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을 금속산별의 해로 만들자

노동사회

2003년을 금속산별의 해로 만들자

admin 0 3,691 2013.05.08 09:09

더딘 산별노조로의 전환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산별전환을 결정하는 조합원총회를 2003년으로 연기하였다. 금속산업연맹 소속 대공장 노조 대부분이 금속노조에 결합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산별전환 결정 연기는 그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금속노조 소속 삼호, 대동, 두산중공업같은 대공장에서 집단교섭과 산별협약이 관철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글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노조의 총회연기를 계기로 지금 연맹의 현황과 이후의 계획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다.

inriver40_01.gif우선, 금속산업연맹의 조직현황을 알아보고 현대자동차노조를 포함한 대공장들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금속연맹은 1998년 창립부터 2002년 지금까지 약 3만여명의 조합원이 감소하였다. 다만 2000년에 신규노조 가입의 증가로 약 4천7백여명의 조합원이 늘어났으나, 2001년에 약 5천2백여명의 조합원이 감소했으며, 계속 줄고 있는 추세다.

금속노조가 2001년 2월8일 출범한 이후 금속연맹의 조직 현황은 2002년 10월 현재 금속노조 166개 지회, 36,145명과 산별 미전환 노조 83개 노조, 125,979명이다. 금속노조 창립 이후 금속노조로 조직 전환을 한 노조는 23(25)개 노조, 6,571명이고 부결사업장은 10월말 현재 17개 노조 42,03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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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전환사업 현황을 보면, ▲300인 이하 노조는 6개 노조, 708명이 조직형태변경 총회를 하였으나 부결되었고 ▲300인 이상~1,000인 미만 노조는 4개 노조, 2천8백89명이 조직형태변경 총회를 하였으나 부결되었고 ▲1,000인 이상 노조는 6개 노조, 3만7천8백68명이 조직형태변경 총회를 하였으나 부결되었다.

위와 같은 연맹의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300인 이상 단위노조가 미전환 노조의 거의 대부분이다. 특히 대공장 노조의 산별전환 사업이 더딘 이유는, 조선업종은 조직력이 거의 무너져 있고, 자동차업종은 그나마 조직력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합원의 의식은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개별화되고, 경제주의로 후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은 고용투쟁을 겪으면서 “노조가 결코 일자리를 지켜주지 못하며” 회사가 잘 돼야 일자리와 임금과 복지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합원 의식의 후퇴는 기업별 노동조합체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에 이런 문제를 사회문제로 제기하고 이에 대한 조직, 투쟁, 교섭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려는 산별노조이다.

2003년으로 연기된 산별전환 결정

현대자동차 노조의 집행부는 지난 2002년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정책방향으로 산별노조와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제시하였다. 산별노조전환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까지 확정하여 지·본부 포함한 전 조합원 교육을 상·하반기 모두 마쳤고, 각 공장별 대·소위원 간담회 및 전직 위원장 간담회, 현장조직 토론회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볼 작정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였다. 집행부의 산별노조전환 의지는 분명하고 확고했다. 

그러나 이런 집행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초 계획했던 11월22일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조합원총회는 신중한 검토와 판단을 필요로 했다. 애초 일정대로 12월에 할 것인가, 연기하여 내년 상반기(1,2월 투쟁이후, 또는 임단투 전후)에 할 것인가의 결정 상황에서 집행부는 전자를 선택하였다. 

지난 11월20일에 있었던 현대자동차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는 총회 강행 사유 및 향후 계획을 제시했다. 집행부는 당시 12월을 조합원총회 시기로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실적으로 조합원 총회를 몇 개월 연기할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조합원의 관심도나 의지가 떨어지는 문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조의 일정을 보면 12월에 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 4/4분기 노사협의회, 지역본부장 선거, 대통령 선거, 16대 대의원선거, 대의원대표선거가 있다. 그리고 2003년 1월이면 16차 회계 연도 사업계획, 예산안 수립, 정기대의원대회를 치뤄야 하며, 2월이면 2003년 임투와 단협 갱신을 위한 요구안을 마련하고 교섭위원을 구성해야 한다. 결국 산별노조사업을 지금처럼 집중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정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현대자동차노조 내부에서 제기되는 금속노조의 체계(기업지부, 지역지부), 현대자동차노조의 지회구성 문제, 비정규직 조직화 방향 등 산별노조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토론과정을 거쳐 의견을 모아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 안건은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으며, 논란 끝에 집행부의 “2003년 임단투 시기와 병행하여 산별노조전환 총회를 하는 것으로” 대의원들이 다시 한번 의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연기결정이 단순히 현대자동차 노조의 금속노조가입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그 행보가 노조운동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롯한 미전환노조 전체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산별노조전환사업을 힘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산별전환 연기가 남긴 것

지난 11월7~8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산별전환에 따른 현장 공청회를 가졌다. 금속산업연맹, 금속노조를 비롯하여 집행부, 현장조직 활동가를 포함해 2백여명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하였다. 아직 여러 지점에서 이견이 있지만 의미있는 자리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각 현장조직마다 다소 입장의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산별노조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위식을 공유하고 전 금속 노동자가 함께 하는 총력투쟁을 만드는 것이다. 연맹은 지난 8월 부위원장 보충선거와 하반기 사업계획을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공고했지만 입후보자가 없어 대의원대회를 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대의원대회를 못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연맹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로 판단됐다. 이런 위기에 대한 진단과 극복방향을 만들기 위해 금속연맹은 9월 13일~14일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수련회를 하였다.

이 자리를 통해 연맹은 많은 것을 깨달았고 발제와 조별토론 과정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수련회의 참석자들은 이제까지의 미전환 노조 집행부의 의지에 의존하는 전환사업을 중단하고, 오히려 미전환 노조와 금속노조 조합원이 함께 하는 투쟁사업을 통해 산별노조의 모습을 알게되는 대중적인 방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올 하반기와 2003년을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으며,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하여 금속노동자 총단결 투쟁을 전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별노조전환에 대한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공유와 요구가 기본이 되어 제대로 ‘산별노조’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둘째, “산별노조전환 경로와 구체적인 실천계획”에 대한 조직적인 결의가 중요하다. 결국 구체적인 계획의 첫 출발은 제대로 큰판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조건 판만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고, 운동의 전망을 실천 속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총자본과 정권의 치밀한 노동전략에 비하면 우리는 총노동이라는 말을 쓰기조차도 부끄러울 정도로 왜소하고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이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

2003년 투쟁을 통해서 반드시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계기와 토대, 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그동안 논쟁 속에서 건져 올린 교훈이다.

연맹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연맹은 12월10일~1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2003년 사업계획을 확정하려 했으나 성원부족으로 간담회로 처리하였다. 이 자리에서 기본적인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공유하고 차기 중집과 중앙위원회를 거쳐 좀더 보완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 사업계획 중에서 산별전환 사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2003년 산별전환사업에 대한 기본방침이 요구된다. 2002년 3기 지도부 출범 이후 12월까지 산별특위를 운영하면서 산별전환사업을 추진해 왔다. 기본방침은 금속노조 가입결의가 가능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전환 일정을 잡는 식이었다. 미전환노조 83개 중 3개 노조가 결의총회를 추진했지만 부결되었다. 지금은 사업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산별전환 사업의 긴장감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번 12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니라 2003년 중 일정을 잡아 연맹 미전환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시기를 집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금속노동자 총단결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산별전환 집중시기를 잡아 조합원 동시총회를 통한 금속노조 동시가입 결의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금속연맹은 이를 위한 조직활동 강화방안과 사전준비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올 12월에 미전환노조 현장점검 및 간담회를 하고, 1월경 미전환노조 대표자수련회를 개최할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분과를 시작으로 분과차원의 간부수련회를 임단협 준비일정과 병행해서 배치한다. 그리고 간부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사업을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 교육을 1월~5월까지 펼칠 것이다.

이 계획은 2003년 임단투와 병행-쟁의행위 찬반투표 시점-하여 산별노조전환 총회를 진행하고, 미전환노조는 이 시기를 기준으로 동시에 금속노조가입결의를 추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부일정과 계획은 미전환노조 현장점검을 통해 1월경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답은 분명하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계급적인 요구와 실천을 현재 연맹 수준에서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제시하면서 현장으로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힘있는 결의와 책임있는 집행을 통해 성과들을 모으면 된다. 2003년 산별전환 사업의 핵심은 금속노동자 총단결로 16만이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들어 제대로 된 금속산별노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