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산별 '완성'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사회

금속산별 '완성'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편집국 0 5,074 2013.05.19 07:43

6월30일 오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산별전환 총투표를 실시한 사업장의 개표결과가 속속 보고 되고 있었다.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현대차노조 등 14개 노조 9만여 명이 산별전환총회에 성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숨죽여 지켜보던 사무실에 한 순간 함성이 터졌다. 1998년 금속산업연맹을 창립하면 시작한 금속산별노조 건설운동 10년의 숙원이 그 결실을 눈앞에 둔 것이다. “노조운동의 지각변동 예고”, “자본 침울! 노동계 함성!”이라는 언론보도처럼 1990년대 후반 이후 끝없이 밀리던 노조운동이 오랜만에 대반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10년을 걸어 도착한 산별노조

1998년 본격화된 금속산별노조 건설 운동은 2001년 2월 금속노조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는 주요대공장 소속의 15만 조합원이 합류하지 못한 채 3만 중소사업장 개미군단들만의 출범이었다. 금속산별노조 출범을 계기로 ‘대산별-소산별(업종산별) 논쟁’에는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기업지부 인정문제, 조직건설(산별전환)을 통한 실천의 변화(산별운동)냐, 실천의 변화(산별적 실천)를 통한 조직건설(산별건설)이냐 등의 논쟁과, 때마침 불어 닥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방식의 차이를 하나로 모아내지 못하면서 15만에 달하는 대공장노조의 조직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한 금속노조를 두고 ‘옥동자’, ‘사생아’, ‘미숙아’ 따위의 이름을 붙이며 숱한 논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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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속노조는 지난 5년간 자본과 정권의 집중탄압과 기업별노조로의 원심력 등 다양한 어려움에도 산별단일노조의 정신을 꿋꿋이 지켜왔다. 그 결과 산별교섭을 위한 사용자단체구성, 조직 내 비정규·이주노동자까지 적용하는 산별 최저임금, 주5일근무제, 불법파견 정규직화 등의 성과를 낳기도 했다. 물론 한계도 분명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조선 등 대기업노조가 참여하지 못함으로 인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거기에 자본과 정권의 집중적인 탄압에 맞선 끈질긴 투쟁으로 조직적 피로감은 쌓여만 갔다. 대공장의 수혈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내부 조직력의 한계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대공장노조들은 순탄했는가? 1998년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 위협과 바닥을 헤매기 시작한 현장조직력, 고용불안과 산업공동화 등의 현안에 속수무책이었다. 기업별노조의 한계가 노골화된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기업별노조는 더 이상 희망이 되지 못 하고 있었다.

모두의 의지를 모아온 지난 1년

기업별 노조의 한계뿐만 아니라 ‘경쟁적 노조주의 형성’을 통해 노조독점성을 약화시키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로드맵)으로 인해, 노조간부 및 조합원의 위기감이 커지고 대응의 필요성은 절실해졌다. 이렇게 2007년부터 급변할 노동정세에 대한 근본적이고 공세적 대응이 절박했다. “산별노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라는 금속연맹 각 사업장 노동조합 사무실에 내걸렸던 구호는 현장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금속산업연맹은 2005년 6월 ‘산별완성위원회’(여기서 ‘완성’은 산별노조 완성의 의미가 아니라, 금속연맹 ‘16만 조합원의 산별전환’이라는 의미임)를 구성하여, 기획회의, 전체회의, 수련회, 토론회 등을 통해 산별사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2005년 12월27일 9년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상반기 중 동시총회 실시’ 방침을 확정하고, 지역 및 분과별로 수련회를 거쳐 2006년 3월9일 산별완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투표방법과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하였다.

전환총회를 위해 금속연맹은 조합원 및 간부용 교안, 조합원용 소책자, 산별100문 100답, 교육용 비디오, 포스터, 소자보 등 정책·교육·홍보 사업과, 간담회, 현장순회, 주간 단위 사업점검 등 조직사업을 진행했다. 더불어 각 사업장은 조합원 교육, 출퇴근 선전전, 현장순회 간담회, 배지·리본달기로 새벽부터 밤까지 사업장 조건에 따라 전 조직적인 실천사업을 전개했다. 회사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만 1년 동안 현장 활동가들의 하나된 목소리와 조합원들의 계급운동에 대한 역동성을 믿고, 수많은 시간을 현장과의 교감 속에서 논의하고 준비해온 금속연맹의 일관된 사업과 현장의 결의가 모아져, 마침내 9만여명의 동지들이 산별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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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담아 산별노조 완성으로 간다

전환투표를 완료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7월7일, 연맹은 ‘산별완성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산별전환 총회사업의 평가, 2차 산별전환 총회 준비, 통합산별완성 대의원대회 준비사업 등을 논의했다. 평가와 관련해서는 각 단위별 평가를 진행하고 이후 이를 모아서 종합평가를 하기로 하였다. 다만 당면한 과제로 △부결 사업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수립, △주요의제와 관련한 적극적인 현장 의사수렴 필요, △전환투표에서 나타난 현장 활동가(현장조직)의 일치된 단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안 등이 제기되었다. 

이를 토대로 산별 전환투표에서 나타난 조합원의 열망과 희망을 어떻게 산별노조 완성으로 현실화시킬 것인가를 중심으로 평가와 논의가 모아졌다. 부결되거나 전환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2만여명의 미전환사업장에 대해서는 조직진단과 대책을 마련하여 9월 중순경 제2차 동시전환투표를 실시하여, 16만 금속연맹 조합원이 10월 산별완성 대의원대회에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의했다.

또한 연맹 정기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10월에 통합산별노조 완성과 연맹 해산을 준비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를 위해 금속연맹은 금속노조와 전환투표 가결사업장을 중심으로 ‘금속산별 완성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10월에 열릴 통합 금속산업노조대의원대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산하에 규약, 재정, 교섭 등 세부안을 준비하는 소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러한 연구·논의기구를 구성한 것은 기존의 금속노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16만의 조직으로 덩치가 커지고 사업내용도 다양해지는 만큼, 이에 걸맞은 조직구조, 재정, 교섭에 대해서 금속노조의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 금속산별노조를 준비해 나가기 위함이다. 

핵심 쟁점이 될 조직구조와 교섭구조

metaljmr_03.jpg이후 논의될 의제와 관련해서는 많은 쟁점이 있다. 가장 쟁점이 될 내용은 조직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속노조는 ‘본조-지역지부(한시적 기업지부 인정)-지회’를 골간 조직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직구조와 관련해서는 이미 두 가지 의견이 제출되어있다. 하나는 교섭의 편의성과 사업의 효율성을 염두에 두는 ‘업종본부(안)’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지부의 폐단을 줄이고 연대활동의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광역지역본부(안)이다. 이 뿐만 아니라 지부 편재방안, 대의원 수, 중소지회 통합, 임원선거 등이 논의될 것이다. 

교섭구조와 관련해서 현재 금속노조는 ‘산별 중앙교섭-지부 집단교섭-지회 보충교섭’의 구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에 특성화된 교섭으로서 업종교섭 등은 폭넓게 열어놓고 논의해 나가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별교섭에 대한 층위별 교섭설계, 주요의제, 협약위원회 구성 등의 논의과제가 있다. 그 외에도 조합비 및 재정, 비정규 미조직 조직화 방안과 조직편재방안, 조합원 및 간부의 통일적 교육·훈련 방안, 현장 조직력강화 방안과 현장위원제도, 2007년 산별노조의 주요의제 등이 논의될 것이다.

10월에 완성할 금속산별노조에 대한 조직구조와 교섭 등 쟁점도 많고 부분적으로 이견도 있다. 그러나 산별전환 총회에서도 그러했듯이, 운동의 대의와 조합원의 의지에 근거해 논의를 진행한다면 하나의 의견으로 충분히 모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불과 3개월 남짓한 촉박한 시간이지만 금속연맹은 최대한 밀도 있게 사업을 진행시켜 나갈 것이다. 현장 간부가 참여하는 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주요 의제를 연구, 토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8월 중순경 초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8월 중순부터는 현장 조직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토론, 공청회, 간담회 등 현장의 의지를 모아나가는 사업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산별노조의 화두, 비정규·미조직·지역·산업 

산별노조운동은 연맹체에서 산별단일노조로의 전환사업이 전부가 아니다. 노조운동을 양적·질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건설과정이다. 따라서 이번 전환사업의 성공은 금속산별사업의 시작에 불과하다. 구성원과 조직 및 그 운영이 거듭나야할 뿐만 아니라, 임·단협 등의 분배교섭을 넘어 총체적인 사회적 개입전략도 빠르게 수립되어야 한다.  

산별노조가 중심에 두어야 할 화두는 ‘비정규’, ‘미조직’, ‘지역’ 그리고 ‘산업’이다. 미조직, 비정규,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주변화되어 있는 계층을 어떻게 운동세력의 주축으로 포섭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업 중심의 분배교섭을 넘어 산업, 지역사회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 개입을 통해 노동운동의 실질적 위상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직구조와 교섭구조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단위 노사관계를 고착화하려는 노사관계로드맵에 대응하여 산별노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법·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최근 10여년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1998년 현대자동차, 만도기계, 1999년 서울 지하철, 2000년 한국통신, 2001년 대우자동차, 2002년 발전노조 투쟁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쉼 없이 투쟁해 왔다. 그러나 기업별 대응의 한계 속에서 무너져야만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비정규직 법안, 한미FTA,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등의 현안이 분출해 있는 2007년 노동정세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수세적 저지투쟁으로는 한국 노동운동은 일본처럼 수렁에 빠질 것임은 명명백백하다. “노동조합은 존재하나 더 이상 노동운동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금속노동자들은 대결단을 내렸다. 

모두 지혜를 모아, 차근히 그리고 빠르게!

산별전환 투표 성공을 통해 금속노동자들은 금속산별노조 완성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기 시작했다. 금속산별노조는 단지 16만 조합원의 것이 아니라, 160만 금속노동자와 진보운동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주위에서 많은 요구와 관심과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런 기대와 관심이 오히려 내부의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논쟁을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제 우리운동에서 질곡의 하나로 작용한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논쟁은 자제하고 지양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출발인 만큼, 운동적 원칙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조건 속에서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산별운동이 되었으면 한다. 

‘차근히 그리고 빠르게’ 정규직-비정규직, 업종, 대공장-중소공장 등 각각의 이해가 아니라, 1,500만 노동자의 이해를 중심으로 모두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나가기를 희망한다. 계급운동, 금속산별노조의 진정한 완성이 하루 빨리 앞당겨지기를 희망하면서!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