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과 한국노총의 방향 및 과제

노동사회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한국노총의 방향 및 과제

이주환 0 4,656 2013.08.20 09:55

2013년은 ‘새 정부 출범’이라는 변화된 환경과 ‘저성장 장기불황’의 불확실한 조건 위에서 출발했다. 노동조합운동은 대내적으로는 고용불안과 양극화 심화를 극복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고용률 70%, 중산층 70% 재건 등과 같은 진일보한 공약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아가 고용안정, 노조법 개정 등을 달성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이에 한국노총은 대외환경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전략 수립의 요구에 부응하여, 지난 2월18일 중앙집행위원회, 2월2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2013년 운동방향과 과제>를 결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정세 전망과, 그에 대응하는 한국노총의 운동방향과 중점 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보적인 정책공약과 성장제일주의 태도의 충돌 가능성

지난 12월 대선은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75.8%)을 기록하였다. 2030세대의 투표 참여에도, 5060세대의 보수층 유권자의 결집으로 18대 대통령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문재인 야권 단일후보는 1,470만 표로 역대 야권 후보 가운데 최다득표를 기록하였지만 패배하였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5060세대 등 보수층 유권자 결집, 박근혜 후보의 보수 안정적 이미지의 성공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야당과 좌파의 전통적인 주장들이 새누리당의 정책공약으로 수용되면서 어젠다를 선점했고, 참여정부와 문재인 후보에 대해 “과거의 실패한 좌파정권 계승자”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는 데 성공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2월25일 취임식 이후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운동 공간과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두 가지 성격을 보여주었다. 대선 승리의 원인이 된 ‘과감한 변신’(당의 상징 색깔, 정책 어젠다, 이명박과의 차별성 등)’과 ‘진보적인 정책공약’(경제민주화, 복지, 민생 등)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권과 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에 반해 인수위와 새 내각 인사 과정에서 드러난 협의‧공론화 과정 생략, 정보유출 차단 등은 새 정부가 대단히 권위주의적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경제부총리 부활, 경제위기 또는 북핵 실험에 따른 복지 지연‧포기론 등은 ‘성장제일주의 재현’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러한 서로 다른 두 성격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등의 국정 과제가 좌초될 수도 있다. 
최근 박근혜 당선인의 직무수행 평가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는 50% 아래로 나타났다. 정부 출범 전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율이 대체로 70~80%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대단히 낮은 편이다. 밀봉인사, 불통, 공약에 대한 말 바꾸기 등 새 정부가 불신을 자초하는 권위주의적인 측면을 스스로 드러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짙어가는 저성장 장기불황의 그림자

2013년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감소, 악성 가계부채 증가 등이 내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여, 잠재성장률에도 미치는 못하는 3% 이내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세가 좀 더 확산되고 전년 기저효과가 가세하여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상고하저(上低下高: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음) 추이가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불안 요소가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012년 하반기부터 건설,조선,해운 등의 부실이 가중되고 있고, 공급과잉과 투자위축에 따른 철강산업의 생산 감소가 표면화됐으며, 나아가 엔화 약세로 올해는 자동차 수출 감소까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전방산업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후방산업에도 영향을 주어 전 산업 차원의 연쇄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박근혜 당선인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바로 세우기) 경기부양책 재개, △복지확대 지연 및 포기론 대두 등 대선 공약과 현실 정책의 충돌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대선 전후로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비정규직, 고령자, 해고노동자들은 철탑, 굴뚝, 종탑 위에 올라가 생의 마지막 기로에서 처절하게 농성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5년간 유례없는 노동운동 탄압이 획책되면서 집단적 노사관계의 틀이 붕괴했고, 그 결과 힘 없는 노동자들은 개별적 문제해결의 방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노동 상황은 대통령 취임 전 해결이 요원한 형편이다.
특히, 올해 세계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L자형 경기침체(경제 성장률이 추락하여 바닥권이 장기 지속되는 현상)의 영향으로 노동자들의 고용, 임금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일자리 문제가 직접적으로 대두되고, 비정규직,사내하청 확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경기하방의 영향으로 복수노조가 꾸준히 증가하고, 중견사업장에서 신규노조 설립 가능성이 늘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사회통합과 경제위기 등에 따른 사회적 대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일자리 확충, 노동시간 단축 및 유연화 등을 함께 제기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3년 노총의 기조는 개입 및 견제와 협상 및 투쟁의 병행 

2013년 한국노총의 활동 기조는 ‘개입과 견제’ 및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먼저, 개입과 견제는 새 정부 정책편성에 대한 개입 전략으로서, 새 정부 구성 단계에서 출범 초기 단계까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하여 한국노총의 5대 정책 요구를 노동정책 기조에 반영시키고, 새 정부와 정책협의 채널을 확보하여 노동입법 과제 및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협상과 투쟁은 노동 및 사회개혁 과제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노총의 5대 정책요구인 △노동기본권 △비정규 △시간단축 △고용안정 △최저임금 등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제기한 것이고, 이 밖에도 다양한 복지 의제(의료, 노령, 보육 및 교육)에 대해 노동, 정치, 시민사회가 공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노동과 사회개혁의 과제를 결합한 대국민 의제를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범(汎)노동,시민사회 진영이 지속적으로 여론화 및 공론화시켜 나가고, 대국회, 대정부 협상과 투쟁을 통해 제도개선을 달성해야 한다.

노조법 개정과 사회적 대화 활성화 추진

한국노총의 중심 과제는 △노조법 개정 △사회적 대화 활성화와 노사정위원회 강화 △양극화 해소 및 고용안정성 확보 △복수노조 시대 조직경쟁력 강화 △자주적 노동운동의 초석 마련 △사회참여 및 역할 제고 △사회개혁조합주의를 실천하는 미래전략의 대중적 이행 등이다.
첫째, 노조법의 개정이다. 2013년에는 3년 만에 제2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이하 '근심위')가 열린다. 이와 관련해 복수노조 및 타임오프제도를 놓고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새 정부 출범과 경기불황 등 변화된 환경을 고려하여, 노조법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응책과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노조법 개정 기조를 유지하되, 타임오프 및 복수노조에 대한 문제점을 수정 및 개선하는 활동도 병행키로 하였다. 우선, 노조법 개정에 집중하여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 발언(2012년 10월22일 한국노총 내방 간담회, 11월17일 전국노동자대회), 새누리당의 노조법 개정발의(2012년 11월7일 최봉홍 의원, 11월22일 이완영 의원) 등을 종합하고, 노조법 제24조 4항을 중심으로 한국노총의 노조법 개정안을 새로 마련하여, 2013년 4월과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 또한, 근심위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여 타임오프 한도를 현실화(전국단위, 사업장별, 근무형태, 직종 간 차이, 종업원 수 / 구간 축소 / 사용인원 제한 삭제 등)하고, 자율적 사용 등을 관철시킬 것이며, 나아가 타임오프 및 복수노조에 관한 노동부 행정해석의 변경(매뉴얼 수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반기에 노조법 개정 및 근심위 대응 등의 협상을 추진하여 가시적인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은 조직적 결의를 거쳐 하반기에 탄력적으로 투쟁전술을 운영할 계획이다.
둘째, 사회적 대화 활성화와 노사정위원회 강화다. 2013년은 L자형 장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촉발 및 고용위기 가능성이 있고,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확대 등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의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되어 여야 후보 모두 사회적 대타협 추진을 정책공약에 담은 바 있다. 
새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할 경우 임기 시작 후 상반기 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대화는 경제사회 주체 간 교섭을 통한 이해 증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사회적 기제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두 차례(1998년과 2009년)의 사회적 대타협 경험에서 도출된 교훈을 토대로, 절차와 의제 선정, 사회적 분위기 조성, 논의 과정에서의 현장 소통, 명분과 실사구시, 핵심 노동 현안의 관철, 중장기적 노사관계 및 사회적 대화체 재편과 발전 등의 과제가 실현되도록 면밀한 준비와 대응을 해야 한다. 
한편, 사회적 대화 추진과는 별개로 조직적으로 구조조정 대책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즉, 노총 중앙-산별(지역) 간 공동대응 체계 마련, 정책-조직-교육-법률원의 유기적 대응체계 등을 확립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고용위기 대응팀 구성, 고용위기 대응 매뉴얼, 노동시간 단축 매뉴얼 등을 제작, 배포하고, 법률구조 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중산층 70% 재건’ 공약 이행 압박을 위한 사회연대 구축

셋째, 사회적 연대의 구축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 가장 의미가 있으면서도 논란이 큰 ‘중산층 70% 재건’ 등이 조속히 이행되도록, 한국노총은 범노동,시민사회 진영에 결합하여 사회연대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중산층 70% 재건 공약은 이에 대해 그동안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을 보여 왔던 새누리당의 정책기조와 상반되는 공약으로, 막대한 재원과 실천의지를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이의 추진 과정은 곧 복지확대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 이행이 매우 중요하다. 그 외 경제민주화 공약, 일자리와 사회안전망 공약 등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 고용, 복지 공약 또한 국정과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으로서 그 이행이 매우 절실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노총은 5대 노동입법 과제의 제도화 및 정책개선을 위하여 대정부 정책협의, 대국회 정책협의를 추진하여 그 실현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 및 시민사회 진영과 결합하여 5대 입법과제를 범국민적 요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넷째, 양극화 해소와 고용안정성 안정성 확보이다. 먼저, 비정규직 문제는 여야 정치권에 최우선 해결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의제이다. 이를 실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보호 및 차별 개선을 달성하고, 나아가 사실상 중규직에 해당하는 무기계약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그리고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 논의와 함께 진행될 노동유연화와 임금·노동조건의 저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자주적 노동운동의 초석 마련을 위하여 재정 자립을 추진하고, 운영과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서 현장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한국노총은 2013년에 복수노조 시대 조직노동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단결의 기풍을 고취시키기 위한 조직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며, 1년 전 수립한 미래전략의 대중적 이행을 중점 과제로 실천해나갈 것이다.

99%를 위한 노동의 권리확대와 한국노총의 역할

현재 한국사회에는 2012년 총선과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등 새로운 변화를 위한 거대한 담론이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복지국가 건설 과제에 역행하는 북핵, 경제위기 등의 반대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운동조직이자 한국사회 최대 민간조직으로서, 100만 조합원의 힘을 모아내 2013년 복지국가체제의 초석을 마련하고, 99%를 위한 노동의 권리확대를 실천하여야 할 역사적 책무를 부여받고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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