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안모색

노동사회

노동자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안모색

admin 0 3,090 2013.05.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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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우리에게나, 유럽에서나, '신자유주의 본국'이라는 미국에서나 다르지 않았다. '자본과 신용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 미국의 종업원지주제 실험과 기업운영 실태를 돌아보고, 우리에게 '적용가능한' 교훈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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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부탁받은 뒤에,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민간항공기 자폭테러사건이 발생했다. 해서 지금 미국에 대한 관심은 테러사건의 후유증과 그로부터 비롯된 '또 다른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너무도 큰 대형사건인지라 다른 논의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테러행위와 보복전쟁에 대한 가치판단을 차치하고 보면, 이번 테러사건은 미국의 패권주의가 빚은 지구촌의 갈등이 이토록 깊고, 당하는 측의 절망이 이토록 처절한 것임을 새삼스럽게 확인시켜준다. 

나는 지난 8월 5일부터 15일까지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의 종업원지주제 운영실태를 돌아보고 교훈점을 새겨두자는 한국전력기술노조의 문제의식이, 평상시 스스로를 (순전히 주관적으로) '반미주의자'라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미국 땅을 밟게 했다. 

미국 대규모 기업의 종업원지주제 경영 

미국출발 전 준비했던 것 중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하나는 前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 소장이었던 공병호씨가 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일독한 것이다. 이 책을 읽게된 문제의식은 단순했다. "소위 '시장경제신봉자'의 철학이 무엇인지 나도 이해해보자"는 것이었는데, 미국사회의 철학이라 할 '의사결정권은 재산권으로부터 온다'는 주장의 근거를 두루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견해에 대한 이해야말로 미국의 종업원지주제(ESOP :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출발이라는 것이 그 나라를 돌아보고 온 소감이기도 하다. 

일정은 미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시작해서 샌디에이고, 로스앤젤레스, 중부의 시카고, 동부의 워싱턴까지 이어졌고, 각 도시마다에서 종업원지주제를 연구주제로 삼는 연구단체·지원단체와 종업원지주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노조를 방문했다. 

기업은 샌프란시스코의 청소·재활용 전문업체인 Norcal waste systems, inc., 샌디에이고의 통신·설계·설비 전문기술기업 SAIC(Science Application Internation Co.), 시카고 소재의 항공사 유나이트에어라인(UAL, 9월 11일 테러사건에서 납치당한 두 대 민항기 항공사 중 하나) 등을 돌아보았고, 연구·지원단체는 샌프란시스코의 NCEO(National Center for Employee Ownership), 시카고의 OAinc.(Ownership Associates, Inc.), 워싱턴의 FED(Federation of Development/ESOP association)와 CESJ(Center for Economic and Social Justice)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미국노총(AFL-CIO) 방문과 세계은행(WB) 자문팀과의 협의도 있었다.

이 중 종업원지주제 운영실태, 또는 종업원지주제가 지향하는 바를 확인하기 좋은 기업이 샌디에이고의 SAIC였다. SAIC는 미국 포츈지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96째 기업으로, 4만 1천명이 고용된, 대기업이다. 특히 첨단기술을 다루는 전문기업으로 세계적인 기업이고, 회사 창립 이후 32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한 신흥벤처기업군(실리콘밸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에 들기도 한다. 우리가 방문하기 전 금년 상반기 중에 한국의 LG그룹, 정부 관계자 등이 이 회사의 경영방식 연구를 위해 다녀갔다는 소식도 그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1년 매출액이 59억달러(약 7조원)에 이르는 이 대규모 회사는 종업원이 전체 주식의 96%(퇴직자 보유 주식 20% 포함)를 소유한 사실상 종업원 소유기업이다. 이 회사 창업자인 바이스터 회장은 회사 설립 후 "회사 성장에 따른 모든 성과는 성장 기여자, 곧 종업원에게 준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가치 성장분을 자체 기준에 따라 종업원에게 주식으로 제공해왔고, 이에 따라 현재 그의 지분은 1.3%를 넘지 않는다(나머지 2∼3%는 컨설팅 회사와 경영진이 보유). 

안정적 경영권 확보하면서 주식거래 보장 

이렇게 되기까지 기업의 성과는 거듭 종업원(850시간 이상을 종사한 종업원 모두에 해당)에게 성과상여배분 방식, 인센티브 방식에 따라 주식으로 증여되어 왔다. 더구나 수익성 높은 대기업이 상장도 하지 않는다. 적대적 기업인수(M&A)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상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외면하고 투자수익만 추구하는 금융자산가에게 기업을 맡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자사주를 보유한 종업원의 주식이 현금교환성이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한 것도 물론 아니다. 외부 증권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대신, 인위적인 내부 주식거래시장을 만들어서 종업원 간 주식거래를 보장하고 있다. 보유주식을 팔고자 하는 주식금액보다 사고자 하는 주식구입금액이 작은 경우에는 회사가(실제는 종업원지주제를 지탱하는 내부 신탁회사, 'Bull'이라고 한다) 해당 주식을 인수한다. 주가가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Bull은 분기마다 회사의 영업실적, 성장전망, 동종업체들의 증권시장에서의 주가 동향 등을 기준으로 외부평가기관의 자문을 구해 주가를 공시한다. 그래서 종업원은 임금과 별도로 인센티브 등으로 주식을 제공받고, 필요할 경우 이를 현금과 교환할 수 있으며, 계속 보유시 퇴직 후 소득보장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실리콘밸리를 뒤덮고 있는 IT산업 폭락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경영구조의 우호적 결과는 높은 조직일체감, 통합력, 고용안정성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고용안정성과 관련, 최근 10년간 경쟁사의 이직률이 18%였던데 비해, SAIC의 이직률은 11%정도에 불과했다는 지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자발적 이직률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적인 기업문화와 병존 

경영은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다. 주식의 2% 이내를 보유한 경영진은 600여 개에 이르는 종업원들의 자율적 작업팀(Division)의 평가와 제안사항을 수렴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한 종업원의 의사를 반영할 '기술환경위원회'를 통해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기술환경위원회는 매년마다 '위원회 주간'을 통해서 회사 경영과 관련한 종업원들의 의사를 결집해서 경영과 관련된 주요 결정에 반영하도록 한다. SAIC는 자기 회사의 조직문화를 "우리 중의 누구도 우리 모두보다 지혜로울 수 없다"는 사훈으로 설명한다. 그만큼 민주적이라는 것이다. 종업원지주제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한다. "누구도 빌린 차를 세차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실제로'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자발성,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는 자랑이다. 

이러한 종업원소유기업을 운영하면서 내부에 이견이 없을 수 없다. 가장 큰 이견은 경영진이 주식 분배를 인센티브와 연계시키고자 하는 반면, 종업원들은 경영진의 재량을 최소화하고, 전 종업원에게 일괄적으로 동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이견은 이사회 등을 통해서 조정된다고 한다.

SAIC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회사 관계자들은 종업원지주제와 관련한 내부 논의 구조 등이 그를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SAIC의 종업원지주제는 IT산업의 경영악화 경향 등을 타고 미국 다른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미국경제가 후퇴하면서 경영에 지친 경영자들이 종업원들에게 기업을 넘겨주기 위해서 SAIC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 양보 - 고용보장 확보' 합의 수단도 

한편, SAIC의 이런 경험과 대비되는 것이 유나이트에어라인(UAL)이었다. SAIC가 초기부터 종업원지주기업으로 운영된 데 비해, UAL은 상장기업이었다가 기업의 경영위기 상황에서 노조-경영진-주식보유자가 합의해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한 기업이다. UAL이 SAIC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종업원지주제를 노동조합이 요구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반, 유가인상 등으로 미국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위기 상황에서 UAL노동조합은 임금 양보의 조건으로 지분 보장을 요구했다. 당시 UAL조종사노조의 지도부는 1986년 29일간의 파업투쟁을 이끌었던 이들로 장기간의 파업을 거친 후, "회사의 경영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했고, '조종사들이 회사를 사자'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 내부의 반발이 없지 않았다. 같은 항공사에 소속되어 있는 관리직·정비사들의 노동조합이 반대했다. 이후, 경영권(이들은 '경영권은 주식소유자에게 있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이것이 미국식 기업관이라는 것이 미국 체류 중 거듭해서 듣고 느낀 것이었다)을 확보하기 위한 UAL노조의 요구는 경영진과의 협상, 관리직·정비사노조와의 협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1994년 조종사노조와 경영진(주주), 그리고 관리직·정비사노조는 노동자의 임금 양보(약 49억불 규모)와 종업원에 대해 55%의 지분(주식 평가가치 62억불) 보장을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 합의에 따라 노조는 12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3명의 이사를 파견(다른 이사는 45%의 지분을 대표하는 일반 주주 5명, UAL 내부 선출에 따른 이사 4명을 포함해서 구성)하고, 대규모 감원시기에 고용보장을 관철한다(1993∼1996년간 델타항공 1만명 감원, 아메리카에어라인 1만2천명 감원에 비해 UAL은 1,100명의 신규 고용). UAL조종사노조 위원장 릭 더빈스키는 각종의 수치로 종업원들의 불만이 감소하고, 고객만족도가 증가했다는 긍정적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노동자 내부 견해차 무시 못해 

여기에서도 긍정성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노동자들이 종업원의 주식 보유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들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주식배당수익이 줄어들면서, 종업원지주제를 시행하던 초기의 동력이 소진되면서, 노동조합의 경영상 발언권이 이사회에서 무력화되면서 이런 견해는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경영감시활동이 약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직종간 갈등도 여전하다. 릭 더빈스키 위원장은 경영진의 약속 불이행, 노동자들의 민주적 토론 부족과 그 결과인 회의론 등이 종업원지주제 활성화의 장애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종업원지주제가 미국내 일부 기업의 예외적인 현상만은 아니었다. 현재 미국 기업 중 종업원들이 자사주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모두 14,000여 개로 전체 기업의 10%에 이르고(이 중 종업원 지분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2천여 개로 13%정도), 자사주 보유 노동자는 1500만 여명에 달한다고 한다(이 역시 전체 노동자의 약 10% 정도임). 각 도시에서 만난 연구단체나 종업원지주제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종업원지주제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전망"이며, "자본주의의 폐단인 자본과 신용의 독점, 그 결과인 의사결정권의 독점을 막고, 대중화하는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몇몇 연구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와 같은 대안 견해를 맑시즘과 대비해서 설명하기도 했다(이 점은 충분히 논란거리지만, 필자의 문제의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미국에서 종업원지주제의 확산은 1974년 '퇴직소득보장법' 제정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퇴직 후 소득 보장 차원에서 주식을 종업원에게 제공할 경우 세제혜택 등을 입법화한 것인데, 이로부터 일부 기업에서 종업원들의 자사주 보유가 확산되었고(이 점은 우리의 경우 '우리사주제'와 유사한 측면 있음), 여기에 은행대출, 신용보증 등에 관한 새로운 제도보완이 거듭되었다. 그래서 '차입형 ESOP제'라는, 회사는 은행에 대해 신용보증을, 은행은 회사에 자금지원을, 회사는 노동자에게 주식을 각각 제공하는, 결국 노동자는 임금이나 현금의 급부없이 주식을 제공받는 대신, 회사의 미래에 따라 주식가치가 연동되는 제도를 만들어 왔다. 

미국노총의 견해 

한편, 이와 같은 종업원지주제에 대해 미국노총(AFL-CIO)은 비교적 냉소적인 입장이었다. 미국노총의 정책 담당자는 "종업원지주제에 반대하지 않지만 노동조합운동의 주요한 전략목표라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용보장에 대한 의미있는 유인책임에는 틀림없으나 위험(risk) 요인이 없지 않고, 노동자의 자사주보유가 투표권(경영권 참여)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노동자의 재산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계되어, 자본의 통제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반면, 미국노총(AFL-CIO)은 연기금(pension fund) 투자에 대한 조직의 높은 관심을 밝혔다. 미국의 퇴직소득보장을 위한 연금(독립된 공적연금이며, 노동자-기업이 각각 출연하고, 직장인의 퇴직소득보장기금이며,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독립된 위원회를 통해서 관리된다)의 올바른 사용(인권·환경 영향에 대한 평가를 연기금 투자기준으로 반영할 것 등), 수익 보장,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권 확대 등은 미국노총의 중요한 전략과제의 하나라는 것이다. 미국의 연기금은 모두 3조 달러 규모로 미국내 최대 자본이라고 한다(이 자본이 기관투자자들을 통해 국내·외국 가리지 않고 투자되며, 미국 금융자본가의 우리나라 기업사냥 자본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규모의 연기금에 비해 미국 노동자의 자사주 보유 주가총액은 5∼6천 억불 정도다. 여기에서 미국노총과 종업원지주제 옹호론자 간의 관심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노총이 안정적인 퇴직소득 보장을 위해서 연기금 수익성 보장과 민주적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종업원지주제 옹호론자는 주식을 통한 퇴직소득 보장과 현실에서의 경영권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종업원지주제(또는 자사주 보유)의 가능성과 위험성 역시 각각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구나 종업원지주제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의 노조조직률이 미국 전체의 노조조직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 역시 미국노총의 냉소적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종업원지주제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 중 노조가 있는 회사는 700여 개 회사로 5% 정도에 그친다(미국노총의 조직률은 비교적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무원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민간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6∼7%를 웃도는 정도다). 이 때문에, 종업원지주제를 '노조 없는(노조의 영향력이 적은) 미국사회'에서 경제 개혁론자들의 대안론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보였다.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 가능한가 

종업원지주제는 이렇듯 가능성과 한계를 안고 있는 제도로 이해된다. 가능성은 역시 노동자(또는 노동조합)가 경영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참여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더 나아가 실질적인 경영권 분점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관련 연구자들의 대다수가 종업원지주제의 성패 요인 중 핵심으로 '투표권 행사, 곧 경영권 행사에 접근할 수 있는가'를 들었던 점 역시 같은 문제의식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미국노총 관계자가 지적하듯, 노동자의 자산과 미래가 회사의 지속가능성, 자본의 수익성에 연계된다는 점은 단적인 위험성 요인일 것이다. 더구나 노동자의 경영참여에 대해 노동조합 활동을 통한 단체교섭의 확장을 배제하고, 주식보유에서 찾는 미국 관계자들의 거듭된 진술은 미국사회의 '배타적인 소유권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전체 경제구조의 개혁에 접근하기보다는 기업 단위의 소유구조 개편을 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역시 분명해보였다. 

미국의 종업원지주제가 우리와 무관한 것만도 아니다. 우리 정부는 '우리사주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7월 <근로자복지기본법>을 제정하는 한편, 관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노동자 경영참여 확대, 자사주 구입에 대한 세제지원 등 관련 제도 정비를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미국의 종업원지주제는 주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소유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상장법인에서 증자시 20% 이내로 한정된 우선배정제도에 머물러 있고, 자사주 보유에 관한 제도적 지원방안이 미비된 상태며, 무엇보다 경영참가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사주조합의 집단적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제한이 여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10여 년간 운영되었던 우리사주제의 실효성(노동자 주식보유비율 1.12%에 불과)에 대한 회의를 불식시킬 수 없는 상태다. 

한편, 한국전력기술노조는 한국전력기술(주)의 민영화와 관련, 종업원지주제를 그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이 회사를 금년말까지 민영화하겠다고 밀어붙이자, 노동조합은 고용보장, 경영권 민주화 구현, 재벌 매각 저지 등을 목표로 노동조합(실제는 우리사주법인)을 통한 지분 51% 이상 확보를 결의하고, 정책당국에게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민주적 논의를 거쳐 결정된 노동조합 대안은 금년 초부터 거듭 집회, 파업, 정책건의 등을 통해 제시되어 왔으나, 정부당국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이런 조건에서 노조는 종업원지주제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단에 대한 연구, 앞선 외국 경험의 교훈에 대한 연구, 실제 운영 방안 설계 등을 계속하고 있다. 특별히 미국에 다녀오면서 필자가 과제로 느낀 점은 ▲ 실질적인 경영권 참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되어야 하고, ▲ 주식 보유의 목적이 주식가치 증식이 아니라(물론 배제도 아니어야) 경영권 방어에 있음을 확실히 해야 하며, ▲ 노동조합 활동(또는 단체협약의 개선)과 '우리사주조합 운영'과의 연계가 뚜렷해야 하고, ▲ 우리사주지분을 방어할 수 있는 조합 내부의 규약이 준비되어야 하며, ▲ 직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 물론 이외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과제들이 남겨있기도 하다. 이런 연구가 정책당국으로부터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또는 정부당국이) 그것을 수용할 태도가 있는 사회인지 회의하면서 미국을 다녀왔고, 이 글을 썼다. 

[참고자료]
 미국노총은 전체 노동자 1억 3천여 명 중 1,300만명 정도를 포괄하고 있다. 미국의 조직 노동자는 1,600만명 규모로 조직률 13∼14%정도다. 미국노총은 1996년 존 스위니 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혁명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노총 존 스위니 체제는 조직률 제고를 위한 전략적 목표로 비정규직, 여성, 이민 노동자를 주요 조직화 타겟그룹으로 설정하고, 백인 정규직 중심의 기존 노동운동의 개편을 추구하고 있다. 

정치적 행보에서도 1996년 이전까지 유지되어왔던 공화당-민주당 사이의 '표 거래, 무색무취 입장'을 벗고, 인권-환경-복지 정책 등에서 차별성이 있는(있다고 평가하는) 민주당 내 개혁그룹과 연계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노동조합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64개의 산별연맹 지도부 중 대다수가 미국노총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한다. 다만, 기존의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한 미국사회 및 조합원의 불신이 적지 않았고, 조직률 하락현상이 뚜렷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존 스위니 체제가 출범한 것인 만큼 현 집행부는 '바닥'의 조합원 정서를 기반으로 조직·정책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이상은 워싱턴에 거주하는 민주노총 정책국장 주진우 님의 해설임).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