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비정규노조의 대응과 노동자 연대(2)

노동사회

전환기 비정규노조의 대응과 노동자 연대(2)

편집국 0 2,805 2013.05.19 02:59

 

정규․비정규 연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김영두: 조직화와 관련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가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작년 제조업 사내하청을 중심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상당히 표면화됐죠. 이상우 국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고민을 좀 들려주시죠.

 

이상우: 정리해서 대답하기 참 어려운 문제인데, 일단 내부 갈등의 책임과 원인은 근본적으로 자본에게 있다고 봅니다. 산업구조를 하청 계열화하고, 현장을 정규직, 비정규직 그 속에서 또 단기계약직, 파견용역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놓고 분할 통제하는 데서 노동자들의 존재조건과 입장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노동이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청자본을 상대로 단일한 전선과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하는데 현재 기업별노조의 잔재와 산별조직의 불완전함 속에서 극복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사례가 크게 쟁점이 됐죠.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비정규직 동지들이 조직을 건설하고자 했을 때 연맹이나 총연맹에서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노조에 직접 가입하는 방안을 권고했습니다만,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규직노조가 별도로 조직된 사내하청조직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가 됐습니다. 그러나 공동 임단협이 제대로 조율 안 되면서 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지회가 각각의 요구안을 내놓았고, 투쟁 일정도 별도로 진행됐습니다. 양 조직이 모두 임단협투쟁 중일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원청노조 임단협이 종료된 상태에서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비정규직 지회가 별도로 파업투쟁을 배치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입니다. 보통 정규직들에게는 노조가 임단협을 끝낸 직후가 생산량을 올리고 잔업특근에 매달려서 돈을 챙겨야 하는 시점인데, 그런 때에 비정규직들이 파업을 하면서 라인을 끊었으니 항의전화가 빗발쳤던 거죠.  

결국 하나의 사용자를 상대로 별도의 조직체계 속에서 별도의 요구와 투쟁일정을 갖고 가면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제가 볼 때는 딴 것 없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단일조직체계를 갖는 것 외에는. 그렇지만 이는 장기적인 대안입니다. 당장 올해 상황을 앞두고 생각한다면,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조직이 임단투 계획을 미리미리 논의하고 공동으로 추진해나가는 게 작년에 불거졌던 것과 같은 내부갈등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

그렇지만 준비를 잘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장이 본질적으로 부딪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현재 정규직들은 제도개선투쟁이나 차별의 부당성과 사내하청노조 활동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은데, 투쟁목표로서 ‘정규직화’를 걸고 나오면 자신의 고용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갑갑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이혜순: 저는 시점을 좀 달리해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규직노동자 입장에서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해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노동자니까 우리는 하나다, 그런데 너는 왜 하나가 안 되려고 그러냐, 이런 식으로 다그쳐도 정규직들이 못 하겠고 버티면 그만인 거잖아요. 정규직들이 다양한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원청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요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제도개선 문제에는 적극 나선다고 하면,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과 관련한 제도개선투쟁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연대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죠.

마찬가지 맥락에서 비정규직들도 어떤 내용을 정규직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인지 좀 더 ‘타산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규직들이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화 요구와 관련해서 충분한 연대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인 조건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부분까지 계산을 하면서 자기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현실적인 출발점을 감안하면서 연대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자리를 일어나야 해서, 지금 이야기하는 주제에서 벗어납니다만 여성노조가 올해 준비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노조는 올해 핵심적인 과제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더 원활하게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도록 객관적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2월 국회에서 논의될 비정규입법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도록 강제하는 것, 2005년 개정된 모성보호법이 비정규직 여성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상징적인 의미에서 배우자출산휴가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과 관련된 고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원년이 되도록 하는 데도 함께 할 것이고요. 한편, 올해 비정규입법이 통과되고 입법적 규제가 시작되면 아마 사용자들이 규제의 구멍을 활용해서 간접고용을 더욱 확대해 갈 텐데, 장기적으로 이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공공부문 용역의 최저낙찰제도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김영두: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죠. 박대규 위원장님 말씀을 들어볼까요.

 

박대규: 특수고용직 단위에서는 뭐, 정규직 자체가 없으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죠. 다만 비슷하게 문제가 되는 게, 노조가 제일 하층 관리자들, 건설현장 용어로 말하면 오야지, 십장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까, 이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혹은 조직할까 하는 부분입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조직은 생존권적 요구를 쟁취하면서 급성장하게 되는데, 그렇게 성장한 직후에 조직이 안정되는 과정에서 이 하층 관리자들과의 관계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작년에 급성장한 덤프연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류비 보조니, 과적단속 개선이니 하는 생존권적 요구의 쟁취는 차 한대 갖고 살아가는 생짜 노동자보다는 덤프트럭을 몇 대 굴리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이득을 안겨주거든요. 이 사람들이 생존권과 관련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할 때는 다 동의하고 조직에 참여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해타산 문제가 정리되고 나서 노조가 노동자성이니 하는 부분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들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임금문제’를 걸고 들기 시작하면, 그 사람들은, 아 노조 이거 계속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느냐 하는 게 관건인데, 결국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받아내는 게 핵심고리라고 봅니다.     

 

김영두: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에 대해서 들어봤는데요. 손정순 국장님이 좀 더 구조적인 측면에서 말씀해주시죠. 

 

손정순: 저는 비정규직노조와 정규직노조는 같은 노조이지만 정체성과 성격에서 아무래도 근본적인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비정규직노조는 만들어지자마자 투쟁조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정규직노조는 투쟁조직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안정된 민주공동체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의 요구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조건이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러한 갈등의 요소가 조직 내에서 조율되지 못하고, 외부화되면서 증폭이 된다는 점이고, 이마저도 상급조직의 리더십에 의해서 조정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노동조합은 노동시장과 작업현장을 장악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금속부문 사내하청조직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이 발 딛으려고 하는 곳에 이미 정규직노조들이 그러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단으로서 존재하고 있죠. 그러한 측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란 정규직의 승인 하에 비정규직들이 작업장권력을 공유할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모듈화 등 금속산업구조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대공장노조의 힘도 취약해지고 조합원들의 이해가 단기적으로 변화한 조건에서 권력을 흔쾌히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아우르는 단일한 산별조직형태를 갖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될 것입니다. 그리고 산별노조가 산업구조의 구체적인 변화에 착목해서 작업장을 넘어서서 갈등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선례를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영두: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적당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정규직 조합원들의 ‘왜곡된 이해’라는 게 교육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이상우: 물론 있죠. 간부들이 교육을 하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고, 사실 우리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결단하고 움직이면 크게 대의에서 어긋나지 않는 이상 힘을 실어주니까요. 그렇지만 비정규직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펼치는 고도의 이데올로기 공격은 사실 우리가 답하기 참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기업경쟁력을 위해서 비정규직 쓰는 것은 불가피하다, 비정규직들한테 더 챙겨주면 너희들 몫이 줄어든다, 요즘처럼 경쟁적인 환경에서 언제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될지 모르는데 비정규직 정규직화하면 너희들이 구조조정 되겠다는 소리냐, 이런 주장들은 의식만으로 극복하기 어렵거든요. 사업장에 국한해서 보면 정규직 입장에선 사실 거짓말이 아니니까. 산별조직체계를 강화해서 조합원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죠.        

 

김영두: 현대자동차가 항상 화제의 중심인데, 그와 관련해서 이상욱 집행부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로는 비정규직노조의 성급함을 지적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우: 민감한 문제라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앞서 사내하청투쟁을 둘러싼 세 개의 전선을 이야기했는데, 현대자동차의 2005년 투쟁은 그 중에서도 불법파견 정규직화 전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동부에서 사내하청공장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후 노조 측의 전술은 불법파견 노동자 전원 정규직화, 불법파견 판정을 받지 않은 경우는 전원 직접고용 등으로 매우 원칙적인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일부 합법도급화 같은 내용은 껴들거나 논란이 될 틈이 없었죠. 그런데 불법판정이 났음에도 노동부가 금호타이어의 전례처럼 하지 않고 오히려 합법도급화를 권고했죠. 힘으로 돌파하기도 어렵고 원청노조가 전력투구하기도 쉽지 않은 조건이어서 그냥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앞만 보고 2006년까지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올해도 불법파견 정규직투쟁에 전부 걸 것인가 하는 데 대해 고민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노동기본권쟁취 전선과 원청 사용자성 인정 전선이 있는데, 현대자동차 원청은 경총 지침 하에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교섭에 절대 안 나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처럼 하청업체들이랑 집단교섭이라도 해야 하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생기는데, 사실 현대자동차에서는 우리가 집단교섭을 하자고 해도 업체들이 개별교섭 하겠다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투쟁해왔지만 현실에서는 진전이 없었죠.

이러한 흐름들을 평가하고 올해는 어떻게 투쟁을 진행할까 논의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원칙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기보다는 일단 비정규직조직을 안착시키는 것에, 노조활동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단협을 체결하는 것에 올해는 주안점을 두고, 후에 긴 호흡을 갖고 진행하는 연대투쟁 속에서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것을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다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어쨌건 올해는 유연성을 갖고 긴 호흡으로 투쟁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박대규: 투쟁을 진행하면서 원칙만 주장하고 자기 욕심을 양보하지 않는 태도는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쟁을 하다보면 자기 요구에서 가감을 하게 될 상황이 생기는데 조급해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고민해야죠.

한편으로 조직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어떤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내가 해고위협을 무릅쓰고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열심히 싸웠더니 그 과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비조합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죠. 큰 싸움이 벌어지고 사회적 합의나 중앙교섭으로 정리되면 한편에서는 아 투쟁해서 쟁취할 수 있구나 하는 의식이 생기면서 조직이 성장하는데, 또 한편에서는 아 가만히 있어도 임금이 올라가는구나 하는 의식이 생기면서 투쟁을 더욱 회피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이런 무임승차객들이 조직화를 방해하는 거죠.

어쨌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원칙적인 투쟁을 앞세워서 양보하지 않는 태도도 잘못이고, 유연성을 너무 앞세운 나머지 조직화에 대한 원칙을 놓치는 것도 잘못이라는 겁니다.   

 

노사관계로드맵, 조직혁신 그리고 비정규직노동조합의 대응

 

김영두: 이제 주제를 조금 바꿔서 2006년 본격화될 노사관계로드맵 논의가 비정규직노조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노조운동의 내부혁신 논의와 관련해서 주문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대규: 저는 노사관계로드맵 논의와 관련해서 작년에 진행된 비정규입법안 투쟁을 돌이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입법안투쟁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응이 정말 분리됐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처음에 정부의 비정규입법안이 제출됐을 때 노동운동은 이 법안의 핵심이 ‘파견업종 확대’라고, 즉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노리는 법안이라고 선전하고 여론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반기로 넘어서면서 어느 틈에 정규직의 이해와 관계된 파견업종 확대 문제는 핵심쟁점에서 쏙 빠져버렸어요. 그러면서 이제는 정부도 이게 비정규보호법이네 강조하고, 노동운동도 비정규권리입법을 해야 한다고 여론작업을 했죠. 즉 ‘정규직의 문제’였던 것이 어느 틈에 ‘비정규직의 문제’로 되어버린 겁니다. 그러면서 상당수의 정규직 동지들이, 일단 어, 이거 내 문제 아니네 하는 인식을 갖게 됐고 투쟁의 동력이 떨어졌죠. 비정규직 동지들은 싸울래야 힘이 없는 상황이었고요.    

저는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정규직들은 지금 그 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겠지만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복수노조 허용이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같은 문제는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임자 임금 같은 건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차라리 ‘노사관계로드맵이 확 통과돼서 어렵게 운동을 해봐야 너희도 우리가 고생한 것 알거다’라고까지 이야기하는 동지도 있을 정도입니다.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어쨌건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노사관계로드맵은 전체 노동자의 이해가 걸린 것인데, 이게 투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규직의 이해와 관련된 부분은 방어가 되고 또 다시 ‘비정규직에 대한 시혜’를 둘러싼 싸움인냥 주체와 분리돼서 흘러갈까 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입니다. 선전과 여론작업을 정말 잘해야 할 거라는 거죠.

 

이상우: 노사관계로드맵대로 되면 다양한 가능성이 있겠지만, 하청업체에다가 유령노조를 만들어서 활용하고 그러는 동희오토 사례를 보니까 비정규직들도 조직활동 하기 더 어려워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노사관계로드맵은 당연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싸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라든가, 비정규직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안들을 묶어서 투쟁 속에서 의제로 만들고 이를 노사관계로드맵을 대체할 수 있는 질서로 만드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직혁신과 관련해서는 제가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만, 어쨌거나 이제 비로소 조직되기 시작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조직 내부로 많이 흡수할 수 있는 방안, 이를 테면 중앙위원이나 대의원 배정에서의 배려와 의무금이나 교부금, 활동비 등이 좀 더 아래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대규: 현재 민주노총 구조는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이 아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이 6만이니 7만이니 합니다만, 덤프연대처럼 1만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는 직종노조도 대의원 하나 배정받기가 참 힘듭니다. 의무금을 내야 대의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아시다시피 비정규직 단위들은 의무금을 잘 낼 수 없는 조건입니다. 조직되자마자 싸움이 벌어지고 그러면 손배․가압류나 벌금 충당하기에도 바쁘거든요. 제가 속한 조직의 1년 예산이 15억원 정도 잡히는데 그 중에 3분의 1을 벌금으로 냅니다.

그래서 조직혁신안에서 할당제 얘기가 나왔는데 저는 중앙위원회 가서 보고, 야 너무 짜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조직혁신안에서는 2%를 배정했는데, 그 2%라는 숫자가 민주노총의 비정규 조직률이나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조직에서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대의원은 얼마나 되는 건지에 대한 고민 속에 나온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2%의 대의원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딴지 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몇몇 중앙위원은 안건으로 비정규할당이 나오니까 일어서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 연맹에는 비정규직이 없는데 그럼 2%는 공석으로 놔두라는 얘기냐’는 거더라고요. 사실은 비정규직이 없는 게 아니라 조직대상은 엄청 많은데 조직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란 걸 본인도 알 텐데 말이죠. 어쨌건 2%라는 수치는 불만입니다만, 할당제는 중요하고 좋은 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정순: 할당제와 관련해서는 박대규 위원장님이 잘 말씀해주신 것 같고, 저는 산별노조 전환과 관련해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금속 산별전환과 관련해서 올해 대공장노조의 산별전환 투표가 예정되어 있고 그 결과가 매우 중요합니다만, 어쨌거나 저는 다양한 경로를 열어놓고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완성차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노조들의 조직화를 고민 할 때는 긴 호흡을 갖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업종에 속한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이 지금 지역일반노조를 통해 왕성하게 조직되고 있는데 그런 조직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산별과 조율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또 그렇게 비정규노동자들이 조직되는 과정에서 제도를 넘어서는 민주노조운동의 실질적인 혁신이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실제 나타나고 있는 지역일반노조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조직화의 경험들을 존중하면서 산별 전환의 경로를 한 가지로 못 박아 둘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열어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상우: 산별노조 전환을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에게 협박하고 애원도 하고 강제로 동원하고 진실되게 약속하면서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산별노조운동을 하고 있는 저희가 보기에 지금 기업별노조는 ‘백해무익’합니다. 산별전환 결의는 이미 대의기구를 통해 결의된 사항이고, 그 핵심에는 완성차대기업들의 산별전환 투표가 있죠. 대기업들이 산별전환이 되냐 안 되냐에 따라 향후 노동조합운동의 진로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오리라 봅니다. 지금 금속노조가 소수정예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많이 지친 상태거든요.

그런데 대기업이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참 많습니다. 금속노조로 들어와서 기존에 잘 쌓아둔 관행을 깨버리고 물 흐리는 것 아니냐는 거죠. 그래서 대기업 받아들이는 것을 포기하고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화해서 가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미 대의기구를 통해 결의된 사항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진로를 바꾸는 것은 무립니다. 또 손정순 국장님께서 지역일반노조를 말씀하셨는데 지금이야 서로 영역이 겹치질 않으니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 어느 정도 조직화가 활성화되면 틀림없이 충돌하는 부분이 생기리라 봅니다. 조율이 필요한 부분인데, 저는 한국사회에서 재정이나 인력재생산 요구의 응집성 등에서 산별조직이 더 강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큰 흐름은 산별노조 중심으로 정리하고, 그 외에 포괄되지 않는 영역들을 지역일반노조가 조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6년을 힘차게 맞이하는 활동가들에게

 

김영두: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비정규조직화와 혁신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노조활동가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한마디씩 해주십시오.    

   

박대규: 저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자기 기득권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크든 작든 간에 그걸 버려야 한다, 그게 좀처럼 안 버려지는 건데, 그걸 버려야 한다 이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산별을 만들든 뭘 하든 다 풀릴 것 같아요. 또 뭐, 욕심 좀 안 내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우: 비정규직투쟁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 전체의 기조를 바꾸는 문제이고, 자본에 대항해서 인간의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지에 대한 동정이나 시혜차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거스르는 사회변혁투쟁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올해도 함께 열심히 투쟁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워낙 현장이 열악하다보니까 그 울타리 속에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을 뛰어넘어 당당한 주체로서 전체운동을 바라보고 산별운동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김영두: 이것으로 오늘 좌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장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