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노동조합이 나서야 한다

노동사회

언론개혁 노동조합이 나서야 한다

admin 0 2,719 2013.05.12 08:06
 

whcho_01.jpg우리 헌법(21조)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개혁은 '모든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개혁'이다. 달리 표현하면 언론개혁이야말로 "개혁 중의 개혁"이다. 언론개혁 없이는 사회개혁도 불가능하다. 정치개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왜 노동조합이 언론개혁에 나서야 하는가

이것이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언론개혁에 나서야 하는 가장 우선적인 이유다. 복지제도나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는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자기 사업장에서의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목표와 더불어, 사회개혁을 통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사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집단 중의 하나가 바로 언론이다. 그 중에서도 사주와 회사의 이익을 국민과 독자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족벌신문'이 문제다. 물론 방송개혁도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언론개혁 하면 신문개혁이요, 신문개혁 하면 바로 족벌신문 개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족벌신문 개혁이야말로 우리 노동자들의 생존권 확보와 직결되어 있다. 이들 족벌신문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보인 적대적이고, 사실 왜곡으로 가득 찬 보도 사례를 찾자면 멀리 갈 것 없다. 작년 중순 『조선일보』는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1년에 반을 놀면서 평균연봉을 6천만원이나 받는다는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이것이 거짓말로 밝혀졌는데도 사과는커녕 정정보도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무차별적인 경품과 무가지 살포로 신문시장을 장악한 『중앙일보』도 작년 "이제는 노조시대"라는 기획기사 시리즈를 통해 마치 노동조합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를 한 바 있다.

지금이 언론개혁의 최적기

정치도 그렇지만 모든 시민사회운동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이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집단은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는 노동조합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언론개혁의 주체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노동조합만이 언론개혁을 비롯한 시민사회운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조건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뜻이다.

미국에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거대한 '수구반동복합체'가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수구반동복합체의 중심에 바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이 있다. 나머지 두 축은 한나라당과 족벌세습방송인 SBS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쨌든 이들은 1987년 이후 치러진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 국가적인 현안에 대해 완벽한 연대를 과시했다. 한나라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를 한 것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실제 『조선일보』에서 발행하는 『월간조선』 편집장인 조갑제는 쿠데타를 부추기고 탄핵을 발의하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수구반동복합체의 행태 덕택에,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폭넓게 이뤄져 있다. 이는 최근에 여러 언론사가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이 같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회개혁과 언론개혁을 바라는 모든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고 단결하여 지속적으로 운동을 벌여나가는 길 외에 왕도는 없다.

한편, 지난 4·15 총선을 통해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한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했고 시민사회운동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활동가들과 사회개혁을 바라는 많은 개혁적인 인물들이 국회에 들어갔다.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한 정치환경이 조성된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언론개혁은 영원히 물 건너갈지도 모른다.

'돈 놓고 돈 먹기'로 시장 독점하는 조·중·동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져 지난 6월4일 마침내 221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언론개혁국민행동'이 많은 시민사회운동 지도자와 단체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힘차게 출범했다. 언론개혁국민행동의 5대 핵심과제는 신문시장 정상화, 신문법 제정, 정보통신부 해체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언론사유화 저지, 언론피해구제법 제정 등이다. 우선 신문개혁과 관련된 두 가지 과제만 살펴보자.

첫째가 신문시장 '정상화'다. 신문시장 정상화는 언론개혁, 특히 신문개혁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지금 우리나라 절대다수의 신문들은 생존자체가 불투명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신문시장의 독과점에 있다. 공정한 게임의 룰에 의한 경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포커판 같은 시장에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완벽한 독점체제를 구축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런 점에서 위기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이다.

현재 신문시장에는 악순환의 고리만이 작용할 뿐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부수가 많은 신문들만 광고를 싹쓸이하게 되고, 광고를 싹쓸이하기 위해 신문을 마구 찍어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경우 예외 없이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어 9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이 광고수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문협회장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지난 3월 신문 '공동배달제'를 추진하고 있는 5개 신문사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앙일보』의 자연절독율이 연간 48%에 달한다고 충격적인 실토를 한 바 있다. 자전거, 선풍기, 전화기, 비데, 백화점 상품권 등 금품으로 신문 부수를 확장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1년에 부수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자연절독율도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개혁제도, 포상금제

신문고시에 따르면 무가지(확장지)는 2개월까지 허용되지만 3개월 이상 배포하면 불법이다. 경품의 경우는 연간 구독료의 20% 이내에서 허용된다. 따라서 월 구독료를 1만2천원으로 할 경우, 연간구독료 14만4천원의 20%인 2만8천8백원 이내의 경품만 허용된다. 무가지를 2개월 제공하면 어떤 경품도 제공할 수 없다. 거꾸로 연간구독료의 20%가 되는 경품은 제공할 수 있지만 그 대신 무가지는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데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음만 먹으면 언론시장을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불법적인 선거범죄를 뿌리뽑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한 '포상금 제도'를 신문시장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신문고시 규정에 어긋난 경품과 무가지 제공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고,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10배까지 보상해 주는 것이다.

포상금 제도를 도입한다고 엄청난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포상금으로 지급한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17대 총선일인 4월15일까지 접수된 신고사례 중 지금까지 100여건에 대해 3억원을 지급했을 뿐이다. 그리고 공소시효(6개월)를 감안한 10월15일까지 신고사례를 처리하는 데 100억원 미만의 재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한 홍보효과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처럼 성실하게 투쟁하자"

두 번째 과제가 '신문법' 제정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직후 허가제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던 기존 언론기본법에 대한 대체입법으로 만들어진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은 신문사 등록 등에 관한 규정만을 담고 있어 신문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신문법은 이런 정간법을 대체하는 신문에 관한 종합법이다. 여기에는 신문이 지닌 '문화' 및 '산업' 측면의 조화, 신문이 지닌 언론 본연의 공공재적 기능 회복, 인쇄매체 문화로서 신문의 진흥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이다.

신문법은 정기간행물의 사회적 책임 명문화, 독자권리 보장, 여론다양성 촉진을 위한 독과점 규제, 경영투명성 확립, 신문다양성기금 조성, 편집권 독립, 소유지분 분산 등으로 그 뼈대가 이뤄질 것이다. 신문시장 상황과 신문의 공적 기능 등을 감안해 광고수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일간신문은 광고지, 광고비중이 50%를 넘는 일간신문은 광고정보지 등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해 재정립하는 작업도 신문법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게 된다.

이같은 과제를 달성하는데 왕도는 없다. 언론개혁을 바라는 모든 노동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국민과 함께 단결하고 연대하는 길 밖에 없다. 첫째도 연대와 단결이요, 둘째도 연대와 단결이다. 그리고 끈질기게 투쟁하는 것이다.

나는 『조선일보』를 상징하는 용어로 다음 네 가지를 든다. 거짓말, 뻔뻔함, 집요함 그리고 성실함이다. 『조선일보』는 필요할 때마다 거짓말도 뻔뻔하게 한다. 또 한 번 어떤 사안을 물고 늘어지면 끈질기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상징어에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이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성실하다. 성실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의 결론은 이렇다. 이제 언론개혁을 바라는 이 땅의 모든 노동 형제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조선일보』와 그 회사의 기자들처럼 집요하고 성실하게 투쟁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언론개혁은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