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양대노총 총파업을 돌아보다

노동사회

2015년 상반기 양대노총 총파업을 돌아보다

구도희 0 5,456 2015.09.04 04:27
 
 
양대노총의 2015년 상반기 대정부 투쟁이 마무리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8월22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상반기 총력투쟁의 열기와 성과를 승리적으로 계승하고, 오늘을 계기로 투쟁대오를 강화해 하반기 전면투쟁에 임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보다 앞선 7월1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2차 총파업에서 11월14일 민중총궐기 투쟁계획을 선포했다. 정부가 하반기 국정 기조의 방향을 ‘노동시장 구조개혁’으로 잡고 각종 정책과 여론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양대노총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총파업의 연속, 민주노총의 상반기 대정부 투쟁
 
(사진: 7월15일 서울역과장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2차 총파업 집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양대노총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맞서 상반기 내내 높은 수위의 투쟁을 전개해 왔다. 올해 2월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양대노총은 올해 주요 사업기조를 총파업 투쟁으로 잡고,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저지, △비정규직 종합대책 분쇄 등의 투쟁 목표를, 민주노총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노린 박근혜 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정책’ 분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개정을 통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총파업의 포문을 연 것은 민주노총이었다. 민주노총은 2월 말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날짜를 4월24일로 못 박았다. 그리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단기 총파업으로 쉽게 저지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파상파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월부터 총연맹 및 가맹산하조직의 집행 체계를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한 민주노총은 현장순회 및 조합원 교육, 총파업 결의대회 등을 거쳐 전 조합원 총파업 투표(찬성률 84.35%)를 성사시키고, 총파업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4월24일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의 막이 올랐다. 민주노총은 서울시청광장에서 소속 조합원 등 1만5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4.24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17개 지역에서도 지역별 총파업 집회가 열렸으며,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수는 민주노총 14개 가맹조직 소속 2,829곳의 사업장과 16개 지역본부 소속 97개 사업장에서 총 26만 9,044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개혁 제1차 추진방안’ 발표(6월17일)에 따라 7월의 2차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6월18일 열린 총파업투쟁본부 대표자회의에서 2차 총파업 날짜를 7월15일로 확정했다. 2차 총파업에 앞서 6월27일에는 서울역 앞에서 조합원 2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2차 총파업은 하루 총파업으로 진행됐다. 서울역광장에서 진행된 수도권 조합원 결의대회에 7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 5만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집회에 참석했다. 노동자들은 ‘노동3권 쟁취’, ‘취업규칙 일방개악분쇄’ 등의 요구를 내걸었으며, 체포영장이 발부돼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오늘 우리의 총파업 투쟁은 11월14일 민중총궐기를 향한 희망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민중의 분노와 요구를 모아 총·대선까지 힘차게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18년 만에 총파업 결정한 한국노총
 
(사진: 8월22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동만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총은 지난 4월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협상결렬을 선언한 이후 노동절에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총파업 조직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김동만 위원장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자는 노동계의 요구에 정부는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개악으로 답했다”며 “(정부가)구조개악을 강행한다면 100만 조합원 총파업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확정했으며, 6월15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성사를 위해 제주를 제외한 15개 지역본부에 사무총국 간부를 파견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한 결과, 한국노총은 89.8%의 찬성률(파업 찬성 39만 7,453명)로 총파업안을 가결시켰다. 18년 만의 총파업 결정이었다. 아울러 총파업 투표 결과를 공개하면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윽고 7월13일부터는 국회 앞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김동만 위원장은 “강력한 투쟁의지를 천명”하겠다면서 삭발했다. 한국노총 위원장의 삭발은 2009년 10월 이후 5년9개월 만이었다. 그리고 열흘 뒤인 7월23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 및 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했으며, 8월22일 서울광장에서 1만 5천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비록 ‘총파업’은 아니었지만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은 하반기 투쟁계획을 밝히며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음모는 전체 노동자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총공격으로, 전체 노동자의 명운이 걸린 투쟁에 불퇴전의 자세로 싸워 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에는 양대노총의 제조부문, 공공부문과 금융부문 노동자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각각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7월4일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막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특히 제조공투본 노동자들은 7월22일에 1996년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 이후 20년 만에 공동파업을 성사시키고 1만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오는 9월11일 처음으로 공공노동자 공동파업을 개최할 예정이다.
 
노동계 투쟁에 귀 닫고 눈 감은 정부
노동계는 상반기에 그야말로 대정부 투쟁에 주력했다. 18년 만에 총파업을 결정하고, 20년 만에 상급단체의 벽을 뛰어 넘어 연대투쟁에 나섰다. 언론도 이례적인 노동자들의 연대‧총력 투쟁을 예의 주시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한지 이틀만인 6월17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60세 정년 시행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비정규 노동자 보호방안 등의 내용을 주축으로 하는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7월27일에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임금피크제 확산에 주력하고 청년인턴제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술 더 떠 8월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노동개혁의 뜻을 재차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노와 사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화문에 기업의 희생에 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반면 “임금을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단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으로는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며 노동계에 일방적인 양보만을 요구했다. 또한 “중단된 노사정 논의를 조속히 재개하고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대타협을 도출해 달라”며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종용했다. 한국노총이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의제를 제외해야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사진: 7월4일 양대노총 공공.금융부문 투쟁결의대회 후 노동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총 노사정 복귀와 노동개혁 향한 정부의 일방독주
정부가 이처럼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일방통행을 하는 이유는 임기 절반을 마친 시점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비선실세 문제, 메르스 사태 등 각종 악재로 한때 국정 지지율은 29%(‘한국갤럽’의 6월 3주차 정례조사)를 기록했으며, 경제 성적마저 부진하다.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줄곧 2~3%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일종의 ‘탈출구’로 본 것이다. 최근 언론들도 앞다퉈 “집권 반환점을 도는 시기에 이렇다 할 개혁과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한 점도 당정청이 노동개혁을 위한 정책공조 강화에 사활을 건 한 배경”, “노동시장 개혁이 내년 4월 총선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혁) 이면에는 ‘청년·기성세대’의 엇갈린 이해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계산도 엿보인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편 이슈가 여론전에서도 그리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등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정부는 고령자의 좋은 일자리와 임금을 나눠 청년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자고 한다. ‘청년과 고령자 일자리 사이에 대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숱한 선행 연구결과를 무시한 채 노동자들을 ‘정규직 아버지’와 ‘좋은 일자리가 필요한 자녀’로 갈라치려 한다. 
노동개혁을 향한 정부의 일방독주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연말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를 무시하고, 지난 4월 노사정 합의 실패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을 업무에 복귀시켰다.
노동계는 하반기에 전면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앞서 여러 차례 진행한 양대노총의 대정부 투쟁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그 이름에 걸맞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한국노총은 총파업안을 가결했지만 총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국노총은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제조부문, 공공부문 현장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8월26일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재참여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날 김동만 위원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우려가 큰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며 노동계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반기에 노동시장 구조개혁 법안이 정부 입법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노사정 대화의 창은 다시 열렸지만 대정부 투쟁의 불씨는 상존해있고, 노동자들은 갈라지고 있다. 갈수록 안갯속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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