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울산은 투쟁의 불씨를 키워 가는 중!

노동사회

지금 울산은 투쟁의 불씨를 키워 가는 중!

편집국 0 2,761 2013.05.19 01:27

 


ms_01.jpg현대자동차노조 임단협이 끝나자 이 공장 저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해있다. 관리자가 노골적으로 노조 탈퇴서를 받고 있고, 얼마나 많은 탈퇴서를 모았는지도 알 수 없다. 어렵게 만들어진 민주노총 류기혁대책위원회는 아직 잘 가동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와 현장조직들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힘겨운 가운데 임원선거를 진행하고 있고, 1기 지도부는 단식농성 중이다. 류기혁 열사 관련해서 추모제 한번 제대로 지내지 못하고 있다. 열사를 열사라 부르지 못하고 대부분 류기혁 동지라 부른다. 

숨죽인 현장, 그러나 불씨는 살아있다

화물연대가 김동윤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며 총력투쟁을 힘차게 추진하고, 민주노총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딛고 하반기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과 노조탄압 문제는 국정감사의 주요 과제로 상정되어 그 관련자 4명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를 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현대자동차 불법파견문제는 전국적인 정치쟁점 중의 하나다. 그런데 정작 그 사업장은 숨죽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임단협이 타결되자 모두가 투쟁을 접었다. 천막농성단도, 비정규직노조 투쟁대오도. 그러나 추석 직전 그렇게 투쟁을 접을 때, “우린 중단할 수 없다”며 외롭지만 당당하게 투쟁을 이어가는 동지들이 있다. 현대세신의 여성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원청 관리자들의 집단구타, 성폭력 등 온갖 탄압에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투쟁하고 있다. 사측이 추석 전에 마무리하려고 6인 해고자 중에 4인 복직안을 사측이 내놓았지만, 6인 모두 그 안은 받을 수 없다며 계속 투쟁 중이다. 

이들은 거대자본 현대자동차 안에 있는 작은 하청업체의 초보조합원들이다. 계급이 무엇인지, 정치가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온 순박한 여성노동자들은 동료와의 의리를 지키며, 불의에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당당하게 투쟁하고 있다. 9월25일 현재 단식농성 18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여성노동자들이 현재 류기혁 열사의 정신을 이어가며 현장에서 투쟁의 불씨를 살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류기혁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비정규직노동자 탄압의 실상을 알고 이 처참한 현실을 묵인하는 것은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라 느끼는 지역노동시민사회단체 연대모임이 힘든 가운데 함께 투쟁하고 있다. 더 이상의 탄압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서 투쟁하고 있다. 

정규직노조 선거와 불법파견 특별교섭의 함수

올해 현대자동차노조 임단협의 최대의 쟁점이었던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성사되었다.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특별교섭 성사 자체가 큰 의미가 있으며, 최선을 다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장조직들 대부분은 임단협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글에서 “불법파견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절망적 합의”라며 강력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비정규직노조, 현대차노조집행부, 현대차노조 현장조직 모두 “임단투가 끝났는데 특별교섭 해봐야 뭐하겠냐, 올해 투쟁 끝났고 내년을 준비해야지”라며 패배의식에 빠져 ‘특별교섭’의 역사적 의미마저 폄하하고 있다.

현대차노조 집행부 임원선거가 연말에 치러질 예정이다. 이미 선거준비가 시작된 상황에서 현장조직들이 부담되는 불법파견 문제해결에 도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현장조직들은 집행부가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고, 이를 저강도로 촉구하며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집행부와 현장조직들은 스스로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더 이상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류기혁 열사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진행되는 현대세신 여성노동자 등 단식농성자들의 투쟁을 계속 외면만 할 수도 없어서 조금씩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별교섭을 위해 9월27일 원·하청연대회의가 소집되고 10월 중순부터 교섭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불법파견 특별교섭 요구안은 △지금까지 자행한 불법에 대해 당사자인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해서는 물론 대국민 공개사과 실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모든 공정 및 해당 비정규직노동자 즉각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판정에서 제외된 비정규직노동자 직접고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정신에 따라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철폐, △비정규직노동자 노조활동 보장 및 그간의 탄압 원상회복, △이후 불법적 비정규직노동자를 사용하지 않을 것 등 6가지이다. 

특별교섭이 내용 있게 마무리되느냐 마느냐는 거의 현대자동차노조에게 달려있다. 올해 6월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조합원 숫자가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은 현대자동차노조가 함께 적극적으로 조직사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현재 극도의 탄압에 눌려 많이 탈퇴해서 그 수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 문제도 현대자동차노조가 어떻게 힘을 모으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제 원청사용자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교섭이 시작된다. 내용 없이 교섭을 지연시키거나 적당히 대충 끝내려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그것에 동의해주고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그렇게 된다. 그러나 교섭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힘을 모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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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조합 ]

연대 토대 새롭게 닦아야 할 비정규노조 2기 

10월, 현대차비정규직노조 2기 지도부가 출범한다. 2기 지도부는 조직력이 극심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특별교섭을 진행하며 조직력을 복원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고 출발한다. 동시에 현대자동차노조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주체적으로 연대를 이끌어 가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1기 지도부의 성과를 이으며,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2기 지도부일 것을 요구받고 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활동을 돌아보면 크게 두 축으로 갈등관계에 놓여있었다. 먼저 노조 내부를 보면 1기 지도부와 2기 지도부 그룹 사이의 갈등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 조직운영에 대한 이견은 초기부터 있었는데, 상호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합의, 조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한 축은 현대차노조와의 관계인데, 주체적으로 관계를 잘 맺지 못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2기 지도부의 주요 핵심과제이다.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깊이, 그리고 폭넓게 토론하여 지금까지의 경험 속에서 얻은 교훈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 출범시기, 원·하청연대회의 운영, 독자파업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들과 관련하여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현대차노조 집행부와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존재차이는 의식에서도 차이를 갖게 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이다.

당위성으로, 대의명분으로 처지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고 관철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면 연대활동은 어려워진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며 설득하고 합의 조정하는 것이 연대활동의 기본이다. 연대는 상호선택이다. 이는 노동조합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조합원이라고 노조의 방침을 마땅히 따르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조합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함께 실천해나갈 수 있는 방침을 조합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노조 내부민주주의를 강화해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찾아온 연대 기회, 쥘 것인가 말 것인가

민주노총은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비정규직 과제를 중심으로 하는 하반기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노조 임단협은 끝났지만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임단협은 비정규직 문제만 뺀다면 대체로 잘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임단협과 비정규직 과제가 맞물리면서 정규직조합원들이 정규직의 요구와 비정규직 요구를 교환할까봐 걱정하는 부분도 상당하다고 했는데, 이제 그런 걸림돌도 없는 상황이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힘을 모아 비정규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온 것이다. 

이 기회를 움켜쥘 것인가 말 것인가가 문제이다. 결국 현대자동차노조는 하반기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중앙 방침에 밀려 어중간하게 대충할 것이냐, 힘있게 투쟁할 것인가, 확실하게 선택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3호