대 촉진

세계화가 가져온 또 다른 이점은 세계 여성들의 반가부장적 연대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 있다. 세계화가 국가간 경계를 넘어 자본과 남성 지배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들의 헤게모니 체제 형성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면, 국가간 경계를 넘어서는 세계화는 동시에  노동과 여성 피지배집단의 전지구적 단결과 연대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1975년 이후 10년마다 열리는 세계여성대회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유럽지역, 아시아태평양지역, 아프리카 지역 등을 망라하여 여성 지역블록체제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러한 국제여성연대 조직들은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반가부장제 싸움을 추동하고 있다. 1984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이후, 한국 정부는 성차별적 법과 제도를 성평등적 형태로 수정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을 받아왔으며, 그런 압력 하에서 여성악법과 제도를 고쳐왔는데, 이는 세계화가 반가부장제 싸움에 기여를 한 대표적 사례일 수 있다.

또한 2000년 반세계화 선언과 동시에 ‘세계여성행진’은 전쟁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을 반대해야 함을 역설하며, 여성운동이 반전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결의하는 ‘반전선언문’을 발표했다. 세계여성행진에는 미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각 지역 161개국, 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6,000개 이상의 조직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세계여성행진의 요구 강령은 자본의 위기극복 전략인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에 대한 문제와 여성의 독자적인 권리로서 여성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시에 제기하고 사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후에도 세계여성행진은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에 참여해왔다. 2001년 10월 몬트리올에서 또 한번 회의가 소집되었고, 참석자들은 세계여성행진의 유효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이 운동을 강화시켜 갈 것을 결의했다. 세계여성행진은 현재 여성들이 놓인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제출하고,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전세계 사회운동의 결집의 장에서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여성들의 요구를 적극 제출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필리핀의 마닐라에서는 세계적 인신매매에 대해 연설하기 위해 국제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세계 각국이 참여하여, 인신매매를 예방하고 인신매매자들을 기소하는 일을 같이하기 위하여 다국적 범죄 조사팀이 만들어졌다. 아프리카에서는 인신매매와 아동 노동에 대한 투쟁과 관련하여 2002년 8월 국제회의가 열렸는데,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이 회의는 국내적, 지역적, 국제적 선취권을 쟁점화 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여러 나라들 및 미국의 정부에서 온 대표들과 NGO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한국도 세계여성연대를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활동, 국제 여성 평화운동 단체들과의 연대활동과 관계 형성, 한국 여성 평화운동의 국제 여론화와 홍보활동, 국제활동 강화를 위한 인적자원 조직과 역량 강화를 목표로, 유엔여성지위위원회 회의에 옵저버 참석(1998년 3월), 각종 국제 평화운동 회의 참가 및 국제여성자유평화연합(WILPF), 미국퀘이커봉사위원회(AFSC)와의 연대를 추진하였으며,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 여성평화 네트워크 활동(2000년 3월)을 추진하였다. 또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반대 성명서 작성, 팔레스타인 여성을 위한 모금 운동(2002년 4월) 등을 국제기구와의 연대를 통해 수행함으로써 갈등지역에서의 여성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폐해와 긍정적 영향 사이에서 

이 렇듯 세계화가 남성 자본 제국주의적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의 여성에게는 대체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여성은 자본가이기보다는 노동자이거나 비고용되어 있거나 가사노동자인 경우가 많고 성적 측면에서 가부장적 피해자에 속하는 무권력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지구상에서 중진국에 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은 동남아 국가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의 이주를 통해서 가부장적 자본, 제국주의의 억압과 착취의 피해를 최전방에서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에 1차 피해자라기보다는 2차 피해자의 위치를 점거나, 혹은 아류 제국주의적 속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얻거나 중간착취자나 억압자의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또한 세계화는 한국의 전통적 유교 가부장성에 균열을 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화는 지배적으로는 한국 여성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절대적이거나 일방적으로 부정적 영향만을 끼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