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장려금 축소 이후 설땅 잃은 장애인 노동권

노동사회

고용장려금 축소 이후 설땅 잃은 장애인 노동권

admin 0 4,195 2013.05.12 06:05

지난 2003년 노동부가 장애인 고용장려금 축소정책을 발표하자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 고용 사업장,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은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삭감, 해고, 폐업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실을 점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10여개 월이 지난 지금 장애인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할까?

고용장려금이 무엇이기에

장애인 취업정책이 전무하던 한국의 현실에서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이 제정되고,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설립된 게 1991년이다. 이후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장애인고용 장려금제도’를 1999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이는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인 2%를 초과해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초과 장애인 1인당 최저임금을, 여성과 중증장애인의 경우 59만 2천~82만 9천원의 고용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여기에 소용되는 예산은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들로부터 1인당 39만 2천원의 미고용부담금을 매월 징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형성하여 충당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고용장려금 덕택에 중, 소, 영세사업주들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되었고, 장애인 중심의 보호작업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2003년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원받은 업체수가 3천여개에라는 사실은 이 제도가 장애인취업에 얼마만한 일조를 하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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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5일 '차별철폐 걷기 대행진' 세 번째날 행사로 치뤄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행사 대오가 대학로를 건너고 있다.  - 출처:whithnews ]

고용장려금 축소 원인과 이유

이처럼 좋은 취지에서 마련되고 미약하나마 장애인 고용에 일조하고 있는 제도를 축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고용장려금은 장애인을 2%이상 의무고용하지 않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미고용부담금을 징수해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조성하여 충당되어지고 있다. 이같은 경우 장애인의 고용촉진이 기금한도 내에서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 고용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한도 내에서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출발한 정책이라는 모순을 가지는 것이다. 더구나 장애인 고용을 기업이 잘 지키면 지킬수록 기금은 적자가 나고, 안지키면 흑자가 나는 구조가 되는것이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방만한 기금 운영 또한 문제다. 장려금을 제외한 기금의 사용처를 보면, 7개 장애인직업전문학교의 건립비용에 2000억원을 사용했고 이를 운영하는데 연 200억원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 공단의 13개 지사의 운영비로도 사용되고 있으니, 공단운영비로만 쓰여도 언젠간 기금이 고갈될 판이다.

여기에다 장애인 2% 의무고용이 지속적으로 부진을 보이자 1999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담금 및 장려금 대상기준이 되는 장애인 범주에 산재장애인과 국가유공장애인을 포함시켜 장애인고용률을 높이고, 2000년에 시행령을 재개정하여 장려금 지급기준단가를 인상함으로써 장려금 지출이 급증하게 된 점도 기금고갈의 원인이다.

또한 장애인고용을 기업에만 떠넘긴 채 기금으로만 충당하려하면서도 전체사업기금 중 1% 수준인 10~30억원의 지원만을 하고있는 정부태도도 기금고갈의 원인이 된다. 기금이 고갈될 위기라면 일반예산을 편성하여 부족분을 정부가 지원해야 함에도, 장려금축소를 해버림으로써 장애인에게 짐을 덧씌운 것이다.

정부는 일부사업주가 장려금 지원액수만큼만 임금을 지불하고, 사업주 본인의 부담은 전혀 지지 않음으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이는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정부가 지도관리만 제대로 이뤄지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이처럼 기금의 부족으로 고용장려금제도가 위기를 맞게 되자 정부는 고용장려금축소라는 극단적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방침에 의하면 기존 중증여자 장애인 기준 82만9천원씩  지급하던 장려금을 최저생계비 절반 수준인 45만원으로 축소된다.

이러한 결정 이후 장애계의 반발이 거세 지자 고용장려금의 반기별 지급과 고용보험에 의한 신규채용장려금 지급 등의 후속조치를 발표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정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장애계의 반발만 거세지게 된다.

위협받는 장애인 노동권

사업주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취업대상이 넓어지는 유일한 정책적 도구로 작용되던 고용장려금의 축소로 인해 실제 사업주와 장애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어떠할까?

“고용장려금 축소방침 이후 최저임금 수준에서 지급하고 있던 급여를 줄였고, 4대보험 가입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정신지체장애인의 공동작업장이 있는 봉천동 ‘함께사는 세상’ 고명선 사회재활팀장의 첫마디였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작업장인 ‘함께사는 세상’은 17명의 장애인과 함께 세차와 봉투 붙이기를 하는 공동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러 관심을 가지고 일거리를 주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다.

봉투 붙이기에 여념이 없던 김충석씨는, “이곳에서 제가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데 40만원이 못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56만원씩 받았는데 그 걸로도 결혼이나 노후대책 등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요즘은 교통비라도 아껴보려 30여분 걸리는 출퇴근길을 걸어서 다닙니다”라며 부모님 도움을 받아 생활은 이어가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교제하는 아가씨가 있어요. 추석 이후 양가부모님을 찾아뵐 계획입니다”라며 웃음 짓는 충석씨지만 “결혼을 하면 생활은 어떻게 꾸려갈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죠”라며 이내 한숨을 짓는다.

이처럼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작업장의 경우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던 영세사업장들에서는 감봉은 물론 정리해고까지 이뤄지고 있으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경우 국외이전까지 검토하는 현실이다.

고양시에서 볼펜을 제조하던 한 업체의 경우 장애인 20여명이 취업하고 있었으나 생산라인 자체를 중국으로 이전했고, 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모여 설립한 ‘(주)함께걸음’ 작업장 역시 사업축소는 물론 일주일에 하루만 공장가동을 하는 등, 탄력적인 공장운용을 통한 해법 외에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참여국감’에 거는 노동자들의 기대

이처럼 고용장려금의 축소로 인한 장애인 노동권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그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난 8월31일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실은 10월에 있을 국정감사를 대비해 장애인 단체와 함께 ‘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국정평가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에서 한국뇌성마비공동체 ‘어우러기’ 기획팀의 임종민씨는 정부의 고용장려금 축소에 대해 “공단의 운영비와 사업비가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나와야 함에도 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데 고갈의 원인이 있다”며 “정부의 고용장려금 40% 삭감결정은 불합리한 노동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장애인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용장려금 축소조치가 이번 국감에서 꼭 다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실장은 “장애인을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가 개별회사의 규정에 반영돼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하며,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정책의 보완, 차별금지법 및 전담기구 설치를 통해 장애인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세부 실천과제를 정책대안으로 제시했다.

장애인운전면허제도개선 위헌 소송연대 곽원석 변호사는 국가·지방자치단체는 68%, 민간기업은 23%로 되어있는 장애인고용제도 적용제외율과 관련하여 “제외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제외대상 선정에 있어 장애인을 고려하기보다 대상 공무원 직종의 이해 편의관계에 따라 결정된 여지가 보여진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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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철회를 주장하는 장애인 노동자들    - 출처:whithnews ]

장애인 노동권과 노조의 역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죠. 함께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를 왕따 시키고 동격체로 인식하지 못하는 비장애 노동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아픕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박옥순 정책실장은 장애인 노동자 문제가 노동권이 아닌 복지차원에서 논의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민주노동당 좌혜경 정책연구원은 “노조에서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생산현장에 진입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소외감은 변하지 않겠죠. 또 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작업장에 편의시설만 확보된다면 똑같이 노동을 할 수가 있어요. 노조가 나서서 이러한 환경을 개선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그는 비장애 노동자와 노조에서도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할 것과, 장애인 차별폐지에 적극동참 할 것을 단협에서 요구하는 등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장애인이기 전에 인간이고 노동자다

“현행 최저생계비가 보장하는 삶이란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최소한의 식사를 하면서,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은 포기한 채 사는 것이다.” 지난 7월 참여연대에서 실시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 캠페인 체험결과 참가자들은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아 생활해야하는 장애인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배려해달라는 요구가 아닌, 정당한 권리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핍박받는 대상이 노동자라면 장애인 노동자는 장애인이기에 또 한번 소외되고 핍박받는 현실이 진보정당이 참여하는 이번 국감에서 어느 정도 개선될지 관심을 가져보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