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서비스 노동현황과 노동조합의 과제

노동사회

사회복지서비스 노동현황과 노동조합의 과제

편집국 0 7,575 2013.05.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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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8년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연대본부의 연구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연구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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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지난 몇 년 동안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의 규모는 많이 성장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사회복지학계나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처우개선 논의는 많이 이루어졌으나, 뚜렷한 정부 정책의 변화는 없는 상황이며 해결의지 또한 요원한 상태인 것 같다. 특히 사회복지 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사회복지사협회의 구속력 또한 크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전체 사회복지 현장의 문제 해결과 이해대변 기구로서 노동조합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조직률(3% 수준)은 미비한 편이다. 그렇다면 현 시기 사회복지서비스 노동현황과 노동조합의 과제가 무엇인지 간략히 살펴보자.

2. 사회복지서비스 노동현황 무엇이 문제인가?

1) 사회복지서비스 노동환경 문제점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의 주요 문제점은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열악한 노동조건(저임금, 복지후생 및 교육훈련 미비), △시설 운영의 비전문성 및 비민주성(시설법인, 시설장 문제), △재정 취약성(민간위탁구조, 영리법인, 구조적 열악성)의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회복지서비스 노동현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은 지방재정 이양이나 민간위탁과 같은 구조적 요인 이외에 바우처 제도처럼 시장경쟁의 원리를 사회복지 현장에 이식하는 정부정책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사회복지 주요정책 실행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다 보니 바우처 사업 등은 도입 초기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사회적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decent jobs)가 아닌 나쁜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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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회복지서비스 실태조사 결과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시장의 특징은 이동성이 높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시장의 임금체계 자체가 그 출발부터 낮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또한 기존의 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지난 2년 사이에 노동조건은 일정하게 향상된 부분도 확인된다. 다음은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첫째,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시장의 상황 중 이직률과 관련된 경향은 큰 차이가 없다.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직업 이동성은 업종 간 이동보다는 업종 내 이동성(48.2%, 2006년 58.5%)이 높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년 사이 이직 횟수(1.7회, 2006년 2.2회)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1년 내 이직 의향(24.4%, 2006년 23.5%)에는 큰 변화가 없다. 또한 정규직(19.3%, 2006년 17.2%)과 비정규직(5.2%, 2006년 6.4%)의 이직 의향도 큰 차이가 없다. 아울러 보육교사의 일자리 이동은 장시간 저임금의 구조적인 요인도 있지만 모성보호가 제도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결과 보육시설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 정도(32.3%)는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현재의 일자리를 위협(스스로 떠남 17.3%, 자발적 퇴사 등의 압력 15%)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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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 및 복지제도는 다소 개선되었으나, 아직도 열악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주당 평균 노동시간(43.3시간, 2006년 49시간)은 다소 줄어들었으며, 월 평균 임금수준(154만 원, 2006년 136만 원) 또한 다소 늘어났다. 특히 지난 2년 사이 장시간 노동(53시간 이상)을 수행하는 노동자 비율(10.7%, 2006년 47.5%)은 36.8%나 감소했다. 이것은 노동운동 진영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요구한 주5일제 도입의 효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상대적 노동조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예를 들면 지난 2006년 사회복지서서비스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81.9%(166만 원), 도시근로자의 61.2%(222만 원) 수준이었던 반면에, 2008년 현재는 임금노동자의 83.2%(185만 원), 도시근로자의 41%(374만 원) 수준에 그쳤다. 특히 사회복지서비스 중 보육시설 노동자는 월 평균 100만 원 미만의 저임금 계층 비율이 14.7%로,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한 직종(보상부적절 지수 53.03점)이다. 아울러 각 사회복지 시설에서는 아직도 근로기준법(연장근무수당, 휴가사용, 근로계약 서면작성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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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사회복지 각 시설에서 현재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의 비율이 절반(54.2%, 2006년 55.3%)을 넘고 있었으며, 동일노동 비정규직 비율은 자활(68.7%, 2006년 55.9%)과 사회복지(54.7%, 2006년 74.7%) 시설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게다가 사회복지서비스 교육훈련제도 자체가 미비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은 교육훈련에서도 차별받고 있었다. 현재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 10명 중 2명 이상(24.6%)은 지난 1년 동안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교육훈련 경험이 없었으며, 교육훈련 미경험 비율은 비정규직(31.9%)이 정규직(23.1%)보다 10%p 높았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교육훈련비 적용률(11.2%)은 정규직(88.8%)에 비해 7배 정도 낮았다. 비정규직이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교육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해당자에 포함되지 않아서”(35%)나 “기관에서 보내주지 않아서”(27.5%)였다. 한편 비정규직은 정기 산업안전 보건교육이나 성희롱 예방교육과 같은 교육훈련에서도 정규직에 비해 교육경험이 3~4배정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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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지수(47.41점)는 서비스산업 노동자 평균(50.79점)보다 낮았으나, 생활지도사와 같은 기타 사회복지직(52.40점)은 서비스산업 평균보다 직무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다. 그런데 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 중 상담사나 간호사와 같은 전문직(45.01점)은 상대적으로 직무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낮은 직종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주요 업무내용의 직무스트레스 세부 항목 중 서비스산업 평균보다 높은 항목은 직무요구(51.92점, 평균 48.46점)와 직무불안정(46,94점, 평균 46.87점)이었다. 그런데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 중 사회복지사는 직무요구(59.03점), 기타 사회복지직은 직무불안정(54.56점) 지수가 가장 높았다. 특히 보육교사(-.072)와 기타 사회복지직(-.785)은 사회복지서비스 내 주요 직종 중에서도 일의 자율성이나 책임과 권한에 있어 부(-)의 값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이 건강권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함에도 아직 구체적인 연구조사 결과가 없는 상태다. 설문조사 결과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은 육체적 질병경험(18.6%)보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질병(19.2%) 경험 비중이 다소 많았다. 이는 서비스노동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인데, 정신적 스트레스 질환(32.4%)은 근육질환(23.9%)이나 요통 및 디스크질환(23.9%)과 같은 육체적 질환 비율에 비해 10%p 정도 높았다. 직종별 질병 조사결과를 보면 사회복지사는 위장질환(24.2%), 보육교사는 무릎 및 관절질환(40.4%), 자활실무자는 간장질환(40%), 기타 사회복지직은 하지정맥류와 같은 혈관계질환(46.4%) 질병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질병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업무상 질병 처리(경가 평균 3일, 보육 1.9일)와 산재보험 신청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산재보험 미신청 이유는 가벼운 사고나 질병이기 때문이라는 응답(39%)이 많았지만, 산재처리 절차과정이 복잡(24.4%)하고 제도를 잘 모른다(18.2%)는 의견도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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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비노동자들은 무엇을 원하나?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조합으로서는 예비노동자인 전공 학생들과의 관계 설정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현재 사회복지 학생들과 보육 및 육아 관련 전공자들은 교육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실습을 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거 사회복지 및 보육노조에서 시행했던 예비노동자 학교를 좀 더 확대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여름캠프 및 컨퍼런스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은 기존의 강의 방식이 아닌, 예비노동자와 조합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참여교육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비노동자들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향후 노조 활동을 접할 경우 노조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사전에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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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4]는 경기도 모 대학의 사회복지 전공 3,4학년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2006년, 2008년) 진행된 노동조합의 예비노동자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이다. 2008년 사회복지 전공자 학생들은 만약 노동조합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노동자 학교(캠프)를 진행할 경우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3분의 1(30.%, 2006년 50.9%)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비노동자 학교에 참여하겠다는 이유 중에는 “사회복지 현장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22%, 2006년 38.9%)와 “사회복지분야 노동조건 개선 때문에”(24.4%, 2006년 26.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편 [그림3]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복지 예비노동자 학교에 참여할 의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내용으로는 △사회복지 노동자 즐거움과 애로사항(21.1%), △노동조합 바로알기(19.3%), △선배들과의 대화(14.2%), △사회복지정책과 제도: 현황과 쟁점(12.4%) 등을 꼽았다.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 《사회복지 예비노동자 학교》를 진행할 경우, 예비노동자들에게는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으로서는 노조 조직화 방안 중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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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을 나가면서

앞에서 언급된 사회복지 현장의 문제점은 주로 3가지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 첫째, 개인적 차원으로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종사하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다보니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더 좋은 일자리로 상향이동(높은 이직률)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시설에서는 빈자리를 신규 직원으로 충원하면서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는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월드비전과 같은 대형 단체들이 모범(?)을 보이고 있다. 둘째, 조직적 차원에서는 시설법인과 시설장의 비전문성과 비민주적 운영으로 내부 갈등을 초래하곤 한다. 아울러 사회복지 시설장이나 간부들의 경우 학교 강의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것도 운영의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이유로 거의 대부분의 사회복지 노동조합 건설의 배경은 시설 민주화 투쟁이었다. 셋째, 사회적 차원에서 민간위탁 문제나 지방재정 이양과 같은 재정-사업 문제는 사회복지의 미래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다. 특히 시설현장에 대한 감시감독과 규제자체가 미흡한 상황에서 지방이양이나 영리법인의 운영은 자칫 지역공동체 훼손과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사태로 이어진 선례를 우린 매번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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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로서 사회복지 노동문제와 노조 조직화 문제를 고민한지 벌써 몇 해가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복지 현장의 요구와 문제점은 매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노동과정 문제나 산업안전보건(건강권) 문제들을 제외하고 학계나 노동조합, 그리고 사회복지 단체에서 이미 사회복지 노동현장의 문제점이나 해결 과제들은 모두 다루었다고 본다. [그림4]에서 제시된 필자의 대안도 별반 차이가 없다. 주로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업무-조직 개선, △교육훈련, △노동인권 등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 더 진전된 대안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제는 비판보다 구체적인 해결방안과 대안을 함께 고민할 시기인 것 같다. 그 해결의 주체로는 전문가 집단이나 노조나 모두 사회복지 현장의 오랜 숙원을 풀 수 있는 조직이겠지만, 노동조합이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점은 서구의 역사적 경험에서 그 답을 알려주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