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변주

노동사회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변주

구도희 0 4,806 2014.01.03 05:14
 
노동자․서민과 타협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 
2013년 12월22일, 집권 채 1년도 되지 않은 박근혜 정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물을 공격했다. 민주노총 창립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찰은 파업 중인 철도노조의 지도부 체포를 이유로 민주노총 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정권은 개의치 않았다. 법도 원칙도 없는 침탈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에 대형 망치와 군화, 캡사이신으로 응답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부의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적인 민주노총 침탈 이후 사과는커녕, 오히려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노동자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방식은 이전의 어떤 정부보다 노골적이다. 
현 정부의 노동탄압은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으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이미 지난 8월 박근혜 정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고, 10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노조 아님’을 공식 통보해 순식간에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 사태로 선거개입 논란이 커지자, 선거개입을 이유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홈페이지 서버 압수를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정책에 있어서도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음에도, 정부는 단시간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발표된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은 55세 이상 노동자의 파견을 전면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불안과 양극화 심화를 가져올 노동시장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양대 노총은 물론, 야당과도 협의는 일체 없었다. 협의는커녕 대화도 없었다. 
 
     
<경찰이 2013년 12월22일 민주노총 본부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 ©변백선 노동과세계 기자>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박근혜식 정치
박근혜 정부의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특별한 노사 갈등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단결권을 부정하고 법외 노조로 만들었다. 민주노총이 합법화된 이후 이처럼 노골적으로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처음이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원 신분에 대한 시비는 늘 있어 왔지만, 이를 빌미로 수만 명의 조합원이 결성한 노조의 법적 지위를 뺏은 적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 사안과 상관없는 정치적인 이유로 노조를 공격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해서는 축소수사로 빈축을 샀던 정권이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선거 관련 내용이 있다는 보수단체의 고발을 빌미로, 전교조 홈페이지의 16개 서버를 통째로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태도와는 전혀 상반되는 매우 기민한 조치였다. 정권의 정당성을 의심받자 소위 ‘물타기’를 하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시도였다.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안에 있어서 현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듯하다. 두 명의 어르신이 숨진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과의 대화보다는 일방적 밀어붙이기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대선 공약은 아무런 해명 없이 파기했다. 또한 대북 적대정책을 통해 한반도 긴장 관계를 고조시키고, 이를 역으로 국내 정치의 반대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종북 논란과 연동시키는 등 과거 독재 정권이 사용한 반공주의를 통치의 주된 수단으로 다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현역 국회의원에 대해 내란음모죄를 적용하고 소속 정당 해산까지 거론하고 있으며, 국정원과 군부는 공공연히 직간접적인 정치개입을 자행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 프레임의 권위주의적 변주
이런 상황에서 일부 비판적 학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성격을 안보 파시즘이라 규정하고, 박정희 유신체제로의 회귀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낡은 권위주의 외투를 걸치고 돌아가려고 하는 곳은 40년 전의 아버지 시대의 교조(敎條)가 아니라,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아니 여전히 진행 중인 ‘신자유주의’라는 또 다른 교조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 정부의 노동탄압은 직접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 이래 노동자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정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직도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쌍용차 노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폭력은, 대우자동차 노조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폭력과 함께 2000년 이후 노사관계에서의 가장 비인간적인 폭력으로 기억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물리적 탄압이 적었던 노무현 정부도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침탈을 시도했었고,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어느 정부보다 많은 노동자를 구속하였다. 
노조의 권리를 제약하려는 시도 역시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시도한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권을 1.5권으로 제한하려고 했고, 현재 철도노조의 파업 위력을 반감시키는 필수공익사업장 단체행동권 제한 역시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와 타임오프제를 통해 민주노조의 활동범위를 제한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모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한 노조 탄압 수단이었다. 
박근혜 정부와 지난 10여 년 동안의 정부는 그 양상이 다를지언정 신자유주의 정책을 가장 핵심 정책으로 공유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 때 계획되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전환되면서 비로소 집행되었다. 이석채 회장의 비리로 문제가 된 KT는 김영삼 정부 시절 민간자본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 완전히 민영화되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서비스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방안’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며, 그 첫걸음이 된 것은 2004년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이었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더 많다. 가장 적극적인 감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이루어졌고, 이명박 정부 때는 가장 천박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동시장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는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을 거부했고,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 비정규직 규제 법안을 외면했으며, 비정규직이 50%에 달하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되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비정규직 사용 제한기한을 늘리고, 단시간 노동과 파견 노동을 확대하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영혼 없이 다시 반복할 따름이다. 정규직 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인 ‘귀족노조’라는 표현은 노무현 정부가 처음 썼고,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가 계승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여전히 90%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서 완전히 제외돼 있다.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지표가 줄곧 가르키고 있는 것은 심각한 임금격차와 고용불안, 장시간 노동시간, 높은 산재율, 낮은 고용률 같은 문제들이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의 모든 정부는 노동정책의 가장 앞에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두었다. 
박정희 정권이 노동자를 탄압해 얻으려고 했던 것은 국가주도 발전정책에 순응하는 노동자와 국민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노동자를 탄압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닌 신자유주의 시장에 순응하는 노동자와 국민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정책의 핵심은 1970년대식 안보 파시즘보다는,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권위주의적 변형에 더 가깝다. 
 
보수정권 넘기 위한 노동자 연대와 정치세력화
최근 정부의 민주노총 침탈은 직접적이고 비민주적으로 노동탄압을 자행하는 정부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폭거였다. 하지만 노동자가 박근혜 정부에 대항해야 하는 이유는 폭력의 직접성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더 부도덕하거나 나쁘기 때문만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정부이든 노동자․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고, 나아가 노동자 스스로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힘을 가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침탈 이후 총파업과 정권 퇴진 투쟁을 선언했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응당 총파업에 참여해 투쟁의 위력을 높여야겠지만, 예정된 총파업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설령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위력적인 투쟁이 되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대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스스로 대변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실을 바꿔낼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총파업과 같은 집중된 투쟁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같은 이해관계 아래로 모임으로써 이루어낼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의 노조 조직률은 1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고,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조직률은 1~2%에 불과하다. 
노동자의 정치는 노동문제를 포함해 육아와 의료, 노후와 교육, 주거와 같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공동의 노력이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고 현실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경험적 증거와 유토피아적 상상 속에서 성장한다. 반대로 육아와 의료, 노후와 교육, 주거와 일자리 같은 삶의 문제를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민간 보험에 가입하며, 주식과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이다. 또한 생존을 위한 분투에 나선 노동자들은 어렵게 모은 자원을 가장 잘 지켜 줄 정부를 선택한다. 바로 자본주의와 보수정치가 존재하는 곳이다. 
공동의 이해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물질적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것의 출발은 조직화에 함께 나서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고, 나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조직, 같은 임금체계,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들어간다면 연대는 더 수월해지고 결속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나아가 같은 정치적 지향을 갖게 된다면, 그 투쟁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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