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와 경제를 살린다

노동사회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와 경제를 살린다

편집국 0 6,518 2013.05.29 11:15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실물경제의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고용불안과 실업이 확대되고 있으며, 영세 자영업이 몰락하면서 사회분위기가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이 비정규직, 여성, 청년, 이주노동자 등 저임금·취약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가장 큰 피해와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경제위기하에서 물가상승까지 감안했을 때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노동소득 분배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에 한국노총은 2010년 최저임금으로 지난해보다 28.7% 인상된 시급 5,150원을 요구했다. 여기서는 한국노총의 최저임금 정책을 살펴보고 2010년 적용 최저임금 요구와 근거, 최저임금법 개편을 둘러싼 각계 동향과 최저임금제도의 바람직한 개편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경제위기의 파장

한국노총은 경제위기 국면을 맞이하여 최저임금정책의 방향을 저임금·취약계층의 고용안정과 실질임금의 보장을 통한 생활기본권 유지와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에 한국노총은 경제위기에 따라 생존권 박탈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직, 여성, 청년, 고령자, 이주노동자 등 저임금·취약계층의 생활보장을 위하여, 법정 최저임금의 현실적인 인상과 사회안전망 확보를 통한 사회취약계층의 생계지원, 고용안정 사업과 고강도 실업대책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의 근거는 2009년의 제반 여건이 예년과는 전혀 다른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혼란·사회적 갈등 국면에 놓여있고, 특히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이 저임금·취약계층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제위기가 도래하면서 비정규직 및 취약계층의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소득 역시 감소하고 있다([표1], [표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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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경제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등 이른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중되고 진행되고 있다. 2009년 4월 기준 고용동향은 실업자 93만 명으로 감소세가 약간 둔화되었으나 임시일용직은 전년 동월보다 23만 8천 명(-8.7%)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불안이 비정규직 등 이른바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금지표를 보더라도 2009년 1/4분기 기준으로 전체노동자 실질임금은 5.6%가 하락했다. 특히 임시·일용노동자의 경우 실질임금 하락폭은 두 자릿수(-10.0%)를 기록, 임금관련 부분에서도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이 주로 비정규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소득분배 구조의 왜곡과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소득 5분위 배율이 5.74(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5.74배)를 기록하여 소득분배 구조가 갈수록 왜곡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경제위기하에서의 양극화 현상이 다시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상위 10%와 하위 10%의 시장소득 격차 역시 14.5배(2007년 기준)로 1998년 외환위기 시기보다 오히려 더 증가했다. 또한 전체 가구의 약 10.9%가 시장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빈곤층(한국조세연구원, 2008)으로서 이는 1998년 경제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선순환 내수경제의 밑바탕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것으로 착각한다. 자본과 정부가 지금까지 그렇게 왜곡된 선전을 해왔고 집요하게 노동자의 임금억제 정책을 펴면서, 임금을 인상하면 경제에 부작용을 끼치는 것으로 잘못 비춰진 까닭이다. 그러나 노동자 임금 인상은 소비촉진과 내수경기 진작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하고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낸다.

경제위기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책을 보더라도 혼수상태에 빠진 미국경제를 회생시킬 긴급처방책으로 △고소득 일자리 창출과 보호, △물가 연동 최저 임금제를 비롯한 노동자 임금 인상, △정규직 채용 시 세금 면제, △실업수당 기간 연장과 과세 유예, △단결권 보호를 통한 노동조합의 권한 확대 등의 노동정책을 통해 노동자의 가처분 소득을 늘이고 내수 구매력을 높여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또한 2008년 국제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소비자 물가지수는 4.7%, 생활물가지수는 5.4%, MB물가지수는 5.8%가 인상되어 노동자·서민들은 큰 생활고를 겪어 왔다. 올해 역시 환율인상으로 인해 3월부터 큰 폭의 생필품 가격인상이 이어졌다. 즉 물가인상으로 생활수준이 저하되고 실질임금이 하락해 저임금·취약계층의 생활조건은 더욱 악화된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연대는 2010년 적용 최저임금을 현행 시급 4,000원보다 28.7% 인상된 시급 5,150원을 요구했다. 경제위기하에서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의 기본생활 보장과 노동소득 분배율의 개선, 물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의 인상은 불가피한 면이 충분히 있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최저임금연대에 참여해 매년 전체 노동자 임금 가운데 정액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의 적어도 절반 이상을 최저임금으로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 노동부가 발표하는 임금통계(사업체임금근로시간조사보고서)를 활용해서 분석해 본 결과 2008년도 전체 노동자의 정액급여(2,153,914원) 대비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은 1,076,957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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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다시 주40시간(한 달 209시간)기준으로 환산하면 시급 5,152.9원인데 10원 단위에서 절사한 시급 5,150원(일당 41,200원, 한 달 1,076,350원)을 올해 최저임금인상 요구안으로 확정하였고, 이는 현재 최저임금 시급4,000원에 비해 28.7%가 인상된 것이다.  

경제위기에 맞서 홀로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

지난 2008년 11월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최저임금 개편 논의에 불을 댕겼다. 수습근로자의 최저임금이 10% 감액 적용되는 수습기간을 연장(3개월 → 6개월)하고, 노동자 동의가 있을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최저임금을 감액적용하며,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고, 노사정 및 공익위원이 합의해 결정하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공익위원이 최종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 등이 주요 골자이다.

이런 내용들은 최저임금법 개편에 있어 그동안 사용자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항들이다. 사용자단체들은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고 인상폭이 커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기업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 정부 여당의 정치논리가 더해져, 경제위기 환경에서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하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최저임금의 감액을 도모하는 의원입법 개정안이 탄생하게 되었다. 3월27일에는 국무총리실이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최저임금제를 2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반나절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2MB 한나라당 정권의 최저임금법 개정 추진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법제도의 근본취지를 훼손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은 국제기준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 중고령, 청년, 이주노동자 등의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 임금은  법정최저임금에 간신히 걸리는 턱걸이 수준이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경제위기가 도래하면서 이들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와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법 개정안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발맞춰 오로지 기업과 사용자를 위한 법제도 ‘개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한국노총이 전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저임금·취약계층 보호와 사회안전망 구축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또한 똑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들은 노동자의 주머니를 채우는 정책을 펴고 있다. 즉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고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대응 방식은 이와도 전혀 반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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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평균 월급의 반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저임금제의 근본취지는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명확한 최저임금 결정 방법을 마련해, 해마다 최저임금 심의가 노사 당사자의 의견대립과 갈등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전체노동자 정액급여 50% 최저기준을 명문화하고 소득분배율 반영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습근로자 감액적용 기간을 없애고 감시·단속노동자 감액적용 역시 배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에 대해서는 원하청 간 연대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  

경제위기로 인해 저임금·취약계층의 생활고가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고 중산층마저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작금의 경제위기를 단기적으로 빨리 끝내려는 조급증에 극약처방식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성장제일주의에 매몰돼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됐고 경제위기가 10년 만에 재발된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소득분배 정의 실현, 사회복지서비스산업 확대, 취약계층의 보호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하며, 이를 통하여 사회통합을 위한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 현실화는 그 첫걸음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도 이 정부가 명심해야 할 점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