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여,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노동사회

“현장이여,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편집국 0 2,826 2013.05.24 12:02

민주노총은 1995년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조직을 확대해 왔다. 올해 초 공무원노조가 가입하면서 조합원이 80만 명을 넘어섰으며 ‘제1노총’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 전체 조직률은 1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보장받아야만 하는 절대다수의 비정규 노동자들의 조직률은 3%에 머물고 있다. 비정규직·영세소기업·여성·이주·장애노동자는 삶의 벼랑 끝에서 저임금과 차별, 무권리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 받고 있다. 가장 열악하고 절박한 다수의 노동자층과 함께 하는 운동은 노동운동의 지향이자 본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노동자 조직화’는 노동운동의 계급성과 연대성을 회복하고 위협받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회복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서 인력과 재정의 집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2005년 ‘50억 기금’의 모금을 결의하였고, 이 기금을 갖고 조직활동가를 양성, 배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사업은 결국 ‘사람사업’이다. 전문적인 조직활동 역량을 얼마나 투여하느냐에 따라 조직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비정규직 조직사업이 그동안 활발하게 이루어지긴 했으나 그 주를 이룬 것은 자발적인 조직화였다. 이제는 더 목적의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략적 관점을 갖고 조직화사업을 위해 주체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훈련된 조직활동가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민주노총은 지난 4월18일부터 7월15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제1기 비정규 조직활동가학교>를 실시하였다. 이 글에서는 지난 3개월의 교육과정에 대해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면서 향후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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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모인 조직활동가학교 수강생들. 조직화만이 살 길이고 새로운 각오로 운동을 혁신하자며 외친 교육생들  ▷ 민주노총 ]

1. 조직활동가학교 준비 및 진행경과

1) 목표


앞서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듯이 조직활동가학교의 목표는 “전략조직화 사업을 담당할 전문적인 조직활동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학교를 통해 훈련하고자 했던 내용은 △ 전략조직화사업의 기획과 전술 수립(기획역량), △ 현장 조직사업의 조직과 지원(현장지원역량), △ 현장노동자를 직접 설득하고 조직하여 관계를 맺는 능력(대중사업역량), △ 대중사업에 필요한 교육·선전·선동 등의 기본 실무능력(실무역량), △ 사회적 지원과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연대운동역량) 등을 배양하는 것이다. 

2) 교육과정 및 방식

조직활동가학교는 이제까지 3박4일 혹은 2박3일 등 주로 단기과정으로만 이뤄지던 노조교육 일정을 뛰어넘어 총 3개월의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3개월의 과정은 3박4일 일정으로 짜여진 3차례의 집체교육(이론교육)과 8주간의 현장실습훈련, 1박2일간 평가수련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하고자 하였다. 각 교육과정에서 이뤄지는 교육내용은 다음과 같다.  

1차 집체교육: ①비정규직 조직투쟁의 의미와 과제(여는 강의), ②민주노총 비정규 전략조직화 사업, ③신자유주의와 비정규노동자, ④노동조합에 대한 이해, ⑤노동운동 역사, ⑥활동가의 자세와 역할, ⑦비정규직 유형과 실태, ⑧비정규직 조직·투쟁 사례와 과제, ⑨성평등과 여성노동자 등 총 9개의 강좌가 배치되었으며, 주로 ‘기본교양 과목’으로 구성되었다. 

2차 집체교육: ①고용형태별 조직·투쟁 사례분석, ②외국의 조직화사례, ③인성훈련(실습교육), ④산업별 조직화 사례분석(선택과목), ⑤성인지적 여성노동자 조직화사례, ⑥조직화방안에 대한 분임토의, ⑦노동법 교육, ⑧현장활동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주로 ‘조직화 사례분석’에 대한 교육과 토론, 실습위주로 구성되었다.

3차 집체교육: ①조직화 방법론, ②조직화 전략수립, ③조직분석 방법론, ④교육실습훈련, ⑤선동훈련 등 주로 ‘실습훈련’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3차에 걸친 집체교육을 마치고 약 8주간 ‘현장실습훈련’을 가졌는데, 현장실습은 영역별 계획수립에 입각하여 현장에 취업하거나 해당 연맹 또는 지역본부에 상근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한편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교육생을 선발하는 기준을 매우 엄격히 했고, 교육생이 조직활동가로 안정적으로 인정되고 배치되기 위해서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를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두었다. 또한 교육생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교육참여와 교육위원과 교육생 간, 교육생 상호의 원활한 소통구조를 위해 ‘자치회’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2. 제1기 조직활동가학교 평가 

1) 집체교육에 대한 평가


4월18일부터 3달간 이론, 실무, 실습, 평가과정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민주노총의 전략사업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여 조직화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강의를 배치하였다. 조합원 1인당 1만원의 기금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 교육생 모두가 열의와 열정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했으며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강행군이 이어졌다. 전체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겠다는 교육생들의 열기와 자부심이 온전히 교육과정에서 반영되어 3개월간의 비정규 조직활동가학교를 한사람의 낙오자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애초 4개월이었던 교육과정은 3개월로 축소되어 진행되었다. 3박4일간 3차례 걸쳐 진행한 것은 적절하였으나, 하루 10시간 이상씩 교육시간을 배치하면서 교육생들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교육생간 또는 교육위원과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교육과정이 축소되면서 충분한 토론시간이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교육과정에서는 교육생이 ‘참여하는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하여 교육생들의 열의와 적극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전체 교육내용에서 특정 사례 중심으로 치우치면서 다양한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편 교육 준비와 관련해서 ‘강사단 오리엔테이션’이 충분치 못하면서 강의내용이 중복되거나 강의주제와 일치하지 못한 문제가 나타났다. 이후 교육준비과정에서는 강사단과 교육위원간에 워크숍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직화와 투쟁사례에 대한 교육과정에서 직접 영역별로 경험을 갖고 있는 동지들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교육에 대한 교육생들의 요구가 높았다. 이후 교육과정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론교육 주제와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교육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2) 현장활동에 대한 평가

3차에 걸친 이론 교육 및 실무 교육 후 8주간의 현장 실습을 통해 교육생들은 현장경험을 쌓고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적 이해와 요구 및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현장실습은 ‘현장취업’과 ‘노조상근’ 두 가지 형태로 진행하였다. 일일보고서를 작성하여 주간단위로 연맹, 총연맹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갖고 연맹 책임하에 진행되었다. 

비정규 전략조직화사업의 첫출발인 현장계획 수립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천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으로, 집체교육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직활동가가 될 교육생들이 현장 노동자들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조직화 사업을 진행할 해당 영역을 구체적으로 진단하는 계기로서 성과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장에 대해 구체적인 현실을 모르다보니 연맹별 현장활동 계획을 기준으로 개인별 계획을 수립하였음에도 개인별 활동계획서가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활동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계획대로 현장실습이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나타나기도 했다는 점이다. 또한 비정규 전략조직화사업은 연맹 또는 지역본부와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서만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비록 훈련과정이긴 하나 교육생들의 현장실습 활동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가맹 및 산하 조직의 입체적 지원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후 교육과정에서 보완해야할 과제이다.

한편 현장실습 후 평가를 통해 제기된 한계와 과제를 집중적으로 교양하고 토론하여 교육생들의 현장활동 능력을 배가시키는 교육과정이 필요하였는데, 이 과정이 생략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3. 마무리하며        

비정규 전략조직화사업에 자신의 온 정열을 바칠 조직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3달간의 교육과정을 진행하였다.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민주노총의 인적·물적 역량을 비정규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여하기 시작함으로써,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 민주노총이 전면에 나서는 신호탄을 울릴 수 있게 되었다. 조직활동가학교는 교육생 누구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는 과정이었으며, 또 모든 교육과정은 교육생 모두가 비정규 조직화사업을 힘 있게 진행할 것을 결의하는 장이었다. 

교육과정에서 많은 부분 아쉬운 점과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해당 연맹 및 지역본부 임원 및 담당자들이 과중한 업무 중에도 보여준 교육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낙오자와 탈락자 없이 모든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비록 1차 교육생은 24명에 불과하지만 민주노총 비정규 조직활동가학교 교육생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얼굴이 될 것을 교육생들 스스로 수료과정에서 다짐하고 평가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조직활동가학교를 통해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과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비정규직 조직화로 노동운동의 미래를 열어갈 훌륭한 조직활동가를 육성하는 것은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50억 기금모금 역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제는 연맹을 중심으로 비정규조직사업을 담당할 간부활동가를 육성하고 재배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