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집’ 1주년, 부족하나 부끄럽진 않은 첫 걸음

노동사회

‘민중의 집’ 1주년, 부족하나 부끄럽진 않은 첫 걸음

편집국 0 5,183 2013.05.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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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집이 문을 연지 1년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와 스웨덴 민중의 집에 대한 동경이 결국 마포에 민중의 집 설립으로 이어졌다.

문을 열기 전에 세계 각지의 지역운동을 조사했었다. 프랑스 문화의 집, 영국 아트센터, 일본 공민관, 독일 사회문화센터 등. 그 중에 우리를 사로잡은 건, 이탈리아와 스웨덴 민중의 집이었다. 노동조합이 함께 지역주민운동을 하는 사례는 민중의 집이 유일했다. 우리도 다른 어느 단체보다 노동조합을 많이 찾아갔다.

2010년 지방선거 투표소 사용 문의까지 들어와 

그 후 1년. 민중의 집은 2009년 10월 현재, 개인 회원 312명(CMS 후원 회원)과 10개의 단체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단체회원으로는 서울가든호텔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 마포구청 상용직노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마포지부,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 마포농수산물센터상인연합회, 햇살과나무꾼, 문화연대, 사회진보연대, AIA생명노동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재정의 경우, 매월 회비, 후원금, 장소대여료, 프로그램 수익 등으로 약 350만 원에서 400만 원의 수입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출은 월세 250만 원 및 인건비 100만 원, 기타 공공요금과 사업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중의 집은 많은 성과를 냈고, 또 그만큼의 한계도 드러냈다. 서울 구로를 비롯해 몇몇 지역에서 민중의 집을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어났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찾아와 “내년 지방선거 투표소로 민중의 집을 쓰고 싶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민중의 집 1층에서 진행하는 공부방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액 무상으로 진행되는 공부방은 10여 명의 자원교사가 대안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 어느덧 소문이 나서 하루에 한통 이상씩 입학 문의도 오고 있기도 하다. 주민자치센터에서도 학생들의 겨울방학에 민중의 집 공부방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역 내 단체들의 민중의 집 공간을 이렇게 많이 이용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동호회 규모의 소그룹부터 새롭게 알게 된 단체까지, 마포 내에 많은 단체들이 민중의집 공간을 이용했다. 오전에는 지역 내 학부모들이 인문학 강좌를 스스로 개설해 공간을 사용했다. 

노동조합의 수련회, 지방 대안학교 수련회, 일본에서 온 생명평화결사 순례단 WALK9 등이  적게는 1박, 많게는 3일씩 숙박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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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집 공간 나눔

오전시간을 활용한 초중등 학부모 모임, 마포두레생협, 성미산 어린이집, 시소와 그네(마포영유아통합지원센터), 생태유아공동체협동조합,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희망청, 교육공동체 나다, 목요일오후한시, 파자매연대, 대항지구화행동, 언니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마포-은평-서대분지회,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 월드컵지부, 의료연대 서울지부 조합원모임, 진보신당 마포구 당원협의회, 수련회(노조, 단체), 순례단(생명평화결사, WALK9) 등 숙박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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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향적 공동체운동’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민중의 집에서 마련한 다양한 강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민중의 집은 ‘정치지향적인 공동체 운동’을 표방한다. 정치를 외면하는 지역운동이 아니라, 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은 주민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노동조합과 단체, 그리고 관심 있는 주민들의 특별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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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집에서 진행된 주요 교육 프로그램

 - 2MB의 공공부문 사유화·민영화를 막아라!: 2008년 9월~10월. 총6강. / 공기업 선진화 방안, 교육시장화 정책, 사회정책, 수도사업구조개편안, 의료민영화, 언론정책 등. / 공공노조, 전교조, 빈곤사회연대,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 공공미디어연구소 강사 참여

 - 경제, 도대체 뭐가 문제야(경제위기): 2009년 1월~2월. 총5강. / 현대 금융의 구조와 모순, 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역사, 위기의 세계 경제 어디로 가는가, 재테크와 비정규직,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등. /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사회진보연대, 진보신당 강사 참여

 - 위험한 식탁, 불타는 지구(생태주의): 2009년 3월~4월. 총5강. / 로컬푸드, 도시농업, 피크오일, 에너지전환 등. / 건국대 윤병선 교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사회진보연대,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생태지평 강사 참여

 - 병원에 가기 전에, 생활 속 의학 들여다보기(생활의학): 2009년 4월~5월. 총6강. / 제너럴 닥터, 심리상담연구소 희망공장, 이상재 한의사 참여

 - 미술로 문화읽기: 2009년 6월~7월. 총5강. / 르네상스, 인상파, 에펠탑과 바우하우스, 팝아트, 대지미술 등. / 임정희(문화연대) 강사 참여

 - 경제지표에 담긴 진실과 거짓(경제지표 바로알기): 2009년 7월. 총3강. / 주요 거시 지표에 대한 이해, 주요 재무제표 항목에 대한 이해, 한국 경제와 경제지표 등. /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준) 강사 참여

 - 신자유주의와 자기계발: 2009년 8월. 총5강. / 뉴요커 상상하기, 재테크, 청년세대와 스펙 쌓기,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등. / 문화사회연구소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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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더 현장 속으로… 숙제를 안겨 준 생활강좌

예외 없이 무료로 진행하는 생활강좌의 경우 숙제를 안겨줬다. 회원들이 직접 강사가 되고 때로는 학생이 되는 생활강좌는 어찌 보면 민중의 집이 가장 추구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볼 때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소중한 무엇을 전해줄 수는 있다. 어학에 소질 있는 회원들은 어학을 가르쳤고, 자전거 수리에 소질이 있는 분은 자전거를, 요리전문가인 호텔노동자는 요리교실을 열었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주민이 직접 강좌를 열고 자기의 재능을 나누는 것은 부족했다. 동네 세탁소 아저씨, 아주머니는 다리미질을 전수해 주고, 명절을 앞둔 떡집 주인장은 떡 만들기 노하우를, 김치를 잘 담그는 누구는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며 서로 소통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직 그 단계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회원과 주민들이 자신의 장기를 뽐내기도 하고 부담 없이 배우는 장을 고정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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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집 생활강좌
 - 어학교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 자전거교실
 - 대안생리대 워크숍: 격월로 진행
 - 요리교실
 - 컴퓨터교실: 7~8강으로 총 세 차례 진행. 초기에는 주민 대상 프로그램으로 기획. 이후 노동조합 조합원 대상 프로그램으로 진행됨. 현재는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 월드컵지부 조합원들이 참여.
 - UCC 워크숍
 - 논어강독
 - 기타교실
 - 카툰 워크숍
 - 핸드메이드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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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청소년 프로그램과 자체 동아리 활동, 지역 복지를 위한 실태조사 등이 있었고, 이것 역시 그 나름의 성과와 한계가 있었다. 

이제 와 민중의 집 1년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민중의 집을 통해 지역 내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이 만나고 소통하는 시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상근자 한두 명인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제공하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민중의 집은 이런 노동조합에게 일상적으로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노동조합에서 풀지 못하는 조합원 참여의 숙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하지만 민중의 집 회원단체인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그마나 많이 이용했던 것은 민중의 집과 네트워킹 되어 있는 병원 정도였다. 민중의 집과 네트워크 병원이 조합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병원이라고 인식된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그게 전부였다는 건 쓰라린 일이다. 
더 많은 노동조합을 참여시키지 못한 게으름도 아픈 지적이지만, 올해 안에 전교조 등 몇 개의 노동조합이 추가로 민중의 집 회원단체로 등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부족하나 부끄럽진 않은 첫 걸음

이제 막 첫돌을 지난 민중의 집이기에 아직까지는 새로운 지역운동이라고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주민운동의 첫 출발 치고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며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부끄럽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지역이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지역운동은 성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지만, 거꾸로 성과가 눈에 학 드러나기도 한다. 지역을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끈기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 만족하지 못해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 그리고 조합원이 서로 만나가며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는 작은 변화가 쌓이지 않는다면 지역운동은 좌초될 수밖에 없다. 

민중의 집 1년의 몸짓을 통해 작은 변화를 보았기 때문에 숙제는 많지만, 소중한 1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