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2001년 평가와 2002년 전망

노동사회

노동운동, 2001년 평가와 2002년 전망

admin 0 3,710 2013.05.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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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2002. 1. 3(목)
곳: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회: 김태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토론: 유병홍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이정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임영일 경남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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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1년 평가

2001년 주요 흐름


klsi_02.jpg김태현 작년 한해 노동운동을 평가하고 올해를 전망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01년은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대우자동차노조의 정리해고 투쟁, 화섬3사 구조조정 투쟁, 한국통신 비정규직노조의 장기투쟁 등이 전개되었고,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주5일제 논의,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유예, 모성보호법 개정 등이 이뤄졌습니다. 우선 지난해의 전반적인 흐름부터 짚어봅시다.

임영일 2000년 12월에 『노동사회』가 마련한 자리에서 2001년의 주된 흐름은 구조조정이 될 거라 얘기했고, 실제 그러했다고 봅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된 구조조정의 여파가 작년까지 계속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한편으로 새롭게 구조조정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구조조정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었고, 비정규직 문제도 그 여파라 볼 수 있죠. 작년에 실질실업률은 높아졌고, 실업의 내용은 악성화 되었으며, 청년실업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어요.

노사관계는 불안정했는데, 그 주된 요인은 정부의 노동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계속 밀고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과거와 같은 억압적 통제를 강화했어요. 이 때문에 구속노동자수가 증가했고, 노정관계는 악화되었죠. 민주노총은 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풀어나갈 기회를 잡지 못했어요. 정부의 노동정책이 혼미했던 한해였습니다. 한편 노동운동이 요구한 교섭구조 재편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2001년은 1987년 이후 만들어진 노사관계 시스템이 흔들리고 해체되는 상태로 볼 수 있어요. 노동조합, 노동정책, 노사관계, 노정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쟁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뒤로 밀리면서 중심축이 형성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고 해를 넘기는 양상입니다. 기존의 시스템은 해체되는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모색은 이뤄지지 못한 혼미스런 2001년이었습니다.

유병홍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었는데, 2001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98년 이후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저항해 투쟁했지만,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구조조정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켰고, 나아가 노동운동이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서 반격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 해요. 민간부문의 경우, 구조조정이 상시화를 넘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기업단위 구조조정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사회 전체 차원의 구조조정입니다. 비정규직의 증가, 탄력적 노동시간, 파견근로제확대 등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노동시장 유연화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노동운동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른 한해였습니다.

정부 노동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혼선이 빚어진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작년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세력은 포섭하고 반대세력은 권위주의 시절 못지 않게 탄압한 '분할 지배' 정책을 구사한 해였습니다.

이정식 '87년 체제'의 해체에 따른 혼미스러움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구조조정이 상시화되었다는 분석에 동의하고요. IMF 이후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이 시장이 주도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기업별로 형성된 종단적인 성격을 띠었고, 이것은 기업별로 상이한 임금체계와 노사관계를 만들어냈는데, 구조조정으로 그 틀이 무너지면서 노사갈등은 물론 노노갈등이 악화되고 있어요. 반면,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에서 임단협 비중은 줄어들고, 고용안정이나 경영참가 등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작년은 노조 형태와 교섭체계에서 산별노조 흐름이 계속된 한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융노조가 공동교섭을 통해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설치하는 성과를 거두었죠. 한편, '87년 체제'가 잉태한 노동자 내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음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의 판례와 판결에서도 주의해서 볼 것들이 많은 한해였어요.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나 행정지도를 거치지 않은 파업을 인정한 판결, 직권중재 위헌 판결 등이 나왔습니다. 또한 레미콘차주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결이나 금융노조 지도부에 대한 법정구속 등도 특기할만한 합니다. 사법적 판단이 자구해석에 치우쳐 형식적인 합리성을 우선하는 경향을 보였어요.

김대중 정부의 정책 기조는 혼미함을 나타냈습니다. 집권 초기,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 교원노조 허용 등 개혁 성향을 보였고, 노사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합의주의' 기조를 취했지만, 구조조정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등 왔다갔다한 측면이 큽니다.

구조조정 투쟁 평가

김태현 작년 한해도 구조조정에 대항한 노동의 투쟁이 뜨거웠습니다. 벽두의 대우자동차로부터 하반기의 철도, 가스 등 공공부문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어요. 민주노총은 사상 최초로 '정권퇴진'을 공식 선언하는 등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정, 노사 격돌이 격심했는데요. 작년의 구조조정에 대항한 노동조합의 투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klsi_03.jpg임영일 작년 한해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로 일관했음은 분명하지만, 실제 이를 추진하고 실행하는 능력은 현저히 저하되었고, 이 때문에 정책에서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대우자동차는 구조조정을 노사합의로 이룰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었죠. 정부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노사관계를 무시하고, 경제논리로만 밀어 부쳤습니다. 화섬 3사의 경우는 개별 자본의 구조조정 정책이 노동과 충돌을 빚은 경우입니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난맥상 역시 기존 체제의 해체와 새로운 체제의 미형성에서 연유한다고 봅니다. 노동법 전공자들 사이에 한국의 노동법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어요. 두 가지 견해인데 하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산별교섭을 뒷받침하도록 노사관계 시스템을 합리화하자는 흐름입니다. 두 견해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이정식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외국에서 이식되고 짜맞춰진 누더기로 기업별 틀을 토대로 하고 있어요. 사회보장이나 산별체계와는 걸맞지 않는 게 많고, 노사관계를 개별기업에 맡겨놓은 상태죠. 이런 점에서 기업의 틀을 뛰어넘어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현행 노동법에서 제대로 다루기 힘듭니다. 구조조정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고 문제는 방향과 방법입니다. 구조조정의 마찰을 최소화하도록 노동법을 뜯어고쳐야 해요.

사실 화섬, 석유화학, 철강 부문은 과잉중복 투자된 상태예요. 이들 부문은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로 갈 거고, 노조가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조가 기업 수준에서 저항하고 깨지는 상황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민영화 압력을 받고 있는 철도, 가스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그 방향이 잡힐 겁니다. 자민련과의 공조 붕괴와 정권 말기 상황이 겹치면서 정부의 정책 집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전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런 점에서 2월 임시국회는 정부의 정책, 성격, 기조를 판단할 실험대가 될 겁니다.

제도개선

김태현 작년은 주5일근무, 모성보호, 비정규직 보호, 공무원 노동기본권 등 제도개선과 관련하여 많은 쟁점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정식 2001년 노사관계의 주요 특징은 제도개선을 둘러싼 쟁점들이 전국 수준에서 부각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잘만했다면 운동 주체들이 효과적으로 국면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경제조건이 악화되고 노사정위원회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여러 쟁점이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지만 논의만 무성하고 뚜렷한 성과는 없었어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전임자임금, 복수노조,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가 다뤄졌고,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모성호보, 비정규직, 근로시간이 다뤄졌습니다. 작년 2월 노사정위원회 합의로 처리된 전임자임금지급과 복수노조 5년 유예 문제는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와 맞물리면서 '바터'한 측면이 크고, 비정규직이 늘고 노동자 내부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판받을 수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그 심각함이 사회적 쟁점으로 제기되었지만, 노사정위원회 안에 비정규직특위가 구성되는 정도에 그쳐 특별한 진척은 없었고요. 모성보호는 사회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출산휴가가 90일로 느는 등 일정한 성과가 있었어요. 공무원, 교수, 필수공익사업장 문제는 정부의 의지 부족, 노사정위 틀의 한계, 경제 조건의 악화와 맞물리면서 별 진척이 없었습니다.

공무원노조는 전교조처럼 법외노조로 남을 가능성이 큰데, 정부가 힘을 낸다면 2월 임시국회에서 기본권 보장의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주5일제는 정부가 노사간 이해가 상충해 합의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자기 역할을 방기하며 합의를 요구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양대 노총이 연대하여 치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병홍 이 본부장 평가대로 쟁점은 많이 부각됐지만, 성과는 미미한 한해였습니다. 작년 2월 처리된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 5년 유예 문제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교체되는 시점이어서 적극 대응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복수노조 5년 유예는 사회적 문제인 비정규직 보호와 조직화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쳤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제도개선이 아니라 제도개악이 아닌가 싶어요. 모성보호는 산전후휴가 90일 연장 등 긍정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개악된 게 더 많았다고 봅니다. 특히, '주고받는' 식의 무원칙한 법개정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주5일은 현재 진행형인데, 이전에 논의된 공익안이나 정부안으로 가면 정규직, 유노조,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비정규직, 무노조,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에게는 피해가 돌아가면서 노동자 내부의 양극화가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 역시 모성보호의 문제인 생리휴가를 노동시간 단축과 연계시킴으로써 무원칙한 주고받기의 또 다른 선례가 될 수도 있어요.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노총이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켜 사회적 의제로 만든 겁니다. 노사정위 안에 비정규직 특위가 설치되었지만, 진행 경과는 실망스러워요. 공무원 기본권 역시 별 성과가 없고요. 제도개선에서 별 성과가 없는 건 핵심 사안에다 부수 사안을 곁가지로 끼워 넣고, 무원칙하게 거래하고,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klsi_04.jpg이정식 유 실장의 지적에 대해 보완, 반론하고 싶습니다. '치명적'이라거나 '무원칙한 거래'라는 표현은 과도합니다.  

바터, 즉 주고받기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제도개선은 힘의 관계와 연결된 문제입니다. 전임자임금, 복수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와 연결되어 있고, 크게 보면 노사관계 시스템도 연결되어 있어요. 답이 안나오는 상황에서 그렇게 정리된 겁니다. 신규노조의 전임자를 인정토록 한 건 지금 상황에선 의미가 있어요. 현행 기업별노조체제에서 대기업은 대부분 노조가 있는데 반해, 많은 중소영세사업장에는 노조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으로 복수노조가 풀렸다고 해도 비정규직이 저절로 조직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조직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법제도 문제 이전에 주체 역량의 문제가 있음도 주목해야 해요.

모성보호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객관적 조건을 잘 봐야 합니다. 1989년 노동법 바뀌는 과정은 경제 상황도 좋고, 노사간 힘 관계도 유리한 상황에서 이뤄졌어요.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이면에는 유연화를 기본축으로 인권신장을 보조축으로 하는 일관된 흐름이 있어요. 즉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기본권을 신장하고, 개별 근로관계에서 유연화를 도입하는 거죠. 원칙적으로는 바터하기 힘들지만, 현실 관계 속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 공익안이나 정부안의 문제는 인정하지만, 노사정이 이 문제를 갖고 협상하지 않으면 국회통과 과정에서 시장논리로 가게 돼 있습니다. 지금 정리해놓지 않으면 중소영세기업은 언제 주5일제 하게 될지 모릅니다. 생리휴가나 여성의 야간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실에 먹혀들지 않는 기준을 설정하는 게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

임영일 제도개선은 '87년 체제'를 어떻게 극복할 건가와 맞물려 있어요. 87년 체제의 특징은 기업별노조, 낮은 조직률, 대기업 정규직 중심입니다. 노동자의 90%가 단체협약 밖에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법적 최저기준의 확대 적용은 중요해요. 87년 체제의 근본적 한계인 대다수 노동자들이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에서 배제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가 제도개선의 핵심 과제입니다. 노사관계 시스템의 새 틀을 찾아야 합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현행 노사관계 시스템의 문제를 본격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교섭 틀 문제

김태현 제도개선 문제는 자연스럽게 교섭 틀 문제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데 반해, 민주노총은 불참하고 있고요. 정권 말기가 되면서 노사정위의 한계와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사회적 교섭의 틀은 필요하다고 보이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식 노사정위가 한국 현실에 맞는가를 둘러싼 논란이 있습니다. 진보정당 부재, 낮은 조직률, 산별노조 부재, 중앙교섭 경험 부재 등을 이유로 들며, 어렵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어요. 한국의 노사정위는 IMF 경제위기, 수평적 정권교체, 87년 이후 쌓여진 노동운동의 조직적 정치적 역량이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것이고, 내용적으로 노동계가 요구한 겁니다. 이후 성과를 못 내고 존폐기로에 서있다는 평가는 받지만, 기여한 바도 있습니다. 문제는 고치고 성과는 발전시키면서 상시적인 논의의 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관료, 기업인에게 민주주의를 연습시키는 틀로 발전시켜야 해요. 논의 틀 있다고 투쟁 못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노사정위의 위상이 낮고, 사사건건 합의 구도로 가고, 노정협상이라던가 다양한 틀을 인정하지 않는 건 문제입니다. 정권 말기라 정부가 노사정위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지만, 논의의 틀로서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유병홍 3자 대화라는 원론 자체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전제는 노사정 모두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IMF 이후 정부와 자본은 노동을 파트너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구조조정 대상일 뿐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3자 논의는 기형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사회세력과 정치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3자 기구는 말로만 끝날 뿐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의지도 부족하고, 책임 안지려 합니다. 노동시간 단축 합의가 불가능한데 노사보고 합의하라는 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겁니다. 정부가 노사정위를 대화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민주노총이 정부와의 대화를 요구하면 정부는 노사정위만 고집합니다. 그래서 박차고 나왔고, 지금도 노사정위원회에 아무 미련이 없어요.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무용론이 옮음을 입증합니다. 노사정위가 없다고 못할 일은 없다고 봅니다. 대신 사안별로 노정, 노사정협의는 필요합니다. 특히, 산별전환에 따른 업종별, 산업별 교섭구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와 사용자 단체가 신경써야 합니다.

klsi_05.jpg임영일 저는 양대 노총의 입장 차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각 조직 내부에 입장과 인식에 편차가 있고, 하부와 상부가 인식을 달리하는 게 문제예요. 우리나라의 노사정위원회는 기형적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볼 때, 최상급 합의기구가 장기간 지속한 경우가 없어요. 중요 시점에서 핵심 쟁점을 합의하는 정도에 그치죠. 우리는 온갖 문제를 다 다루는 데 반해, 다른 나라는 임금, 고용, 물가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노사정위의 위상과 기능을 바꿔야 합니다. 핵심 쟁점을 한정적 한시적으로 처리하고, 합의한 바는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노사정위원회 틀과 기업별 단체교섭 사이에 중간이 없어요. 이런 상태에서 노사정위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교섭 틀과 관련해서도 노조 조직 시스템의 발전에 합당한 교섭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한해였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조직화

김태현 정권 말기에 공무원 노동기본권, 노동시간 단축 등 남은 과제를 정리하기에도 노사정위원회는 벅찰 것으로 보이며, 비정규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는 힘들 것입니다. 작년의 경험에서 기존의 기업별노조 틀로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의 소외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가 힘들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대우캐리어 사태는 민주노조의 전통이 있는 조직도 비정규직 문제에서는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통계약직노조나 건설운송노조의 경우, 장기 투쟁을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유병홍 작년에 비정규직 문제는 핵심적인 사회 쟁점이 되었고, 상급단체들도 중심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4∼5년 전에는 남의 문제이던 게 이제는 노동 문제, 사회 문제, 자기 문제로 여겨지고 있어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투쟁을 가속화했고, 올해도 할겁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정규직화'를 핵심 투쟁 과제로 잡았습니다.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노동자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산별노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은 작년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어요. 비정규직 문제와 맞물려 조직 전환 및 법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이정식 비정규직 문제는 새로운 노사관계 시스템의 구축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연대의 의식이나 경험은 희박한데,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의 다양화로 인해 노사간은 물론 노노간에도 더불어 사는 문제가 대두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보장이나 산별노조와 직결되어 있어요. 올바른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중요한 건 조직의 인적 물적 역량을 어떻게 집중하느냐 입니다. 작년에 노총은 비정규직 조직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지만, 한계도 큼을 확인한 한해였습니다.

임영일 국내외 경험을 정리해보면, 노동조합이 비정규노동자를 위해 할 일은 다섯 가지 정도 있어요. 첫째 조직화, 둘째 스스로 주체화하도록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셋째 경제적으로 대표하는 것, 넷째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것, 다섯째 노조의 서비스 능력을 높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지금 현장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법률구조나 상담을 하는 등의 변화가 있습니다. 자원은 있는데, 이걸 집중시키고 효율화할 시스템이 없어요. 미시적 처방도 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업별노조 틀을 쇄신하지 않으면 노력을 아무리 해도 성과는 미미할 겁니다. 인식도 높아가고 사회적 의제로도 여겨지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 틀을 바꾸는 거예요. 노노 갈등이 커지고, 인식 차이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수준입니다.

2. 2002년 전망

노동운동을 둘러싼 정세


김태현 올 상반기에 경제는 혼미를 거듭할 걸로 보입니다. 6월과 12월에는 지방선거와 대선이 있고요. 남북관계도 미국의 강경 분위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올해 노동운동을 둘러싼 정세를 살펴봅시다.

임영일 '오리무중'(五里霧中)입니다(웃음). 경제적 어려움은 노동정세를 전망할 때 핵심 변수는 아닐 듯 싶어요.  

선거하고 월드컵하고 선거하고 하는 식으로 사회 분위기가 흘러갈 건데 노동운동이 작년까지의 상황을 벗어나기는 힘들 듯 싶습니다. 한가지 긍정적인 것은 국내외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 운동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올해 더 커질 겁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폐해가 심화되는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에 주눅들지 않는 운동을 모색하는 게 가능할 거로 봅니다.

노동운동의 과제는 작년의 연장선에서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의 정치 조건을 볼 때 노동운동의 정치방침 통일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양대 선거를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과의 관계 속에서 치를 거고, 한국노총이 어떤 방침을 가질 건가가 궁금합니다. 양대 노총이 정치방침을 서로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의 공통 요구를 중심으로 정치방침을 결정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정식 정치적으로 진보세력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가능한가,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얼마나 극복할 것인가, 민족적으로 각계각층의 분열 대립이 화해와 협력으로 갈 것인가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의 WTO 가입과 뉴라운드 출범은 한국 사회에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양대 체육행사가 있고, 정치적으로는 양대 선거가 있는데 양대 노총이 공통 분모를 찾으려 애쓸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는 노동계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 줄 겁니다. 경제적으로는 불확실함만이 확실합니다. 경제가 바닥을 치고 호전되고, 선거로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 임금인상에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김정일 답방 문제나 월드컵 등은 노동운동에 버거운 환경 요인으로 작용할 듯 싶습니다.

유병홍 양대 선거와 양대 체육행사로 노동 문제가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선거 시기라 여야 합의로 노동법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고요. 이런 사회 분위기상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싸움과 교섭이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양대 선거로 이익집단의 욕구가 분출하고, 국민들의 정치 의식이 높아지는 등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계의 요구가 공약 등으로 사회적 의제가 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과 조건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입니다.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 그리고 민중진영이 정치세력화 실험을 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그리고 반전평화운동의 부각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아프간전쟁으로 반전 평화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것입니다.

사업 기조와 방향

김태현 올해 양대 노총의 사업 기조와 방향은 어떻습니까?

유병홍 민주노총의 핵심적인 문제 의식은 중소·영세·비정규직 문제입니다.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보호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될 겁니다. 이를 위해 차별철폐 정규직화, 최저임금 현실화를 제기할 겁니다. 기업단위 임금교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임금 인상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산별로의 조직전환은 오래된 이야기인데 총연맹 차원에서 구체적인 사업은 없었고 연맹이 알아서 진행해 왔습니다. 총연맹 차원에서 산별노조로의 전환 정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조직 정비를 자연스레 이뤄가겠습니다.

이정식 기조는 한국노총도 거의 같아요. 크게 보아 네 가지인데, 사회보장 개선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사회임금을 강화해야 하고, 산별노조 건설 등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며, 노동기본권과 노동자 보호기준을 강화하고, 산업정책에서 하도급문제와 공정거래를 다뤄 원하청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대기업노조의 임금인상 부담이 하청업체나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건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구조조정의 향방은 2월 임시국회에서 매듭지어질 겁니다. 철도, 가스 등 공공부문노조가 벼르고 있고,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노동기본권, 필수공익사업장 문제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해결을 요구할 겁니다. 따라서 2월 임시국회에서 구조조정, 제도개선이 맞물리면서 싸움이 시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2월에 법제화 안되면, 상반기 임단투에서 전체 요구로 제기할 계획입니다. 하여튼 2월 임시국회가 금년 투쟁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조조정 대응과 사회 연대 강화

김태현 한국노총은 2월 임시국회를 계기로 큰 한판을 생각하는 듯 합니다. 앞에서 구조조정의 상시화를 지적했는데 올해 구조조정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입니까.

이정식 중복과잉 투자된 화섬, 철강, 석유화학 부문에서 구조조정 공세가 세차게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 지양’ 같은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슬로건을 먼저 만들고 미리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나 체육행사가 있지만, 구조조정 싸움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투쟁 동력은 뒷받침될 걸로 봅니다. 국민들의 지지와 현장의 동력을 이끌어낼 방향 설정과 사업 계획이 필요합니다.

유병홍 싸움거리를 정부가 몰아주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2월 임시국회에 맞춰 전선을 어떻게 칠지가 고민입니다. 올해 민간부문에서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이 구조조정의 폐해를 부각시키고 반격을 시작했다면, 올해는 구조조정의 전면적인 관철을 저지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력조정,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막아낸다는 일차 목표를 세웠습니다.

임영일 양대 노총이 힘을 모아 구조조정 매뉴얼을 개발해 제시하면 어떨까요. '결사반대'만 한다면 만들 필요 없겠지만 이제 반대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다 아니까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제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태현 이야기를 소외된 부문과의 연대와 사회 연대 쪽으로 옮겨볼까요.

유병홍 작년에 양대 노총,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장애인 단체들이 함께 모여 최저임금 문제를 사회 의제로 만들었는데 올해도 폭을 더 넓혀 적극 제기할 생각이에요. 중소, 영세, 비정규직 등 소외된 노동자 문제를 알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저임금 현실화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연대 세력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정식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는 노동조합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결국은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통한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인데요. 기업별체제는 노사간 담함에 기초한 폐쇄적 구조를 갖고 있어요. 이 때문에 주변부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조의 관심과 지원이 형편없습니다.

임영일 주변부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는 노동조합 조직보다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에서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이런 일을 맡아야 할 지역 본부는 기업별노조를 지원하는 데 머무르고 있어요. 노동조합이 힘을 모아 지역센터나 감시기구, 그리고 서비스센터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런 단위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나 서비스 산업 종사자 등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겁니다. 양대 노총이 힘을 합해 노동조합의 사회적 감시 기능을 강화했으면 합니다.

제도개선

김태현 양대 선거 등으로 정치의 해인 올해는 정권 막바지이기도 해 제도개선이 실종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올해가 지나면 제도개선 기회가 빨리 올 것 같지 않은데 올해 제도개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정식 현실적인 고민을 책임있게 해야 합니다. 노동운동이란 게 같이 살아보자는 건데 양대 노총이 먼저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주5일 문제는 '도냐 모냐'는 아닌 듯 합니다.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100이 아니라면 70이라도 우선 힘을 모아 따내야 해요. 시간이 없습니다. 모처럼 조성된 좋은 기회를 잘 살려 양대 노총이 입장을 하나로 만들어야 해요. 좌담 이후라도 만나서 재계, 정치권,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마지막 고민을 해볼 시점이라고 봅니다.

유병홍 공감합니다. 1998년 민주노총의 문제제기로 본격화된 이래 지금 주5일제를 처리 못하면 상당히 늦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노총은 올해 반드시 노동시간 단축을 관철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 실현을 사업의 우선 순위에 두고, 예상되는 개악저지 기도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작년 11월, 12월 총력투쟁 찬반 투표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민주노총이 해낸 걸 보고 과거에 비해 조직력이 강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력을 토대로 원칙을 견지하면서 한국노총과 협의해서 공조할 것은 함께 해나가겠습니다. 또한 2월 임시국회 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 요구로 제기할 것입니다.

산별 전환 문제와 정치세력화

김태현 산별 전환 문제를 짚었으면 합니다. 산별노조 건설은 노동운동의 조직혁신 과제와 맞물리면서 핵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그 당위성만큼이나 우려와 실망도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과제도 짚어주십시오.

이정식 오랫동안 산별이 화두였어요. 이와 관련해서 지금 산별 건설이 어떤 상황에 와 있고, 성과는 무엇이고 문제는 뭔지 중간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민주노총의 경우 금속노조, 만도기계, 경기도노조 등 좋은 사례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상당수 초기업단위 노조들이 기업별노조의 재판으로 굴러가는데 각각의 경험을 중간 점검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해가야 합니다. 불완전한 산별의 단점이 산별 건설의 싹을 자를 수도 있습니다. 법적 강제와 정치세력화와 더불어 실천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정의를 ‘사업장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조직은 노조가 아니다’같이 공세적으로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봐요. 금융노조가 공동교섭을 이뤄내고 총파업을 전개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산별 하지 말자는 간부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내 다음에 하자고 해요. 조직 통합 노력과 더불어 노동운동의 민주성과 도덕성을 높이려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유병홍 2003년까지 산하 연맹들을 산별노조로 전환시키고, 2005년에 산별교섭의 틀을 세운다는 방침을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 결의해놓고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자는 이 본부장의 문제제기에 공감하고요. 산별 전환이 기대에 못미치는 점이 있고, 무늬만 산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산별은 산별이더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많은 문제제기가 있지만 기업별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를 토대로 힘있는 산별노조 건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임영일 '산별 다 됐다'는 분위기가 크고 산별노조 건설에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어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와 엇갈린 견해를 극복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해요. 산별노조 건설 후에도 과도기적 상황으로 교섭 단위가 불균등하게 형성되는 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만, 우선 기업별 잔재를 극복한, 산별노조의 수준에 걸맞은 요구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교섭 단위를 논의하고, 단위별로 교섭을 함께 준비하면서 인식을 공유하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단위노조 집행부의 확대판인 중앙조직의 구조도 바꿔야 합니다. 개인의 리더십이나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개혁되어야 해요.

유병홍 양대 선거가 있는데 올해만큼 진보진영이 조직적으로 선거를 준비한 적은 없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졌고, 다른 정치세력도 활성화되면서 진보진영 대단결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좋은 조건입니다. 이전 선거에서 '비판적 지지론'으로 내홍을 겪었는데 올해 선거에서 이런 흐름이 조직화되어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진보진영 대단결이라는 원칙 속에서 구체적인 정치 방침은 1월말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할 것입니다.

이정식 정치세력화와 관련해서는 독자세력화 시기를 앞당긴다는 방침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재창당과 대통합 움직임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요. 하지만 기존의 관성과 관행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구체적인 방침은 2월말 있을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끝난 다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관심을 가질 부분은 노조 선거가 정치권 선거의 대리전이 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2월까지 산별연맹 선거, 지방본부 선거가 많은데 벌써부터 정치권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김태현 2002년 새해는 양대 선거를 치르는 등 노동운동에 대단히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 개혁과 민주화를 위해 양대 노총이 많은 일들을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오늘 좌담이 노동운동의 발전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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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 : 제 6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