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좌담]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산별노조의 대응

노동사회

[특집 좌담]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산별노조의 대응

이주환 0 4,883 2013.08.20 10:35

■ 참석: 엄교수 금속노조 정책실장,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실장
■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일시: 2013년 2월 26일 오전 10시~12시
■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실

 

사회자: 정부가 바뀌면 기대가 커지기 마련인데, 노조 입장에서 이번 정부는 기대보다는 근심과 걱정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해서 산별노조들이 새 정부에 어떤 대응계획을 갖고 있는지, 각 산별노조의 정책실장님들을 모시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박근혜 정부가 어떤 성격의 정부냐, 즉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는가 아니면 다른 성격을 보일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각 산별노조마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산업 및 노동 정책 중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을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박근혜 정부의 등장이라는 변수가 의미하는 것

공광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세련되고 안정된 보수일 거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노조 입지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비정규직 문제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 노조가 나서기 전에 기업들이 알아서 개선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해관계가 걸린 다른 현안들에 대해서는 자기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할 테고요. 어쨌든 그러다보면 노조 입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금융산업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는 은행 민영화나 신경분리 등 노동조합과 충돌할 만한 정책들이 많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는 뚜렷한 금융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국정목표라고 제시한 것을 봐도 금융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잘 안 보이고요. 금융 정책이 출렁이지 않으면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환경 변화가 없어서 안정감이 있겠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영명: 이명박 정권은 ‘국민 성공 시대’를 내걸었고 박근혜 정권은 ‘국민 행복 시대’를 내걸었는데, 지난 5년간 국민은 성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일부 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세워서 당선이 됐고 그것이 시대적 과제로 부각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일정 부분 진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지만 우리가 볼 때는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은 본질이 다르지 않습니다. 선거 기간에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후 취임할 때까지 행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내세운 국정 과제를 보면, 그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없고 공약 실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는 이명박 정권 때와 환경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 기대하는 것과 우려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노동과 관련해 기대할 만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대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거죠.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산업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공세적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의료 정책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OECD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겠다, 그리고 이른바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벌써 어느 정도 입장을 후퇴시켰지만, 향후 노조 등의 요구를 전적으로 외면하지는 못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 별다른 노사관계 정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대통합과 엄격한 법질서 적용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통합과 법질서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 법질서 안에 있는 세력은 포용하되 그 밖에 있는 세력, 즉 박근혜 정부의 눈 밖에 난 민주노조 세력은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죠. 또한, 보건의료산업을 신성장 동력의 주력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에 기반해 영리병원 허용이나 의료민영화 정책 등을 강하게 밀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현재의 보건의료체계 자체가 허물어질 수도 있습니다.

박준형: 박근혜 정권을 이명박 정권과 비교해서 보자면, 우선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민생고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권의 복지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은 경제정책에 기반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수위에서 지명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 이명박 정권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입안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위원을 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냈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조원동 씨도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에서 경제정책을 만들었고 조세연구원 원장을 지낸 인물이죠. 이렇듯 관료들 경력을 봐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복지정책이 그 위에 얹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경제 운영 방향은 같을 겁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서 특별한 정책과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는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지난 정권의 것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어쨌든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입니다. 구체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사회복지와 안전 쪽의 일자리를 늘리고,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족하긴 하지만 이러한 방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입니다. 즉,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노력이 반영돼 있는 성과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변화를 폄하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노동운동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서, 괜찮은 일자리 창출 등 더 공세적인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달성된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과는 다른 노정관계가 정립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안 됐죠. 공공부문 노동조합에게는 대정부교섭이 매우 중요한 사항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실상 더 많이 투자해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게 객관적이 판단이겠죠.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 박근혜 정부가 총론적 측면에서는 기대할 만한 것이 있어 보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명박 정부와 근본적인 차별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정부가 어디로 튈지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노동운동은 다방면에 걸쳐 있는 만큼 2013년 전략과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권의 변화 외에도 중요하게 고려된 환경적 측면이 있을 텐데요. 어떤 것들이었습니까? 

현실화되는 장기 저성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박준형: 정권 출범 이외 중요한 변수가 있다면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위기입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에게는 이러한 환경 변화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즉, 경제위기에 따라 민생고가 가중되면서 사회복지 확대 요구가 강화될 텐데, 이는 공공부문 노조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겁니다. 공공서비스의 확대 추진이라는 측면은 기회이지만, 정부가 그에 따른 세수를 부자 증세가 아닌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나 나아가 민영화로 마련하려 할 경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죠. 

나영명: 일단 세계경제가 당분간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고, 따라서 대외 의존적 구조를 가진 한국경제는 장기적인 저성장 체제로 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저성장 구도에서 과연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실제 정책은 성장 위주로 짜이게 될 것이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정리해고제 요건 완화나 비정규직 확산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노동법 개악이나 노동 통제 강화로 이어지게 될 테고요.
다음으로, 엄청난 긴장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 또한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보수 정권이 장악했고, 중국은 팽창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 전략을 재편하고 있고, 북한을 핵을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가 국가안보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경우,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고 활동이 매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산업 차원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병원 간 경쟁의 문제입니다. 이른바 ‘빅4’ 병원들부터 해서 모든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확장 전략을 내세우고 건물 신축이나 증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분별한 확장 경쟁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겁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며 임금인상 억제, 비정규직 확산, 노동강도 강화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사회자: 환경에 대한 인식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주체 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보죠. 먼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노조 상황이 어떻게 변했느냐를 총론적 측면에서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어떤 변화를 겪었고, 그러한 가운데서도 변화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공광규: 


지난 5년간 금융노조가 겪은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노조법 개정으로 인한 것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전임자의 임금을 노조 조합비에서 주다 보니 조직의 부담이 무척 커졌고, 때문에 실제 노조 전임자 수가 줄었습니다. 파견간부가 17명이었는데 11명이 됐죠. 
지난 5년간의 또 다른 변화는 조합원 수가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더 많았지만 IMF 직후 금융권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이 채우면서 상당히 줄어 있는 상태였죠. 그 비정규직 일자리를 지난 5년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조합에 가입시키면서 조합원 숫자가 늘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직운영 방식 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화된 환경이나 상황에 맞게 노조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하고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년 전의 교섭전략이나 조직전략이 지금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도 내부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현재 조직 규모가 4만 3천 명 가량 되는데 꾸준히 조금씩 커져온 것이죠. 어쨌든 지난 5년간 제일 큰 변화는 산별중앙교섭과 관련된 것입니다. 보건의료노조는 2004년부터 산별교섭을 시작해서 2008년까지 잘해왔습니다. 그런데 2009년부터 교섭이 파탄나기 시작해서 2010년과 2011년에는 산별교섭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용자 측 교섭 태도가 불성실해졌고, 그것이 교섭파탄으로 이어졌던 거죠. 다행히 지난해에는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산별교섭 정상화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투쟁함으로써 50% 이상 산별교섭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다음으로,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제도가 바뀌면서 현장 분위기가 악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사측이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든지, 정부가 감사를 핑계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현안 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5년은 산별노조 중앙이 현안 사업장 문제를 따라잡느라고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수시로 발생하는 현안에 매달리다보니 산별노조다운 활동을 해나갈 여유마저 없어졌던 거죠.

박준형: 공공운수노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산별노조를 시작했습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건설된 것이 2006년 말,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이었습니다. 시작하는 시기가 안 좋았죠. 그런 조건에서 주체 내부도 열악했지만, 정권의 압력에 의해 현안이 밀려오다보니 산별노조다운 특색을 만들고 성과를 쟁취하기에는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공공노조와 운수노조, 그리고 연맹 사이에 산별노조 전망에 대한 합의가 수년간 이뤄지지 못하면서 산별노조의 힘을 모아내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도 과제일 텐데요. 현재는 과거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도 평가지만 이보다는 산별노조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 최소한의 합의를 모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한편, 산별노조로 전환함으로써 좋아진 점도 여러 가지입니다. 특히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에 있어서는 상당부분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산별노조의 힘을 강조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금속노조 엄교수 실장님이 방금 도착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지난 5년간 각 조직의 내부 상황 변화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환경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금속 이야기도 들어보죠. 

엄교수: 간단한 것 같지만 대단히 광범위한 질문인데요. 2월28일 진행되는 대의원대회 자료에 이 질문과 관련된 내용이 모두 담겼습니다. 어쨌든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는 겁니다.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여당이 차지하고 보수 세력이 언론을 장악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종용하면서 민주노조를 배제하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라 예측했는데요. 벌써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직접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자고 해놓고 민주노총에게는 제의를 하지 않은 거죠. 
한편, 향후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투쟁을 양산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 조건이 민주노조운동 배제 전략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이런 예측에 기반한 대응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금속노조 내부 상황은 지난 5년 간 어떻게 변했습니까? 

엄교수: 지난 5년간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를 더 발전시키거나 사회적 영향력을 더 키우지는 못했지만, 최근 최초의 15만 시기 집중 투쟁을 경험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완성차 대기업지부들이 4년 만에 금속노조의 일정에 맞춰 시기 집중 투쟁을 실천했고, 군소 사업장 조직들이 대기업 조직 중심의 일정에 맞춰 자기 일정을 조정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그런 경험을 통해 산별노조로서 투쟁력의 저변을 키웠다고 봅니다.
문제는 여전히 조직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교섭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법적 강제가 없고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으니 대기업자본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는 포괄적인 교섭테이블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 노동운동 전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금속노조의 경우 최근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를테면, 어제 최강서 열사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만, 한진중공업의 장기투쟁이 희망버스 등을 통해 최근 해결되는 과정을 거쳤고, 또 유성기업투쟁을 통해 밤샘 근로를 하지 말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금속노조가 주도적으로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SJM지회의 투쟁을 통해서 민주노조에 대한 자본의 기획탄압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는 과정에서도 금속노조가 전면에 서게 됐죠. 사회적으로 노동운동의 투쟁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금속노조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올해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기도 했지만, 산별노조를 조직적으로 안정시키고 교섭력을 갖추는 단계를 반드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그런 부분에 사업의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금지 이후 현장 변화

사회자: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제도 도입,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등은 산별노조 입장에서 중대한 법제도 환경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변화가 조직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각 조직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중앙과 현장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졌나요? 

박준형: 복수노조 문제가 큽니다. 긍정과 부정 양 측면이 있을 텐데요. 우선 버스와 택시 사업장 등에서 민주노조 건설의 길이 열렸고 실제 조직이 확대되기도 했다는 점은 중요하게 봅니다. 그러나 일부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사측이 주도하는 어용노조가 생기기도 했죠. 대표적인 것이 발전사업장이고, 도시철도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영향이 큰 공공부문 사업장에 정권 차원의 관리나 사측의 통제가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공공부문은 정책 방향이 한 번 정해지면 바꿔내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향후 정책적 변화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민주노조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공광규: 금융노조 같은 경우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가 교섭 과정에 복잡성을 더하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큰 영향은 없었어요. 복수노조가 일부 생기긴 했지만 극소수고, 이들 노조가 힘을 발휘하거나 문제를 복잡하게 한 것은 그렇게 없었습니다.

나영명: 보건의료산업에도 복수노조가 그렇게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타임오프제도입니다.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고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사관계가 좋았던 사업장에서도 노조활동 인정 관련 단체협약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이 때문에 간부 양성 및 교육이나 산별교섭 시기 안정화에 부정적인 조건이 형성됐죠. 더 중요한 것은 이 제도로 인해 노동부나 교과부에서 감사가 들어오면서, 기존의 노사합의로 잘 시행되던 현장의 제도들이 시정명령 대상이 됐다는 겁니다. 정부가 현장 노사관계에 개입해서 특정 관행을 언제까지 고쳐라, 그렇지 않으면 지원금을 환수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서 노조활동에 큰 타격을 받게 된 거죠. 


엄교수: 그 두 제도는 특히 금속노조를 표적으로 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실 조합비 인상이나 중앙집중화가 쉽지 않았는데, 타임오프제도가 도입되면서 임금 인상과 조합비 인상을 연동하는 사업장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상근자 임금을 마련하고 노동조합의 경제적 독립을 이루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중소사업장으로 가면 상황이 다릅니다. 상근자들의 입지가 불안하니 이것저것 활동에 제약을 받습니다. 또한 회사가 제공해온 사무실이나 편의제공 등도 노사관계가 어긋나면 막아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아슬아슬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는 사측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사업장이 만도기계입니다. 이 사업장에서 금속노조에 대한 기획탄압 후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지면서,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 놓여 있죠. 그렇지만 어쨌든 교섭권은 아직까지 만도지부가 갖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이나 다른 장기투쟁사업장에서도 자본이 틈을 노려 기업별노조를 만들고 조합원들을 빼가는 방식으로 산별노조 탄압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타임오프제도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점진적으로 조직의 경제적 자립을 확대해가는 방향에서 대응하려 하고,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대응 매뉴얼 제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제도를 통한 기획탄압 양상은 어디에서나 대부분 비슷하기에 이를 취합하여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조직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물론 소수노조의 의견 반영 통로를 만드는 등 법체계의 근본적인 개선 추진이 병행되어야 하겠죠. 한편, 타임오프제도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제도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제도로 인해 한국노총의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빅딜이 있지 않겠나 생각하는 거죠. 그럴 경우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테고요.

고난의 시기 산별노조의 근육은 어떻게 단련되나

사회자: 이제는 각 조직의 동원력, 교섭력, 정책 개입력, 사회적 설득력 등 각론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죠. 산별노조의 위력을 나타내는 것은 이 중에서도 특히 중앙교섭일 텐데요. 지난 5년간 산별중앙교섭을 위주로 해서 노동조합의 힘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공광규: 일단 동원력은 이슈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비교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금융노조 같은 경우는 교섭력에서 큰 변화가 없었어요. 금융기업들은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공기업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산별교섭 관행이 안정돼 있죠. 한편, 정책 개입력 측면에서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선거 시기를 맞아 금융노조가 정치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했습니다. 작년 총선, 대선에서 집중적으로 정치 활동을 해서 한국노총의 몫으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무리한 정치활동 추진으로 위원장이 사퇴하고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는 등 분열과 혼돈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틈을 타서 규모가 크고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노조가 한국노총을 대신하여 정치적 진출을 주도했던 거죠. 

나영명: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보건의료노조는 2009년 산별교섭 도중 파탄을 겪은 후 2년간 중앙교섭 공백을 겪었습니다. 현장교섭 강화를 통해 그런 공백을 우회하고자 했지만, 개별 교섭들이 너무 장기화되면서 산별교섭을 반드시 복원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죠. 한편, 이 과정에서 민간 중소병원이나 지방의료원에서는 특성별교섭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2012년 산별교섭을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산별교섭 공백 기간에는 산별노조의 힘으로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영리병원 도입 반대 투쟁이나 무상의료 실현 투쟁 등을 통해 사회적 쟁점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2011년에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제 투쟁, 즉 환자 안전과 인력 확충의 관점에서 의료기관을 평가하라는 요구를 제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에는 병원인력법을 발의하는 투쟁을 진행했죠. 이러한 투쟁들을 통해 실제적인 정책 변화를 만들어냈고, 또 총선과 대선을 통해 무상의료를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동원력에 있어서는 별다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일단 조직 대상 노동자 60만 명 중 우리 조직이 포괄하고 있는 것은 4만 3천 명밖에 안 되니, 기본적인 사회적 대표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워낙 많은 투쟁 일정이 잡혀 있다 보니 조직의 집중력과 동원력이 떨어지고 피로도가 쌓이고 됐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보건의료노조 이름으로 집중투쟁을 벌인 것이 11번입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이죠. 그래서 한 번 투쟁할 때 확실하게 동원해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엄교수: 금속노조의 동원력은 최근 상당히 강화됐습니다. 특히 작년 15만 집중투쟁을 처음으로 벌일 수 있었죠. 그 전까지 말로는 “15만 산별”이라했지만, 실제로는 간부 중심의 동원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동원력의 양적 숫자가 늘긴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좀 위축된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금속노조가 정치파업이 가능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경제파업이나 단체교섭에 근거한 파업 외에는 잘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한편, 교섭력의 발전은 ‘약보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때 170개 정도였던 산별중앙교섭 참여 사업장이 지금은 80~90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산업 차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주는 대공장이 참여를 안 하니 중소사업장들도 점점 나오지 않고 있는 거죠. 금속노조 15만 명 중 현대와 기아에 속한 조합원이 7만 명입니다. GM과 만도까지 포함하면 과반을 넘어서죠. 이 사업장들이 중앙교섭에서 다 빠져버리면서 중앙교섭의 위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금속노조가 대공장 사측에게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춘 이후에는 중앙교섭에 합류하겠다는 약정을 받는 것으로 대응했죠. 그렇지만 요즘에는 회사가 그런 것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자구책을 찾다가 업종별교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으로는 산별교섭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법제화투쟁을 추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동차업종, 철강업종, 조선업종 등을 중심으로 노사합의가 상대적으로 쉬운 업종별교섭을 추진하는 겁니다. 
그런데 업종별 노사협의체를 만들어서 산업 전망과 발전전략이라든지 경기침체 대응 방안 등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보자고 해도 사용자 측에서 나오질 않아요. 작년에 창구가 열릴 듯하더니 현대 자본이 후퇴하면서 무산된 경험이 있습니다. 어쨌든 올해도 이러한 방향에서 교섭력을 키워가는 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한편, 이렇듯 교섭이 강화되지 못하다보니 정책 개입력이나 사회적 설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본의 아니게 향상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 시기 정부와 자본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일방적인 노조 탄압이 사회적으로 늘어났고, 이에 대해서 금속노조가 문제해결 주체로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금속노조의 사회적 설득력이 강화될 수 있었다는 거죠.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3년 동안 기획탄압, 구조조정, 장기투쟁사업장 등에서 금속노조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박준형: 교섭력 강화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금속이나 보건의 선례를 따라가지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했는데, 막상 교섭을 추진해 보니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은 다른 산업과 조금 다르더라고요. 기관의 사용자들을 모아서 교섭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실 사용자들도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때문에 2011년을 지나면서는 정부에 더 집중할 것을 목표로,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를 강화하고, 조직 내부에 공공기관 정책을 다루는 인력을 확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정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공공부문 공대위를 통한 협의로 요구안을 정책에 좀 더 많이 반영했다든가 산별노조의 추진력과 설득력이 발전했다는 겁니다. 특히 정책연구소를 만들고, 시민사회연대를 강화함으로써 조직의 정책 개입력과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증진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18대 국회 후반기에는 의정포럼이라는 국회 내 단체와 함께, 국회-시민사회-노조가 연대하는 체계를 만들어 현안에 대응했습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는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다가 후기에는 이를 민영화 강화로 발전시켰는데요. 이에 대해서 국민적 반대가 많았습니다. 노동운동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 KTX 민영화, 에너지산업 민영화 등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는 능력도 키우고,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키워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정권 시기에도 그러한 방향에서의 활동이 지속될 수밖에 없겠죠. 

각 산별노조들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노력들

사회자: 산업 현장에서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는 노동조건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각 조직들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또한 산별노조에게는 산업 차원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포괄할 것인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 요구되는데요. 그와 관련된 고민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눠보죠. 

공광규: 금융노조는 2004년부터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요구를 정규직의 2배로 해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비정규직의 임금 및 복지가 상당부분 개선됐죠. 또 2007년에는 기간제노동자를 무기계약직이나 하위직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를 하고, 이 사람들을 조합에 가입을 시켰습니다. 조합원이 된 사람들은 당연히 노동조건이 개선됐고, 미조직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높은 임금인상률이 적용됐으니 그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금융노조는 무기계약직의 노조 가입을 위한 나름의 전략이 있었던 겁니까?

공광규: 무기계약직 같은 경우에는 일단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기 때문에 조합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방침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일률적으로 가입하지는 않았죠. 처음에는 일부 지부에서만 무기계약직을 가입시키다가 나중에는 거의가 다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조합원이 늘어났죠.

박준형: 두 부문을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공공기관에서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노동조건 차이가 너무 없어서 문제입니다. 정부 지침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노조 효과가 뚜렷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는 노조효과가 분명한데, 그 외에 임금과 노동조건에서는 크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조직이 공공기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요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고민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정규 부문에서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에 분명하게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청소용역이나 시설관리 등의 최저임금 사업장에서는 뚜렷이 나타납니다. 노조에 가입한 최저임금 사업장들은 수년간의 투쟁을 통해서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은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민주노총 요구안에 근접하게 됐죠. 그런데 그렇게 안정된 사업장에서는 민주노총 차원의 최저임금투쟁에 대해서 점점 관심이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침을 내리면 형식적으로 참여는 하지만, 처음 노조를 만들었을 때 같은 전투적인 느낌이 사라진 거죠. 어쨌든 노동조합의 효과는 비정규 부문에서는 분명히 의미가 있는데요. 이를 보다 적극적인 조직화와 결합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엄교수: 


금속노조 조직들은 어쨌든 미조직노동자와 관련된 사업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장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사업은 금속노조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이 대표적이죠. 기아차 같은 경우 사업장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한 조직이 포괄하도록 하는 1사1조직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각 지역지부들은 산업공단 조직화사업을 비롯해서 미조직․비정규직과 관련된 지역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단 조직화 사업을 보면, 실제로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합니다. 가뜩이나 기업운영도 불안한데 노조까지 생기면 망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를테면 선전을 하는 금속노조 간부를 조용히 불러다가, “우리 사업장에 오지 마세요. 우리 사장님 힘든데 노조 생기면 회사 문 닫아야 돼요”라고 화를 내는 식입니다. 이런 분들을 잘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노조로 조직하지는 못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이나 임금체불 등과 같은 영역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조직노동자와 조직노동자 간의 갈등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특히 거대기업 안의 미조직노동자들과 조직노동자들이 느끼는 계급적 이질감이 큽니다. 문제는 산별노조가 이런 것들을 다 끌어안을 수 있냐 하는 것이잖아요.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결국 산별노조의 관심은 자신의 구성원인 조직노동자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미조직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을 할 때 기존의 조직된 정규직노동자의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산별노조가 풀어야 할 숙제죠. 특히 당장 발등에 떨어져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미조직노동자와 조직노동자 간 갈등은 그나마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들에게서 생기는 겁니다. 아예 방치돼 있는 노동자들, 이를테면 환경이 매우 열악한 노동자들이나 아니면 사업장 내 노조 사각지대에 있는 사무직이나 관리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사무직과 관리직은 노조 규약상으로는 조합원이지만 단체협약으로는 조합원이 아니죠. 이런 분들에게 조직적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별노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고, 결국 이런 사업들이 자리를 잡아야 산별노조의 위상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영명: 작년에 보건의료노조가 10군데 병원에서 조직화사업을 진행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조사를 해보니까 노동조건 등이 조직노동자들과 천지차이인 거예요. 미조직노동자들은 대부분 연봉계약제였어요. 임금은 연봉제, 고용은 계약제인 거죠. 조직화사업을 진행하지만 한계가 있고, 그 외에 이러한 미조직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비정규직 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선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조직에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서 격차가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병원청소, 시설관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죠. 이 분들은 완전한 노조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노조 자체도 이 분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하고요. 어쨌든 이렇게 미조직노동자와 조직노동자 간 노동조건 격차가 커지다보니, 사측에서 이를 빌미로 정규직과 조직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노동운동의 거시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죠. 

보수정권과 장기불황을 맞는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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