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평택이전 반대를 '제2의 부안 투쟁'으로!

노동사회

미군기지 평택이전 반대를 '제2의 부안 투쟁'으로!

admin 0 4,887 2013.05.1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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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백여개 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재배치'하고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까닭은 두 가지이다. 첫째, 미군이 너무 흩어져 있어서 작전과 관리에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모은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육군과 육군 기지는 줄이고, 해·공군과 해·공군 기지는 확대한다는 것이다. 둘째, 해외 주둔 미군의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이다. 낡고 좁은 막사에서 지내는 미군들에게, 넓고 큰 초현대식 주거시설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미군 '재배치'와 전쟁의 먹구름

그러나 재배치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새로운 전쟁계획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육군을 해·공군 중심으로 바꾸는 것은, 무기 하나에만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첨단무기 전쟁에서는 육군보다 해·공군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육군 중심의 전쟁에서는 자국군의 희생도 많기 때문에 미군은 가급적 적국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게 하고, 단추를 눌러 고가의 미사일을 날리는 '첨단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장사정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동두천, 의정부, 용산, 춘천, 원주, 하남, 인천 일대에 흩어져 있는 주한미군을,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이고 공군사령부가 있는 평택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작전계획을 바꾼 지 오래된 미국은 '재배치'를 끝내면 조선이나 중국을 침략하는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청일, 러일전쟁처럼 조미, 중미전쟁도 우리 땅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타이완이 2010년쯤 완전독립 선언을 하겠다고 하자, 중국은 미국의 조종이라며 '독립선언 순간 무력 침공하겠다'고 선포했다. 미국이 여기에 개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주한미군기지가 전쟁기지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를 보면, 조미, 중미전쟁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전쟁을 막는 것, 우리가 키우는 평화운동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옛 소련, 영국, 프랑스와 연합군을 만들어 히틀러 독일과 전쟁을 치른 바 있다. 그 때 부시 현 미국 대통령의 할아버지 부시는 미국의 기업가들에게 돈을 거둬 미국과 전쟁을 하고 있는 독일의 히틀러에게 엄청난 전쟁 자금을 지원했다. 미국의 국익? 천만에! 전쟁론자들에게 국익은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사익만 있을 뿐이다.

부시의 이라크 침략도 마찬가지다. 명분도 없고, 미국의 국익에조차 손해가 나는 전쟁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1천억 달러의 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2천억 달러는 더 들 것이라고 한다. 물론 미국의 일반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에서 이익을 얻는 것은 미국의 일반 국민이 아니다. 전쟁에서 이익을 보는 것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부류이다.
 
첫째, 천문학적 규모의 전쟁 무기를 납품하는 군산복합체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옛 소련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자 합병을 통해 살아남은 뒤, 지속적으로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둘째, 헬리버튼과 벡텔 같은 회사들이다. 이들은 석유를 들여오거나 전후 복구 사업 같은 것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 특히 헬리버튼은 딕 체니 현 미국 부통령이 부통령 취임 직전까지 회장으로 있던 회사다. 이 회사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기 전에 백악관에서 전후 복구 사업에 대한 수의계약을 따냈다. 셋째, 이들한테 엄청난 정치자금을 받아 '거물'로 성장한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고위급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이라크 침략이 제2의 베트남전쟁으로 끝날 것이 명백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전쟁을 터뜨리고 말았을 사람들이다.

미국의 이런 전쟁 계획을 막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 우리의 평화운동을 키우는 길이다. 우리의 투쟁이 미국 일반국민에게서 강력한 반전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 미국 정치인들의 전쟁 야욕을 꺾을 만큼 되어야 한다. '한반도 전쟁 음모 주한미군 재배치 저지 운동'이 그 첫 발걸음이다. 둘째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우리 민족끼리 적어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는 수교를 하거나 완전한 통일을 이루어, 미국 전쟁론자들의 침략 명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비록 많이 어렵겠지만,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우리는 비정규직, 실업, 정리해고, 신용불량자, 장애인 차별, 쌀 개방 같은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절박한 생존권 문제가, '탄핵'이라는 단 한 가지 사안 때문에 단칼에 날아가 버린 것을 지난 4·15 총선 때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앞의 모든 문제는 물론 우리 민족의 목숨까지도 모두 날려버릴지 모를 '전쟁'에 비한다면 탄핵은 그리 큰 사안도 아니다. 전쟁을 막지 못하면 노동운동을 비롯한 모든 운동이 허사이다.

터무니없는 이전 협정 해놓고 조용 하라니

지난 8월 한미 두 나라 정부가 가서명한 용산 기지 이전 협정은 독일의 라인 마인 기지 이전 협정에 비해 터무니없이 불평등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용 문제 하나만 보자. 기지 이전 비용을 100% 우리가 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용산 기지 재배치 비용만 적게는 50억 달러에서 많게는 2백억 달러까지 들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예산을 확정하지도 않은 채 추상적인 부분만 국회 비준을 받고 구체적인 부분은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부속 문서에 넣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미국 국방부가 펴낸 「기지 구조 보고서」를 보면, 용산 기지 이전 비용이 2001년 판에는 10억390만 달러, 2003년 판에는 13억1210만 달러로 돼 있다. 극동공병단 같은 서울의 다른 기지들까지 포함해도 15억 달러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기지 이전 비용을 무려 15배 가까이 늘여 잡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용산 기지 안에 지은 미군 아파트의 평당 건축비가 1천만원이 넘는데다가, "이렇게 좋은 집은 처음 봤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휴전' 상태인 한국에서 군대 생활이 아니라 휴양 생활을 하라는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돈이 있다면 서민 복지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어쨌거나 정부는 어떻게든 모든 미군기지를 별 저항 없이 평택으로 조용하게 옮길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다. 요즘 국가정보원 요원 10여명이 평택의 여론 주도층을 만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홍보처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평택 투쟁'이 '제2의 부안 투쟁'으로 승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평택의 정치인들이 소극적이거나 '조건부 수용론'을 내세우고 있는 탓도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물론, 언론마저 이 투쟁을 거의 외면하고 있다.

'서울 언론', 미군기지 평택 이전 침묵은 범죄

그리고 특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수도 서울에서 미군기지가 사라진다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시민운동 세력도 있다는 점이다. 미군기지가 수도 서울에 있으면 민족의 수치이고, 평택에 있으면 민족의 자랑인가? 용산 기지 평택 이전은 두 가지 차원에서 범죄라고 생각한다.

첫째, 권력과 재력과 학력과 좋은 직장과 심지어 언론까지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강자들, 즉 서울 사람들의 지역이기주의가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은 평택 사람들의 생존권을 박탈한다는 점 때문이다. 둘째,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되는 순간부터 언론은 주한미군 문제를 지금보다 더 외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군의 영구주둔을 기정사실화 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앞으로는 미군 범죄로 사람이 죽거나, 수천, 수만명이 시위를 하는 경우를 빼고는 거의 보도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 중앙 언론은 없고, 모두 다 서울 언론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오겠는가! 서울 미군기지가 일으키는 문제는 기지를 이전할 경우, 해결이 아니라 이전될 뿐이다.

평택 사람들은 일본군 기지 때부터 60년이 넘도록 외국 군대의 기지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다 당해 온 사람들이다. 평택 사람들은 1940년 일본군기지를 만들 때나,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미군이 접수할 때, 그리고 1952년 전쟁 중에 기지를 넓히거나 신설할 때는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휴전 뒤부터 2004년 1만 8백평 수용 때까지, 무려 14차례나 기지를 넓혀 현재 미군 사격장과 탄약고, 지휘소 작전연습(CPX) 훈련장을 포함해 5개의 기지를 만드느라고 457만평을 수용할 때도, 주민들은 헐값의 보상만 받고 쫓겨났다. 재산권 행사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기지 주변 주민들에게는 아무 보상도 없었다. 또 하루에 1백회에서 많게는 3백회까지 뜨고 내리는 미군 비행기 굉음 피해에 대해서도 정부는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것도 주민들 스스로 소송을 통해 일부나마 보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평택 사람들의 고통에 연대할 것을 호소한다

기지 때문에 몇 차례 집과 땅을 빼앗겨 기나긴 철거민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이 이번에 처음으로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번에 349만 평이나 수용하겠다는 정부에 맞서, "한 평도 안 뺏긴다"며 혈서와 삭발과 해를 넘기는 농성 투쟁 등 강력하게 미군기지 결사 저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9월1일 국방부가 실시하려던 '공청회'도 무산시켰다.

그런데 이 주민 투쟁을 확실하게 지지, 지원하는 것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빼면, 아직은 거의 평택의 운동단체들뿐이다. 민주노총과 전농, 전국연합, 민주노동당은 물론, 참여연대와 환경련, 녹색연합, 평화여성회 같은 시민운동 단체들까지 함께 했던 매향리나 부안 투쟁 이상으로 커져야 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가칭 '한반도 전쟁음모 미군기지 평택 총집결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약칭, 평택범대위)에 전국의 모든 대중운동 단체가 강력히 연대해 줄 것을 호소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