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하는 재벌개혁, 거세지는 반노동 공세

노동사회

후퇴하는 재벌개혁, 거세지는 반노동 공세

admin 0 3,290 2013.05.08 10:57

산자부, 한전 배전부문 6개사 분할 추진 

3월6일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2002년 업무계획을 대통령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전의 배전 부문을 민영화하기 위한 전 단계로 배전 부문을 서울북·경기북, 서울남·인천 경기, 강원강릉, 충남·충북, 대구·경북·전북, 부산·경남·전남·제주 등 6개의 지역별 회사로 나눌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구체적인 분할 시기와 방법, 민영화 일정은 공기업 민영화추진위원회를 통해 확정하되, 올해 안에 5개 화력 발전회사 가운데 1곳을 선정해 민간에 매각하고, 가스산업 민영화를 위한 입법도 상반기 중에 마무리, 한국가스공사의 분할·매각작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주한미상공회의소, 정리해고 확대 촉구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3월13일 「기업환경조사 (Business Environment Survey)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고, "서울의 비즈니스 환경이 홍콩, 싱가포르, 도쿄, 상하이 등 4개 국제도시와 비교할 때 최하위 수준이며, 특히 글로벌 기업 여건, 외환 거래, 노동시장 유연성, 외국인 입·출국 및 이민 제도 등 5개 분야에서 한국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AMCHAM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 최고 40%에 달하는 근로소득세율을 홍콩·싱가포르 수준인 20%대로 낮추고, △ 기업의 감원 재량권을 확대하고, △ 퇴직금 제도를 기업연금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 현장 영어회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MCHAM 보고서는 "한국이 다국적 기업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시급하게 고쳐야 할 분야를 노동시장, 외환거래, 세제 등 세 가지로 꼽았다. 특히 보고서는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할 경우에만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경직된 노동관련 법규와 전투적인 노동조합은 외국기업의 한국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의 자유로운 자금 입출금을 가로막는 각종 외환거래 규제와 외국기업인의 자녀 교육비·주택·자동차 등 생활보조비까지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한국 정부와 경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같은 날 공동성명을 내고 "AMCHAM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그 실천을 위해 기업·근로자·국민·정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지 입장을 밝혀 초록이 동색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노동부, 대통령 업무보고

3월18일 노동부는 2002년 업무계획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제목은 '노사상생과 고용안정을 위한 2002년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참여·협력의 노사관계 구축: 공공부문 노사갈등이 5월 민간부문 임단협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계부처간 공동대응체제를 강화하고 주요 사업장의 노사분규를 사전 예방 또는 조기 해결하는 한편 월드컵 붐 조성 및 노사협력을 위한 국민마라톤대회를 내달 7일 개최하는 등 노사관계 안정에 총력을 경주한다.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 조치하고 노사의 불합리한 요구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한편 현장 중심의 신노사문화를 확산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 고용정책의 질적 전환: 올해 공공근로 5천232억원(45만4천명)과 직업훈련 3천667억원(18만2천명), 실업자 생활안정 1조1천454억원(33만8천명) 등 모두 2조6천971억원을 들여 227만명에 대한 실업대책을 추진한다. 청소년의 경력 형성과 취업능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 실업 종합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장기실업자 조기취업을 위한 고용촉진장려금 요건을 완화하고 2004년까지 장애인고용의무비율 2%를 달성하는등 취업 취약계층의 고용안정화도 꾀한다. '산업연수생제도 개선대책'에 따른 관리체계 구축과 취업자격시험제도 개선 등의 후속조치와 외국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국인력제도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법제화하는 방안을 각각 추진한다. 

△ 평생직업능력 개발체제: 재직 근로자의 능력개발기회를 지난해 143만명에서 올해 154만명으로 늘리는 한편 `맞춤형' 훈련을 위한 훈련컨소시엄을 현재 6개소에서 15개소로 확대하고 훈련비 지원한도도 보험료의 180%에서 270%로 상향조정한다. 실업자 훈련을 현장 수요를 감안해 내실화하고, 훈련직종 가운데 지식기반 직종 비율을 지난해 33.5%에서 올해 40%로 확대·개편하는 한편 국가자격제도도 현재 590개에서 400여개로 불필요한 직종을 통폐합하고 신산업 분야를 신설한다. 

△ 근로자 삶의 질 향상: 일용(건설)근로자 고용개선 종합대책을 상반기 중 수립하고 기간제 근로와 단시간 근로 등에 대해서는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향후 5년간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재산형성, 여가문화 증진 등 비전을 제시하는 근로자복지증진 기본계획을 5월 중 수립하고, 보증 부담 없이 생활안정자금 등을 대부받을 수 있는 근로자신용보증지원제도(약 1천441억원 규모)를 실시한다. 고용 및 산재보험제도의 내실화를 위해 5인 미만 농림어업 및 수렵업 종사 근로자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고, 일용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과 사업주 부담완화 등을 위한 고용·산재보험징수법 제정도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 

△ 여성고용기반의 조기 정착: 모성보호 및 육아휴직제도 조기 정착을 위해 출산휴가·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고 복귀자를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사업장 자체보육 활성화를 위해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지원한다. 여성의 취업확대와 고용평등, 모성보호 등 근로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제3차 남녀고용평등기본계획(2003∼2007년)도 수립한다. 

△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50인 미만 제조·건설업체에 대해 맞춤형 시설개설을 지원해 'Clean 사업장' 1만개소를 조성하고, 화학공장 중대사고 예방을 위해 588개소에 종합위험관리시스템(IRMS)을 보급한다. 근로자의 평생 건강관리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사업장 주치의 갖기 운동'을 실시하고,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보건관리자가 근로자의 건강진단일자, 결과 등을 작성 관리하는 '건강관리카드제'를 도입한다. 

김 대통령, 연일 노조운동 비난 

3월18일 김대통령은 노동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외국인과 외국 언론들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투자대상인데 투자의 걸림돌은 과격한 노동운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이제 과거와 같은 노사간 극한대립, '너는 죽고 나만 살자'는 식의 대립의 시대는 끝났"으며, "노조는 근로조건과 권익문제를 갖고 교섭하거나 투쟁해야지, 기업의 운영이나 인사 문제에 개입한다면 노조 스스로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고 노동조합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노사갈등·노정대립의 책임을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한편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다시 한번 부정하고 나섰다. 

김대통령은 3월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발전노조 파업은 부당하고 불법"이며, "노조가 불법파업을 계속하는 것을 방치하거나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올 한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일부 노조가 월드컵을 앞둔 상황을 약점으로 삼아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으나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중심을 잡고 정정당당하게 대응해나가겠다"면,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며, 민영화 철회 요구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대통령은 "발전산업이 적자를 계속내면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노동계 안팎의 빈축을 샀고, 일방적인 발전소 민영화 정책의 배후가 청와대와 김대중 대통령 자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일 정상회담, 자유무역협정 추진 

3월22일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청와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정당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은 "양국간 FTA 체결문제를 논의할 산·관·학 공동연구회의 연구 결과에 따라 정부 차원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양국간 FTA가 성공적으로 체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도 "양국간 투자협정이 FTA 체결의 준비단계"라면서 "양국이 FTA체결이라는 목표를 갖고 전향적으로 노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FTA 체결의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기업 출자총액규제 대폭 완화 

3월22일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차관회의를 통과 확정돼 4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로써 4월1일부터 출자총액규제를 받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사들은 매출 25%이상 업종 전부는 물론, 25%이상 업종이 1개일 경우 25%미만인 업종 중 추가로 하나 더 출자총액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또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중 롯데와 포스코가 부채비율 100%미만으로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령의 핵심 쟁점인 '동종업종'의 판단기준에 대해 당초 입법예고안은 출자사 매출액의 25%, 피출자사 매출액의 50%이상으로 규정했으나, 통과안은 출자사 매출액의 25%를 넘는 업종외에, 매출액의 25%를 넘는 업종이 1개일 경우 매출규모 2위이면서 매출액이 15%이상인 업종까지 예외조항을 확대했다. 또 피출자사에 대해 매출액의 50%를 넘도록 규정했던 것을 절반으로 낮춰 '25%이상이면서 매출비중이 가장 큰 업종'으로 바꿨다. 그리고 '밀접한 관련업종'에 대해서도 기존안인 출자사와 피출자사간 판매·유지·관리·보수·원재료 및 부품공급 등 비중이 50%이상인 경우 외에, 사업수행에 필수적이고 타사가 제공할 수 없는 설비·용역을 공급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출자총액 제한선을 넘어서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지분에 대해서는 금지명령을 받은 회사가 금지명령통지를 받은 지 10일 이내에 대상 주식 내역을 공정위에 통보하고 공정위에 통지한 날로부터 5일 안에 공시토록 했다. 

또 자산 5조 이상이라도 결합재무제표상 부채비율 100%미만시, 결합재무제표작성의무가 없는 집단은 연결재무제표 부채비율과 개별재무제표 부채비율을 가중 평균해 산정된 부채비율이 100% 미만시 출자총액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회사정리절차 또는 채권단 관리절차가 진행중인 회사의 자산규모가 기업집단 자산총액의 50%이상인 기업 역시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법이 재벌규제를 대폭 완화한데 이어 당초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에 비해 더욱 완화된 시행령이 차관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의결권행사가 금지되는 자산 5조이상 재벌계열사들의 출자총액초과분은 크게 줄어든다. 
한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엄격히 규제했던 재벌 계열사들의 해외 현지자금조달 규제도 완화된다. 3월31일 재경부는 30대 재벌 계열사의 해외 현지법인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때 국내 본사가 지급보증을 서 줄 수 있는 한도를 '1998년 말 현지금융 지급보증 잔액의 95%'에서 '1998년 말 현지금융 지급보증 잔액의 95%와 직전 연도 수출액의 20% 중 큰 금액'으로 확대, 4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저금리·통화량 팽창에 따른 '거품' 우려 확산 

주가가 900을 돌파하는 등 통화량 급증과 경기 과열에 따른 사회경제적 폐해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통화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01년 초부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저금리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정자금을 풀고 통화공급을 늘려 왔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2001년 우리나라는 '통화량 1000조원' 시대에 돌입했다. 작년 1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돈이 새로 풀렸고, 지난 1월 말 총유동성(M3·시중현금과 은행예금, 제2금융기관 예금액을 모두 합친 금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90%에 육박하는 수준인 1032조원으로 팽창했다. 이는 IMF 위기 직전인 1997년의 경우 GDP 대비 총유동성 비율이 145%에 지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엄청 '거품'이 발생했음을 뜻한다. 이 때문에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건설경기 회복과 소비지출 증가 등 내수 시장의 성장으로 작년 경제성장률은 3%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수 위주의 경기 회복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부채 급증, 물가불안을 야기해왔다. 집값과 물가의 상승으로 서민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으며, 가계부채 역시 작년 말 342조원을 기록해 2001년 한 해 동안 무려 74조원이 증가하는 폭등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가계·개인 파산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통화긴축정책을 실시해 과열 상태에 빠져있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드는 돈의 흐름을 더디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은 현재의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3월21일 전경련은 9개 재계 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조사간담회를 연 결과, 전경련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삼성경제연구소를 뺀 대다수 참석자들이 현재의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현재 경기회복세가 예상외로 빠르지만, 그렇다고 경기과열이 진행될 가능성은 약하다는 데 대다수 참석자들이 동의했으며, 따라서 대부분 참석자들은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재계는 기업부채의 이자비용 부담 감소와 소비 확대에 따른 이윤 증가 등의 이유로 저금리 정책의 유지 희망하고 있다. 

한편, 3월24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재경부에 제출한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4.6%,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 실업률은 3.8%, 임금상승률은 6%로 예상하면서 통화정책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중립 또는 긴축기조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