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죽이기와 밥그릇, 그리고 이중 잣대

노동사회

전교조 죽이기와 밥그릇, 그리고 이중 잣대

편집국 0 3,273 2013.05.23 11:50

“편향된 이념교육”, “교원평가 반대 등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하는 조직이기주의 집단투쟁” 등으로 전교조를 비판해온 세력들이 급기야, ‘전교조 해체를 위한 국민운동’에 나섰다. 전교조가 부산지부 통일위원회 사건으로 집중 포화를 받던 지난 7월27일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을 중심으로 <전교조 해체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계급적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반노조주의 세력 

전교조가 해체되거나 약화되었을 경우에 우리 교육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교육위원 선거 국면에서 ‘전교조 고립화 연대’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던 『중앙일보』는 친절하게도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 8월21일 『중앙일보』는 “국제중 자사고 설립 탄력 받을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전교조 측 교육위원이 지난 번 선거에서 7명이 당선된 데 비하여 이번에는 2명만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전교조가 앞장서서 반대하였던 국제중학교 설립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수 수구세력의 ‘기대’를 솔직하게 드러내주는 기사였다. 이른바 ‘평등주의’로 교육을 망쳐온 전교조를 약화시켜서 연간 등록금이 천만 원이 넘는 귀족학교인 국제중학교, 외국인학교, 자립형사립학교를 ‘수월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맘껏 세워보자는 것이다. 돈이 교육의 결과를 좌우하는 학력의 대물림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경고에 나섰건만, 이 땅의 가진 자들은 과연 교육의 기회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기나 한 것일까? 최소한의 공교육의 원리인 “모든 이들에게 질 높은 공교육”을 주장하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이들의 적대감은 지극히 ‘계급적’인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가 대변하고자 했던 이들과 전교조를 지지했던 세력들조차 현재 ‘전교조 해체 국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국면에서 잘 나서지 않고 있다. 1989년 전교조가 “교사도 노동자다”, “살인적인 입시교육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내라”, “우리는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기 위해 촌지를 거부한다”고 주장했을 때 전교조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참교육학부모회’를 만들고, ‘참교육시민모임’을 만들었던 이들조차 이제는 전교조를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 된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매도와 선동이 기승을 부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틈새를 수구세력이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조선일보』는 급기야 전교조가 학생운동 때의 편향된 이념을 관철하려는 소수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는 식의 보도까지 일삼고 있다. 전교조와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전교조와 교사들을 차별화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전교조 ‘집행부’와 전교조 ‘조합원’과의 갈등까지 조장하려 나선 것이다. “노동운동을 학생 출신의 빨갱이들이 주도한다” 따위의 1980년대 공안검찰식 왜곡보도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자신의 조직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집요하게 이루어지는 고립화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 그 방식은 전교조가 추구해온 참교육의 이념과 정신을 꽃피우길 포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 아이들과 민중들의 삶 속에서 참교육의 가치를 구현해 나가기 위해 이 위기 상황을 공세적으로 극복해나가는 것이야 말로 고립화를 넘어서는 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글은 보수·수구언론을 중심으로 한 전교조 고립화 전략의 실체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것을 우선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다른 목적은 전교조가 대변하고자 하는 민중들에게, 또한 전교조를 지지했던 이들에게, 전교조 활동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교육양극화 해소’를 교육부가 앞장서서 내세우는 시점에서, 전교조가 민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 문제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시작인 것이다. 

안티 전교조 동맹에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 

전교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에서 개최한 통일학교 교재가 신문에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7월26일이었다. 지난 해 10월에 있었던 이 사실을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7월31일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3~4일 동안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친북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입수하여 발표한 것으로 보도된 이 자료는, 부산시 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2006년 4월에 반북우익단체가 주도하는 ‘자유민주연구학회’에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부독재 시대의 공안문제연구소를 연상하게 하는 기구가 이 자료의 이적성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았고, 교육위원 선거가 막바지 국면에 도달했을 시점에 집중적으로 조선, 중앙, 동아에 의해 유포된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 와중에 더 나가서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회가 지부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진자료를 문제삼고 나섰다.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게시물을 실었다”는 것이다. 이 사진이 어떤 목적으로 게재되어 있는지는 서울지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금방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폭탄 사고로 전 국민이 지원에 나섰던 룡천 초등학교의 복귀된 전경을 포함한 20여 장의 북한 사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지금도 홈페이지 사진자료실에 게시되어 있다. 교육위원 선거가 “전교조의 참패”로 끝나고 난 후에는 조·중·동 어느 신문도 이 사진을 다시 문제삼지 않았다.  

2005년 부산 APEC에 대한 공동수업 자료가 ‘욕설 파동’을 일으킬 때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찾아낸’ 자료를 근거로 “전교조가 공동수업이란 명목으로 이념교육을 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한 적이 있다. 신문보도가 나간 후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교조 통일위원회의 자료실에서 뒤늦게 내가 발견한 이 자료의 조회 수는 23회에 불과했다. 60여 쪽에 달하는 이 자료 중에 신문에 실릴 수 있는 ‘영예’를 누린 글들은 앞 뒤 맥락도 없이 발췌된 선동조의 문장뿐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한나라당이 당의 운명을 걸고 전개한 사립학교법 개정투쟁 시기에 늘 전교조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되어 서울역 등에서 배포되곤 했다. 

“기쁘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영향력 감소!”

보수 수구세력의 “잃어버린 10년”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재집권전략은 눈물겨울 정도로 집요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아무리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강화시켜왔을 지라도 그 존재 자체가 “재앙”인 것이다. 때문에 민주화운동 세력의 독점물이었던 거리에서의 운동과 인터넷 활용, 시민단체를 표방한 활동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표방하며 조선·동아 사주일가의 친일행각 등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교육을 진행하는 전교조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경련은 노동절에 대한 설명조차 실려 있지 않은 ‘사회’와 ‘경제’교과서가 “반자본주의적인 시각”을 심어준다고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자고 나섰다. 또한 이들에게는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당하고 있는 노동착취 실태를 고발하는 전교조는 무력화시켜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들에게 전교조를 공격하기 위해 그들이 썼던 논리를 뒤집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교조가 결성되던 1989년에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가 될 수 있냐”고 신문지면을 도배를 했던 세력들이 지금은 “교원신분을 망각한 채 정치적, 이념적 구호를 외치는” 전교조를 타도하기 위해 반전교조노동조합을 만드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주의교원조합’ 창립식에 참가한 한나라당의 대권 주자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의 인사들은 그 자리에서 전교조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것을 축사로 대신했다. 자유교원조합이 출범한 이후에 전교조는 중앙과 지부 단위의 모든 단체교섭 활동이 중단되었고, 다시 법외노조시기 때처럼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안티 전교조 동맹의 고립화 전략은 교육위원 선거와 단체교섭에서 나타난 것처럼 전교조활동을 실질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중앙일보』는 자신들이 매년 조사하는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들의 순위’에서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작년에 비해 밀려 났다는 소식을 기쁘게 보도하고 있다.

이중 잣대의 함정에 빠진 비판과 오해

전교조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은 수구언론과 한나라당 등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교조 운동을 지지했던 세력과 인사들에게서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노동운동 종말인가 재생인가”라는 글을 쓴 박승옥 씨는 노동운동이 대기업 노조 중심의 보다 많은 권한과 분배를 요구하는 운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전교조에게도 “참교육운동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 출신 김진경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학생을 중심 가치로 두는 사업보다 교사들의 입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 교원 평가 등에 대해 반대하면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교육활동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하여 논란을 낳기도 했다. 

물론 전교조는 이러한 비판을 자양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고민과 모색의 과정을 기꺼이 거쳐내야 한다. 하지만 전교조 활동에 대한 비판에는 적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을 담고 있고, 일종의 ‘이중 잣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교조가 합법화 이후 조합원의 처우 개선과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활동에 매몰되어 초심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보자. 이 역시 이중 잣대의 함정을 피해가지 못 하고 있다. 교원노조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더 나아가 올바른 교육개혁을 실현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출범하면서 제정한 강령에서 이러한 역할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합법화가 되었지만 전교조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임금 투쟁’을 전개하지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원노조법에 의해 합법화가 된 전교조는 “단체협약으로 체결된 사항 중에 예산과 법령과 관련된 사항은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조항에 규정을 받고 있고, 교육부는 교원노조법을 임의로 해석하여 단체교섭에서는 “교원의 임금과 처우개선에 대한 사항만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정책에 대한 논의는 애초에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먹을 물을 제대로 제공하자”는 단순한 요구도 교사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교섭의제에서 제외시키려 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 비판은 이중 잣대의 함정에 빠지기 쉽고,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원평가 반대’와 ‘밥그릇 지키기’는 논리적 모순

구체적으로 교원평가와 성과급지급 반대투쟁을 보자. 사실 이 투쟁들이야 말로 전교조가 밥그릇 지키기 위한 활동에 매몰되었다는 주장과 부딪치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어떠한 척도를 가지고 평가하고 등급을 매길 수 있는가?”를 묻는 전교조 교사들의 질문은, 그저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변명으로 치부되고 있다. 근무평정제도라는 평가제도가 교원의 승진과 보수에 연결되어 교직사회를 얼마나 황폐화 시키고 있는가에 대해서 사실 국민들은 잘 알지 못 한다. 기실 국민들의 다수가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것은 과중한 교육비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학교와 교사가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절실한 요구에 다름 아니다. 교육부 역시 2004년 업무보고에서 교원평가제도 도입의 이유로 ‘사교육비 경감’을 들고 있다. 

사교육은 부모가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의 차이에 따라 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학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KDI 『양극화 극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경제정책 제언』 보고서는 “부모가 고위 임직원·전문직인 경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진학률이 33%인데 비해 농·어업 숙련근로자, 기능근로자, 단순노무직은 각각 7.3%, 6.6%, 8.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즉 부모 직업에 따라서 자녀의 대학 진학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원평가제도를 통해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주장은 학력사회의 구조적인 몸통은 건드리지 않고 국민들의 현상적인 요구를 교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피해가겠다는 전략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른바 수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교원평가가 실시되더라도 사교육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교육부와 수구언론은 무엇으로 교사들을 공격할 것인가?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본질’을 내세우는 전교조의 행위는 자본에게는 “경쟁과 효율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때문에 전교조가 모난 돌이 정 맞는 격으로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거라면 지나친 단순화일까?

초심으로, 바닥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수구언론과 반전교조 세력의 치밀한 고립화 전략을 뚫고 가기 위해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진영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전교조는 학생과 학부모 절대다수의 교육적 요구를 책임 있게 대변하는 세력이 되어야 한다. 전교조는 ‘교육주체론’을 바탕으로 출범하였다. 이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두 교육의 주체이며, 전교조는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전교조가 진정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부분은 바로 그곳이다. 또한 교육양극화가 전면화 된 시기에 전교조가 더욱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이 땅 민중의 자녀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최대한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도 빈민지역에서 공부방 활동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모범을 전교조가 일상적인 사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교직원조합을 표방한 전교조가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교 내 비정규직을 수수방관하였던 과오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현장에서 노동하는 이들과 함께 부대끼지 않을 때 누가 과연 전교조를 진정으로 지지할 것인가?

그리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이 해야 할 역할은 전교조를 엄호하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전경련과 교육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경제교과서를 만드는 데 나서고 있다. 그러나 노동진영에서조차 노동교육을 주창하고 건강한 노동의식이 반영된 교과서를 만드는 일은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보진영은 사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가기 위한 기획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교육양극화로 학력이 대물림되는 사회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저항해야 할 당사자들이 그들의 요구를 현실화하는 투쟁에 나설 수 있고, 또한 전교조가 참교육을 실현하고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개혁에 복무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