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4·15 총선전략

노동사회

한국노총 4·15 총선전략

admin 0 3,533 2013.05.12 04:56

2004년 총선은 노동운동은 물론 한국사회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패한 정치권을 물갈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판갈이’와 ‘통갈이’를 통해 위기에 처한 한국호를 건져내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안정시킴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일궈내야 한다. 위기에 처한 노동운동과 노동자 생존권의 위기를 극복하고 운동의 일대전환과 질적 발전을 이뤄내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노총은 지난 2003년 대의원대회에서 사민당을 중심으로 2004년 총선을 치룸으로써 원내 의석 열 석을 확보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아울러, 금년 1월15일 임시 전국 대의원대회를 열어 산하 조직은 후보를 1인 이상 발굴?출마시키며, 조합원의 10%를 진성당원으로 확보하고, 조합원 1인당 3천원씩의 특별 정치기금을 모금하기로 하며, 전 조직이 총선체제로 돌입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하였다. 전국구 비례대표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민주적인 방식으로 투명하게 선정할 것과 녹색사민당 이외의 당적을 보유하거나 녹색사민당 이외의 당적으로 출마하고자 하는 경우 탈당 및 후보 사퇴를 권고하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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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6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한국노총은 녹색사민당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 출처:한국노총 ]

이남순 위원장, “2% 이하 득표하면 물러날 것”

이러한 결의는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이 “정당 해산 요건인 2%이하의 득표 혹은 단 하나의 의석이라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조직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된다.

그 결과 한국노총은 1월8일 총선지원기획단과 총선상황실을 꾸리면서 대의원대회 결의사항 이행을 점검하고, 각종 조직지침을 시달하면서 조직적 총선열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2월26일 한국노총 정기 대의원대회까지 파악된 바로는 녹색사민당(한국노총이 만든 한국사회민주당은 녹색평화당과 지난 2월22일 합당하여 ‘녹색사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후보가 15명, 진성당원 2만 1천여명에 당원 4만여명, 특별 정치기금 1억 5천여만원이 갹출되었고, 이러한 결의사항의 이행은 정기 대의원대회 이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은 2004년 총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2004년 총선은 그야말로 진보세력이 원내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기회인 이유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정치시장의 진입장벽은 대폭 완화되었다. 특히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됨으로써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한편, 3김의 퇴장과 지역주의, 금권정치, 1인 보스정치 등 기존 보수적 퇴행적 정치문화에 균열이 생겼으며, 햇볕정책과 남북 교류협력의 촉진 이후 ‘레드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약해졌고, 국민의 정치역량의 제고는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좋은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보통선거 쟁취투쟁이 생략된 ‘이식된 민주주의’의 한계와 기업별 노동조합의 고착화로 인한 ‘공장과 직장에서의 노동자, 공장이나 직장 밖의 비노동자’라는 한계가 근본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노동운동의 급속한 성장과 발전 및 위기 국면의 도래는 지난 96년의 총파업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노동운동에게 정치적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최근 경제특구 투쟁과 주5일제 투쟁을 통해 노동운동의 정치역량은 더욱 강해졌으며, 노동운동을 ‘집단이기주의’처럼 생각하는 거부감과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지만 국민인식 역시 많이 개선되어 노동운동을 보편적 현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건강함을 인정함으로써 노동자가 중심이 된 정당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역(逆)지역주의’ 및 정당명부제의 효과 등이 있었지만 민주노동당이 두 차례 선거를 통해 높은 득표력을 보인 결과로 진보정당의 위상이 대폭 강화되어 고질적인 사표방지심리도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패할 경우 패배의식에 젖을 수 있어

다른 한편 이번 총선이 위기일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호기를 살려 원내 진입 가능성을 현실화하지 못할 경우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는 좌절과 패배의식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색사민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대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녹색사민당과 통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필요하다면 무조건적인 통합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양대 노총과 양대 정당의 선거구 출마 조정 및 총선에서의 다양한 공조 역시 요청된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전국 대의원대회는 녹색사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지역구의 경우 진보진영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지지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한편, 국회 정개특위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비례대표 의석의 축소, 노동조합 정치자금 모금의 제한, 정책 및 미디어 선거 경향 속에서 방송 토론에 대한 진보진영의 참여 제한 등 정치개악을 시도하는 등 진보진영의 원내진입 여건이 악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민주노동당 및 녹색사민당 등의 약진에 대한 기존 보수정치권의 위기의식의 반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진보진영의 원내 진입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 중 하나는 기존 보수정당 중심의 제도언론의 보도 경향이다. 향후 선거와 정치 구도가 ‘돈은 묶고, 입은 열며 선거공영제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언론 매체가 기존의 보수정치권 중심 혹은 의석수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여기다 한국노총이 주도하여 만든 녹색사민당은 민주노동당과는 달리 신생 정당으로서 대선이나 지난 총선 및 지방선거를 치룬 경험이 없어 전국적으로 당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더 열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역구 5석, 전국구 5석 목표

이런 문제의식과 객관적 조건 속에서 한국노총은 어떤 기조로 이번 총선을 치루고자 하는가.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진보진영이 하는 선거는 결과 못지 않게 과정 또한 중요하다. 선거운동 모든 과정에서 기존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폭로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을 알려내며 정치일꾼들을 발굴해 나가야한다. 아울러 선거가 이번 총선에 그치는 일회적이거나, 선거 결과만을 위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유권자들과 밀착하여 지역주민들의 일상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새로운 풍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며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장기적 전망과 비전을 갖고 굳건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많이 발굴하여 출마시키는 것이 최대의 방책이다. 그러나, 기존의 보수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정치시장의 높은 진입장벽과 미흡한 선거공영제 등은 현실적으로 노동자후보의 출마를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많지 않은 후보출마라는 취약성을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정당투표제를 통해 돌파하고, 출마지역은 집중 지원하여 당선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지역구에서 5석, 전국구에서 5석 확보함으로써 2003년 한국노총 전국대의원 대회에서 결의한 내용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녹색사민당의 취약한 역량을 한국노총의 전 조직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선거로 보완해 나갈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노총은 이번 총선거를 통해 한국노총 조직 풍토를 쇄신하고, 운동기조와 조직상태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다. 즉, 쉽게 결의하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조직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꿔낼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결의사항과 조직지침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할 것이다. 또한 조직의 힘을 동원하고 조합원을 설득해 조합원을 주체로 세울 수 있는 운동풍토를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장과 밀착된 다양한 사업을 끊임없이 전개할 것이다. 선거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현장과 가까운 한국노총 지역본부 및 지역지부와 기업단위 노동조합 대표자를 대상으로 한 토론과 조직 및 설문조사 등을 다양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일차적으로 조합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되,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지지 받을 수 있는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것은 한국노총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국노총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들의 지지는 한국노총의 변화와 개혁 그리고 한국노총의 운동이념과 기조와도 관련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선거 컨셉으로는 ‘사민주의’를 한국 현실에 맞게 알리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을 막고,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여성, 농민, 장애인, 고령자 및 아동, 비정규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철폐와 소외극복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생태주의, 친환경적 발전으로 연대와 평등을 구현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나갈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고생하며 일하는 노동자에게 ‘세금의 귀중함과 올바른 나라상’을 심어 나갈 것이다. 취약한 당의 이미지와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은 서구 복지국가에서의 사민당 집권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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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사민당과 한국노총은 공동으로 2월27일 국회앞에서 '위헌.불법 국회해산 촉구대회'를 개최하였다.  - 출처:녹색사민당 ]

한국노총 후보는 녹색사민당 후보

한국노총 총선상황실은 현재 1단계 사업으로서 4.15 총선 승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산하 각급 조직에 총선특보와 교육홍보 선전 비디오 테이프 및 책자를 제작 배포하였다. 조직지침을 통해 각급 조직은 모든 사업과 행사 추진시에 반드시 녹색사민당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대중투쟁과 총선투쟁을 결합해 나간다는 한국노총의 총선 기조의 일환이다. 교육 및 강사 지침을 통해 각급 조직은 1회 이상의 정치교육을 4.15 총선 전에 반드시 하고, 상급조직의 정치교육에 적극적인 참가와 결합을 독려하고 있다. 강사 역시 모든 주제의 강의에서 반드시 일정시간을 할애하여 정치교육과 녹색사민당을 알려 내도록 하였다. 각급 조직에 조합원 주소록을 취합하도록 하였으며, 홍보지침을 통해 플래카드, 명함, 스티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필요성과 사민당을 알려내도록 하였다. 

후보지원 지침을 통해 자원봉사활동 및 후보지원 등을 적극 추진토록 하였다. 특히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 바, 녹색사민당 외의 당적으로 출마하려는 각급 조직의 후보에 대해 탈당 및 후보 사퇴를 일차적으로 권고하였다. 이러한 조직지침에 따라 ‘당선가능하다’고 주장되던 유력한 비례대표 후보자가 기존 보수정당 후보를 사퇴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한국노총 조직의 발전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다양한 조직 지침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녹색사민당 그리고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에 대해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토론을 조직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의 1단계 인프라 구축 이후 본격적인 조직 점검 및 현장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총선상황실을 확대 개편하여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돌입하고, 지역지부 순회 교육과 100만 조합원 녹색사민당지지 서명운동, 임단투 출정식 및 총선승리 결의대회의 권역별 개최, 정치실천단의 모집과 노동자 밀집지역과 인구밀집지역 및 후보출마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전 등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노총 발전의 밑거름으로

노동운동과 마찬가지로 정치운동 또한 한술에 배부르지 않는다. 수많은 시간과 세월을 두고 공을 들이고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수많은 논란이 있었고, 아직도 조직내부에 논란이 없지 않지만 한국노총이 기존의 보수 정당을 통해 정치세력화를 하지 않고 독자적인 정당으로 총선에 대응한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노총의 엄청난 변화와 발전의 상징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녹색사민당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정치가 노동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공기없이 살 수 없는 것처럼 노동과 생활과 정치가 어우러지고 일상화’되는 따라서 앞으로는 수많은 노동자가 정치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노동자가 집권할 수 있는 때가 머지 않아 올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