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본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전망

노동사회

안에서 본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전망

편집국 0 3,882 2013.05.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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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로서 정부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이 ‘공공성’이 강한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민간부문과 구별되는 공공부문은, 그러나 동질적인 영역이 아니다. 공통적으로 정부를 상대하지만 집중된 교섭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고, ‘공공성’이라는 개념의 해안에는 때에 따라 새로운 내용들이 밀려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어떤 경우에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양극화 상태가 오히려 민간부문에 비해 가시적으로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공간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가들은 어떤 비전을 움켜쥐고 있을까? 어떤 비전을 통해 전진하고자 하고 있을까?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공공노조) 신세종 부위원장을 만나서 그 일면을 들어보았다.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스무 살의 파릇파릇함으로 경험한 신세종 부위원장은 통신사 ‘하이텔’ 출신이다. 민주노조운동 원년 세대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그의 고민 속으로, 본격적으로 ‘접속’ 혹은 ‘네트워킹’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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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 어떤 계기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게 됐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공공노조 부위원장까지 하게 되었습니까?

jhlee_01.jpg신세종: 노동조합에 참여할 때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제가 1987년 대학을 입학을 했는데, 당시 분위기라는 게 누구나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을 하는 거였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창 학생운동을 하다가 1991년 군입대를 해서 1994년에 복학을 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2~3년 뒤에 학교를 졸업하고 ‘하이텔’에 입사하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노조에 가입해서 3~4년 열심히 활동했더니 또 자연스럽게 단위노조에서 위원장을 하게 됐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곳에서는 노조 전임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다보니까 저도 1년짜리 임기의 위원장을 6년 동안이나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상급단체로 파견 나와서 상임교육위원으로 1년을 보낸 후에 2007년 말에 공공서비스노조가 출범하면서 중소사업장 출신으로서 부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거죠.   
      
누적된 관성, 만만치 않더라

이주환: 공공노조 부위원장에 나서면서 세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었고, 이의 성취 수준을 현재 상황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신세종: 저는 단위사업장 위원장을 할 때 상급단체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어요. 상급단체 활동이 현장에서 출발하지 않고, 또 중소사업장을 소외시키고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만 흘러간다는 거였죠. 부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설 때는 제가 체험한 이런 불만들을 해결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어쨌든 제가 네트워크를 다루는 사업장에 있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직 내에 확산시켜보겠다는 목표가 있었죠. 이런 목표들을 얼마나 성취했냐고 하면 사실 부위원장 3년 동안 별로 성과가 없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는 물론 제 개인적인 한계와 게으름 같은 부분이 작용한 것도 있지만, 막상 해보니까 조직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보수화, 관성화 되어 있더라고요. 때 되면 해야 되는 형식적인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만 하다가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이 가게 되더라는 거죠. 뭔가 새로운 일, 장기적인 목표를 갖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요. 중소사업장의 목소리를 조직에 반영하겠다, 현장과 상급단체의 간극을 좁히겠다, 하는 목표들을 실현하려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되는데, 정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요. 임원 수, 특히 부위원장 수가 모자라다 보니까 조직적으로 짜인 일정을 소화하기도 버거울 때가 많았습니다. 

한편, 네트워크 강화 관련해서는 무가지 발행, 블로그 활성화 등 저도 그 안에 일부 참여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됐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노동조합이 만드는 무가지 『꼼꼼』의 지하철 배포는 기존의 별로 효과도 없는 신문 광고 때리기나 유인물 대량발행을 극복해서, 선전에 있어 어떤 방향을 제시했다고 봐요. 물론 몇 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이것을 전체 노동운동, 민주노총 차원에서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특혜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 

이주환: 이제 본격적으로 공공부문 노동운동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공공부문은 사용자로서 정부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이 공공성이 강한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민간부문과 다른 특징을 지니는데요. 또 한편으로는 최근 노동시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간극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이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런 배경 아래 최근 진행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정부와 보수세력이 “특혜 받는 공공부문 노동자”라며 이데올로기 공격을 가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지하철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노동조합 중 일부가 민주노조운동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신세종: 저는 공공부문이라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 질서 아래 자본의 입장에서는 자기 생존을 위해서 ‘깨야만 하는 것’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도 예외가 아니라고 봐요. 그 방향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편으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건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와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적 이탈과 와해 추진, 이렇게 두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먼저 이데올로기 공세와 관련해서, 저는 터놓고 말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특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공서비스라는 것은 국가가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필수적인 서비스인데,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무슨 공공성이 보장되겠어요. 국가가 나서서 공공부문 노동조건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맞는데, 이런 논리를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현실 조건이 아쉬운 거죠. 

다음으로 지금 지하철을 중심으로 조직 이탈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걸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봐요. 사실 일부 지하철 노조 같은 경우는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가장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노동조합 중에 하나였잖아요. 그런 조합원들 입장에선 지난 세월 열심히 투쟁했는데 한 번도 이기질 못하고, 또 손배·가압류니 뭐니 하면서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노동조합 활동에 지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급격히 어용화된 일부 지도부들의 배신과 결합하게 된 거고요. 그렇다고 현장지도부만 욕하면 되는 거냐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은 상급단체들 역시 조합원들에게 어떤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어용화된 지도부들한테만 “나쁜 놈들” 욕하고 방관하고 있는 거거든요. 어쨌든 이러한 흐름이 이후에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의 전망 자체에 대해서 다시 진지한 고민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테면 예전에 민주노조운동은 단순하게 어용노조의 반대말이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질 않는 거죠. 악성 노조 몇 개 빼곤 요즘에는 다 형식적 절차는 갖춰서 하니까요. 그러다보니까 요즘에 어떤 분들은 연대활동을 중심으로 민주노조를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좀 더 나가서 공공부문에 있어서는 사업장 현안을 전체 사회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의지가 있는 노조를 오늘날의 민주노조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 실천방식으로 지역사회에서 노조가 주도하여 개별 사업장이 생산하는 공공재나 그와 관련된 정보를 그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과 공유하는 것 등이 있겠지요.   

이주환: 공공부문에서는 최근 사회서비스, 공공근로, 학교비정규직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취약계층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을 텐데요. 그럴 때 어떤 생각을 주로 하십니까?

신세종: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상황이 답답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그러죠. 이 동지들이 앞으로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조직해 나가야죠. 그런데 민간사업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직사업이라는 것은 돈과 인력 투여가 기본인데, 공공노조가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이 동지들을 조직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요. 사실 지금 혼자 싸우는 비정규직 동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하는 등, 공공노조는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서 자기 역량 이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 이상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거기에 역량을 쏟아 붓다보니 보다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물론 비정규직투쟁을 소수라고 외면한다면 노조도 아닐 테지만, 이제는 그것 이상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활동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돌파구의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지금 갖가지 장애물에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대산별노조로의 전환인 거고요.  

공공노조, 3만 6천 규모에 걸맞은 조직정비가 필요해

이주환: 그렇다면 공공산별노조운동이 부닥치고 있는 지체현상의 원인과 돌파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세종: 공공산별노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공부문의 단위노동조합들을 통합하는 길과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동자들을 새로 조직해 가입시키는 길이 있을 텐데요. 현재 상황에서 첫 번째 길은 개별 단위노조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와 조직형태에 대한 이해 차이 등이 복잡하게 얽혀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으로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가입시키는 길인데, 사실 지난 2년 동안 공공노조가 약 6천여 명의 노동자들을 새로 조직해 가입시켰어요. 굉장히 많은 수치죠. 그리고 이것이 지금 규모와 투자 수준에서는 최대치라고 봅니다. 있는 자원으로 쉽게 조직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다 했고, 더 조직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규모의 성장이 지체되다 보니까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입 안 한 노조들이나 노동자들 입장에서 공공노조에 가입할 유인이 없는 겁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 건데, 이게 민감한 문제죠.

어떤 분들은 공공노조를 설명하면서 “5톤 트럭에 20톤짜리 짐을 실어놔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유를 합니다. 짐을 내려놔야 한다는 거죠. 5만~10만 규모를 상정하고 설계된 조직구조와 재정구조 등을 우선 현재의 3만 6천 조합원 규모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조직이 비정규직 조직화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큰 틀에서 정비하는 것이 우선 공공산별노조운동이 돌파구를 뚫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음으로 저는 공공노조가 사회공공성운동에 대해서 정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공공성운동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는데, 저는 사회 전체의 변혁이라는 맥락 속에서 사회공공성운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공노조가 주도적으로 사회변혁을 이뤄내자”는 감당 못 할 이야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공성운동을 조합원들과 함께 실천할 때 이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변혁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노조가 목적의식적으로 이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것이, 지금은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공공노조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봅니다. 또한 공공노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 노조운동에서도, 나아가 민주노조운동 전체 진영에서 사회공공공성운동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변혁 전망과 연결돼야 하는 사회공공성운동

이주환: 현재 공공노조의 사회공공성운동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상급단체 수준에서, 그리고 현장 수준에서, 그리고 노동자 개인 수준에서 사회공공성운동은 각기 어떻게 수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까?

신세종: 공공노조가 가진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일들을 벌여놔서 일이 잘 진척이 되고 있진 않습니다만, 작년 촛불집회 이후 두 가지 방향에서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가지 등을 이용한 새로운 선전방식의 실험이고, 다른 하나는 우선 우리 조합원들이 하고 있는 일 자체가 공공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현안투쟁들을 조율해서 모아내 사회의제화 하려는 시도죠. 첫 번째 방향의 시도들은 몇몇 성과를 보이고 있는 반면, 두 번째 방향의 시도들은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위 사업장 현안투쟁에서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공공노조가 생기고 나서 현장 집행간부들이 이와 관련해서 더욱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앙에서 명확하게 교통정리를 하지 못할뿐더러 대다수 조합원들이 관심 없어 하는 상황에서 그저 고민에서 그치고 있죠. 어쨌든 공공부문의 우리 조합원들은 잠재적으로 사회공공성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요. 저는 이러한 조건 속에서 중앙과 지부와 현장을 어떻게 조율하는가가 앞으로 사회공공성운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보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인거죠.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작년 촛불집회처럼 진보적 네트워크 공간이 열리면, 우리 공공노동자들은 책상 들고 나가자는 거예요. 공공노조 1만 명이 그 수십만 명 사이에 깃발 들고 서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러면 책상 들고 사업장별로 나가서 연금이나 보험 노동자들은 관련 문제를 상담해주고, 병원 노동자들은 간단한 건강검진을 하고, 가스 노동자들은 가스가 왜 공공재인지 선전을 하면서 그 전체 판을 활성화하는 데 녹아들어야 한다는 거죠. 노조가 앞장서야 할 때 앞장서지 않는 것은 기회주의지만, 노조가 앞장서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판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노동운동? 네트워크 속의 노동운동!

이주환: 자연스럽게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 왔는데요. 촛불집회 1주년을 맞는 지금 어떤 평가를 내리고 계십니까?

신세종: 작년 촛불집회라는 것은 단적으로, 진보적 네트워크 공간 속에서 다양성과 자발성이 결합해서, 정권조차 예상할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만들어낸 경험이었죠. 그런데 올해로 넘어오면 용산참사부터 시작해서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 이상으로 사회적 파급력을 갖는 이슈들이 계속 터졌음에도 네트워크 공간이 만들어지는 게 작년 수준에 훨씬 못 미치거든요. 저는 작년 촛불집회 경험에서 정권과 자본이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봐요. 실제로 사이버 모욕법이니 해가며, 또 집회통제를 엄청 강화하면서, 네트워크와 물리적인 공간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자발성이나 다양성이 출현할 수가 없는 거죠. 

때문에 저는 지금이야말로 노동조합이 공간을 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어쨌든 그래도 힘이 있는 노동조합운동이 이런 공안통치적 분위기에 시민들이 조금은 부담 없이 반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열어줘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이슈가 되는 특정사안과 관련해서 민주노총이 ‘○○ 사이트에 댓글달기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내려서 거길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칭찬 도가니로 만들면, 그런 분위기를 조금은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내용으로 해라라는 건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요. 어쨌든 까놓고 이야기해서 도배질 하고 마구잡이 논쟁을 만드는 게 인터넷의 본질인데 그걸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또 민주노총 조합원들 절반만 ○○○ 포털에서 접속해서 “이명박은 전과 14범”을  검색하면 그게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되는 거예요. 물론 이건 농담 반 진담 반인 거고, 어쨌든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역풍까지 고려해서 면밀하게 짜야겠죠.

이주환: 재미있는 제안인 것 같은데요. 그렇게 네트워크를 노동운동이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들이 필요할까요? 

신세종: 네트워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바뀌어야겠죠. 네트워크를 유효한 수단 중에 하나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네트워크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향배가 달라진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10년 전과 지금을 생각하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네트워크가 얼마나 발전해 있을지 상상도 안 갈 정도예요.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총도 방식이 어찌됐든 네트워크를 이용해서가 아니라 네트워크에서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주환: 마지막으로 조금 신세종 부위원장 개인에게 민주노조운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요즘 주로 하는 생각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신세종: 저는 지금에 있어 민주노조운동은 자기 사업장 현안을 사회변혁과 연결 지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생각은, 요즘 조직력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잖아요. 자본도 우습게 여기고 있고요. 요즘이 민주노조운동이 생겨난 이래 가장 어려운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저는 내년 이후 상황이 도저히 상상이 안 가요. 정부와 자본이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시행하려 하고 있잖아요. 이건 파견간부로서 저 개인에게도, 또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산별노조들의 진로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뭐, 잘 풀어나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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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 : 제1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